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다시 만났다.
대구 백화점 건너편 지하에 있는 수다방으로 갔다. 그녀는 언니를 따라 와보았다고 했다. 사방이 유리벽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귀가시간을 통제했으므로 그들은 곧 일어서야 했다. 하고 싶은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밖으로 나오면서도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녀는 어서 집으로 가야했다.
그들은 길가에 서서 이야기를 했다. 어서 집으로 가야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때, 사위가 일순 어두워지고 바람이 휘감겨 불었다. 그리고 갑자기 세차게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모두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또는 황급히 우산을 사서 썼다.
그녀는 집으로 어서 가야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았다. 건물 안쪽으로 피할 시간이 없었다. 그럼에도 버스정류장 쪽으로 급히 간 것은 아니었다. 빗속에서 둘은 어쩌지 못했다.
(왜, 그 때 우산을 사서 그녀를 받쳐주지 못했는지.)
버스정류장에 왔을 때는 그녀의 옷과 가방이 모두 젖어버렸다. 말려서 집으로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경산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차 속에서 그녀는 추위로 떨었다. 고속버스터미날을 지나면서 밖에 어둠이 이내 찾아왔다.
경산에 도착한 것은 그녀의 귀가 시간을 한참 넘긴 후였다. 그들은 비에 워낙 젖은 상태였다. 다리를 건너고 어둠 속에 히말라야시다가 늘어선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했다. 내리면서 그들은 우산을 들고 서 계시는 그녀의 어머니와 마주쳤다.
(2002년 7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