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누구를 위한 주민총회인가
글. 서지연 (매탄3동주민자치회 마을공동체분과장)
7월은 수원시 44개동 주민자치회가 너도나도 주민총회를 개최하는 시즌이다. 지난 2022년 말까지 수원시 모든 동이 주민자치회로 전면 전환하면서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데에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아직 초기라서 진정한 주민자치회로서의 역량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방분권시대 흐름에 발맞춰 풀뿌리 민주주의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 누구나 참여하는 주민총회를 통해 마을의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수원시는 이러한 주민자치회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활성화사업도 시행하고 마을지원관을 배치하는 등 다양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마을의 문제를 발굴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는 마을자치 리빙랩 사업을 44개동으로 전면 확대하고 주민참여예산도 주민자치회가 중심이 되어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지원책이 실질적인 주민자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총회라 함은 1년간의 사업 평가와 회계 결산을 회원들과 검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한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총회는 당해 회계연도 3월을 넘기지 않도록 정관에 명시되어있다. 주민총회도 주민자치회의 1년을 주민들과 함께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내년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주민총회를 개최하는 시기부터가 애매하다. 우선 회계가 매해 1월부터 12월까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감사도 회계연도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지금처럼 7월에 총회를 하게 되면 작년 감사결과 발표를 올해 7월에서야 하게 되는 것이다. 또 7월에 총회를 하려니 내년도 사업계획을 5월말까지 수원시에 제출하라고 한다. 당해 연도 사업에 이제야 기지개를 켜는 5월인데 벌써 내년 계획을 수립하라고 하니 형식적으로 행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올해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의 평가에 기반한 계획수립도 되지 못할뿐더러 주민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얼결에 수원시에 보고된 사업계획을 가지고 주민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온라인 사전투표를 시행하게 된다. 한술 더 떠서 로그인을 비롯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새빛톡톡을 이용하라고 하니 이제 막 주민자치에 관심을 가져보려고 하는 주민들은 접근조차 어렵다.
누구를 위한 주민총회인가? 수원시의 입장은 내년도 예산을 수립하려면 8월 중순 전에 모든 동이 주민총회를 통해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마을의 계획은 1년 단위로 끊어지지 않는다. 중장기적으로 사업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마을의 현안들이 있다. 매해 비슷비슷한 행사만 반복하며 사업비를 쓰는 것이 주민자치회가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을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목표와 방향을 주민들과 합의하는 것이 주민총회 본연의 임무이다. 이미 누가 세웠는지도 모를 결정된 사업계획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형식적인 투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주민총회가 되려면 주민자치회가 주민들과 함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점검하고 평가하며 천천히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원시는 지금이라도 행정편의적인 시스템을 개선하고 진정한 주민자치 활성화의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주민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