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강 차장이 이른 출근시간 임에도 책상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부서 직원들도 하나둘 사무실로
들어오며 강 차장에게 인사를 하는 모양이다.
강 차장이 시덥지 않은 눈으로 대충인사를 받고 있다.
출근 시간이 좀 지나서야 사무실로 들어서는 지사장을 보자
강 차장이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허리 깊숙이 숙여
배꼽인사를 한다.
지사장 방까지 따라 들어서는 외투를 받아들어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지사장님 손수 운전하시느라 피곤하시죠?
개나 소나 차는 다 끌고 다녀서 더 밀리게 만들고 말 입니다!
강 차장이 오늘 지사장 스케줄이며 일정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모양이다.
강 차장이 지사장 실을 나서자 박 과장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결재서류 뭉치를 들고 강 차장에게 다가가서는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결재 서류를 펼쳐든 강 차장이 신경질 적으로 한마디 한다.
공사에서 시청과 협의하여 진행하는 일 순조롭게 진행 됩니까?
민원발생 문제부터 해결 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민원은 무슨 민원?
박과장님 일처리 그렇게 밖에 못합니까!
그런 사소한 업무 문제도 하나 해결 하지 못해서 어찌
하자는 것입니까?
빠른 시일 내로 원만하게 해결 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노력만 가지고 됩니까! 실력이 돼야지 실력! 강차장이 결재
서류에 도장을 찍고는 결재 서류철을 신경질 적으로
책상위에 내려친다.
강 차장이 신경질 적으로 내 뱁는다.
가서 일이나 보세요?
좀 똑바로 말 입니다!
박 과장이 서류철을 집어 들고 강 차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그의 책상으로 걸어가는 그의 어깨가 아침부터 축 쳐져있다.
사실 강 차장은 박 과장의 입사 5년 후배이다.
까마득한 후배가 지금은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올라있다.
인성 좋고 사람 좋은 박 과장이 학벌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업무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소위 말하는 박 과장은 손바닥을 비빌 줄 모르는 것이다.
박 과장은 평소 상사 보다는 아래 사람을 챙기고 보살피기로
지사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인성 좋고 인품 있는 박 과장을 평소 직원들은
형님처럼 따른다.
담배도 끊어버린 박 과장이 조대리 어깨를 치며 따라
나오라는 손짖을 하고 있다.
조 대리가 외투를 걸쳐 입고 박 과장을 따라 나선다.
옥상 올라서 박 과장이 조 대리에게 담배 한 개 피 달라고
하는 모양이다.
담배에 불을 붙여주자 박 과장이 깊게 빤 담배연기를 후~우
하고는 긴 한숨과 함께 내 뱁는다.
아니 과장님 시청과의 협업문제가 어디 박 과장님 업무 입니까?
강 준치 일이지!
자기 업무를 왜 남에게 떠넘기고 잘했다!
잘못했다 지랄입니까?
더러워서 정말 눈뜨고 못 보겠습니다!
다 그런 거야!
조 대리도 열심히 잘 해라!
나처럼 욕 안 먹으려면!
들어가자!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는 박 과장 구두에 뒷 굽이 심하게 달
아있다는 것을 조 대리는 오늘에서야 본 모양이다.
박 과장님 퇴근해서 한잔 하시죠?
좋지!
조직 이라는 것이 상하 수직 수평관계가 명확한 것이 조직이다.
상하 관계가 명확한 것이 조직의 생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조직도 구성원을 보면 사람과 사람,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맺고 사람과 함께 일 처리를 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회적 조직에서 인간적 사회구성원인 박 과장은 조직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심성이며 인격이
좋다는 것이다.
부하 직원들 경조사며 각종 애경사를 손수 챙기고 직원들을
보다 듬는 다는 것이다. 미련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 미련스러울 정도로 챙기는 박 과장이 존경받고 인정받는 것이
그가 담고 있는 조직을 사랑하고 그 구성원을 진정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조직 구성원들 모두가 알고 있다.
강 준치는 업무적인 일 말고는 직원들과 사사로운 개인적 연을 두고
싶어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강 준치에게도 사적인 시간이 없다!
주말이고 휴일이면 지사장이며 공사 간부들을 챙기느라 자기
시간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강 준치는 빠른 시간에 지금의 위치에 오른 모양이다.
가족이며 친구. 사회활동. 여가니 뭐 이런 거 전혀 없이 조직에
헌신하고 조직에 아웅 하고 아부하고 조직을 밟고 그 자리에 올라선
모양이다.
조직의 구성원인 조직원이 준 자리가 아니라 조직 우두머리가
부여한 자리 정도로 부서 직원들은 강 준치의 존재를 그 정도로만
인정하고 있는 모양이다.
조직원 들은 강 준치와 인간적인 사교가 없다.
업무 선상에서만 인과 관계를 가지는 모양이다.
벌써 퇴근 시간이 댄 모양이다.
조 대리가 큰 소리로 과장님 퇴근 하시죠 라고 한다.
손목시계를 바라보던 박 과장도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박 과장님 시청청사 뒤 곱창 전골집 어떠세요?
나야 좋지 뭐 그리로 갈까!
복도를 걸어 나가는 그들 뒤를 따르던 임 과장이 한마디 던진다.
자기들 둘만 가는 거야?
어 임 과장님도 가시게요?
나도 낑가줘 한잔하지 뭐!
임 선애 과장은 박 과장과 입사 동기이며 동년배이기도 하다.
그래서 둘은 그 누구보다 인과관계가 좋고 두텁다.
전골 남비에 푸짐한 야채며 곱창이 끓고 있다.
자 한잔 하자! 박 과장이 임 과장과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준다.
술병을 든 임 과장이 박 과장에게도 술을 따라준다.
자 건배 하자 사랑하는 우리 식구들을 위하여~ ~
얼큰한 국물이 박 과장의 허한 속을 달래주는 모양이다.
선애야 한잔 더 하자!
사랑하는 선애야 한잔 따라봐라!
야! 박 성식 사랑 좋다,
남들만 사랑하지 말고 너 자신도 좀 사랑해라!
응 나야 뭐 이게 천성인대 어케하냐?
선애야 우리 살아가며 사랑하자!
퇴직 하는 그날까지!
그래 이제는 너 자신도 사랑해 가며 살자 제발 성식아!
성식은 술좌석에서 절대 험담이나 푸념은 늘어놓지 않는다.
그냥 술에 취할 뿐이다.
그런 그를 모두 존경할 뿐이다.
조 민철 대리가 취했는지 강 준치 비닐을 벋겨 가며 술을
마시고 있다.
그런 조 대리의 말을 성식은 웃으며 너그럽게 들어줄 뿐이다.
임 선애도 이제 내년이면 인사발령으로 다른 지사로
발령 받을 것이다.
승진과 함께 홀로 남게 될 성식이 안타가울 분이다.
참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이 혼자 남아서 격게 될 괴리며 모멸감을
감수 하여야만 할 것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선 일행이 하나둘 택시를 잡아타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
성식이만이 현란한 네온에 쌓인 거리에서 홀로 외로이 비틀 거리며
휘청휘청 걸으며 큰 길 족에서 택시를 잡는다.
택시 뒤 좌석에 머리를 뒤로 젖흰 성식이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 젖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한 709호 아주머니가 인사를 하지만
진한 술 냄새 때문인지 코를 막고 있다.
성식이 현관으로 들어서자 부인은 뒤도 안 도아보고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평소 버릇처럼 큰 녀석은 이제 입시 준비 하느라 정신없다.
아직 중학생인 딸 방에 노크도 없이 들어가서는 작은딸을
껴안고는 거친 수염을 딸의 얼굴에 비벼대는 모양이다.
서연아 사랑한다!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아빠 자야해 내일 어디간단 말이야!
작은 딸이 잠에서 깨서는 신경질 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때 성식이 부인이 그에 어깨를 강하게 손바닥으로 내려친다!
샤워하고 그만자요!
자는 애 깨우지 좀 말고................................
휘청거리며 화장실로 향하는 성식이 뒤를 보고 아내가 혀를 찬다.
아침이 되면 아내가 끓여준 콩나물국에 쓰린 속을 달래보며
또다시 일상의 생활 속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