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코스 : 동패 지하차도 – 성동 4거리
경기 둘레길 5코스의 들머리는 동패 지하차도이다. 동패리는 석곶면(돌곶이)의 동쪽에 위치한다 하여 동패리로 불렀다. 이곳은 심학산이 있는 곳으로 동패 지하차도는 교하읍과 고양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인 지하차도이다.
자동차 도로는 간선도로가 되어 들머리에 이를 때 반대편으로 진입하면 상당한 거리를 걸어 도로를 건너서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동패리보다는 고양시 가좌동 쪽에서 동패 지하차도에 진입하는 것이 좋다.
경기 둘레길 스탬프 함이 있는 곳에서 시멘트 길을 따라 걸어가면 삼거리에 왼쪽으로 진입을 알리는 표지가 나풀거린다. 왼쪽으로 진입하여 불빛을 발사하는 지하통로를 지나면 심학산에 오르는 계단이 놓여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는데 다소 경사가 지어 시작부터 땀을 요구하지만 짧은 거리로 곧바로 심학산 둘레길에 이른다. 이른 아침은 아니지만, 둘레길에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데 가야 할 길이 먼 우리 일행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경쾌하기만 하였다.
가을 하늘의 맑은 날씨에 하늘만 바라보아도 넉넉하기만 한데 산기슭의 푸른 나무들이 그늘을 이루고 바람마저 솔솔 불어와 걸어가기에는 더는 좋을 수가 없다. 산 내음이 좋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는 사람이 좋은데 산 내음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니 화기애애 기운이 둘레길에 가득 넘쳐난다.
소나무 향기 솔솔 풍기는 솔 향기 쉼터를 지난다. 사명대사는…. 눈 서리 차가워도 주눅 들지 않고, 이슬 내려도 웃음 보이지 않는구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한결같고,
겨울에도 여름처럼 푸르디푸르구나……! 라고 소나무를 칭송하였다.
소나무의 한결같은 자태는 내 삶의 모델이었는데 과연 나는 그러한 삶을 실천하였는가! 를 반추해 보며 걸어가 낙조 전망대에 이르렀다. 그 이름과같이 해가 질 때의 노을의 장관을 바라보는 곳이다.
지난 4코스의 들머리인 전류리 포구에서는 심학산을 바라보고 출발하였는데 오늘은 그 반대편에서 전류리 포구와 봉성산을 바라본다. 서녘에는 동상산, 문수산, 애기봉이 솟아 있고 조강 건너 올망졸망 솟아 있는 이름을 알지 못했던 작은 동산이 지금은 갈 수 없는 한터산과 연화산이었음을 전망도를 바라보고 그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차이로 이곳의 백미 낙조를 볼 수 없음이 아쉬움이지만 사람들의 눈이 다르지 않아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며 풍광을 감상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같이 온 일행들에게 신이 나서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학산은 본래 한강 물을 막고 있다하여 수막산(水幕山)이라 하였고 홍수 때마다 물속에 잠긴다 하여 심악산(深岳山)이라 불렸는데 그 후 조선 숙종 때 궁궐에서 기르던 학 두 마리가 도망치자 곳곳에 수소문한 뒤 심악산에 와 있는 것을 보고 찾아갔다 하여 심학산(尋鶴山)으로 변했다 한다.
배밭 정자에 이르니 돌탑이 세워져 있고 팔각정이 있다. 정상에 오르는 사람들과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답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사람이 많은 곳 그곳은 명소이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불과 30여의 짧은 거리이다. 예전에는 군부대가 주둔하여 오를 수 없었지만, 지금은 군부대가 이전하여 자유롭게 오르고 내릴 수 있는 곳이지만 한번 다녀온 사람은 그 고스락의 아름다운 풍광에 또다시 찾아오는 명소이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에 드넓게 펼쳐진 평야 지대에 우뚝하게 솟아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심학산을 다시 찾아올 날을 기약하고 출판도시를 향하여 걸어간다. 심학산 기슭을 지나니 출판단지 담게 도로의 이름을 ‘책 울림길’ 이라고 적어놓았다.
이채 사거리에 이르니 이국적인 건물인지 시대를 앞서간 건물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의 모습에서 여기저기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는 곳이었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목을 축이고 책 울림길을 걸어가는데 ”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 고 써놓았다.
양주동 박사는 ‘人生 三樂’에 면학勉學을 추가하여 인생 4락이라고 하였는데 왜 나는 책 읽기를 소홀하였는가 ? 스스로를 생각해 보아도 회초리를 들지 않을 수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성인聖人은 후회의 순간을 기회로 여기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지만 소안은 지난날을 한탄할 뿐 예전의 그대로의 삶을 영위한다’는 고전의 명구를 가슴에 새기고 근린공원을 지나 평화 누리길 자전거길과 합류하여 조심스레 걸어간다.
왼쪽의 자유로에는 자동차가 질주한다. 자전거도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러나 우리 도보 여행꾼은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어간다. 더위에 지치고 오래 걸어 피곤하면 잠시 쉬고 전에 보지 못한 것을 만나면 구경하면서 걷는다. 그리하여 우리의 걸음을 산천을 유람한다고 하였다.
일자의 자전거 길에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눈에 잡혔다. 신이 났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 길‘이라면 통일 전망대는 바로 평화의 상징이다. 갈 수 없는 땅이라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가야 한다는 신념 아래 우리의 소원을 통일이라 하지 않았는가?
전망대에서 통일의 의지를 느낀 탓인지 자동차만큼 빠른 속도로 걸어갈 때 흥분을 자제시키려는지 송촌동으로 방향을 바꾼다. 농로에 진입하였다. 길가에는 밤송이가 떨어져 있고 밤나무에는 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중년의 부부는 떨어진 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고 있다. 밤 맛을 보고자 하여 떨어진 밤송이를 살펴보았지만, 입만 벌린 채 밤은 들어있지 않다. 어쩌면 하나같이 비어 있을까? 마을 인심이 사나운 것일까? 아니면 공짜를 바라는 마음을 질타함일까?
밥맛은 보지 못했지만 드넓게 펼쳐진 송촌리 평야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벼 이삭은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세상을 귀공자로 살아온 나는 벼 이삭을 바라보면서 농부의 피, 땀과 눈물을 아랑곳하지 않고 푸른 물결이 넘실댄다고 좋아할 뿐이다.
농로를 지나니 불상이 세워져 있다. 이름 모를 절인지? 아니면 신흥종교인지 알 수 없지만, 조계종 소속이 아닌 사찰은 본래부터 관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무심코 지나간다.
송촌동 소라지로 268번길에 이르렀다. 송촌동의 자동차 도로이다. 도로를 따라 걸어갈 때 ’우연히 설렘‘이란 카페가 있었다. 이제까지 뜻하지 않게 무엇인가를 만날 것 같은 설렘 속에 우리 땅을 걸어왔기 때문일까 ? ’우연히 설렘‘이란 표현이 가슴에 와닿았다.
송촌리 버스 종점에 이르니 둘레길은 대형차에 우회하여 달라고 부탁하는 소로로 진입하였다. 좁은 길이었지만 아늑한 길이 되어 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자 장소를 물색하였지만, 길가에 쓰레기가 널려 있어 점심을 먹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없이 마을의 공터에서 직사광선을 온몸에 안고 가져온 과일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마을은 평화스러웠다. 마을 구석구석까지 길이 포장되어 있어 자동차가 드나들 수 있었고, 모두가 아담한 가옥으로 전원주택이 무엇인지 알려 주는 듯하였다.
도시와 시골이 전혀 다르지 않은 우리의 마을임을 느끼며 공릉천에 이르렀다. 대명항에 설치된 철책은 공릉천에 이르러도 걷히지 않았다. 북한 땅과 불과 10km도 되지 않는 곳인데 어찌 방어를 소홀히 할 수 있으랴 !
하지만 자전거 애호가들은 신나게 페달을 달리고 있다. 공릉천은 한북정맥과 한북 통일 지맥을 울타리로 흐르는 한강 제1지류로써 양주시 홍복산 첼봉에서 발원하여 한강으로 합류하는 국가하천이며 지방하천이 된다.
공릉천은 그 규모답게 다양하게 불리는데 파주시 조리읍에서는 봉일천, 고양시에서는 가둔천, 심천, 금촌읍에서는 보신천, 금성진, 벽제에서는 신원천으로 불리는 거대한 하천이다.
송촌교에 이르니 10여 년 전 공릉천의 발원지를 찾고자 이곳에서 걷기 시작하여 물길 따라 거르고 걸어 마침내 양주시 홍복산의 첼봉이 공릉천의 발원지임을 몸으로 체득하고 감격에 겨워하던 때가 생각난다.
오늘은 그때와 다르게 자전거 애호가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공릉천을 건너 평화의 삼거리에 이르렀다. 북한을 발원지로 하는 임진강과 대한민국을 발원지로 하는 한강이 하나로 합하듯이 남과 북이 하나로 합쳐지기를 염원하는 뜻에 부응하고자
’ 한반도에 화해 분위가 조성됨에 따라 평화의 소통지역으로 다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평화의 삼거리라는 이름의 작품을 제작하여 이곳이 다시금 평화가 저 강물처럼 흐르고 희망이 무지개처럼 떠오르는 곳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라고 적어 놓았다.
이곳에서 종착지 성동 사거리까지는 2.2km이다. 이제 도로 따라 걸어가는 길이 되어 눈감고 가도 찾아갈 수가 있을 것 같았는데 심술을 부리듯이 둘레길은 검단산의 살래길로 유인하고 있었다.
검단사 주차장에 이르니 성동 사거리 3.5km를 알린다. 그렇다면 평화 삼거리에서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어이하여 남은 거리가 1.3km가 늘어날 수 있을까? 한차례 함박웃음을 지으며 검단산 기슭에 조성된 엉덩이를 살래살래 흔들며 걸어가라는 살래길을 걸어간다.
’....
길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마음은 살래길로 이어지나니,
꾸불꾸불
살래살래 함께 걷는 길
... 이병권 시, 살래길).
높지도 않고 완만하고 평탄한 아늑한 산길이 되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연인과 같은 아늑한 길로 계속되어 한 바퀴를 돌고도 싶은 맘이 드는 살래길이었지만 마음이 경기 둘레길로 이어지어 살래길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하산하여 주제공원을 지나 성동 사거리에 이르러 5코스 걷기를 마치었다.
● 일 시 : 2022년 9월 13일 월요일 맑음
● 동 행 : 박찬일 사장님. 김헌영 총무님
● 행선지
- 09시20분 : 동패 지하 차도
- 10시15분 : 심학산 낙조 전망대
- 10시35분 : 배밭 정자
- 12시10분 : 점심
- 12시40분 ; 공릉천 송촌교
- 13시10분 : 검단사 주차장
- 13시50분 ; 살래 3거리
- 14시40분 : 성동 4거리
● 총소요시간 및 거리
- 총거리 : 16.2km
- 소요시간 : 5시간 2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