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기한이 있습니다
(전도서 3:1-8)
20231113
지난달 교통사고로 심정지까지 경험하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수술과 치료 끝에 새 삶을 얻은 백권사님은, 이제 내일 하는 음식 넘기는 테스트를 통과하면 퇴원하여 우리 동네 요양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받으면 될 만큼 나아졌습니다. 면회 금지인데 왜 이렇게 자주 오느냐는 싫은 소리를 듣고, “그럼 오지 말아야겠네요”라고 했더니, 간병인이 하는 말 “내일이면 퇴원 할텐데요 뭘”이란다. 죄 짓는 기분으로 살그머니 들어가 좀 어떠냐고 물으니 “시간이 너무 안 간다”라며 웃는다.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 시간이 천천히 가더라도 그 시간이 회복되는 시간이니 지루해하지 말고 감사하며 즐기라고 했다.
대진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이 집사님을 찾아가서 잠간 만이라도 뵙고 가면 좋겠다고 납작 업드려 부탁했더니, 웬일인지 쾌히 승낙하며 지하실에 가서 기다리란다. 감사하다고 넙죽 절을 하고 코로나 검사를 통과한 후 지하실로 내려가려는데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서둘러 막아서며, “죄송하지만 안 되겠다”고 오히려 미안해한다. 산소호흡기를 부착 중이라 병상을 옮길 수가 없단다. 기대했던 만큼 슬그머니 솟아오르는 실망감에 붙잡고 서서 한참 동안 불편을 호소했다. 죄인을 가두는 감옥도 아니고, 사람을 이렇게 생이별하게 해서야 되겠느냐, 방역을 위한 조치라는 것은 동의하고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야 이렇게 불편하게 해서야 되겠느냐. 한참 하소연만 하고 되돌아왔다.
솔로몬은 때와 기한을 알았다. 때와 기한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기한을 흘러가는 시간이요 때는 멈춘 시간이다. 사람이 살면서 만날 때가 있고 헤어질 때가 있다. 그 만남에서 헤어짐까지의 이어지는 시간을 기한이라고 한다. 감기에 걸릴 때가 있고 그 감기 증상이 멈춰 없어지는 때 까지의 시간이 회복되는 기한이다. 특별한 약이 없다고 하는 감기는 병원에서 약을 지어 먹으면 일주일 정도면 낫는다고 하는데, 그 약 먹지 않고 7일 정도 쉬면서 지내다 보면 회복된단다. 감기가 떨어지는 데는 일주일 정도의 기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심어야 할 때 심지 않으면 거둬야 할 때 거둘 것이 없어진다. 때를 놓치면 그 지나간 때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지혜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를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일이 생긴다. 갑동이와 갑순이는 이 한마디 말을 하지 못해 평생 달 보며 울어야 했다.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를 놓치면 나중에 사과하기 어렵고, 해도 그 값이 떨어진다.
신앙생활에도 때가 있다. 자의 반 타의 반 누구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올 때가 있고, 세례받을 때가 있다. 집사와 권사 그리고 장로가 되는 직분을 받는 것도 때가 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한 해에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이다. 신앙의 기한이 늘어나 햇수를 더해감에 따라 우리의 신앙도 자라야 한다. 성숙해 익어가야 한다.
가룟 유다에게도 때가 있었다. 유다는 그때를 깨닫지 못하고, 그냥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믿음 좋았던 제자였는데, 누구나 다 하는 실수를 회복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쳤다. 여러 번의 기회 중에 한 번이라도 잡았다면 유다는 유다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회개할 수 있는 기간이 있었음에도 때를 잡지 못했다. 주님께서 주시는 기회는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