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의·식·주 중에서도 주거환경에 대한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윤택한 삶에 따라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가꾸어 나가려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어려운 이들에게는 그저 낯선 꿈일 수도 있다.
시절이 아무리 나아졌다손 하더라도 이런저런 형편과 사정으로 추적추적 비가 새는 그런 집에, 눅눅한 곰팡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려운 이들이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많다. 바로 이들의 헌 집을 뜯어고치고 새집으로 탈바꿈시켜 드리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봉사단은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에도 여럿 있다.
서귀사랑봉사회, 어우렁건축기술봉사회, 서귀포건축기술자원봉사회, 동부폴리스봉사단, 따사모 등이 대표적이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건축재료 구입 등 필연적으로 막대한 사업비가 충당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어 봉사단체의 자부담으로만 이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함에도 공사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재능기부로 더해지면서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전문 봉사활동이다.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는 매년 25백여만원의 지방보조금을 투입한 가운데 약 15가구를 읍면동으로부터 추천받아 주거개선을 돕고 있다. 이는 한 가구당 1백5십여만원 안팎으로, 도배나 장판 교체와 같은 기본재료비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 읍면동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차상위계층인 수혜자의 가구를 실사 방문했을 때 워낙 낡고 오래되다 보니 도배, 장판 교체보다 천장 보수나 내·외벽방수가 더 시급하다는 사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실상이 이러함에도 계획된 물량에만 연연한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줄줄 새거나 내·외벽으로부터 습기에 견디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됨으로써 ‘아니 한만’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양보다는 질로서, 결과보다는 원인 제거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거환경개선사업에도 ‘품격’을 입혀야 할 때라고 본다.
다음으로는 수혜자를 선정함에 있어 자가 소유가구만을 선정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남의 집 빌려 사는 이가 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집주인이 따로 있는 주택의 경우 절차의 복잡성 문제, 임대인-임차인-사업시행자(봉사단체)와의 3자간 이해와 협력 문제 등으로 수혜자 선정에서 배제하려는 구조적 모순도 바꿔야 할 때이다.
이 경우 리모델링 투입비용만큼 임대인에게 임차비용을 감면해 주는 등 실질적 혜택 방안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감면 비용만큼 집값 상승으로 손해 없는 장사지만, 절차가 다소 복잡한 만큼 지방보조금 심의 선정 시 가산점을 두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정지원과 유인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편, 제한된 보조금으로 여러 가구를 나누다 보니 수혜 가구에 채택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여 앞으로 기관·단체들의 사회공헌사업이 활발하였으면 한다.
지난해, 사업비 부족으로 다하지 못한 주거개선사업에 농협중앙회 서귀포시지부, 제주개발공사의 사회공헌팀 등에서 팔을 걷어붙여 주었으며, 특히 재능기부로 이 봉사를 담당했던 어우렁건축기술봉사회에서 자부담을 추가하는 등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사업은 성공리에 마무리될 수 있어 지면을 빌어서나마 감사드린다.
올해에는 농어촌진흥공사의 농촌 재능 나눔 공모사업에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됨으로써 보다 많은 온기 나눔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