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 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1)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前生)의 내 전(全) 설움이요 전(全)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박재삼, ‘한(恨)’
(주) (1) 느껴운: 어떤 느낌이 마음에 북받쳐서 벅찬.
(나)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따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사랑이 끝났기로소니
그리움마저 사라지랴,
그 그리움 날로 자라면
주먹 송이처럼 커 갈 땡감들.
때론 머리 위로 흰 구름 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 맞아 보게.
이별까지 나눈 마당에
기다림은 웬 것이랴만,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래 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 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 보게.
그 기다림 날로 익으니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 마침내
형형 등불을 밝힐 것이라면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
-고재종, ‘감나무 그늘 아래’
3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① 명령적 어조를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② 시구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③ 대화체를 활용해 대상과의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
④ 과거 회상의 어조를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⑤ 근경에서 원경으로 시선을 확대해 가며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32. (가)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1연에서 ‘노을빛’의 색채 이미지를 활용하여 ‘나’의 사랑을 ‘감나무’의 ‘열매’에 빗대고 있다.
② 2연에서 사랑의 대상인 ‘그 사람’을 향한 ‘나’의 마음을 ‘감나무’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③ 2연에서 ‘내 마음’의 지향점을 ‘그 사람’의 ‘등 뒤’, ‘머리 위’로 나타내어 ‘나’의 사랑이 소극적임을 드러내고 있다.
④ 3연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대비하여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그리움의 정서를 심화하고 있다.
⑤ 3연에서 ‘나’에 대한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제시하며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33. (보기)를 참고할 때, (나)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보기)
이 시는 화자와 자연물의 교감을 잘 그려 내고 있다. 자연물은 때로 화자의 내면 의식을 드러내 주기도 하고 동일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연물은 화자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화자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그것은 화자를 내적 성장으로 이끌게 된다.
① 화자는 이별에 내적 동요를 보이는 자신의 처지와 외적 요인으로 끊임없이 흔들리는 ‘감나무’를 동일시하고 있다.
② ‘오색딱따구리’가 감나무를 찍고 가는 모습에서 환기되는 이별의 슬픔과 ‘청설모’가 감나무를 내려오는 모습에서 연상되는 내적 안정이 대조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③ ‘땡감’은 이별 후에 느끼는 화자의 그리움과 서러움을 드러내 주고 있다.
④화자는 ‘산이 우는 소리’,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내면 의식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⑤ ‘형형 등불’을 밝힌 감은 화자에게 깨달음을 줄 것이다.
2014년 EBS수능완성국어영역 국어 B형
[수능완성 국어영역 국어 B형 실전편]
실전 모의고사 5회
현대시 31~33.
(가) 박재삼, ‘한’
지문 이해하기
(해제) 이 시는 사랑하는 임이 살아 있었을 때 고백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을 노래하고 있다. 저승에서 고백하는 사랑도 임 모르게 할 정도로 소극적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사랑하는 임 역시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라고 믿으려 한다. 이러한 화자의 임에 대한 정서는 감나무를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주제)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
흐름 파악하기
* 1연: 내 사랑의 서러운 빛깔인 붉은 감나무
* 2연: 감나무 가지처럼 벋어 나가는 내 사랑의 그리움
* 3연: 사랑하는 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한 ‘나’
(나) 고재종, ‘감나무 그늘 아래’
지문 이해하기
(해제) 이 시의 화자는 감나무의 짙푸른 땡감이 붉은 감으로 변해 가는 과정과 사랑이 끝나고 그리워하며 사랑을 기다리는 과정을 일치시키며 붉은 감이 익어 가듯 서러움이 익어 감을 노래하고 있다.
(주제) 익어 가는 감나무의 모습을 통해 깨닫는 내적 성숙
흐름 파악하기
* 1~8행: 흔들리는 감나무를 바라보는 ‘나’
* 9~12행: 땡감이 커지듯 커지는 그리움
* 13~21행: 시간의 경과 속에서 점점 성숙해지는 ‘나’
* 22~27행: 잘 익은 감을 통해 깨닫는 내적인 성숙
31. 작품 간의 공통점, 차이점 파악
답: ②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② 확인: 시구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정서를 강조
(가)는 ‘그 사람의’, ‘그 사람이’, ‘전 설움’, ‘전 소망’, ‘될는지 몰라’, ‘알아낼는지 몰라’,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등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나)는 ‘어찌 바람뿐이랴’, ‘어찌 햇살뿐이랴’, ‘맞아 보게’, ‘들어 보게’, ‘어찌 환하지 않으랴’, ‘어찌 부시지 않으랴’ 등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명령적 어조
(가)와 (나) 모두에서 명령적 어조는 드러나지 않는다.
③ 확인: 대화체를 활용해 대상과의 친밀감
(나)에서는 땡감에게 말을 건네면서 땡감과의 친밀감과 일체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가)에는 드러나 있지 않다.
④ 확인: 과거 회상의 어조를 바탕으로 시상을 전개
(가)와 (나) 모두에서 과거 회상을 통한 시상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⑤ 확인: 근경에서 원경으로
(가)와 (나) 모두 근경에서 원경으로의 시선 확대를 통한 시상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32. 시상 전개 방식에 대한 이해
답: ④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④ 확인: ‘나’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대비
과거와 현재 모습의 대비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모든 소망과 설움이 깃든 감나무 열매에 담긴 ‘나’의 그리움을 ‘그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노을빛’의 색채 이미지
붉은색의 노을빛이 주는 서러움과 감나무 열매의 색깔이 일치하는 것을 활용하여 ‘나’의 서러움이 깃든 사랑을 감나무 열매로 형상화하고 있다.
② 확인: ‘감나무’의 움직임
‘감나무’는 화자의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자연물이다. 그것이 ‘제대로 벋을 데’가 저승밖에 없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살아생전에는 표현하지 못하고 죽어서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③ 확인: ‘등 뒤’, ‘머리 위’
‘등 뒤’, ‘머리 위’라는 위치를 통해 저승에서조차 ‘그 사람’ 앞에서 드러내지 못하고 소극적으로나마 사랑을 표현하게 되는 화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⑤ 확인: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 ‘그 사람’도 나처럼 설움을 가득 안은 채 한평생 살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확인할 길 없는 안타까움을 ‘몰라’라는 표현 속에 애절하게 드러내고 있다.
33. 감상의 적절성 평가
답: ②
정답이 정답인 이유
② 확인: ‘청설모’가 감나무를 내려오는 모습에서 연상되는 내적 안정
오색딱따구리나 청설모의 움직임은 모두 잎새를 동요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는 곧 화자의 내적 동요를 말하는 것이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확인: 내적 동요를 보이는 자신의 처지와 외적 요인으로 끊임없이 흔들리는 ‘감나무’를 동일시
사랑이 끝난 화자는 여전히 그리움과 서러움이라는 내적 동요를 겪고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감나무 역시 오색딱따구리, 청설모 등의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계속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흔들림의 유사성을 화자는 발견하고 있다.
③ 확인: ‘땡감’은 화자의 그리움과 서러움
조금씩 커지는 땡감은 사랑이 끝난 뒤에 남아 있는 그리움과 연결된다.
④ 확인: ‘산이 우는 소리’,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내면 의식의 변화
‘산이 우는 소리’,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시간은 흘러가고 짙푸른 감은 익어 간다. 화자의 서러움과 그리움 등도 익어 간다. 즉 내적인 성숙이 진행되는 과정인 것이다.
⑤ 확인: ‘형형 등불’을 밝힌 감은 화자에게 깨달음
푸른 땡감이 붉은색의 감으로 익어 가듯이 자신의 그리움과 서러움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한 단계 성숙시키리라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