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경 작가의 책은 꽤 매력적이었다.
과거형인 까닭은 이 책 <내 생의 중력에 맞서>는 전작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과학을 읽다>와 <뉴튼의 무정한 세계>로 접한 정인경은 논리정연한 글쓰기 실력에 더하여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아울러 가진 작가였다. 정인경 작가의 글의 힘에 감동먹고, 또한 그의 무지막지하고 방대한 독서량에 자극을 받아 책에 언급된 무수한 책들을 읽어치우기도 했다.
<내 생의 중력에 맞서>는 오직 작가의 이름값에 힘입어 고른 책이다.
아, 제목이 참으로 매력적이기도 했다.
중력에 맞선다...중력은 세상 만물에 고르게 영향을 끼치는 힘이다.
누구나 죽는다는 공평한 사실..이라고 하지만 죽는 시점과 이유가 제각각이니 어쩌면 죽음도 공평하지가 않은데,
중력은 삼라만상 모든 것에 참으로 공평하게 가해지는 법칙이 아닌가.
굳이 중력을 이겨먹어야 할 이유가 있냐 싶지만,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은 중력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걷고 뛰고 날고 물건을 들어올리는 모든 것은 내가 중력에 저항한 결과물이니.
살다보면 때로는 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들이 있다.
대하소설 <토지>에 나오는 한 구절.
"하늘과 땅이 딱 붙어버맀으면 좋겠다."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먹일 것이 없는 엄마가 가슴을 치며 하는 말이다.
하늘과 땅이 붙어버리면 중력도 없어지니 더는 저항할 무언가도 사라지는 것이다.
차라리 세상이 없어지기를 바랄 만큼 삶의 중력이 버겁다는 것..
나 혼자 사라지기는 무섭지만 차라리 세상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
어떤 마음인지 알 듯도 하다.
생각해보니 나도 그 비슷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다. 언제인지는 비밀이다.
너무 아픈 슬픔은 드러내기도 힘든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살아남고 버티는 것.
그러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책을 읽는다.
그리고 <내 생의 중력에 맞서>의 제목에 홀려 기대감 만땅으로 읽었다.
제목의 마력에 비해서 책은 고만고만하다. 간결하고 건조하다.
어떤 느낌이냐면, 글이 쓰고 싶어서 책을 쓴게 아니라 책을 한 권 만들어 내고 싶어서 글짓기를 한 느낌.
단원별로 도식화된 전개도 그렇고 무수하게 인용된 책들의 내용도 너무 다이제스트해서 감흥이 적다.
작가의 이름값에 힘입어 기획된 책의 느낌.
여기까지는 혹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며 머리를 주억대며 공감하고 내 삶을 돌아보고 다시 한 번 중력에 저항해보고자 하는 의욕 비스므리한 것이 생겼다.
너무 당연해서 있는지도 모르는 어마무시한 힘인 중력처럼,
어쩌면 우리는 우리 삶에 작동하는 무수한 규칙과 관습의 힘에 붙잡혀 제대로 사는 듯이 살아보지도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예를 들어, 왜 나이가 들면 시간이 더 빨리 가는것처럼 느끼는 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참으로 명쾌하다.
나이들어 체력이 고갈되고 경제력도 말라가고 의욕은 사그라지고, 그리하여 경험치가 줄어드는 단조로운 삶이 반복되면 어제가 오늘같고 1년전이 어제 같은 날이 반복된다.
어, 벌써 1년이 또 지났네?? 이러면서..
자식에 올인하는 것이 자식을 그러치는 것이라는 선인들의 수많은 말씀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자식문제만은 객관적이지도 이성적이도 못한지..그 이유를 설명해주니 위안이 된다.
아, 이건 내가 모잘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구나 싶어서.
그래, 책이 내 기대에 못미친 다고 툴툴대지 말자.
책을 읽으며서 즐거웠고 배운 점이 있다면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힘을 준다.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게 무너져 내리려고 하면,
내 삶의 중력에 맞서..높게 점프도 하고 빨리 달려도 보고 그럴 기운이 남아있지 않으면 묵묵히 걸어도 봐야겠다.
근데 중력을 어떻게 이기냐고 ??
비오는 날 자동차 타고 도로를 달리면 중력을 이기는 속력을 확인할 수 있다.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중력을 이기는 속력에 의해 창문 위로 흐른다.
첫댓글 컴퓨터를 잘못 건드려 다 지워져서 댓글을 두번째 다시 작성 중
제목만으로도 위로가 되다는 타이틀에 비해서 책에 대해 굉장히 혹평을 해 놨네
난 거꾸로 내 생의 중력에 맞서 라는 책을 가장 먼저 읽고 정인경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 보게 되었다.
과학기술의 시대 , AI시대에 인문학의 설자리는 없어지는 듯하여 심히, 굉장히 우려가 되었다
과학기술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인류를 구하기도 하고 대량살상무기로 사용되어 몰살시킬 수도 있다
정인경 작가는 이 책의 서문에서 과학전문지식과 교양수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고민하였다고 했다.
그래서 인문학과 과학의 중간 그 어디에쯤 있다고 하였다.
인간은, 세계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움직임을 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므로 과학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통제가 필요하며, 성찰이 필요하다. 이 책을 보며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중에는 이미 많은 고민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과학공부를 열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함.
혹평을 먼저 한 이유는..
제목이 주는 위로에 비해 책 내용이 그만한 힘이 없었다는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정인경 작가의 다른 책들에 비해 어딘가 비실비실한 느낌이라 그랬어.
책 자체가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고..
한때 뇌과학 돌풍이 불면서 모든 것은 뇌로 통한다고 철학 문학 사회학 등등 필요없고 오로지 뇌과학만 공부하면 된다는 과학 광신도 같은 사람들이 주위에 더러 있었는데,
정말 내 쪼고만 뇌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주더라.
그때 읽은 책이 정인경의 <과학을 읽다>였고, 내 생각을 대변해주는 글을 읽으며 위로와 감동을 아울러 받았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