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크 베송의 레옹은 단순히 액션과 스릴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외로움, 상실,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낸다. 레옹(장 르노)과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의 관계는 단순히 보호자와 보호받는 자의 관계를 넘어, 두 상처받은 영혼이 서로에게 위로와 새로운 의미를 찾는 과정을 담고 있다.
레옹은 냉혹한 킬러이지만, 그의 내면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다. 그는 화분에 집착하며 그것을 유일한 친구로 여긴다. 화분은 그 자신처럼 뿌리내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의 삶을 상징한다. 반면, 마틸다는 어린 나이에 가족의 비극을 겪으며 조숙해진 인물이다. 그녀는 복수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레옹을 만나 진정한 사랑과 유대감을 경험한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두 주인공의 관계가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지닌다는 것이다. 마틸다는 때로는 레옹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어른처럼 행동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보호받아야 할 어린아이로 남아 있다. 이 복합적인 관계는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함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악역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만)는 영화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그의 광기 어린 연기는 현실적이면서도 과장된 면모를 지니고 있어, 단순한 악역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약물에 취한 채로 행동하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안겨준다.
시각적으로 레옹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고독함과 복잡함을 세련된 촬영 기법으로 담아낸다. 조명과 음영의 활용, 그리고 클로즈업 장면들은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한다. 또한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흐르는 엔딩은 영화의 여운을 완벽히 마무리하며 관객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결국 레옹은 폭력과 사랑, 순수와 복수라는 상반된 요소들을 통해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이는 단순히 킬러와 소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고독과 연결의 욕구를 반영하는 보편적인 이야기다.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감동과 철학적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