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이와 짝꿍활동 했어요.
주요 일정은 은성이 축구교실 따라가기, 버거킹 먹기, 집에서 놀기.
1. 축구 축구 축구
은성이와 첫 만남부터 대화 주제에서 '축구'가 빠진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 좋아하는 건 뭐예요? 저는 축구요"
"선생님 축구 할 줄 아세요?"
"선생님 저는 메시 좋아해요"
"선생님 이건 축구 팀 그림 그린 거예요"
은성이의 목소리로 내뱉는 이 문장들이 지금도 귀에서 들리는 듯 해요.
때때로 은성이가 시무룩해 하고 있을때 이유를 물어보면
"축구 하고 싶은데 엄마가 하지 말래요..."
그런 은성이가 축구에 얼마나 진심이길래,
축구교실에 날 초대했을까.. 싶어서 기대됐습니다.
수업은 5시인데, 은성이는 4시 반부터 축구공을 차며 뛰어다녔습니다.
머리카락이 땀으로 다 젖어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몸이 땅에 구르든 말든 온몸으로 축구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코치님께 궁금한 건 그때그때 질문하고
계속 집중해서 몸을 움직이는 은성이가 신기했습니다.
어쩜 그렇게 축구를 좋아할까?
가장 좋아하는 것을 자신있게 이야기하며
그에 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쏟는 은성이가 놀라웠습니다.
2. 햄버거 먹으며
은성이가 키오스크로 주문했습니다.
초코랑 딸기가 섞이는 건 별로라며 딸기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치즈버거를 좋아한다며 치즈 와퍼를 시켰습니다.
"선생님 이거 맛있어요 한번 먹어봐요"
은성이는 버거킹에서 이 말을 자주 했습니다.
들을때마다 고맙고 감동이었습니다.
은성이는 버거킹에서도 계속 축구 이야기를 했어요.
은성이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축구야? 하고 물었더니
하는 것 중에서 좋아하는 건 축구인데, 사람 중에서 좋아하는 건 엄마래요.
은성이 마음의 총량이 200 이라면
100은 축구, 45는 메시, 45는 엄마, 10은 게임 이라고
굉장히 구체적으로, 그에 대한 이유와 함께 얘기해줬습니다.
축구교실에서 엄마와 인사할 때
다람쥐 선생님은 못들으신 것 같았지만
분명 은성이는 "엄마 사랑해" 라고 했어요.
3. 최선을 다하는 은성이
은성이네 집에서 은성이가 좋아하는 축구 노래를 들었습니다.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나오는 승리의 함성과 질풍가도..
노래 나레이션 중에 '최고가 되기보단 최선을' 이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은성이는 정말 그렇게 사는 것 같아요.
은성이는 자기가 무엇에 약하고
무엇은 꽤 노력하고 있으며
무엇은 그래도 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꿰뚫고 있습니다.
은성이에게 자기 자신에 대해 그렇게 잘 인지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닌데, 은성이는 그걸 참 잘한다 이야기했더니
"제가 그래요?" 하며 하던 말을 이어 하는 은성이..
저도 은성이처럼 제 위치를 잘 알고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4. 마술 프로그램 시청하기
어제 밤에 선생님과 회의하며 엿봤던 마술 프로그램을
은성이가 "선생님 끝까지 못봤으니까 같이 봐요" 했습니다.
에어컨 틀고 담요 덮고 깔깔거리며 봤습니다.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은성이에게 고마웠고,
중간중간 치는 장난이 귀여웠어요.
5. 체스
체스를 시작할 때 쯤, 이미 짝꿍활동을 끝내기로 약속한 9시였습니다.
그런데 아직 선생님들이 안오셨고, 은성이가 이미 체스 하기로 맘 먹은 것 같아서
시작해봤습니다.
저는 룰을 하나도 몰라서 은성이가 하나하나 알려줬습니다.
어떤 건 앞으로만 가고
어떤 건 대각선만 가고
어떤 건 직진 하다가 한번 꺾어야 하고
또 잡을때는 이동하는 방향이 아닌 방향으로 잡을 수 있고..
아무튼 뭐 하나 움직일때마다 저는 은성이에게 묻고
은성이는 답답해하면서도 제게 차근차근 알려줬습니다.
때로는 그냥 봐주기도 하고,
좋은 수를 알려주기도 했어요.
은성이에게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그러다보니 게임은 길어지고..
점점 빨리 집에 가야한다는 압박이 생기던 찰나,
제게 기회가 왔습니다.
그런데 은성이가 한번만 봐달래요.
하지만 그 상황에서 저는 그저 여기서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왜그랬을까)
단호히 끝났다고 외치니.. 은성이는 체스를 정리하며 씩씩 거리다
방에 들어가 엄마 품에 안겨 울었습니다.
아.
ㅜㅜ
은성이는 절 많이 봐줬는데
저는 매정하게 게임을 끝내버렸습니다.
은성아 미안해.
우리 나중에 체스 또 하자.
최선웅 선생님이 날 안도와주셨으면
너가 이겼을거야. 그러니까
날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 고마워.
첫댓글 은성이가 최하영 선생님 가시고 엄마 품에 안겨 울면서 하는 말을 엿들었어요.
"나 결혼 안 할 거야 ㅠ"
?
아니 대체 왜 은성이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게 된거죠..
@최하영 선생님이랑 결혼하려고 했었나봐요 ㅎ
최하영 선생님께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
선생님께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
선생님 좋아하는 마음
8살 은성이 마음이 깊어 갑니다.
하하하 ^^
메시 45, 엄마 45에 괜히 속상한 다른 집 엄마 ㅎㅎㅎㅎㅎㅎㅎ
선생님. 45 받은 걸로 속상한 엄마라니요.
아예 점수가 없는 아빠는 어쩌지요.
@최선웅 저는 생각도 못했는데.. 안그래도 동건이가 똑같이 말하더군요 ㅎㅎㅎ 관장님은…
@임은정 동간아 나는 틀린 것 같다.
동건이는 나중에 아들한테 점수 많이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