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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곧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니 차별이 없느니라" (로마서 3:21-22)
"그러므로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줄 우리가 인정하노라" (로마서 3:28)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 (로마서 10:4)
1. 서론: 기독교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 이신칭의
바울이 로마 제국의 험난한 길을 걸으며 돌에 맞고 파선당하는 고난 속에서도 결코 타협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진리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 어떻게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의롭다(Righteous) 함을 얻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 곧 **'이신칭의(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음)'**입니다.
이 교리는 단순히 딱딱한 신학적 명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죄와 사망의 사슬에 묶여 영원한 진노를 받아 마땅한 인간을 향해, 우주의 최고 재판장이신 하나님께서 "너는 무죄다! 너는 내 사랑하는 자녀다!"라고 선언하시는 가장 장엄하고 은혜로운 법정적 판결입니다. 오늘 우리는 바울이 선포한 이 '하나님의 의(Righteousness of God)'가 어떻게 유대교의 견고한 율법주의를 무너뜨리고 온 우주를 구원하는 새 창조의 문을 열었는지 파헤쳐 볼 것입니다.
2. 제임스 던과 톰 라이트의 렌즈: '율법의 행위'란 무엇인가?
바울이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다"고 선언했을 때, 여기서 말하는 '율법의 행위'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랫동안 우리는 이것을 단순히 '착하게 살려는 도덕적 노력'이나 '완벽주의'로만 이해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대 바울 신학의 거장인 **제임스 던(James D.G. Dunn)**과 **톰 라이트(N.T. Wright)**는 1세기 유대교의 역사적 정황 속에서 이 말씀을 훨씬 더 깊고 혁명적으로 해석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에게 율법의 행위란 도덕적 완벽주의라기보다는, 이방인 개들로부터 자신들만이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임을 구별 짓는 **'신분적 경계선(Boundary Markers)'**이었습니다.
유대인의 3대 배지(Badge): 할례, 안식일 준수, 음식 규례(코셔).
유대인들은 이 세 가지 율법적 행위를 통해 이방인과 자신들을 철저히 분리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는 할례를 받았고 안식일을 지키니 의롭다"고 자랑했습니다. 바울이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에서 피를 토하며 싸운 대상은 바로 이 배타적인 특권 의식이었습니다. 바울의 이신칭의는 "너희의 혈통이나 할례, 종교적 관습이라는 얄팍한 경계선이 너희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만이 유대인과 이방인을 차별 없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든다!"라는 거대한 우주적 선언이었던 것입니다.
3. 토마스 슈라이너의 통찰: 법정적 선언과 하나님의 영광
그렇다면 인간의 그 어떤 행위로도 의로워질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의롭다 하심을 얻습니까? 복음주의 신학자 **토마스 슈라이너(Thomas R. Schreiner)**는 바울의 칭의를 철저한 '법정적 선언(Forensic Declaration)'이자 '하나님의 영광'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건으로 설명합니다.
전가된 의 (Imputed Righteousness): 인간은 전적으로 타락하여 스스로 의를 생산할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을 때, 놀라운 영적 교환(Great Exchange)이 일어납니다. 우리의 모든 죄악은 십자가 위에서 그리스도께 전가(넘겨짐)되어 심판을 받았고, 그리스도께서 율법에 온전히 순종하심으로 이루신 완벽한 '하나님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되어 덮어씌워집니다.
자랑의 배제: 내가 노력해서 얻은 의가 아니기에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티끌만큼도 자랑할 수 없습니다. 바울의 이신칭의는 철저하게 인간의 모든 종교적 교만과 자만심을 십자가 앞에 무릎 꿇리고, 오직 은혜를 베푸신 하나님의 영광만을 세세토록 찬양하게 만드는 가장 완벽한 구원 교리입니다.
4. 헤르만 리데르보스의 구속사: 율법의 마침 (Christ, the Telos of the Law)
이제 우리는 개혁주의 거장 **헤르만 리데르보스(Herman Ridderbos)**의 구속사적 안경을 끼고 로마서 10장 4절의 위대한 선언을 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
여기서 '마침(Telos)'이라는 헬라어는 단순히 '끝났다, 폐기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목표점에 도달했다, 완성되었다'**는 뜻입니다. 구약 시대의 율법은 죄를 깨닫게 하고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몽학선생)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실체이신 예수님이 오셔서 십자가와 부활로 구속 사역을 완성하셨을 때, 그림자였던 율법의 시대(옛 시대)는 종말을 고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정죄하고 죽이는 율법의 지배 아래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우리는 생명의 성령이 통치하시는 '새 시대(은혜의 시대)'로 영광스럽게 옮겨졌습니다. 이것이 바울이 깨달은 역사적 대전환입니다!
5. 이신칭의의 결과: 마르지 않는 생명과 은혜의 '공급과 충만'
이 위대한 칭의의 복음은 우리 삶에 어떤 실제적인 능력을 가져다줍니까? 율법 아래 있을 때 인간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쥐어짜 내야만 했습니다. 그것은 고갈과 정죄, 그리고 두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 곧 이신칭의의 은혜 안에 들어온 자는 더 이상 율법의 요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다 이루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성도의 삶은 내 힘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의롭다 선언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보좌로부터 쏟아지는 영원한 생명과 은혜의 **'공급과 충만'**을 누리는 삶입니다.
자격 없는 자에게 값없이 주어지는 이 하늘의 무한한 자원을 날마다 공급받을 때, 우리의 영혼은 비로소 자유를 누리며 흘러넘치는 기쁨(충만)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세상을 섬기는 진정한 성화의 삶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6. 전 세대를 위한 목회적 적용 및 결론
이 위대한 이신칭의의 복음은 1세기 유대인들뿐만 아니라, 오늘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교회의 전 세대를 향한 강력한 해방의 선언입니다.
학업과 스펙의 압박 속에 살아가는 다음 세대와 청년 여러분: 세상은 여러분이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내고, 얼마나 훌륭한 스펙(현대판 율법의 행위)을 쌓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가치를 매기고 '의롭다(합격)'고 선언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다릅니다. 하나님은 여러분의 조건, 성적, 외모를 보지 않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 하나만을 보시고, "너는 내 사랑하는, 내 눈에 가장 완벽한 자녀다!"라고 선언하십니다. 세상의 평가에 짓눌리지 말고 십자가의 은혜 안에서 자유를 누리십시오.
신앙의 연륜이 깊어가는 장년과 어르신 성도 여러분: 혹시 오랜 신앙생활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봉사를 이만큼 했으니, 기도를 이만큼 했으니 하나님이 나를 더 사랑하시겠지'라는 자기 의나 영적 우월감에 빠져 있지는 않으십니까? 반대로 '나는 평생 제대로 산 것이 없어'라는 깊은 죄책감과 정죄감에 시달리십니까? 우리의 의는 오직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입니다. 내 행위의 빈약함을 바라보지 마시고, 십자가에서 나를 위해 다 이루신 그리스도의 완전하신 의를 바라보십시오. 그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위로와 평강의 공급과 충만을 날마다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를 얽매던 모든 율법의 사슬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끊어졌습니다.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우리에게 의의 옷을 입혀주신 하나님의 그 크신 영광을 찬양하며, 자유와 기쁨으로 충만한 우리 교회의 모든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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