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를 꿈꾸는 동사
2024. 7월. 라떼 (김애란, 잊기좋은 이름을 읽고)
나는 동사일까, 형용사일까를 생각했다.
가슴은 형용사라 답했고, 머리는 동사라고 답했다.
집으로 귀가한 후 샤워를 하고 침대에 앉은 순간부터 나는 평온한 형용사가 된다.
그러다 누워 잠이 드는 순간에는 어제와 오늘 나의 동사들을 생각하고, 내일 하루동안에 만들어질 동사들을 생각하다 잠이든다.
그러고보면 나는 결국 동사에 가깝다.
꽃 일을 한다거나, 겨울이와 산책을 하고, 맛있는 음식들과 시원한 맥주를 부지런히 혹은 느긋하게 내 입 속으로 옮기는 동작들은 늘 즐겁다.
그러한 동사들은 매일 반복되고 또반복되어져도 즐거운 동사가 된다.
바람 많은 날 공기를 쓰읍 히고 들이킬때면, 바람과 공기를 한꺼번에 마셔서 가득해진 가슴을 펴며 여행이란 명사를 떠올리다가 여행을 동사로 만들고싶어져 안달이 난다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거나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으며 어느 여름 바닷가에서 듣던 파도소리를 기억하는 이 모든 동사들은 로맨틱하다.
또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이 생각났다.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꿈꾸기.
한동안은 근사한 동사들을 떠올리다 잠드는 밤들이 계속될 것 같다.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헤맨다거나, 맴돌다 주저앉는... 동사들도 만나게 되겠지만, 그땐 다시 일어서고 달려가는 동사를 끌어당겨야지.
날아오르는 동사를 만들어야지.
어느 날엔 촌스럽지않고 거짓이 아닌 우아하고 세련된 최상급의 부사로 장식한 형용사가 되어야지.
열심히 달려온 동사인 나는 완벽한 형용사가 되어야지.
잊고 있던 이름들.
부사와 동사와 형용사와 명사와 다시 조우해서 좋았다고, 그냥 참 많이 좋았다고, 지금도 그저 좋다고 얘기하고싶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않는 이름이 되자~
- 욕심쟁이 동사의 횡설수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