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학교를 옮기며 새롭게 만난 5학년 아이들은 말 그대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입니다. 매일 매일 넘쳐나는 에너지를 조절하지 않으면 교실이 금방이라도 폭발해버릴 것 같아 조마조마 합니다. 이 아이들의 에너지를 발산, 조절하면서 올 한해 잘 살아봐야 겠습니다. 쉽지는 않으리라 예상되지만요.
5학년인데도,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한 채 1학년에서 5학년으로 훌쩍 커버린 탓에 2,3,4학년 때 배워야할 것들이 습관이 되지 않아 기본적인 것부터 가르쳐야합니다. 경청하는 자세, 말하는 방법 등등등.
새로운 습관을 정착시키기 위해 좀 더 세밀하게 살피고 알려주고 연습해봐야 하지만, 발표하는 것을 좋아해 토론 수업은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론이 처음이라는 아이들이 많네요.
요새 읽어주고 있는 책 '내 이름은 개'로 토론의 입트기를 시작합니다.
'내 이름은 개'란 책은 호기심이 많은 토끼 토돌이와 겁많은 거북이 번개가 은빛 호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겪게되는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어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들게 하는 매력덩어리 책입니다. 해마다 아이들에게 책읽어주기를 시작할 때 항상 으뜸으로 꼽는 책입니다. 3학년 교과서에 실린 '만복이네 떡집'으로 유명한 김리리 작가의 책이지요. 전 사실 만복이네 떡집 보다 이 책이 더 좋더군요. 대화글이 많이 있어 실감나게 읽어주기에도 좋습니다.
토돌이와 번개는 친구가 되고,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토돌이를 따라 겁많은 번개도 안전한 누나네 집을 떠나 자유롭지만 위험하기도 한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며칠동안 아침 시간에 읽어주다가 이 대목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묻는 것으로 토론의 첫 맛을 봅니다.
먼저, 누나네 집에 있을 때 좋은 점과 밖에 나갔을 때 좋은 점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안전 Vs 자유'라는 대립되는 가치가 쉽게 나와 놀랐습니다.
진지하고 재미있게 듣고 있던 이야기라서 아이들은 쉽게 감정이입이 되는 듯 합니다.
책 속의 이야기와 아이들의 삶이 연결되는 지점이지요.
안전Vs자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가치 수직선에 표시했어요.
자신의 선택을 오레오 글쓰기로 쓴 후, 회전목마 토론을 했습니다. (4분씩 3세트)
지난 몇 년간 학교에서 상호작용이 있는 활동을 많이 못해서인지 처음에는 어색해 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엄청 말이 많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토론하는 동안 저는 경청하는 자세로 토론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 둡니다.
백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효과적일 순간을 위해서.
토론이 끝난 후, 아이들의 소감을 듣기에 앞서 토론을 하면서 고마웠던 친구, 칭찬할 친구가 있는지 물어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질문을 잘해준 친구,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목소리가 커서 알아듣기 좋았다는 칭찬도 있었구요.
아이들의 이야기가 끝나면 제가 찍어둔 사진을 보여줍니다. 토론하느라 살펴 볼 수 없었던 다른 친구들의 토론할 때 모습을 보며 금새 와~~왁자지껄 해집니다.
토론 소감을 쓰고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 회전목마토론은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말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에 점점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토론의 입트기를 시작했습니다.
첫댓글 자신의 생각을 여러번 말하면서 자신있게 말하기!
회전목마기법의 장점이지요~~~^^
아이들의 입트기 시작 멋집니다
점심시간 급식실 앞에서 5학년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마스크를 벗은 것 때문인지 목청껏 소리지르는 아이부터 앞 친구와 어깨동무로 이야기 나누는 친구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았지요. 은하수쌤 말처럼 넘치는 (말)열정을 자~~알 정리해 주는 것이 토론이겠지요.
은하수쌤이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도전을 하듯이
저는 지금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조금은 더 여유있어지는 4월과 5월을 기대하며~~
이토록 리얼한 수업 모습을 공유해주시다니 역시 멋지십니다!! 마지막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건 신의 한수^^ 저도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