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南漢山 남한산
丁巳 一九一七年 四十五歲 秋 정사 1917년 45세 가을
從培材遠足會 배재학교 단체소풍을 따라가서 1)
虹月纖纖鳴水雷
가녀린 초승달 곱고 물소리 울려 퍼지는데
滿城秋氣轉生哀
산성 가득한 가을기운 생물을 슬프게 하네.
精靈彷彿前王庙
신령하기는 지난날의 임금사당과 흡사한데
雲鳥徘徊古將臺
높이 나는 새는 옛날 수어장대를 배회하네. 2)
蜀險山中穿弊屐
촉의 험한 산중에서는 신발이 다 낡아지고 3)
楚囚亭上江深盃
곤경의 사람 정자에서 큰 잔으로 마셨겠지. 4)
江聲似訴無窮恨
강물소리는 끝없는 원한이라도 호소하는지
寒雨連空査未開
찬비는 하늘 닿아도 사실은 공개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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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족회(遠足會): 과거에 도보로 멀리 가는 소풍 모임을 일컫던 말.
2) 고장대, (古將臺): 장대(將臺)는 수어장대(守禦將臺)를 말하니 인조(仁祖/ 1623-1649 재위) 임금이 병자호란 때 거기서 군대를 지휘했던 곳이다. 고장대란 ‘옛날의 수어장대’라는 말이다.
3) 촉험산중천폐극(蜀險山中穿弊屐): 촉(蜀)은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지역으로 옛날의 촉의 산세가 하도 험준하다고 소문이 나서 그러한 험한 산중이라는 말로 촉험산중(蜀險山中)이라 했고, 천폐극(穿弊屐)의 나막신 극(屐)자는 본래 나무로 만든 옛날의 신발이고 신 구(屨)자는 짚이나 삼과 같은 재료로 만든 신발이었는데 지금은 대개 그 둘 다 신발로 통한다. 그래서 천극(穿屐)이나 천구(穿屨)라고 하면 신발을 신는다는 뜻이므로 여기 ‘천폐극’은 헤어진 신발을 신게 된다는 말이 된다.
4) 초수(楚囚), 강심배(江深盃): 초수(楚囚)는 곤경에 처한 사람(a person in predicament)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궁박한 사람을 비유하는데, 본래 582 BC에 진(晉)나라에 포로로 잡혀간 초(楚)나라 사람 종의(鍾儀)로 인한 유래로 그렇게 표현된다. 강심배(江深盃)는 강만큼이나 깊은 술잔이란 표현으로 술을 많이 마신다는 비유로 한 말이다. 시인은 남한산성에 왔다가 병자호란에 치욕의 고배를 마셔야했던 인조(仁祖) 임금을 생각하면 당시의 암울한 일제강점을 마음 아파하는 감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