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 동결에 관하여
동파의 계절이 왔습니다.
한 다리 건너 동파로 난리를 쳤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데요,
살짝 남 얘기 같지만 당해 보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닙니다.
그래서 동파 얘길 좀 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배관이 얼면 왜 터지는 걸까요?
요 며칠 전처럼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이 지속 되면 배관 속 물이 얼 수 있습니다.
상수도가 얼면 물이 안 나오고(무엇보다도 변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건 끔찍한 일이죠),
하수도가 얼면 어딘가에서 버린 하수가 넘쳐나겠죠.
여기까지가 ‘동(凍)’입니다.
근데 이런 불편함은 다음에 닥칠 일에 비하면 장난에 가깝습니다.
이름하야 ‘파(破)’
배관이 터진다는 말이죠.
대형 사고입니다.
아래 층 천장에 물이 떨어지고, 계단엔 계곡물처럼 물이 흐르게 됩니다.
불행은 싱글로 오지 않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가 싶습니다.
도대체 왜 터지는 걸까요?
‘빙산의 일각’이란 말을 생각해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 밖으로 보이는 부분의 9배(정확히는 9.2배)가 물 속에 잠겨 있어 나온 말이죠.
이 말은 얼음이 물보다 가볍다는 말이고, 같은 무게의 물이 얼면 부피가 8% 커진다는 얘기입니다.
그 커지는 힘이 배관을 깰 정도로 셉니다.
설상가상으로 배관은 소재와 무관하게 온도가 떨어지면 늘어나는 성질도 약해지죠.
액체 질소에 담근 고무 풍선이 유리처럼 깨지는 거 보신 적 있나요?
‘파’가 되기 전에 ‘동’을 해결 해야겠죠.
동결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
상수도의 경우
부담 없이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방법은 물 틀어 놓기겠죠.
냉수(직수) or 온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수 있는 장소에 배관이 노출돼 있다면 이곳에서 동결이 시작됩니다.
노출된 배관이 냉수면 냉수만, 온수면 온수만, 둘 다이면 수전을 중간에 놓고 틀어 놓으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온수란 보일러에서 나온 따뜻한 물이 지나는 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온수를 공급하기 위해 보일러로 들어가는 직수 관을 말합니다.
보일러가 외부에 있을 때 해당되는 얘기겠죠.
어느 정도로 틀어야 하는 지는 그때그때마다 다른 케바케.
흘려 버리는 물이 아까운 데 활용 방법이 고민됩니다.
다음은 배관 보온재를 감는 겁니다.
위에서 말한 노출된 배관이 소재(스텐주름관, 강관, PB관 등)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인다면
그 부분에 파이프 보온재를 씌우고 테이핑을 하는 겁니다.
동네 철물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수도 계량기함엔 버리는 옷가지를 쑤셔 넣기도 하죠.
계량기 커버는 비닐로 씌운 후 테이프로 붙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했는데도 불안하다 싶으면
노출된 배관에 동파방지용 열선을 설치하는 겁니다.
배관 외부를 감싸는 방법이 있고, 내부에 삽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외부용은 유투브 참고 하면 누구나 직접할 수 있는데 내부용은 좀 복잡합니다.
소비전력은 m당 10w 정도로 부답없습니다.
조금 답이 없는 게 외부에 설치된 수도꼭지(단독 주택의 마당이나 옥상)의 경우입니다.
배관 속에 물을 제거하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시공 당시 부동전이나 배수 드레인을 설치해야 합니다.
부동전은 수평인 바닥에서 올라 온 수도꼭지에 설치하는 건데,
부동전의 메일 벨브가 땅 속 밑에 있어 그 벨브를 잠그면
나머지 노출된 부분에 물이 차 있지 않게 하는 원리입니다.
주의 할 점은 메인 벨브를 잠글 때 수도꼭지는 열어 놔야 땅 밑에 있는 퇴수구로 물이 빠진다는 점.
드레인은 벽에 설치된 수도에 설치하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메인 벨브를 잠궜다면 수도꼭지를 틀어 놔야 배관 속에 물을 빼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치가 없어 수도 배관에 물을 빼 낼 수 없다면
보온재로 감싸 놓는 건 거의 효과가 없어 언제가는 얼 수밖에 없습니다.
보온재는 배관에 물이 흐를 때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상수도 동결만큼이나 잦게 발생하는 곳이 노출된 하수관입니다.
주로 아파트 발코니에서 발생하는데 안타깝게도 예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난방 배관(온돌)의 경우는 동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오래 동안 집을 비우게 된다면 보일러 모드를 ‘외출’에 놔야겠죠.
그럼에도 얼어버렸다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밤새 몰아치는 한파에 얼어 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열기를 공급해 주는 겁니다.
가장 흔한 방법이 헤어드라이어.
그리고 히터나 열선을 감아 켜 놓을 수도 있겠죠.
이때 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수도를 틀어 놓고 해야 수압의 도움으로 해빙이 빨리 될 수 있습니다.
드라이어나 히터를 사용할 경우 배관 보온재가 녹아내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다른 방법으로 끓는 물을 붓는 겁니다.
열변형에 의한 배관 파손과 작업 후 사용한 물이 다시 얼어 버리는 부작용 때문에
비추천 방법이지만 시도해 보시겠다면.
그냥 물을 흘리기 보다는 수건으로 감싸 놓고 그 곳에 물을 붓는 겁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끓는 물을 이용하지 말고 점차적으로 온도를 높여 붓는 겁니다.
이제 필요한 건 인내심!
이런 방법들은 동결이 발생한 후 최대한 빨리 시도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날씨가 협조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여유를 부리게 되면 동결부위가 넓어져
더 많은 인내심을 동원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방법으로 해결 되지 않을 때입니다.
전문 업체를 출동시켜야겠죠.
그러나 이 난리 상황은 우리 집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거죠.
통화가 거의 불가능한데 어떻게 해서든 통화가 된다면 그나마 다행.
배관 해빙 기본요금은 30만원 안팎에서 시작합니다.
이것도 여의치 않다면 해빙기를 대여하는 겁니다.
전문 업체 의뢰만큼이나 전화가 폭주하기에 쉽지 않겠죠.
통상 스팀해빙기 대여는 4만원 안팎입니다.
사용시 화상에 주의해야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배관 동결은 놔두면 큰 문제로 확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