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그 놀라운 두려움] 이력서를 쓰는 스트레스
전창수 지음
나는 일자리 구하기에 실패한 사람이기에 이력서를 어떻게 해야 잘 쓰는 것인지, 채용담당자들이 어떤 이력서에 끌리게 되는 건지 잘은 모른다. 다만, 구직하는 직종에 맞춰서, 직업에 맞춰서 이력서를 쓰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만 안다.
하지만, 이력서를 쓰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는 안다. 천편일률적인 이력서를 쓰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그래서, 이력서를 쓸 때는, 지원하는 곳마다 다른 이력서를 써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신이 지원한 곳이 어딘지를 또 알아야 한다는 것도 스트레스다. 그래서, 되도록, 어릴 때부터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세우는 것이 좋고, 그래서 이력서를 쓸 때도 자신이 가고자 하는 회사에 따라 다르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나는 쌓아온 경력이 없다. 비록, 이것저것 안 해 본 일은 없지만, 그렇기에 정상적으로 한 군데서 꾸준히 쌓아올린 경력이 없고, 직업으로 할 만한 기술도 없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갈 곳이 없다. 외국은 어떤지 모르지만, 한국은 이렇게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나마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공공일자리가 하나의 희망이다. 그걸로 겨우겨우 살아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아무튼, 이력서를 쓰는 건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나는 이 이력서를 받는 스트레스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이젠 50세가 넘어서, 이력서가 아무 소용없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내가 살아가야 할 지점은 공공일자리로 근근히 버티면서 살아가야 하는 삶이다. 그래도 글을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좋다. 그 좋음이 계속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