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하나님의 일반계시와 특별계시가 함께 나타나는 자리다. 그런데 그 역사 속에 드리워있는 구원의 역사는 신앙이라는 눈을 통해 읽혀진다. 따라서 성경의 역사는 신앙 안에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사실 모든 역사는 객관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역사라는 것 자체는 객관적 의미나 본래적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 점에서 모든 역사는 ‘해석된 역사’(geschichte)라는 진술에 동의한다. 신앙의 눈으로 볼 때, 구원의 역사는 의미가 있다: “기독교신앙은 단순히 구속적 역사적 행위를 요구할 뿐 아니라 그 의미와 의의를 요구한다. 역사적 연구 자체만으로는 어떤 과거의 사건을 보장하는 데 무능하며 또 그 의미나 신학적 취지를 인용하는 데 무능하다.”
복음서에 기록된 역사적 사실도 어떤 점에서 보면 해석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예수의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소개하는 것보다 생명을 얻게 하려는 목적으로 기록된 글이기 때문이다(요 20:31).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현재 여기에 살면서 동시에 신앙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함께 사는 존재다.
따라서 어떤 신앙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현재의 삶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신앙도 역사를 떠나서는 의미가 없다. 이 세상의 역사를 외면하고 저 세상만을 말하는 신앙은 건강하지 못하다. 특별히 기독교신앙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라면 당연히 역사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예수의 삶이 “역사적 사건과 결부”되어 있고, 그 자신이 “이 땅에 온 목적과 사명을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해방과 연결하여 선포”(눅 4:18-19)했기 때문이다.
[회중주체적 조직신학], 35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