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발레와 연극

[amrrta]

특별기획_‘나’를 변화시키는 『어린 왕자』 인문 여행5

『어린 왕자』, 발레와 연극

송태효 어린왕자 인문학당 대표

생텍스와 무용의 예술성

『어린 왕자』를 발레와 연극으로 재창작하여 무대에 올린 예술가들은 고답적 평론가들이나 관념적 철학자들 이상으로 도구와 직업으로서의 새로운 문학 정신을 깊이 헤아리고 실천한 진정한 독자들이다. 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글을 읽지 말아 달라는 작가의 부탁을 경청하고 그가 전하는 마음의 기능을 음악과 몸짓으로 풀어낸 현대성의 예술가들이기도 하다. 마임과 음악으로 원작의 메시지를 전하는 발레 그리고 사운드와 대사로 원작의 메시지를 풀어낸 연극에 관해 생텍스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소설 『어린 왕자』를 새롭게 창작해낸 예술가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들의 새로운 시도의 의미를 중심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어린 왕자』 인문 여행을 새롭게 시작해본다.

보편적 언어로서의 영화의 예술성을 감지한 리치오도 카누도(Ricciodo Canudo, 1877~1923)는 1921년 자신의 영화 평론 「제7예술의 선언(le Manifeste du septième art)」에서 시네마토그라프(Cinétogrphe) 시절의 영화가 장차 ‘제7예술septième art’로 거듭 태어나리라 예언한 바 있다. 카누도는 기존의 예술 장르를 시·무용·음악이라는 시간의 예술과 회화·조각·건축이라는 공간의 예술로 구분하고 새로운 장르로서의 영화를 시간의 제약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보편 예술로서 상정하였다. 바타유가 예술의 탄생이라고 명명한 라스코 동굴 벽화가 제작된 이래 근세에 접어들어 건축 부속물 지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회화와 조각은 확실히 공간적 한계 속에서 전달되는 예술이었고, 시와 무용과 음악은 늘 시간적 한계 속에서 진행되는 예술이었다. 이제는 동영상 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구분이 그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시는 엄연히 낭송하는 것이요, 무용은 춤추는 것이요, 음악은 연주하는 것이기에 모두 시간의 제약을 받는 장르임이 확실하다. 미술관에 가서 보고 싶은 그림과 조각을 다시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발레와 음악은 비록 같은 타이틀의 공연이라도 똑같은 몸짓과 음악을 다시 감상할 수 없다. 재즈 뮤지션들이 같은 곡목의 곡을 다음 공연에서 똑같은 감정으로 연주할 수 없듯이―눈으로 시를 읽는 시대이긴 하지만―낭송의 예술로서 시 역시 소리 내어 읽을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생텍스 역시 이러한 예술의 장르별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심미적·철학적 성찰을 담은 유고집 『성채(Citadelle)』에서 그는 발레의 예술성과 창작 정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무용수들이 자신들의 안무를 구성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일단 공연이 끝나면 창작 무용의 성과를 어디로 가져가 비축해놓을 수 없다. 무용은 화재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의 안무를 구성하는 사람을 문명인이라고 부르련다. 그가 춘 춤이 무용의 수확물이나 곳간이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생텍쥐페리, 『성채(Citadelle)』 IX, 『Œuvres complètes』, 갈리마르, 1953, 399p.

생텍스는 순간적 춤 동작에서 순간을 넘어 지속되는 시적인 것을 본다. 그가 말하는 ‘문명인’ 무용가는 다른 무용가와 달리 순간 포착으로서의 무용의 특성을 구현한 예술가이다. 명성에 급급한 무용가나 이미 인정받은 고전적 틀에 의지하며 파격을 두려워하는 무용가와 달리 ‘문명인’ 무용가는 자신의 안무를 통해 그 시대만의 무용이 지니는 정신적 특성과 미학 즉 현대성(modernité)의 안무를 표현한다. 보들레르는 자신의 유명한 미술 평론 『현대 생활의 화가(le Peintre de la vie moderne)』(1863)에서 예술은 현대성(변해가는 것, 사라져가는 것, 우연적인 것)과 고전성(영원한 것, 불변의 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진정한 예술가는 대중이 인지할 수 없는 현대성의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예술가에게는 “유행으로부터 유행이 역사 속에 담을 수 있는 시적인 것을 추출하고, 변해가는 것으로부터 영원한 것을 끄집어내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보들레르 애독자로서 현대성의 미학에 심취해 있던 생텍스는 보들레르의 정의에서 더 나아가 그 시대만의 새로운 특성보자는 고전적 오브제에 안주하는 자들로부터 경멸받는 의도적 오류를 창의적으로 해석한다. 이들은 낭만파 시인의 수장 빅토르 위고가 선조 시인들의 선례를 따라 시도한 시구의 걸치기(enjambement) 같은 의도적 오류를 범하고, 예기치 못한 동작으로 새로움과 기이함을 통해 새로운 무용의 아름다움을 창조해내고 있다.

창조란 아마도 춤에서 어긋난 스텝을 밟는 것이다. 창조는 석재에 정을 어긋나게 대고 두드리는 것이다. 동작의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노력이 그대에게는 비생산적이고 무모한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 노력이 당신에게 등을 돌리게 하고, 당신을 뒷걸음치게 하니까. - 생텍쥐페리, 『성채(Citadelle)』 IX, 『Œuvres complètes』 II, 갈리마르, 1953, 399p.

문명인 안무가들은 어긋난 동작을 실수라고 평한 자들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렇게 새로운 무용은 성공한 안무가들만큼이나 실패한 안무가들로부터도 탄생하는 것이다. 이미 인정받은 위대한 안무가들에게만 가치를 부여하려 드는 자들은 위대한 안무가들의 한계 속에 빠지기 쉽다. 저평가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오히려 저명한 예술가를 고양하기도 한다. 무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춤추려는 열정은 만인을, 심지어 제대로 춤추지 못하는 사람들마저도 춤추게 하니까. 명성에 안주하는 열정 없는 무용계에는 “화석화된 무용 학교와 무의미한 무용 공연”만 남을 뿐이다.

사실 생텍스 사후 그의 진면모를 인지하고 경의를 바친 예술가들 가운데 특히 음악, 발레와 연극 등 공연 문화계 인사들이 많다. 어린 왕자의 신비함을 모차르트 수준에 비유한 프랑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 미카엘 레비나스(Michaël Levinas)―리투아니아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아들―, 『야간 비행(Vol de Nuit)』(1931)을 단막극 오페라로 각색하고 작곡한 이탈리아의 전위 음악가 루이지 달라피콜라(Luigi Dallapiccola, 1904~1975),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를 오페라로 작곡한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니콜라우스 샤플(Nikolaus Schapfl, 1963~) 등 많은 음악가들이 생텍스에게 경의를 표하였는데 이들 모두는 『어린 왕자』에서 마음의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예술가들이었다. 특히 뮤지션으로서 생텍스가 즐겨 듣던 음악은 장 바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와 장-필리프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 드뷔시, 라벨 같은 발레 음악의 대가들 작품이었는데, 이러한 생텍스의 발레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감지한 안무가들이 그가 사랑한 음악을 배경 음악을 토대로 『어린 왕자』를 발레로 재탄생시키게 된다.

『어린 왕자』와 발레의 전통

서양 오케스트라의 역사는 발레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오케스트라라는 명칭 자체가 발레 공연을 위한 악단의 연주 공간을 일컫는 용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발레는 오케스트라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의 대표적 지휘자 에프게니 므라빈스키(Evgeny Mravinsky, 1903~1988))는 1931년 레닌그라드 오페라 발레 극장의 부지휘자로 임명된 후 1932년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잠자는 숲속의 미녀(La Belle au Bois dormant)」를 지휘하면서 데뷔하였고, 한국을 방문하여 지휘봉을 잡았던 겐나디 로제스트벤스키(Gennady Rozhdestvensky, 1931~) 역시 그의 나이 20세에 볼쇼이 극장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의 발레 음악을 지휘하면서 데뷔하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발레의 대명사 격인 두 작품 모두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1628~1703)와 에른스트 테어도어 빌헬름 호프만(Ernst Theodor Wilhelm Hoffmann, 1776~1822)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동화 작가 페로의 원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이런 전통에 따라 『어린 왕자』를 발레로 각색하여 무대에 올리는 창작가들이 등장하였다. 특히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의 최고 무용수 승급인 에투알(étoile)이었으며 2015년부터 파리 샹젤리제 극장(Théâtre des Champs Élysées)의 안무 예술 아틀리에(L'Atelier d'Art Chorégraphique) 단장을 맡고 있는 니콜라 르 리슈(Nicolas Le Riche, 1972~)는 마음으로 보고 듣는 어린 왕자의 원칙을 자신의 발레 철학으로 천명한 안무가이다. 소통으로서 발레 예술을 추구하는 그는 무용가의 존재보다는 춤추는 인간의 존재를 신뢰한다. 소통을 위해 무용가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존재로부터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다. 렉스프레스지(L'Expresse)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왕자처럼 항상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라고 말한 그에게 무용은 보이지 않는 진실에 근거하여 타인과의 함께함으로 이르는 길과 같다.

『어린 왕자』와 현대 무용

생텍스의 『어린 왕자』를 2012년 발레로 각색하여 무대에 올린 몬트리올의 캐나다 그랑 발레(Grands Ballets Canadiens de Montréal)의 예술 감독 그라디미르 판코프(Gradimir Pankov, 1938~)는 이렇게 말했다.“『어린 왕자』는 성경 같은 책이다. 이 책만큼은 결코 늙어가지 않으리라.” 『어린 왕자』를 통해서 작가 생텍스가 경고한 늙어 가는 아이들의 비극적 운명의 의미를 이렇게 핵심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숫자밖에 모르는 성인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작가의 경고를 책의 운명에까지 적용하는 놀라운 예술적 안목을 보인 판코프는 이를 토대로 발레의 흐름을 설정하여 네덜란드 안무가 디디 벨트만(Didy Veldman, 1967~)에게 안무를 의뢰하였다. 유명 발레 작품 「신데렐라」, 「노트르담의 꼽추」, 「드라큘라」의 음악 감독 필립 피니(Philip Feeney, 1954~)가 바흐의 고전 음악과 핀란드 작곡가 키모 포조넨(Kimmo Pohjonen, 1964~)의 전위 음악을 조화롭게 활용하여 발레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공연은 특수 모터가 설치된 1톤짜리 카메라 네 대를 통해 29명 무용수 전원의 동작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가로 12m 세로 8m 크기의 거대한 거울을 설치하여 첨단 무대 기술을 선보였다.

캐나다 국립 발레단도 2016년 1월 발레 「어린 왕자」를 포시즌스 센터(Four Seasons Centre) 무대에 올려 매회 매진을 기록하였다. 캐나다 대표 무용수로서 안무에도 훌륭한 재능을 보인 기욤 코테(Guillaume Côté)가 원작의 판타지와 알레고리, 철학적 성찰을 주제로 연극·오페라·발레 디자이너 마이클 레빈(Michael Levine),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케빈 라우(Kevin Lau, 1982~)와 협력하여 자신의 첫 장편 발레를 창조해냈다. 비행사가 수수께끼 가득한 어린 왕자의 신비로운 삶과 그가 만난 사람들을 통해 깨달아 가는 우스꽝스럽고 기이한 어른의 세계를 발레로 표현하여 어린 관객과 어른 관객 모두에게 길들임과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생동적으로 전달하였다.

생텍쥐페리 청소년재단(FASEJ)의 지원으로 제작되어 프랑스 남부 도시 알비(Aibi)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유럽 투어로 이어진 러시아 생페테르스부르크 겨울 궁전 발레단(Le Palais d'Hiver Saint Pétersbourg Ballet)의 고전 발레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역시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생텍스가 즐겨 듣고 연주하던 드뷔시, 라벨, 생상스, 포레, 모차르트, 슈베르트, 슈만, 바흐의 선율 속에 펼쳐지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상징, 알레고리와 풍자가 어우러진 프랑수아 모뒤(François Mauduit)의 안무와 나타야 키취카바(Nataya Kitsikava)의 무대 예술과 의상, 프랑스와 러시아의 최고 무용수 에투알과 솔리스트들이 함께 펼치는 안무가 더욱 돋보인다.

생텍스의 연극 미학

생텍스는 마임으로서의 발레와 달리 언어와 몸짓으로 드러나는 연극과 관련하여서는 출연자들의 대사에 정신적 가치를 부여한다. 그는 젊은 시절 연극 무대를 즐겨 찾았고 자신이 관람한 연극에 대한 소감을 편지로 전하기도 하였는데 1926년 고교 동창인 베르트랑의 누이 리넷트(Rinette)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통해 그의 연극 미학을 살펴볼 수 있다. 공연 공간이 많은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Théâtre de Champs-Élysées)에서 루이지 피란델로(Luigi Pirandello, 1867~1936)의 「저마다의 진실(Chacun sa vérité)」(1916)을 관람하고 쓴 편지 내용을 요약하면 한 마디로 피란델로를 거부하고 헨리크 요한 입센(Henrik Johan Ibsen, 1828~1906)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피란델로의 극중 대사는 수다쟁이의 그것처럼 인위적이며, 그의 형이상학은 불륜 드라마처럼 세속적이지만, 입센의 작품에서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는 진정성에 근거하여 위선과 맞서고 있다. 입센은 가장 고양된 직업들과 사회적·정신적 역할과 영향력을 지녔으며 대중이 원하지 않는 것도 이해시키기 위해 글을 쓰고, 성공 여부를 떠나 새로운 자양분을 공급하려 노력했던 작가라는 것이다.

다른 예술 장르가 그러하듯 감상의 대상으로서의 입센의 연극은 이무도 원하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그러한 연극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며, 친밀함 속에서도 낯선 것을 발견하게 한다. 감상의 대상으로서의 연극은 마치 저 먼 곳에서 온 오래된 친구처럼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하여 나를 위한 나에서 남을 위한 나로 나를 변화시킨다. 생텍스는 새롭고 낯선 이미지를 형상화하지 못하는 추상적 관념의 무대를 거부한다. 이러한 관념의 연극은 어휘들의 혼돈과 오해를 불어 일으키고, 감수성과는 전혀 무관한 감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생텍스는 장르를 초월하여 형이상학적 주제를 극화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실재성과 고결한 정신성이 요구된다고 믿고 있다.

생텍스 작품의 연극화

연극으로 재탄생한 생텍스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는다면 아마도 프랑스 최고의 배우·연출가 부부 장 루이 바로(Jean-Louis Barrault, 1910~1994)와 마들렌 르노(Madeleine Renaud, 1900~1994)가 1967년 몬트리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생텍쥐페리 퍼포먼스(Performance, Saint-Exupéry)」(1967)일 것이다. 『어린 왕자』를 위시하여 『성채(Citadelle)』(1948), 『야간 비행(Vol de Nuit)』(1931), 『남방 우편기(Courrier sud)』(1929)의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극화한 이 작품은 1782년에 18세기 최고 화제작 「피가로의 결혼」 공연으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 극장인 테아트르 드 로데옹(Théâtre de l'Odéon)에서 공연되었다. 장 루이 바로와 캐나다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여 양국 간 예술적 연대감을 이루어낸 역사적 공연으로 인정받고 있다.

3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극장으로 몰리에르의 고전 같은 프랑스 희곡을 공연해온 코메디 프랑세즈(Comédie-Française)의 연출가 오를레앙 르코앵(Aurélien Recoing, 1958~)이 무대에 올려 2011년 11월 14일부터 2012년 1월 8일까지 스튜디오-테아트르에서 공연된 「어린 왕자」는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가 어린 왕자를 만나고 너무 놀란 나머지 “신비로움이 너무 강렬하면 순순히 따르게 마련이다.”라고 읊조린 대사를 출발점으로 어린 왕자의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을 극화하였다. 특히 이 작품은 작가와 작품에 관한 깊은 철학적·문학적 성찰을 담은 안내문을 제공하여 많은 호응을 받았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프랑스에 정착하여 연출가 및 극작가, 소설가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생텍스의 전기를 집필한 비르질 타나즈(Virgil Tanase, 1945~)의 스펙터클 「어린 왕자(le Petit Prince)」(1977)는 아직도 파리 뤼세네르(Lucernair) 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미 두바이, 모로코, 스위스, 모스크바 등 해이 공연을 거쳐 작품의 진가를 인정받았다. 롤랑 바르트의 제자로서 어린 왕자, 비행사와 장미가 들려주는 풍자적 대사, 세상을 향한 어린아이의 기이한 시선, 풍자적 무대 의상을 통해 마음으로 세상을 보려는 작자의 풍자적 사유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7세 이상이 관람할 수 있는 수준의 연극으로 제작되었다.

이외에도 파리, 스트라스부르, 리용, 캐나다 케벡, 온두라스, 부르키나파소 등 많은 국가의 도시에서 연극과 무용 등 다양한 스펙터클이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이돌 그룹 위너의 김진우가 출연한 국립현대무용단의 「어린 왕자」(2016), 문화놀이터 동화의 국악 가족 음악극 「어린 왕자의 지구보고서」(2016) 등 크고 작은 어린 왕자 스펙터클이 다양한 공간에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순수한 열정과 진지한 기획, 봉사와 희생으로 이루어진 공연 기획자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러한 공연 성과들이야말로 생텍스가 꿈꾸던 인간적 연대감을 한층 깊게 맺어주어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생텍스는 지구 자체를 질서 정연한 발레 무대로 보았다. 그는 『어린 왕자』 제16장에서 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 사십 육만 이천 오백십일 명으로 구성된 지구의 가로등지기 군대가 연출하는 질서정연한 스펙터클을 오페라 발레로 비유하고 있다. 오페라와 발레에서는 개인 예술과 달리 동료 간의 연대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출자의 개인적 예지와 창의성과 더불어 낯선 존재들과 우정, 길들임과 책임이라는 『어린 왕자』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다양한 공연을 감상하며 내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나’를 벗어나 ‘내가 모르는 나’로의 여행을 떠나 보자. 인문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사유의 도치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