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씀)
눈물 젖은 빵은 서럽다 한다
혼자 먹는 밥도 쓸쓸해서
없는 식욕 간신히 붙들어
먹어야 하니
꾸역꾸역 밀어 넣게 된다
한참 아이들 키울 적에는
오글오글 여러 식구들
걷어 먹이느라
양손에 가득 무거운 장보기는 일상이었다
가녀렸던 팔뚝이 이두박근이 나오려고 할 정도로
열심히 사 나르며 냉장고를 채워 놓아도
어느새 비워지고 없으니 쉴 틈 없이
먹거리 조달하느라 급급했었는데
자연히 음식을 늘 새로 장만한
신선한 식자재들로 조리해서 주게 되어
맛이 있을 ㄴㄷㄷ수 밖에 없었다
한창 크느라고 왕성한 식욕의 아이들은
공깃밥을 먹고 또 먹고 그러니
때마다 여러 번 퍼 주기 번거로워서
아예 커다란 우동 그릇에 밥을 담아 줬더니
세상 편했다
장사 잘되는 식당처럼
때마다 싹싹 비워지는 그릇들
빈 그릇에 담을 음식 장만하다 보니
내 솜씨도 나날이 발전해 갔다
집에서 먹으면 맛있다며 잘 먹어 주고
잘 먹으니 힘든 줄 모르고
또 만드는 선순환은
여럿이 어우러져 먹을 때 이루어졌다
지나고 생각하니
식구들 밥해 주면서 나도 더불어
질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혼자 먹겠다고 끓는 물에 데치고 무치고
색색 고명으로 멋도 내는
공들인 음식은 여간해 만들지 않게 되니까
큰 그릇에 냉장고 남은 찬 넣고
비벼 먹는 내가 어쩐지 초라한 것 같아
예쁜 그릇에 반찬 담아 구색 갖춰
대접받듯이 차려 먹어봐도
혼자 먹는 밥은 여전히 청승맞은 맛이다
아이들에게 손이 많이 가는 시절도 가고
이제는 식구들이 직장이나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되어 홀가분한데
흰머리가 자리 한 엄마들은
부엌일에는 현저히 해방된 대신
혼자 밥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비슷한 풍경들이다
싱크대에 서서 밥에 반찬 한 두 가지로
대충 때운다느니
일제 일인용 전기밥통이
밥을 밥통 채로 꺼내 먹기 딱 좋다느니
외로워 꼭 TV를 동무처럼 앞에 켜 두고
쟁반에 소찬을 올려 조촐하게 요기를 한다느니
평소에 부실한 식사를 하니
외식할 기회가 오면
그동안 못 먹은 허기를 모두 채우려는 듯
때는 이때다
체면도 잊고 걸신들린 사람처럼 먹게 된다고
모두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항간에는 할 일 없는 여자들이 음식점을
장악하다시피하고 값비싼 음식 먹으며
시간 보낸다며 목불인견이라고 흉보지만
그렇게라도 어울려 먹는 것이
영양실조 방지 차원에서 좋지 않을까?
오늘은 점심으로 떡국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떡집에서 썬 가래떡 사고
정육점에 들렀더니 주인 여자가 졸다 깨어
무심코 머리를 긁적이며 맞는다
저 손으로 고기를 만지면 어쩌나
다행히 장갑 끼고 양지를 썰어주었다
일 인분 떡국이라도
육수 내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다
우선 구운 가래떡이 먹고 싶어
오븐에 노릇하게 한 접시 구워 먹었더니
오늘의 메뉴 떡국은 배가 불러 물 건너 가버렸다
육수만 마시면 떡국 먹은 건데
반찬으로 오이 무침 하기로 했지만
고추장에 그냥 찍어 먹는 거로
이러니 음식솜씨는
나날이 줄어들고 퇴보하는 것 같다
우리 나이 여자들의 위기라는 빈둥지 증후군에
혼자 먹는 고독한 식사도 한 몫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