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고 싶은 섬 비진도
2016.8월 더불어 차상희
작년 친정식구들과 함께 통영에서 가까운 섬인 비진도를 갔었다.
아주 어렸을 적에 가보고 몇 십 년 만에 다시 찾은 비진도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통영에서 배로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에 고운 모래해변과 푸르른 물빛을 가진 비진도가 있음을 잊고 살았다.
여동생이 예약해둔 펜션은 바로 앞에 모래해변을 마당으로 하고 있었고 젊었을 때 세부에서 해양스포츠센터에서 일했던 주인분이 바나나보트, 카약, 제트보트를 직접 구입하여 숙박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작년에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에서 우리나라 사람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은 비진도 해변에서의 추억이 너무 좋았기에 우리 가족은 올해도 비진도를 방문하게 되었다.
8월 중순을 기준으로 숙박요금도 성수기를 벗어나서 한결 가격이 낮아졌기에 우리는 숙박 일을 20일로 결정하고 그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둘째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했고 병원을 가보니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배가 아프고 열까지 나는 아들에게 죽과 약을 꼬박꼬박 먹이며 우리가 갈 날에는 다 낫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배가 아프다고 했고 우리는 출발 당일 오전까지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고민을 했다.
일단 다시 한 번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기로 했고 다행이도 장운동도 평소상태로 돌아오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약과 죽을 챙겨서 비진도로 가기 위해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다.
아침에 고민을 한다고 짐도 대충 싸고 장볼 것도 대충만 챙겨왔는데도 우리 네 식구의 짐은 꽤 무거웠다. 비진도는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섬이었기에 우리는 손수 그 짐들을 들고 배를 타고 내려야했다. 아이들이 그래도 좀 컸기에 이제는 한사람 몫을 해주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작은 아들은 루루라고 하는 흰 돌고래 인형을 애지중지한다. 그래서 이번 비진도행에도 그 루루를 배낭에 넣어가게 되었고 숨을 쉬도록 얼굴만 쑥 내밀고는 배낭을 잠가서 메고 다녔다.
비진도로 가는 배에서 표를 검사하시는 아저씨께서 장난을 치신다고 아들의 루루 인형을 살짝 가져가는 장난을 하였고 아들은 눈만 껌뻑거리며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아저씨는 그런 아들의 얼굴 표정이 재미있다고 웃으시며 다시 루루를 돌려주셨다. 그리고는 루루를 짊어진 아들의 모습을 핸드폰 사진으로 담으셨다.
나는 이런 모습들이 너무 정겹게 느껴졌다. 서로 말없이 침묵을 지키며 있는 것보다 함께 배를 타고 함께 같은 곳을 가면서 정을 나눌 수 있는 상황들이 좋았다.
태양빛은 강렬했지만 하늘은 높고 더없이 파란빛을 띄었고 새하얀 구름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그에 질 새라 바다빛깔도 짙고 푸르렀다.
이런 풍경들과 두 아이들과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못 올지도 몰라서 조마조마했던 그 마음들을 뒤로 하고 이렇게 올 수 있음에 너무나 감사했다.
짐을 꾸리고 준비할 때는 오기 싫은 마음도 있지만 막상 떠나면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운 느낌이 전해지면서 오길 너무 잘했구나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비진도는 여전히 우리에게 하얀 모래해변과 잔잔하고 파란 물빛 그대로 맞아주었고 언제 아팠는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아들은 신나게 잠수도 하고 모래놀이도 했다.
큰아들은 작년에 와서 타보고 재미를 붙인 카약을 올해는 혼자서 맞은편 무인도까지 타고 나가는 모험을 해보고 노를 젓는 것이 힘이 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한다.
남편도 올해는 적극적으로 물놀이와 카약타기에 도전해보더니 외국 부럽지 않은 비진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저녁을 먹으며 우리는 매년 이곳 비진도를 우리의 휴가지로 택하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내 고향 통영에서 가까운 섬 비진도.
계속 내 기억속의 그 아름다운 섬으로 남아서 매년 찾는 섬이 되길 바란다.
무사히 비진도 여행을 마치고 오면서 어떤 곳이든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첫댓글 2016년도 쓴 글인데 왜 처음 읽는 것 같죠? 묘사 덕분인지 어느 외국 휴양지 못지 않아 보이는데요 ㅎㅎ
비진도에 가면 더 근사해질 것 같은 기분인데요.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