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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강
낱글자의 破字(파자)를 통해서 본
漢字(한자)의 음양오행원리
한문의 起源(기원)과 字義(자의)와 字形(자형)을 체계적으로 밝힌 책은 후한시대에 許愼(허신 : 서기 30~124년)이 쓴 『說文解字(설문해자)』(이하 『설문)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후대의 학자들이 허신의 설문을 토대로 한자의 기원이라고 하는 殷(은) · 周(주) 시대의 甲骨文字(갑골문자)와 金文(금문 : 청동기 銘文)을 해독할 만큼, 설문은 한자의 기원과 구성을 밝히는데 있어 가장 권위 있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說文解字』 서문에서 許愼은 『주역』 계사하전 제2장을 인용하여 한자의 창제 원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 복희씨가 천하에 왕 하실 때에, 우러러서는 하늘에서 상을 관찰하고, 구부려서는 땅에서 법을 관찰하고, 새와 짐승의 무늬와 땅의 마땅함을 관찰하고, 가까이로는 저 몸에서 취하고, 멀리로는 저 물건에서 취하여 이에 비로소 팔괘를 지으시어 법상을 드리웠느니라. 신농씨에 이르러서는 노끈을 매어서 다스림을 위하였고 그 일을 거느렸느니라. 여러 일들이 그 번성함에 꾸밈과 거짓이 싹터 나왔느니라. 황제 때 사관인 창힐이 새와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나누어진 결이 가히 서로 구별되는 다름이 있음을 알고 처음으로 서계(書契, 글)을 지어서 모든 관리들이 이로써 다스리고 모든 물건들을 이로써 살피니 대개가 저 쾌괘(䷪)에서 취했느니라. “쾌는 왕정에서 날린다(夬卦의 卦辭).”하니, 문자란 것은 왕의 조정에서 가르침을 베풀어 밝게 교화함을 말하고, “군자는 이로써 녹을 베풀어 아래에까지 미치게 하며 덕에 거처하여 (법을 밝혀 엄하게) 금함을 법칙으로 하니라(夬卦의 大象傳).”고 하니라.
창힐이 처음 글을 지음에 대개가 무리의 상형(象形)에 의거했으므로 문(文)이라 하고, 그 뒤에 형성(形聲)을 서로 더하니 곧 자(字)라 이름이라. 문(文)은 물상의 근본이고, 자(字)는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점점 많아짐을 말함이라. 대나무나 비단에 기록한 것을 서(書)라고 이르니, 글이 이와 같으니라. 오제와 삼왕의 세대에 이르러 고치고 바꿔서 체를 달리하여 태산에 봉한 지가 72대이니, (石刻한 글자의 체가 각각) 같음이 있지 않느니라.
『주례』에 여덟 살에 소학에 입학하면 보씨가 나라의 자식들을 가르침에 먼저 육서로 한다고 하니라. 첫 번째는 가로대 지사(指事)니, 指事는 보아야 알 수 있고, 살펴서 뜻을 나타내니, 上과 下가 이것이라. 두 번째는 가로대 상형(象形)이니, 象形은 그 물건이 이뤄짐을 그리고 체를 따라 조사하여 다하니, 日과 月이 이것이라. 세 번째는 가로대 형성(形聲)이니, 形聲은 일로 이름을 짓고 비유함을 취하여 서로 이루니, 江과 河가 이것이라. 네 번째는 가로대 회의(會意)니, 會意는 무리를 비교하고 합당한 뜻을 합하여 가리키려는 뜻을 나타내니 武와 信이 이것이라. 다섯 번째는 가로대 전주(轉注)니, 轉注는 무리에서 하나의 우두머리를 세워 뜻을 같이하고 서로 받으니 考와 老가 이것이라. 여섯 번째는 가로대 가차(假借)니, 假借는 본래 그 글자의 뜻은 없고, 소리에 의지하여 일을 붙이니, 令과 長이 이것이라.”
| 종류 | 製字原理 | 說文例 | 其他例 |
文 | ①指事 | 보이는 것을 살펴서 뜻을 나타냄. | 上 下 | 一 二 三… |
②象形 | 이미 있는 물건을 그리되 體를 따라 조사하여 나타냄. | 日 月 | 山 川 木… | |
字 | ③形聲 | 일로 명칭을 삼고 비유되는 것을 취하여 이룸. | 江 河 | 指 詩 城… |
④會意 | 여러 종류를 비교하여 마땅한 뜻을 합하여 가리키려는 뜻을 나타냄. | 武 信 | 明 林 學… | |
文 字 의
활 용 | ⑤轉注 | 비슷한 종류에서 하나의 으뜸을 세워 뜻을 한가지로 하여 서로 받음. | 考 老 | 樂(풍류 악, 즐거울 락, 좋아할 요) 說(말씀 설, 기쁠 열, 달랠 세, 벗을 탈) … |
⑥假借 | 본래 그 글자는 없고 소리에 의거해 일을 붙임. | 令 長 | 可口可樂(코카콜라) 百事可樂(펩시콜라) |
許愼이 정리한 뜻에 따라 뜻글자인 문자를 육서법칙으로 나눠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六書법칙을 음양오행의 원리에 의거해 破字(파자)하여 다시 살펴보자.
文(글월 문)은 字(글자 자)의 부모
文은 단순히 글자를 뜻하는 ‘글월 문’의 文字의 뜻만은 아니다. ‘亠(돼지해머리 두, 上의 변형으로 위를 뜻함)’에 ‘乂(사귈 예, 음양의 사귐)’가 합쳐졌기에 하늘에서 빛나는 天文(천문)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조화를 이뤄 사는 사회를 人文(인문)사회라 표현하고, 글자의 자모음이 합하여 글을 이뤘다는 文章(문장)의 뜻으로도 쓰이고, 무늬의 모양이라는 文樣(문양)과 빛난다는 文彩(문채) 등등의 形而上(형이상)의 개념으로 주로 쓰인다. 따라서 文字에 국한시켜 볼 때 文은 字의 부모에 해당된다. 한자의 기초가 되는 글자로, 여기에는 指事文(지사문)과 象形文(상형문)이 있다. 다시 말해 文은 事物(사물)을 표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글자들로 指事는 事(일 사)를, 象形은 物件(물건)을 나타낸다.
指事文(지사문)은 실물의 형태를 보고 본뜰 수 없는 추상적 개념의 단어들이다. 이를테면 上(윗 상)과 下(아래 하)이다. 일정 기준선(一)을 긋고 ‘점 복(卜)’을 위에 넣어 ‘위, 올라감’을 뜻하는 上을 만들고, 아래에 넣어 ‘아래, 내려감’을 뜻하는 下를 만들었다. 丨(뚫을 곤)을 넣지 않고 卜을 넣은 것은 올라가되 한없이 올라가지 말고 중(中)을 잡으라는 것이고, 내려가되 한없이 내려가지 말고 중(中)을 잡으라는 뜻이다.
象形文(상형문)은 물건을 본뜨되 모든 뜻글자에 적용되는 음양 부호인 선과 점 곧 − 를 활용하여 글자를 만들었는데, 그 대표적인 글자들에는 木(나무 목) 日(날 일) 月(달 월) 川(내 천) 火(불 화) 耳(귀 이) 目(눈 목) 口(입 구) 自(스스로 자, 鼻의 원형) 등등이 있다.
字(글자 자)는 文(글월 문)의 자식
새로운 일이나 새로운 물건마다 글자를 만들어 쓴다는 것은 불가한 일이다. 비슷하게 작동하는 원리를 찾아서 조합해주면 훨씬 훌륭한 표현이 될 것이다. 字라는 글자는 ‘글자 자’는 뜻으로 대표하여 쓰지만 파자해보면 ‘宀(집 면)’에 ‘子(아들 자)’가 합하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字는 본래 ‘시집가다, 자식을 낳다, 기르다, 정혼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글자 자(字)’는 文이라는 부모가 낳은 자식 글자라는 뜻이다.
따라서 字에는 指事文과 象形文이 합하는 원칙에 따라 會意字(회의자)와 形聲字(형성자)로 나눈다. 뜻과 뜻이 모여서 이루어진 글자가 회의자이며, 뜻과 음이 합쳐져 이루어진 글자가 형성자이다. 林(수풀 림) 森(빽빽할 삼) 炎(불꽃 염) 學(배울 학) 등이 회의자에 속하며, 城(성 성) 柱(기둥 주) 轉(구를 전) 詩(시 시) 指(가리킬 지) 등은 형성자라고 분류한다.
회의자와 형성자는 모두 文으로부터 나온 글자(字)들임에도 불구하고, 형성자의 경우 후대의 많은 학자들은 그 뜻을 외면한 채 한쪽이 음(音)이고 다른 한쪽은 뜻인 훈(訓)을 나타낸다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音을 취한 글자 또한 뜻이 비슷한 것을 취했으므로 정확히는 會意形聲字(회의형성자)로 파악해야 한다.
그 외 전주(轉注)문자와 가차(假借)문자 등은 모두 문(文)과 자(字)를 적절히 재활용하여 쓰는 글자들을 분류한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뜻글자의 意義(의의)는 六書법칙의 裏面(이면)을 보아야
六書법칙은 허신이 살던 후한시대보다도 훨씬 오래전인 1천여 년 전인 주나라 때에 세워진 개념이므로, 실제로 黃帝(황제)때 倉頡(창힐)이 본격적으로 뜻글자를 만들 때부터 적용된 원리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뜻글자인 한자가 여러 뜻으로 두루 활용되는 意義(의의)는 易의 원리에 근거하여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창힐이 말하는 製字 원리에서 ‘새와 짐승의 발자국 무늬’라고 하는 것은 결국 주역의 괘상인 양부호(−)와 음부호()를 비유한 뜻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리글자와 달리 글자 자체에 그 뜻을 담은 뜻글자인 한자는 易의 이치를 알아야 그 속에 담긴 농경문화의 철학과 문화의 이치를 알고 그 뜻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문의 기원 및 구성과 관련하여 허신의 설문 뿐만 아니라 이후의 한문 고증학자들이 간과한 사실은 한자라는 문자가 창제되기 이전에 몇 천 년 간을 사용한 음양 부호와 8괘, 64괘가 한자 창제과정에 반영된 문제이다. 인류는 의사소통과 기록과 전승을 위해 그림이나 부호(기호)를 발명해 쓰기 시작했고, 이후 그림과 부호는 문자로 진화 발전하였다.
문자로 진화 발전한 그림과 부호 중에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부호와 그림이 周易의 陰陽 부호와 卦(괘)이다. 卦는 앞서 제4강에서도 보았지만 음양오행의 원리가 담긴 하도낙서(河圖洛書)를 근거로 만들어졌으며 이에 따라 괘에는 하도낙서의 상(象)과 수(數)와 이(理, 이치)가 담겨 있다. 간략히 줄여 象數理(상수리)가 일컫는데,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상(象)과 수(數)와 이(理)를 담아낸 괘(卦)로써 만물과 그 현상을 나타냈다는 뜻이다.
공자는 周易 계사하전 2장에서 이를 명확하게 밝혔다. 허신이 설문해자 서문에서도 밝힌 내용이나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옛적에 포희씨가 왕천하할 적에 우러러서는 하늘에서 상을 보고, 구부려서는 땅에서 법을 보며, 새와 짐승의 무늬와 더불어 땅의 마땅함을 보며, 가까이로는 저 몸에서 취하고 멀리로는 저 물건에서 취하여 이에 비로소 팔괘를 지어서 서 신명의 덕을 통하며, 써 만물의 정을 나누었느니라.(古者包犧氏之王天下也에 仰則觀象於天하고 俯則觀法於地하며 觀鳥獸之文과 與地之宜하고 近取諸身하고 遠取諸物하여 於是에 始作八卦하여 以通神明之德하며 以類萬物之情하니라) ”
천문을 보고, 지리를 보고, 새와 짐승이 날고 뛰는 모습을 보고, 땅에 존재하는 자연의 마땅함을 보고, 내 몸에서 취하고, 사물에서 취하여 즉 천지만물의 형상과 이치를 보고 팔괘(☰ ☱ ☲ ☳ ☴ ☵ ☶ ☷)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즉 괘(卦)를 보고는 ‘이 사물이 무엇이구나!’ ‘저 현상에는 무슨 이치가 담겨 있구나!’를 알게 한 것이다. 팔괘는 사상(四象 : )에서, 사상은 음양( −)에서, 음양은 태극()에서 나왔다. 64괘는 팔괘에서 나왔다. 하나가 분화되어 둘이 되는 과정을 一生二法(일생이법)이라고 하는데, 옛 성인은 만물이 이와 같이 분화하며 낳고 낳는 과정을 보고 괘를 그렸으며, 공자는 이와 같이 生生하는 것이 易의 이치임을 깨다고, 生生之謂易(생생지위역 : 낳고 낳는 것을 일러 역이라 한다. - 계사상전 제5장)이라 정의하였다.
이러한 이치에 근거하여 뜻글자인 한자가 나오기 전에 괘로 정리하였고, 이것이 글자에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아래의 八卦對比表(팔괘대비표)와 견주어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분 류 | 의 미 | 관련 한자 | |
①仰則觀象於天 (앙즉관상어천) | 天 | 천문 : 일월성신, 춘하추동 등의 하늘의 운행변화 | 一 十 日 月 文 夕 雨 辰 玄 風 … |
②俯則觀法於地 (부즉관법어지) | 地 | 지리 : 만물의 생장수장 법칙, 오행의 이치 | 二 五 八 生 長 水 火 木 金 土 … |
③觀鳥獸之文 (관조수지문) | 人・萬物
| 동물의 성정과 외형을 살펴 정리 | 卜 爪 牛 羊 豕 虫 馬 鳥 龜 龍 … |
④地之宜 (지지의) | 땅의 마땅함으로 높고 낮음과 습지와 웅덩이 등 | 山 川 丘 邑 里 阜 井 溪 江 海 … | |
⑤近取諸身 (근취저신) | 소우주인 사람의 신체 | 身 耳 目 口 鼻 心 手 足 首 齒 … | |
⑥遠取諸物 (원취저물) | 사물(事物) | 方 門 刀 矢 戶 巾 舟 鼓 鼎 戈 … |
주역의 괘는 문자 창제 이전에 인류사회의 문화와 문명을 이루고 있던 천문과 지리, 수렵과 농경, 교역, 의식주를 위한 각종의 도구 발명 등을 표현하고 아울러 기록과 전승을 하던 매체요 수단이었다.
卦象 | 괘명 | 천지 자연 | 괘덕 (德) | 鳥獸之文 (동물) | 近取諸身 (신체/가족) | 遠取諸物 사물(事物) | 방위 |
☰ | 乾(건) | 하늘 天 | 健(건) 굳건함 | 말(馬) | 머리/아버지 | 金, 玉, 木果… | 서북 |
☱ | 兌(태) | 연못 澤 | 說(열) 기쁨 | 양(羊) | 입 / 소녀 | 범, 무당… | 서 |
☲ | 離(리) | 불 火 | 麗(리) 걸림 | 꿩(雉) | 눈 / 중녀 | 번개,갑옷,창, 군사… | 남 |
☳ | 震(진) | 우레 雷 | 動(동) 움직임 | 용(龍) | 발 / 장남 | 大塗(큰길),竹, 갈대… | 동 |
☴ | 巽(손) | 바람 風 | 入(입) 들어감 | 닭(鷄) | 넓적다리/장녀 | 木, 먹줄… | 동남 |
☵ | 坎(감) | 물 水 | 陷(함) 빠짐 | 돼지(豕) | 귀 / 중남 | 활, 바퀴 … | 북 |
☶ | 艮(간) | 산 山 | 止(지) 그침 | 개(狗) | 손 / 소남 | 작은길,문… | 동북 |
☷ | 坤(곤) | 땅 地 | 順(순) 유순함 | 소(牛) | 배 / 어머니 | 布, 釜(솥),큰수레 … | 서남 |
이에 공자는 주역 계사상전 제12장에서 “글이 말(言)을 다하지 못하며, 말(言)이 뜻을 다하지 못하니, 그렇다면 성인의 뜻을 그 가히 보지 못하랴?(書不盡言하며 言不盡意니 然則聖人之意를 其不可見乎아 )”하시고, 다시 “성인이 상을 세워서 써 뜻을 다하며, 괘를 베풀어서 써 참과 거짓을 다하며, 말(辭)을 매달아서 써 그 말(言)을 다하며, 변함에 통하여서 써 이로움을 다하며, 두드리고 춤을 추어서 써 신을 다하느니라.(聖人이 立象하여 以盡意하며 設卦하여 以盡情僞하며 繫辭焉하여 以盡其言하며 變而通之하여 以盡利하며 鼓之舞之하여 以盡神하니라)”고 하여 한자의 기원이 괘(卦)와 매우 밀접함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자가 주역의 괘(卦)를 근거로 음양오행의 원리에 의한 象과 數와 理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이는 한자가 소리글자가 아니라 뜻글자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글자의 사례를 통해서 본 음양오행의 이치
① 한자에는 왜 동그라미(日: 해 일)를 쓰지 않았는가?
주역의 ‘體不用(체불용, 체는 쓰지 않는다.)’의 법칙이자 ‘皇極不語數(황극불어수, 임금 자리는 셈하여 말하지 않는다.)의 원칙이다. 체(體)는 근원이자 몸에 꽉 붙어 떼래야 뗄 수 없는 철학적 용어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늘이 없으면 만물이 존재할 수가 없다. 만물의 始原(시원)이 되는 하늘의 경우 상징형상이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운행의 모습을 보고 둥근 모양(天圓, 천원)으로 나타냈고, 땅은 가만히 있으면서 하늘의 기운을 바르게 받아들인다고 파악하고 네모(地方, 지방)로 표현한 것이 天圓地方(천원지방)의 철학이다. 이를 사람이 닮으면 圓滿(원만)하고 方正(방정)함이 된다. 天圓地方은 괘상이 있기 전에 인류가 바라본 천지자연의 모습이고, 괘상(卦象)을 만들고부터는 하늘을 만물을 다 덮는다는 의미에서 양부호이지 하나의 숫자인 一로 표현하였다. 반면에 땅은 하늘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보아 벌려진 로 나타냈다.
이 괘상(卦象)을 수(數)로 표현하면 天一과 地二가 된다. 이 수를 기하학의 天圓地方과 연결하여 지름을 一로 하면 天圓은 參(삼)이 되고 地方은 四가 되어 參天兩地(說卦傳 제1장)의 이치가 나온다. 하늘 셋 한다고 하며 ‘석 삼(三)’자를 쓰지 않고 ‘참여할 참(參)’의 삼(參)을 쓰는 것은 하늘은 땅과 만물에 두루 참여하여 三才를 이룬다는 뜻이다. 하늘을 대표하는 수 가운데서 一을 쓰지 않고 三인 參을 쓰는 것은 수학의 솟수(素數) 개념과도 같다. 이런 원리가 있기 때문에 체가 되는 하늘인 ○을 뜻글자로 들이지 않고 三才 속에서 구현되는 글자로 쓰게 된 배경임을 추론할 수 있다.
또한 하늘의 음양의 기운 없이는 아무 것도 살 수 없기에 가장 근본이 되는 체를 드러내 표현하기가 어렵고, 그 기운은 보이지 않기에 보이는 물체의 형태를 빌어 표시한다. 그러므로 하늘의 음양의 기운이 땅에 들어가야 비로소 만물을 시생하기에 해를 나타낼 때 地方의 口에 양(陽)부호이자 으뜸과 하나, 모두라는 뜻을 담은 一을 넣어 “날 일(日)”로 나타냈다. 허신이 이를 “太陽之精(태양지정, 태양의 정화)”이라고 표현한 내용이다.
반면에 달은 이지러졌다가 다시 차오르기에 이제 막 새로 시작하는 초생달 모양에 음부호()를 아래 위로 겹쳐 “달 월(月)”이라고 썼고, 허신은 이를 “太陰之精(태음지정, 태음의 정화)”이라고 하였다.
② ‘하나’라는 숫자인 ‘一’이 왜 가로 모양이며 陽(양 : 一)의 의미인가? 또한 月(달 월)의 안에 있는 ‘二’가 왜 陰(음 : )을 뜻하는가?
양은 곧 하늘로, 땅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하늘은 머리 위를 덮고 있는 형상이기에 ㅡ로 표현했다. 그래서 하늘을 ‘天蓋(천개)’ 곧 하늘 뚜껑, 하늘 지붕이라고도 한다. 또한 땅 위에 있는 사람이 보기에 하늘은 끝없이 이어진 모습이며, 전체를 아우르는 형상이다. 또한 세상 만물 중에 가장 으뜸(一)이며, 가장 먼저 나온 존재라고 보았다. 이러한 모든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陽부호(ㅡ)이고 숫자인 一(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 (음)’은 땅으로 상징되어 하늘의 다음이란 뜻(겹쳐 쓴 모양은 二)과 함께 하늘이 베풀어준 것을 받아들이는 형상으로 표현하였다. 즉 땅(음 : 陰)이라는 존재는 하늘 기운(陽)을 받아들여 만물을 싹 틔우기에, 땅이라는 글자를 음을 뜻하는 ‘二()’에다 싹이 터 나옴을 뜻하는 丨(뚫을 곤)을 합한 土로 나타내었다. 이렇듯 日 . 月 . 一 . 二 . 土 등은 주역의 음양 이치가 대표적으로 반영된 글자이다.
③ ‘明’이란 글자에서 양(陽)을 뜻하는 日은 왼쪽(左)에 위치하고, 음(陰)을 뜻하는 月은 왜 오른쪽(右)에 위치하는가?
앞 강의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주역의 ‘좌양우음’과 ‘음양교합’의 법칙이다. ‘日(해 일)’과 ‘月(달 월)’이 합해서 생긴 明(밝을 명)은 양과 음의 교합이며 좌양우음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늘 건(乾)’의 경우 왼쪽의 글자는 오늘 해(日)를 기준으로 어제는 가고(위의 十) 내일이 온다(아래의 十)는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고, 오른쪽 아래의 乙은 땅을 위의 人은 그 위에서 자라는 만물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左陽의 하늘이 만물을 주재한다는 뜻이다. ‘아침 조(朝)’의 글자 또한 이러한 좌양우음 법칙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이다.
④ 음양인 천지부모에 의해 자연만물이 생겨났듯이 한자도 글자가 글자를 낳는 음양의 이치가 반영되었다.
文과 짝이 되는 字는 ‘宀(집 면)’ 아래에 ‘子(아들 자)’가 들어간 글자로, 文이라는 큰 집안에서(宀) ‘乀’(파일 불)과 ‘丿’(삐칠 별)이 사귀어서(乂) 생겨난 자식(子)들을 말한다. 즉 문(文)에 속하는 상형문과 지사문이 교합하되 ‘음양교합’의 법칙에 의해 자(字)에 속하는 형성자와 회의자가 생겨난 것이다. 음양교합의 원리가 그대로 글자에 적용된 것이다.
⑤ 상형문(象形文)은 무조건 모양을 본뜬 것일까? 형성자(形聲字)라고 해서 한쪽은 음을, 다른 쪽은 뜻만을 나타내는가?
그렇지 않다. 한자창제 과정에 주역의 괘(卦)가 내포하고 있는 象과 數와 음양오행 理致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단풍 풍(楓)’자를 예로 들어보면, 단풍나무에 風을 넣은 것은 단풍나무의 잎 갈래가 다섯 개임을 말한다. 주역의 巽괘(☴)에 해당하는 五巽風(오손풍)이 선천팔괘도의 순서에서 다섯 번째인 점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형성자라 하더라도 한쪽이 단순히 음(音)만이 아니라, 사물의 특성까지 나타내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형성자는 앞서도 설명했지만 會意形聲字(회의형성자)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또한 상형문 역시 단순히 모양(象)만을 본뜬 것이 아니라 수(數)와 음양오행의 이치(理致)를 담고 있기에 象形會意文(상형회의문)이라 보아야 한다.
⑤ 象과 數와 理로 구성된 ‘士’ 와 ‘干’
日과 月에는 數와 象의 개념이 들어 있으며 明 , 人 , 入 ,爻 등의 글자는 좌양우음의 음양이치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그리고 士 , 干은 하도(河圖)의 1과 10의 수(數)를 담고 있는데 잠깐 일변해보자.
‘士’와 같이 一과 十을 합친 글자로는 ‘干(간)’을 들 수 있다. 하늘의 운행 변화는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열 천간(天干)에 의한다. 태극도로 살폈을 때 一은 해가 뜨고 지는 東西를, 丨(뚫을 곤)은 하늘의 기운이 땅으로 들어오는 남북의 표상이다. 그러므로 十은 하루해의 운행, 혹은 일 년의 운행을 뜻한다. 乾과 朝에 그 뜻이 잘 나타난다. 이러한 해의 운행으로 만물이 열리기에 우리말로 ‘열 십’이라고 하는데, ‘열다, 열매’ 등의 말도 여기에서 유래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땅의 생장수장(生長收藏) 법도는 1년이라는 해의 운행이 十으로 펼쳐지는 동안 陰인 달은 열두 번을 차고지고 하기 때문에 十二로 표현하고 그 하늘의 기운에 따라 만물이 생하고 潛藏(잠장)하는 이치를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글자에 담고 이를 열두 지지(地支)로 표현하였다. 만물을 덮는 하늘(一)이 열(十)로 펼쳐지는 동안 그 가운의 열(十) 기운을 받아 땅에서 만물이 형성되고 그 형제를 만질 수 있기에 잡는다는 뜻을 가진 ‘또 우(又)’를 넣어 支라고 나타냈다. 十干과 十二支인 干支(간지)법의 원리이다.
이를 나무에 비유하면 하늘은 주장하는 줄기이고, 땅은 지탱하는 가지에 해당하므로, 줄기를 뜻하는 幹(줄기 간)에 干(천간 간, 방패 간)이 들어있고 가지를 뜻하는 枝(가지 지)에는 支(지지 지, 지탱할 지)가 들어 있다.
한편 易의 이치로 볼 때 一은 만물의 근원인 태극을 대표하는 수이고, 十은 완성을 뜻하는 數이다. 一이 始(비로소 시)를 상징한다면 十은 終(마칠 종)을 상징한다. 이에 一과 十이 합쳐진 干에는 ① 태극이 무극이고 무극이 태극인 하늘의 이치와 ② 一로부터 시작하여 시방(十方)의 모든 조화를 이루는 주체가 하늘이며, ③ 終則有始(종즉유시)하여 하늘이 끝없이 순환반복하며 운행한다는 등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干을 뒤집은 형태인 ‘士’는 하나부터 차곡차곡 밟아 열까지를 다하고 다시 하나로 一以貫之(일이관지)하는 선비의 뜻을 담은 것이다. 곧 선비란 천지자연의 법도 본받아 인륜의 법도를 공경히 실천해 나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⑤ 그 많은 한자를 언제 다 공부할 수 있을까?
뜻글자인 한자의 또 다른 특성은 최초의 창제 이후에 끊임없이 새롭게 글자가 만들어져 왔다는 점이다. 한글의 자모음이나 영어의 알파벳처럼 한자를 ‘몇 글자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다. 한자가 허신의 설문해자에는 총 9천3백53자였지만, 2008년에 나온 康熙字典(강희자전)에는 총 5만7557자, 1994년에 나온 中華字解(중화자해)에는 총 8만5천여 자가 실려 있다. 그러므로 평생을 배워도 다 알 수 없다는 것이 한자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한자의 창제와 확대에 일정한 법칙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周易의 음양오행 이치이다. 周易의 괘에 담겨 있는 ‘象’과 ‘數’ ‘理致’를 토대로 한자가 창제되기도 했지만 아울러 한자가 한자를 낳는 방식으로 글자가 확대되어졌다는 뜻이다. 이에 뜻글자인 한자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가 창제되기 이전에 괘(卦)로써 만물의 形象을 나타낸 周易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象과 數와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긴 周易을 제대로 읽을 줄 몰랐기에 한자를 공부하면서도 눈 뜬 장님이나 다름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문자가 단지 모양만을 뜻한다는 전제하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자의적이고도 무지한 해석이 난무해왔다. 周易의 전체 내용은 알지 못하더라도 공자가 해설한 내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천자문을 易解(역해, 주역으로 풀이함)한 이유이기도 하다. 천자문역해는 천자문 전체의 맥락을 읽고 낱글자의 정확한 뜻을 풀이하는데 易의 이치를 몰랐다면 절대 불가한 일이었을 것이고, 易의 이치를 모른 채 혹여 해설서를 냈다고 하면 수많은 해설서들과 도토리 키 재기에 불과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음양태극도(陰陽太極圖)를 국기로 쓰는 나라인 만큼 교양인이라면 주역에 대한 일정정도의 이해를 갖추고 이를 두루 활용해야 할 것이다.
⑥ “吾道(오도)는 一以貫之(일이관지)라”
(* 아래 내용은 『주역대관』에 정리한 내용을 발췌 인용한 것이다.)
一以貫之는 공자의 말씀으로 『논어』에서 두 번 나온다. 曾子(증자)와의 대화와 子貢(자공)과의 문답이다.
里仁(이인)편 제15장에서는 증자와의 대화로, 공자가 골똘히 연구하는 증자의 모습을 보고, “삼아, 우리의 도는 하나로써 꿰니라(參乎아 吾道는 一以貫之니라)”고 하신 말씀이다. 증자가 이에 크게 깨닫고 “예!(唯)”라고 간결하게 대답하였다. 옆에서 공부하던 문인들은 그 말을 깨닫지 못하고 선생님이 나가신 뒤에 무슨 뜻인지를 물었다. 이에 증자는 “부자의 도는 충서일 뿐이니라(夫子之道는 忠恕而已矣니라)”고 답한다.
衛靈公(위령공)편 제2장에서는 子貢(자공)과의 문답으로, 공자가 먼저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기록한다고 보는가?(女 以予로 爲多學而識之者與아)”라고 물었다. 아마도 공자가 易을 찬술하는 모습을 보고 물었던 것 같다. “자공이 그렇지 아니한가요?”라고 대답하자 “아니라. 나는 하나로써 꿰었느니라.(非也라 予는 一以貫之니라)”고 한 대목이다.
앞서도 거듭 설명했지만 一은 그 자체로는 하나라는 뜻이지만 易의 이치로는 ‘처음으로 시작하는 하늘’이자 만물을 덮는 끝없는 하늘이며,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모습이다. 그 해가 뜨고 지면서(一) 음양의 기운을 땅에 베풀어주니(丨), 이를 하나로 합하면 다 열린다는 ‘十’이다. 이 十자 모양이 하나로 꿴다는 뜻이다. 곧 ‘一貫되다’는 ‘一以貫之’는 천지자연의 이치에 따라 인륜의 법도를 세웠다는 뜻이다. 곧 공자가 말씀하신 一以貫之는 天道를 나타낸 주역 속에 우리의 도가 다 꿰어져 있으니 이를 공부하여 君子의 도를 세우라는 뜻이다. 아래 그림인 陰陽方位圖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역에서 하늘은 일월성신이 쉬임없이 돌아가기에 둥글다는 圓(○)으로 형상하였고, 무한한 가운데 만물을 낳는 은미한 씨앗의 역할을 하기에 點(•)으로도 나타내며, 만물을 다 덮는 天蓋(천개, 하늘 지붕)이자 무한한 의미를 나타낼 때는 일(一)자로 표현한다.
宇宙萬物(우주만물)의 終始(종시)가 하늘, 즉 一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에 주역에서 一은 無極(무극)이고 太極(태극)이며 有極(유극)의 개념을 담아 설명한다. 一로 시작하여 두루 펼쳐져 十을 이루는 이치이다. 『天符經(천부경)』의 “一始无始一(일시무시일), 一終无終一(일종무종일)”의 뜻과 통한다. 天의 글자가 一과 大로 이루어진 것은 이 같은 의미를 반영한다. 공자는 주역에서 이를 “크도다! 건의 으뜸이여! 만물이 힘입어 비롯하나니라(大哉라 乾元이여 萬物이 資始하나니라)”고 표현한 것이나 천부경에서 ‘一妙衍萬往萬來(일묘연만왕만래 : 하나가 신묘하게 펼쳐져 만 갈래로 가고 만 갈래로 오니)’라고 표현한 내용은 相通(상통)한다.
도덕경에서도 주역의 太極 사상을 一로 표현하고 있다. “하늘이 一을 얻음으로써 맑게 되고(天得一以淸), 땅이 一을 얻음으로써 편안하게 되고(地得一以寧), 神이 一을 얻음으로써 신령하게 되고(神得一以靈), 골짜기가 一을 얻음으로써 채워지고(谷得一以盈), 만물이 一을 얻음으로써 생겨나고(萬物得一以生), 왕이 一을 얻음으로써 천하를 바로 한다(侯王得一以爲天下正)”는 것도 一以貫之의 뜻이다.
許愼의 『설문해자』에서 ‘선비 사(士)’를 해석해놓은 내용에 一以貫之의 뜻이 잘 나타나있다. “士는 섬김이라. 수는 一에서 시작하여 十으로 마치니 一과 十으로 이뤄짐이라. 공자는 ‘열을 미루어 하나로 합함이 士가 된다.’고하니라.(士는 事也라 數始於一하고 終於十하니 从一从十이라 孔子曰推十合一爲士라)”고 했다.
『설문해자注』에서는 이를 보충하여 “수는 一에서 시작하여 十으로 마치니 事・士・仕 세 글자는 『광운』에 의거하면 이는 회의라고 설명함이라. ‘孔子曰推十合一爲士’는 『운회』와 『옥편』에서 다 ‘推一合十(하나를 미루어 십에 합한다)’고 했으나 서현본과 『광운』에서는 다 ‘推十合一’로 지었으니, 서현본이 가장 나은 듯하다. 수는 一에서 시작하여 十으로 마치고 배우는 자는 넓음으로 말미암아 간략함으로 돌아오므로 ‘推十合一’이라고 함이라. 널리 배우고 살펴 묻고 삼가 생각하고 밝게 분별하고 돈독히 행함(『중용』 제20장)은 이로써 그 지극함을 구하는 것이고, 一以貫之(『논어』 이인편 제15장)와 같은 것은 곧 성인의 극치이라.(數始於一하고 終於十하니 从一十이라 三字는 依廣韻컨대 此說會意也라 孔子曰推十合一爲士는 韻會와 玉篇에 皆作推一合十이라한대 鉉本及廣韻은 皆作推十合一하니 似鉉本爲長이라 數始一終十하고 學者由博返約이라 故로 云推十合一이라 博學, 審問, 愼思, 明辨, 篤行은 惟以求其至是也요 若一以貫之는 則聖人之極致矣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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