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물줄기를 모으며 바다로
250123 파란하늘
원경, 그녀의 이야기
요즘 드라마가 다들 연애 이야기다. 우주공간에서, 사무실에서, 인테리어 현장에서, 사극에서조차 그렇다. 다 뻔한 시나리오라서 드라마 볼 맛이 안 난다. 그런 류의 것이 아닌 것은 옥씨부인전과 원경 정도다. 그나마 옥씨부인은 맥락 없는 코미디라서 패스. 원경을 픽한다.
원경은 태종 이방원의 부인 원경왕후를 뜻한다. 이방원이 왕이 되도록 돕는 용기 있고 지혜로운 부인으로 나온다. 이방원보다 더 그릇이 큰 그녀다. 이방원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갖가지 조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위엄은 이방원보다 더 왕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제가 어떠하든, 다큐가 아닌 드라마를 보는 것이니 그저 드라마 주인공으로서의 그녀가 마음에 든다.
토리, 그녀의 이야기
빅토리아는 시골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복숭아 농장 일을 비롯해 동물을 키우고 농사일을 하는 부모 일을 도와야 했다. 게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집안 살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말썽만 피우는 동생과 아내를 잃은 후 급격히 삶의 기쁨을 잃어버린 무심한 아버지,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이모부와의 생활에 지쳐갔을 것이다. 어린 소녀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어머니 사후 의지할 데 없이 집안일을 스스로 깨친 그녀는 커가는 가슴과 초경의 충격도 혼자 겪었다. 우연히 찾아온 첫사랑도 혼자 겪었고,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도 그녀는 혼자였다. 부풀어 오르는 배를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자 산막으로 피신한 그녀는 혼자 먹을 것을 찾고 출산도 혼자 했다. 산에서 더 이상 삶을 이어갈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산을 내려온다. 운명처럼 신혼부부를 만나 아이를 버리듯 두고 떠날 때도 그게 최선이었음을, 윌슨 문을 사랑했던 그 순간만큼 진심이었음을 고백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농장을 팔고, 복숭아나무를 옮겨 심으며 새로운 땅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이제 그녀는 두려움을 극복한 용감한 어른이다. 사람들의 편견에 동조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믿은 그녀다. 역경은 있지만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강인한 사람의 이야기가 좋다.
루카스의 이야기
그녀의 아들 루카스의 이야기가 부록처럼 붙어 있다. 윌슨 문 만큼이나 진중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다. 친부모 형제인 줄 알고 자랐으나 후에 사실이 아님을 알고 절망하고 자원입대한다. 맥스는 어릴 때 나무에서 떨어져 다친 팔 때문에 입대 불합격을 받고 자신에게 절망한다. 결국 약에 찌들어 죽는다.
루카스와는 삶의 방식이 달랐다.
루카스와 빅토리아는 결국 만날 것이다. 루비앨리스의 마지막을 함께 한 토리는 그의 생에 만나는 모든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녀의 삶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윌슨 문의 아들 루카스와 함께.
모임 가이드에 대한 답변
1. 나의 하루하루가 모여 지금의 나가 되었으니, ‘어린 시절의 풍경을 우리를 창조한다. 그 풍경이 내어주고 앗아간 모든 것은 이야기가 되어 우리 가슴에 남고, 그렇게 우리라는 존재를 형성한다’는 빅토리아의 말에 동의한다. 빅토리아에게 또 다른 집은, 대대로 길러 온 복숭아나무를 온전히 옮겨 심고 기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2. 윌과 토리는 만난 그 순간 서로를 가슴에 담았고, 짧은 시간 사랑했다. 그들에게 시간이 많았다면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있었겠으나, 윌의 죽음으로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둘이 함께하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이유는 당시 시대가 그것을 용납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3. 윌이 그렇게 진중하고 예의바른 이유는 인디언이었기 때문이고, 사람들의 편견에 저항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함이었을 수 있다.
4. 상실을 경험한 이들이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빅토리아는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강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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