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윤상이]

벨라와의 아름다운 사랑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어느 겨울 밤. 한 러시아 청년이 고민에 휩싸였다. 청년은 애인의 친구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자기보다 여덟 살 아래였던 한 여자를. 그녀는 부유한 보석상의 딸이었으며 이제 10대 초반이었다. 훗날 세계적인 화가가 된 이 청년은 자서전에서 사랑에 빠졌던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마치 전부터 나를 지켜보면서 내 가장 깊은 생각들을 읽고 있었던 듯하다. 전에 만난적이 없음에도 나는 그 사람이 내 아내라는 것을 알았다.'

사랑의 열병에 빠져 버린 이 청년은 바로 마르크 샤갈.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은 벨라 로센펠 트(Bella Rosenfeld)라는 소녀였다.

샤갈은 당시 23세. 훗날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에꼴드파리 최고의 화가로 성장하는 샤갈은 러시아 비테프스크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샤갈'은 '큰 사람'이라는 뜻인데 그의 이름은 거상이 되길 바랬던 부모의 염원이 담긴 것. 그러나 급우의 잡지 삽화를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샤갈은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나와 마을

 샤갈은 자라면서 당시 예술가들의 집결지였던 파리를 동경하게 되고 자신도 그 대열에 하루 빨리 동참하고자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된다. 사랑하는 벨라는 그대로 놔둔 채 말이다.

'나는 그대와 함께 아주 행복하다. 그러나 그대는 전통에 관해 들어보았는가? 원앙새에 관해, 귀를 자른 화가에 관해, 입체와 사각형에 관해, 파리에 관해 들어보았는가?'

파리에서 유학시절을 보내고 있던 샤갈은 벨라를 무척이나 그리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누이의 결혼식을 핑계로 그는 벨라와의 멋진 재회를 계획하게 된다. 그가 돌아왔을 때 벨라는 더욱 성숙한 여인으로 자라 있었다. 샤갈의 사랑이 더 깊어진 것은 자명한 일. 그런 사랑의 마음은 벨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시 만난 둘은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을 약속한다. '생일 (1915)' 이라는 그림은 샤갈이 결혼하기전 마지막으로 보냈던 생일날을 묘사한 그림으로 당시의 행복감을 그래도 보여주고 있다.

Birthday 1915

그림속에서 그들은 공중으로 부유하면서 사랑을 하고 있다. 샤갈은 벨라와 자신을 유연한 선으로 묘사했고 바닥은 따뜻한 빨강으로 채워서 당시의 행복했던 심정을 동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행복감은 '생일'을 필두로 여러 작품에서 보여지게 된다.

이후로 그들은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두 차례의 전쟁과 러시아 혁명을 함께 겪으면서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가 된다. 결혼 서약의 한 부분처럼 그들은 '슬플 때나 힘들 때나 서로 아끼고 의지하며' 살아가게 되고 그는 가족들과의 시간들을 화폭에 담아서 행복한 한때를 표현하게 된다.

 

Wedding Candles

Over the Village

 '내일 또 와주겠어?

다른 그림을 그릴거야, 우리가 함께 날아다니는 그림을'

샤갈과 벨라가 영원한 이별을 해야만 했던 때는 2차 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가서였다.

휴양을 하고 있던 벨라가 인후염에 걸렸던 것. 당시는 전쟁통이라 페니실린조차 구하기가 어려웠다. 당시를 회상하던 한 지인은 샤갈이 벨라를 떠나 보낸 뒤 한동안 " 그런데 페니실린 이 없었어. 페니실린이..."하고 읊조렸다고 한다.

The Bride

 벨라의 죽음은 샤갈에게 큰 충격이었다.

 벨라가 죽은 뒤 그의 그림은 눈에 뛸 만큼 어두워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벨라와의 이별 때문에 상심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샤갈은 온갖 그림들을 벽을 향해 돌려놓았다고 한다. 9개월이 지나서야 붓을 잡았을 때 샤갈이 그린 그림은 비테부르크에서 올렸던 그들의 결혼식 회상 장면으로 아마도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Homage to the Past 1944

그 당시 친구 수츠케베르에게 쓴 편지에서 샤갈은 이렇게 밣히고 있다.

 " 그녀는 유대 예술의 뮤즈였다네...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내 그림들도 없었겠지. 그녀에게 웅장한 말을 읊어 주게. 진주처럼, 그녀 아버지의 가게에 있는 진주처럼 소박하고 사실적인 말을..."

이후 그는 '바바'라는 여인을 만나지만 그의 일생에 '뮤즈'는 오직 벨라, 한 여인으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