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감과 죽어감의 평화영성 책 읽기 안내 가이드
-실존적 독서 안내-
첫 모임을 진행하고서 진행자로서 안내하고 싶은 호스피스(나이들어감과 죽어감의 돌봄) 관련 서적 읽는 방식에 대해 좀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안내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는 과학서적이나 사회학 서적을 읽는 것처럼 정보 확인이나 윤리 서적이나 사회적 실천 서적의 책 읽기처럼 몇 가지 교훈을 얻는 지적 이해로 끝날 수 없는 차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와 관련된 책들은 삶의 유한성에서 오는 ‘실존적 공허’(키에르케고르의 용어)에 의한 위기와 몸의 고통, 더 나아가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위협의 생생한 체험의 개인 이야기들을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 머리의 작동보다는 심장의 작동이 읽기에 있어 중요하며, 이른 바 ‘실존적 독서’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즉 교훈 얻기로는 아무리 감명이나 여운이 있어도 충분한 독서 방법으로는 미흡하고 오히려 자기 삶의 참여가 텍스트의 스토리와 연결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방식은 기독교 수도원 전통의 ‘거룩한 독서(레치오 디비나)’라는 오랜 영적 독서의 방식이 있습니다. 내가 텍스트를 읽어가며 의미를 탐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텍스트에 직면해서 자기 영혼을 열어놓고, 그 텍스트가 내 존재와 내 삶에게 말을 걸어오는, 혹은 나를 비추어주는 방식으로 텍스트를 대하고 그 말걸어옴에 수용상태로 있는 독서방법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읽기로 선택한 책들은 종교적인 클래식 텍스트와는 성격이 다르기에 딱 맞지는 않아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태도로 ‘실존적 독서’(거룩한 독서의 성격처럼 나이들어감과 죽어감의 주제관련한 독서 방식으로 채택한 필자의 용어) 방식을 권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어른들로부터 들은 것중에 ‘사람은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죽을 때는 정직해진다’는 유사한 말들을 듣었습니다. 그렇기에 마지막 유서와 같은 스토리들에 있어서 나름의 ‘진정성’이 남아 있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실존적 독서’의 세 가지 독서 태도를 통해 단순히 지식이나 교훈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아갈 수 있도록 다음의 세 가지 태도를 제안합니다.
1. '공명하는 나'로 읽기: 텍스트에 내 삶을 비추어보기
책의 저자들이 제시하는 죽음, 상실,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치 거울처럼 활용해 보십시요. 책을 읽는 동안 "나라면 어떨까?", "내 삶에는 이 내용이 어떻게 적용될까?"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텍스트가 내 삶의 어떤 부분과 공명하는지 찾아보는 것입니다. 저자들의 경험과 통찰을 단순히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경험과 감정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칠 때, 책은 나의 삶에 깊이 연관성을 주는 살아 있는 대화 상대가 될 것입니다.
2. '관찰하는 나'로 읽기: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기
죽음과 상실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은 때로 불편하고 힘든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슬픔, 불안, 후회, 또는 두려움 같은 강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올라올 때, 이를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말고 마치 제3자가 나를 바라보듯이 그 감정들을 조용히 환대하고 주시하여 성찰합니다. 이 감정들은 우리의 내면에 숨겨진 상처, 욕망, 또는 깨달음의 단서가 될 수 있으며 그 나름의 메시지를 갖습니다. 필요하면 유진 젠들린의 포커싱을 아는 분들은 포커싱 실습의 기회를 가지면 더 나을 것입니다.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행위는 내면의 갈등을 평화롭게 마주하는 첫걸음이며, 이러한 관찰의 태도는 『인생 수업』과 『상실 수업』이 강조하는 상실의 다섯 단계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연결하는 나'로 읽기: 책과 삶, 그리고 서로를 엮어보기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과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 질문들을 내 삶의 맥락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적 연결고리 속에서 확장해 보세요. 책의 내용이 현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도움과 위로를 줄 수 있는지 함께 나누는 것은 이 모임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한 사람의 깨달음이 다른 사람의 삶에 연결되고, 서로의 경험이 더해져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기대하며 책을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경청동반자 성격의 소모임에서 특히 자신의 깨달음, 자기 존재를 건드린 텍스트의 의미를 나눔은 자신의 이해를 더 명료화하고 통찰과 태도에 있어 깊이를 더하게 해 줄 것입니다.
참조: 실존적 독서를 통해 개인적으로 그리고 그룹에서 성찰한 여운은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보세요. 즉, 개인 저널링을 할 수 있다면 실존적 독서의 가치는 더 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