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맞이하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을 읽고>
2024.10. 더불어 차상희
눈앞의 삶
폴 엘뤼아르
잘 가라 슬픔이여
어서 오라 슬픔이여
너는 천장의선 속에 새겨져 있지
너는 내가 사랑하는 눈 속에 새겨져 있지
너는 비참한 것과는 좀 달라
아무리 가련한 입술이라도 너를 드러내는 건
미소를 통해서니깐
반갑다 슬픔이여
다정한 육체들의 사랑
사랑의 힘
거기에서 배려가 생기네
몸 없는 괴물 같은
무심한 얼굴
슬픔의 아름다운 얼굴
이 책은 주인공 세실이 과거의 여름휴가 때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내용이다.
한 사건을 통해서 인생에서 송두리째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일이 있다.
주인공 세실은 여름휴가 기간 동안의 일을 통해서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과 같은 일상을 살고 있지만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리고 이기적이었던 내가 슬픔이라는 감정을 접하게 되면서 나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고 조금 씩 조금 씩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듯하다.
우리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대부분 부정적으로 보고 외면하려고 하는데 이 책의 제목 ‘슬픔이여, 안녕’은 슬픔을 맞이하는 인사말로 건네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받아들여야할 감정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필력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책의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은 주인공 세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이 감정이 어찌나 압도적이고 자기중심적인지 내가 줄곧 슬픔을 괜찮은
것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이 부끄럽게까지 느껴진다.
슬픔, 그것은 전에는 모르는 감정이다.
권태와 후회, 그보다 더 드물게 가책을 경험한 적은 있다.
하지만 오늘 무엇인가가 비단 망처럼 보드랍고 미묘하게 나를 덮어 다른
사람들과 분리시킨다. “
“다만 파리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만이 들려오는 새벽녘
침대에 누워있을 때면 때때로 내 기억이 나를 배신한다.
그해 여름과 그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안! 안! 나는 어둠 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