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력에 의지하는 기도가 되면 안 된다.
기도란 신이나 초월적 존재와의 소통을 목적으로 행하지는
종교 의례의 한 행태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구체적인 대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대체로 기도는 행위자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동기에서 비롯되지만,
보통은 절대자나 초월자에게 자신의 삶의 정황으로부터 연유하는
청원, 신뢰, 감동, 결단 등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도를 행함으로써
그 기도의 내용에 의한 새로운 존재양태의 확인과 어울러
그러한 사실을 가능하게 하는 종교전통이나 종교 집단 안에서의
자기 확인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의 주기도문主祈禱文 같은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도는 그 기도를 받는 절대자 또는 추월자에 대한
신뢰와 자신의 삶의 정황에서의
존재론적 정직상의 기도 행위의 조건으로 전제됩니다.
그래서 많은 종교에서
기도에 대한 계율적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그것이 본래적으로
종교 경험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라는 사실 때문에
반드시 특정한 몸짓이나 발언을 수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비정형적일 뿐 아니라
비언어적이기도 한 경우가 있습니다.
가톨릭에서의 기도나
불교의 선도禪禱는 이를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톨릭은 기도를 구도口禱와 염도念禱로 나누고,
다시 구도를 전례기도나 비전례기도로 나누면서
비전례기도에는 공동기도와 개인기도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한편, 염도는
묵상·감동적 염도·신비적 염도 등으로 나누어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도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기도가
기도와 유사한 명상이라든가
성찰과 다르다는 점을 모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기도를 어떻게 정의하든
기도의 실제를 살펴보면
명상이나 성찰이 전해 배제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선과 명상도 기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단지 불교의 선이나 요가, 비파사나 같은 것은
어떤 절대적이거나 추월적인 존재나
원리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게 서로 다른 점입니다.
따라서 기도에 대한 이 같은 이해는
기도가 비단 유신론적 종교전통에만 교유한 것이 아니라
무신론적 불교에서도 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불교는 인과의 법을 설함으로써
타력에 의지하는 기도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도
기원祈願·기념祈念·기청祈請·심원心願 등이 운위되면서
제불여래諸佛如來에게 빌어
그 감응을 통하여 법신이 나에게 현현하도록 하는 것을
공공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송경誦經의 공덕을 설說하고
선禪의 신비적 합일의 경험을 승인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기도는
명상이나 성찰과는 여전히 다르게 다루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은 분명한 대상 기념에 의하여 특징지어진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불보살佛菩薩의 초인적인 힘을 빌려서
복을 빌고 재앙을 소멸시키는 기도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초기부터 크게 성행하였습니다.
왕뿐만이 아니라 후빈, 궁녀, 사대부 집안의 부녀자들도
억불정책 속에 몰래 절을 찾아가서 기도를 드렸는데,
당시에는 관음기도가 가장 많았고,
나한기도·지장기도 등도 성행하였습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도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날은
정월 초하루, 보름사이·삼짇날·초파일·칠석·백중·동지 등입니다.
현재 각 사찰에서 시행되고 있는 기도의 절차는
대체로 목욕재계·예불·헌공·축원·정진·증명·회향 순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도의 종류를 보면,
49재, 100재를 지낼 때는 아미타불 기도를 하고,
현생의 복락이나 미래의 안락을 기양하는 불공기도를 드릴 때는
흔히 약사여래나 미륵기도를 많이 드리고 있습니다.
또 보살에 대해서도 자비가 부족한 사람은 관음기도를 많이 하고,
죄업이 많은 사람은 지장기도,
세력이 부족한 사람은 대세지기도,
지혜를 얻기 원하는 사람은 문수기도,
행원이 부족한 사람은 보현기도를 드리는 것이 상식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관음기도와 지장기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속칭 속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신장기도와 독성·나한기도를 드리는 것이 좋다고 하나
뜨거운 국이 쉬 식는 것과 같고,
또 그들 신장·독성·나한님들은 험한 산골짜기 때문에
상근기 중생들이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칠성기도는 연명延命·기자祈子가 중심이고,
조왕은 부귀富貴, 현왕은 천도遷度, 제석은 안은安隱,
천황은 보호保護, 풍백우사는 풍수재난風水災難 때 많이 올리고,
가람기도는 절이나 집안의 안락을 위하여,
용왕과 정신은 물·재수 때문에,
태세는 방향감각을 잘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을 때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도는 꼭 나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국가·민족·세계를 위해 하는 경우가 있고,
죽은 영혼을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으며,
유주有主, 무주無主 고혼들을 위해서
예수재식으로 하는 경우와 죽기 전에
미리 자기 재를 지내고자 하는 예수재도 있습니다.
대개 기도를 할 때 날짜를 정하는데,
3일, 7일, 21일, 49일, 100일, 천일, 만일 기도가 그것입니다.
사람의 생리는 3일, 7일을 중심으로
세포분열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3일, 7일 기도를 하는데,
이것은 아기로 태어나서 사람이 죽었을 때도
3일, 7일, 21일을
금기일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또 3, 7, 21, 49는 대부분 기수基數로서
동양인들이 즐겨 쓰는 날짜이고,
100일, 천 일, 만 일은 만수滿數로서 원만성취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생리학에서 보면
사람은 3·7의 형식에 의하여 분령된
세포로 구성된 인체를 가지고 있는데,
49일이면 체질이 반쯤 정돈되고,
100일이면 체질습관이 고쳐지며,
천 일이면 피가 맑아지고,
만 일이면 골통이 바뀐다고 하였습니다.
기도는 혁명입니다.
100일 기도하여 아이를 낳는다고 하는 것은
세속적인 면에서 음식을 먹고 옷을 입고 행동하던 사람이
출세속적인 면에서 100일 동안을 기도하고 나면
체질과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산성 체질이 알칼리성이 되고,
알칼리성 체질이 산성이 되어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됨에 근거한 것입니다.
생각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운명이 바뀌어
헌 사람이 새 사람이 되고 범부가 성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인간 혁명을 위해서
절대로 필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제 기도에 대해서 세세히 얼려 드렸으니
다시 새롭게 정신 불끈 잡아서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따끈따끈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이것이 오늘에 드리는 따끈따끈한 글입니다.
행복한 시간들로 가득 차시기 바랍니다.
2023년 09월 01일 오전07:29분에
남지읍 무상사 토굴에서 雲月野人 진각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