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딱지를 후비며
나에게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나는 자주 코딱지를 후빈다 나에 대한 고백을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부끄러움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는 일상이 그렇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코 속을 스며드는 바람에 콧물이 흘러내릴 때 콧물은 가끔 공중도덕을 무시하며 길바닥에 주저앉는다 그러나 미끄러지지도 않는 일상에 침을 뱉든 콧물을 내려앉히든 도덕은 도덕이고 길은 길이다
코딱지만한 한국에서 코딱지를 후비는 일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가끔, 아주 가끔, 사람들은 이상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버릇은 어쩔 수가 없어서 나는 그것을 이해 못하기는 하지만 내가 하는 행위는 시원하기만 하다 코가 뚫렸기 때문이 아니라 코딱지가 없어서 시원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상한 것은 우선은 파내고 볼 일이다 우선은 없애고 볼 일이다 코딱지를 후빈다는 더러운 행위는 코딱지를 씻겨낸다라는 깨끗한 행위로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구호시위를 걸어놓고 무정부주의 연합을 결성이라도 해보겠다는 의지도 비추어 본다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코딱지를 후비는 행위는 나에게는 아주 좋은 버릇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주 멋진 놈이고, 멋진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콧물이 흘러내려 입 안에 착 달라붙는 달착지근한, 엿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