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박자박 걸어요>(소설가 김홍신 지음, 해냄 펴냄) 중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리플리 증후군에 관해 연구한 영국 노팅엄 대학 시몬 게히터 교수와 미국 예일 대학의 조너선 슐츠 교수팀은 “부패와 사기가 구조화된 나라에 사는 사람일수록 거짓말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읽으며 가슴이 ‘찌릿’ 아팠다. 불교의 화작(化作)을 떠올렸다. 화작은 수행에서 최고의 단계로 인연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나 자신이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것, 세상의 모든 문제를 나 자신에게서 발견하는 것이 행복의 길이다. 푼푼한 “앙드레 지드라는 프랑스 작가도 사람이 아름답게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거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거리와 상관없이 마음을 나누면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이름과 얼굴을 떠올리며 기도해 주는 사람이 곧 내 마음의 식구라는 것을 알았다. 마음의 식구가 많을수록 잘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기도해 주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 내가 행복해지는 최상의 방법이니까.”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남모르게 지켜낸 작은 약속이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선물이 된다. 사람 때문에 내가 아팠던 것만 떠올렸지 나 때문에 상대가 아팠을 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인생이란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이니 으레 그러려니 했는데, 스승의 가르침대로 참회 기도를 하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나 때문에 가슴 아픈 사람이 누구든, 기억할 수 없거나 떠오르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것까지도 참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
“내 마음 고쳐야 할 때 딴청 부리지 말자. 모든 얼굴은 마음에서 나온다.”
“초청을 받아 시민대표로 보신각종을 타종하게 되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어린 손자에게 할아버지의 타종 모습을 보여주려고 함께 참석했다. 제 아비의 목마를 탄 손자 녀석이 한복 입은 할아버지가 타종할 때마다 긴장하는 눈빛으로 지켜봤다. 이튿날 손자가 놀러 왔기에 할아버지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종 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 세상은 내가 보여준 대로 판단하는 것이지 내가 원하는 대로 알아주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