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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백살 그녀들의 도쿄여행기 >
2026.4.더불어
3월말 벚꽃이 피어서 아름다운 계절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가 일본 도쿄로 자신의 어릴 적부터 롤모델인 이토준지 만화가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도쿄에 가서 거리를 걸어 다니고 쇼핑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스무 살 때 일문학과 친구랑 둘이서 도쿄변두리의 어학원에서 연수를 했을 때 학원 학생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도쿄의 이곳저곳을 다녔던 기억이 생각났다.
일본은 가까운 후쿠오카, 오사카 아니면 여행지인 오키나와, 홋카이도를 방문했었는데 이번에는 일본의 번화한 거리인 도쿄를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도쿄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던 차에 대학 친구에게서 도쿄에 3박 무료 숙박할 곳이 있는데 여행 가능한지 연락이 왔다. 나는 3월말 다른 지인들과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가 사정상 여행을 못 가게 되어서 그 일정이 비어있었다. 그렇게 해서 대학 친구랑 둘이서 30년 만에 도쿄로 떠나게 되었다. 3월말은 기온차가 커서 주변에도 감기로 고생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야하니 내 몸의 컨디션 관리에 들어갔다. 평소에는 먹어야하지만 먹지 않던 비타민과 영양제들을 매일 챙겨서 먹고, 선물로 받은 홍삼액과 도라지 배즙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친구가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버스를 예약했다. 내가 휴대폰로밍을 위한 이심을 구입하고, 입국심사와 세관신고를 위한 비짓재팬 등록을 각자 했다. 그리고 여행일정은 각자 가고 싶은 곳을 말해서 몇 군데를 정하고 챗지피티를 이용하여 동선을 고려한 최적의 일정을 짜달라고 부탁했다. 저번 일본여행 때 만들어 두었던 트래블웰넷 카드에 엔화 환전을 하고, 일본교통카드인 스이카 카드를 준비해서 갔다. 현금으로 엔화 환전해 둔 것이 있어서 혹시나 해서 가져갔다. 나는 통영에서 혼자 출발해서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고, 공항주차장이 올해부터 예약이 되지 않는다 해서 공항 근처의 사설 주차장을 처음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 트렁크에는 이것저것 벚꽃 나들이에 어울리는 핑크 가디건과 아이보리색 치마, 그리고 비예보가 있어서 궂은 날씨에도 괜찮은 방수원단의 원피스와 쨍한 노랑 가디건도 준비했다. 화장품 파우치랑 세면도구들은 수영장 가방에서 꺼내서 바로 통째로 넣었다. 이미 트렁크는 풀로 찼다.
도쿄로 떠나는 첫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해서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근처 사설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픽업차량으로 공항에 곧 도착했다.
친구랑 만나서 수하물을 붙이고 출국 심사대로 들어갔다. 인터넷 면세점에서 친구가 구입한 물품이 있다고 해서 찾으러 갔더니 친구가 물건 없이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돌아왔다. 알고 보니 면세품을 구입하고 결재했다가 추가로 구입하면서 취소하고 다시 결재를 한다는 게 안했던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이런 우리가 이번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며 웃었다. 그래도 무사히 일본 나리타공항에 입국하였다. 공항에 도착해서 휴대폰으로 미리 구입해둔 이심을 설정하는데 자꾸만 네트워크가 불안정하다고 떴다. 한참을 만지작거려도 되지 않아서 공항 와이파이를 잡고 검색을 해보고 다시 따라해 보니 되었다. 나리타공항에서 우리 숙소가 있는 이케부쿠로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데 시간이 남아서 기다리다가 자판기가 있어서 밀크티를 구입해보기로 했다. 두 대의 자판기 중에 한 자판기로 젊은 여성 두 명이 누르고 카드를 대더니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다가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밑으로 음료가 나오니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리도 해보자고 옆의 자판기에서 버튼을 누르고 카드를 아무리 대어 봐도 도통 음료가 나오지 않았다. 둘이서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아까 음료가 나왔던 그 자판기로 가서 다시 시도해보았다. 그랬더니 두둥하고 음료가 나왔다. 우리는 그 순간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조금 많이 느리지만 어쨌든 해내니 기뻤다.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터미널에 내려서 친구의 일본지인이 알려준 현지인 맛 집 스시집에 찾아갔다. 구글 지도를 켜고 갔는데 근처인데도 우리는 방향 감각이 없어서 주변을 빙빙 돌다가 겨우 겨우 도착을 했다. 트렁크를 끌면서 도착해보니 이미 대기 줄이 길었다. 친구가 지인에게 다른 식당을 물어보니 그 정도 대기는 일상적이라고 기다려서 맛보기를 권했다. 기다리는 동안 친구의 지인이 찾아왔고 우리의 트렁크를 숙소로 먼저 가져다주었다.
친구가 대학 졸업을 하고 일본어학원에 근무하던 시절 같이 근무했던 학원선생님이었는데 일본 호텔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결혼해서 일본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무료숙소는 같은 호텔 동료의 타워맨션에 있는 게스트룸을 동료의 지인이 오기로 해서 예약을 하고 이미 숙박비를 지불했는데 사정상 못 오게 되어서 3박이 남게 되었다고 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다가 결국 친구에게까지 연락이 왔고 나에게 까지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었다.
스시집에 우리 차례가 되어서 들어가 보니 앉아서 먹는 게 아니고 서서 먹는 초밥 집이었다. 밖에서 볼 때는 다들 앉아서 먹는 것처럼 보였는데 신기했다. 우리는 스시와 생맥주를 시켜서 도쿄에서의 첫 식사를 했다.
지하철을 타고 우리가 가고 싶어 했던 시부야로 향했다. 그런데 30년 전의 도쿄에 갔을 때는 도시의 건물이며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 놀라고 신기해했는데 지금은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더 발전했기 때문에 놀라움이 적은 것도 같았다. 시부야의 거리는 온 세계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고 우리는 유명한 스팟에서는 사람들 구경만 하고는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시부야는 쇼핑의 천국이었다. 백화점도 여러 개가 있고, 브랜드매장도 같은 브랜드라도 여러 개가 있었다. 일본 브랜드인 몽벨이 일본에서 가격이 착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몽벨 매장을 찾아 헤맨 끝에 도착해서 사고 싶었던 제니선글라스와 백팩을 찾아보았지만 다 팔리고 없었다. 정말 큰 매장이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다 사갔나 싶었다. 제니선글라스는 스포츠 선글라스로 힙하면서도 반으로 접어지는 폴드형이라서 등산, 러닝 다닐 때 유용할 것 같았는데 못 사고 나왔다.
그래도 일본의 GU라는 유니클로 세컨브랜드의 옷가게는 발견해서 소소하게 안에 받쳐 입는 티랑 나시를 샀다. 자동계산매대에서 옷을 결재하고 봉투에 담아 나왔는데 손을 보니 내 가방이 없었다. 계산하면서 옆에 두고 하다가 그냥 두고 온 것이었다. 그 가방에 나의 현금, 여권 중요한 것들이 들어있었는데 말이다.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 계산대에 가니 너무나 얌전히 내 가방이 그대로 있었다. 다시 한 번 정신 차리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자라매장을 보게 되었고 디피된 옷이 이뻐 보여서 홀린 듯이 매장으로 들어갔다. 친구가 착한 가격의 가죽 자켓을 발견했는데 사이즈가 없었다.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니 자기 매장에는 없고 시부야의 다른 매장에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매장도 그리 멀지 않아서 우리는 이왕 온 김에 가보자고 해서 가게 되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물건이 있긴 있는데 옷걸이에는 없다고 아마도 다른 손님이 입어보고 있거나 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아쉬웠지만 우리는 매장을 그냥 나왔다.
쇼핑에 빠져서 너무 많이 걸어서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저녁으로 우리가 정해둔 라면집을 겨우 찾아들어가서 배가 너무 고파서 이것저것 듬뿍 든 라면과 교자와 또 생맥주를 시켰다. 배가 부르니 기분이 좋아졌고 일본의 커피전문점인 블루바틀을 찾아서 갔다. 구글 지도는 여전히 우리와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겨우 시부야의 조용한 뒷골목을 지나서 잘못 온 거 아니야 할 때쯤 한그루의 탐스럽고 아름다운 벚나무가 있는 자그마한 공원이 나오고 그곳에 우리가 찾던 블루바틀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이었지만 공원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고 우리는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와 와플을 시켰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그 공간을 바로 보면서 마시는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그 분위기에 더 빠져드는 듯했다.
다시 우리는 시부야에서 우리의 숙소가 있는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도보로 헤매면서 또 겨우겨우 찾아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앞 편의점에서 맥주와 주전부리를 사들고 갔다. 숙소 건물을 보자마자 너무 어리어리하고 고급스러워서 놀라웠다. 객실에 들어가 보니 일본의 작은 숙소를 생각하다가 너무 넓고 좋아보였다.
우리는 새벽부터 지치고 피곤했지만 도쿄에서의 첫날밤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다. 첫날이었지만 아마도 금세 3일이 지나고 아쉬워하는 날이 다가올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씻고 침대에 누워서도 자자고 해놓고는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둘째 날 아침은 날씨가 화창한 날이어서 우리는 일본의 벚꽃명소로 유명한 나카메구로 강변에 가보기로 했다. 그곳은 강변을 따라서 벚꽃이 끝없이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또 유명한 것은 스타벅스 리저버 로스터리 매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스타벅스가 특별한 이유는 테라스에 앉아서 벚꽃을 보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과 직접 로스팅하는 과정을 볼 수 있고, 각층마다 커피, 티, 칵테일등의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침에 서둘러 간다고 준비해서 도착한 시간이 9시였다. 스타벅스 입장 대기표를 뽑으니 우리 앞으로 121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포기해야하나 하다가 일단은 나카메구로 강변 벚꽃을 보면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강변이 쭉 이어지고 수령이 오래된 벚꽃나무들이 많아서 정말 예뻤다. 나름 벚꽃 룩으로 준비해서 입고 간 핑크 가디건과 아이보리 치마를 입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비슷한 차림의 여성분들이 많아서 나중에는 더위도 가죽 자켓으로 가려 입었다.
벚꽃을 원 없이 보고 즐기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그래서 우리는 스타벅스를 가기 위해 기다리면서 다른 카페로 가서 브런치를 먼저 먹기로 했다. 길을 가다가 들른 곳인데 자그마하니 분위기가 따스하고 예쁜 카페를 발견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베이글 샌드위치와 라떼를 마셨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창가에 앉아서 브런치를 즐기고 있으니 세상 행복했다.
그렇게 우리의 브런치가 끝나갈 무렵 메일로 체크해보니 스타벅스 대기가 거의 우리 차례가 되어져 있었다. 우리는 4층으로 이루어진 스타벅스에 드디어 입성했다. 봄 시그니처 메뉴라고 사쿠라 라떼를 우리 돈 11,000원 정도에 사서 먹으며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이곳저곳을 보고 사진 찍으며 즐겼다.
느지막한 점심으로 일본가정식 전문점을 찾았다. 지하1층에 위치해 있었는데 계단을 올라와서 도로까지 대기 줄이 서있었다. 그날이 월요일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혹시 브레이크타임에 걸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는데 다행이 입장이 되었다. 요즘은 휴대폰이 있으니 대기를 하는 동안에도 다음 행선지를 검색하고 서로 찍은 사진을 보고 할 수 있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일본가정식은 갓 지은 솥 밥에 가라아게 정식과 돼지고기조림정식을 각각 시켜서 나눠먹었다. 양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아서 배가 찰까했는데 밥이 맛있어서 많이 먹었더니 배가 찼다. 특이한 것이 이 가게는 현금으로만 결재 가능했다. 현금 안 가져 왔음 어떻게 했을까싶었다.
타츠야서점이라고 책반 여러 가지 소품 반으로 이루어진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진 서점을 둘러보고 나왔다. 이 서점도 앞, 뒤로 정원처럼 예쁘게 조경이 되어있어서 숲속의 서점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와서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도쿄타워가 잘 보이는 곳으로 아자부다이힐스로 향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도 많지만 너무 넓고 큰 규모의 쇼핑몰도 일본의 도시에는 많았다. 아자부다이힐스는 오래된 주거지역을 재개발하여 만들었는데 처음 협상에서 완공까지 약 30년 넘게 걸린 도시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이곳은 도시 속의 작은 도시로 학교, 호텔, 고급주거시설, 쇼핑몰,문화시설,공원, 음식점등이 모두 이곳에 위치해있다. 우리는 아자부다이힐스 전망대에 있는 까페에 가서 비싼 음료를 주문하고 도쿄타워를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감흥이 크지는 않았는데 도리어 아자부다이힐스의 규모에 놀랐다.
저녁은 숙소근처의 백화점 식당가에 가서 일본식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 그리고 생맥주를 먹었다. 숙소근처라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여행기간 내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영양제와 비타민을 챙겨먹고 물을 많이 마셨다. 그래서인지 여행 내내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도쿄의 3일차 아침이 밝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전에는 조금씩 비가 내려서 다행이었다. 친구가 한국의 성수동이라고 검색한 곳인 구라마에를 가기로 했다. 그곳은 한적한 일본의 거리로 여러 가지 종류의 수공예 용품들을 파는 매장들이 있었다. 우리는 지나가다가 예쁜 가죽 공방을 발견했고 둘이서 서로 이 가방 저 가방을 둘러보다가 자그마한 토드백에 마음이 갔다. 친구랑 한국말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주인이 한국인이냐고 한국어로 물어왔다. 알고 보니 일본인과 결혼해서 10년째 살고 있는 한국인이었다. 남편이 가죽가방을 만들고 아내인 한국인 주인이 판매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가죽의 질이 좋아 보이는 것에 비해 가격이 착했다. 친구랑 둘이서 사이좋게 하나씩 구매를 하고 종이가방에 포장을 해준 뒤에 비가 온다고 그 종이가방위에 투명비닐을 다시 포장해서 비에 젖지 않게 해주었다. 나중에 거리를 다니다가 다른 사람들의 종이가방에도 그렇게 비닐포장이 되어져 있었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친구가 한국에서부터 가고 싶다고 한 초콜릿카페를 가게 되었다. 노랑 입간판이 예쁜 곳이었다. 마침 비가 온다고 노랑 가디건과 가방을 들고 간 나는 노랑 입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초콜릿 향이 전해져왔다. 1층 매장 안에 투명 창으로 초콜릿을 만드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매장 한 켠에는 초콜릿으로 만든 여러 가지 구성의 선물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우리는 커피와 진한 브라우니를 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2층 창가 바로 앞이 공원이었고 벚꽃나무들이 여러 그루 있었다.
벚꽃의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창가에 앉아서 그 봄의 풍경과 진한 초코의 브라우니와 커피를 즐겼다.
그냥 그렇게 앉아서 있는 시간들이 힐링 그 자체였다. 비가 와서 어쩜 더 운치 있고 좋았다. 한국의 성수동도 못 가본 내가 일본의 성수동인 구라마에 왔는데 고즈넉하고 조용하면서 우리들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너무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우에노공원을 가기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역에 내렸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접는 작은 우산을 가져왔는데 혹시 뒤집힐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우리는 우산을 들고 구글 지도를 보면서 검색해둔 돈까스로 유명한 돈카츠 야마베를 찾아갔다. 비가 오는 날씨인데도 길다랗게 줄이 서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줄서서 먹는 일이 그 닥 없었는데 일본에서는 줄 서는 게 기본인 것 같았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친구랑 이야기하다보니 우리 차례가 되었다. 바로 앞에서 돈까스를 튀겨서 주는데 히레까스가 너무 부드럽고 살살 녹았다. 그런데 밥을 얼마나 많이 담아주든지 탄수화물 좋아하는 나도 다 먹기에 벅찼다. 이곳도 현금만 결재 가능한 곳이었다.
우리는 배를 채우고 비가 와도 벚꽃명소로 유명한 곳 중에 한곳인 우에노 공원으로 향했다. 일본은 비에 벌써 벚꽃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에노 공원 안에는 국립서양미술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상설전시로 모네, 드가, 마네의 작품등 정말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현대카드 일본제휴 혜택으로 무료 입장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입장 전에 밖에 우산 꽂이가 줄지어 서 있고 그곳에 자신의 우산을 꽂고 열쇠를 챙겨가는 풍경이 새로웠다.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근처로 가서 친구의 지인을 만났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현지인이 가는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보지 않고 현지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되니까 너무 편했다. 우리가 궁금한 것도 다 물어볼 수도 있고.
이케부쿠로의 번화가인 선샤인시티를 둘러보고 일본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애니메이트라는 빌딩도 지나갔는데 정말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차림의 여자아이들이 참 많았다.
현지인 추천 맛집 베트남 쌀국수로 저녁을 먹었는데 이곳 또한 현금 결재만 가능했고, 베트남과 도쿄 두 곳에만 매장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더 맛이 나는 것도 같기도 했다.
배를 채우고는 비가 내려도 걸어서 마트쇼핑을 갔다. 나는 사고 싶은 것들은 많았지만 트렁크가 현재도 차 있는 상황이라서 정말 눈물을 머금고 몇 가지만 살 수밖에 없었다.
쇼핑을 끝내고 함께 카페에 가서 커피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일본에서 사는 현지인 생활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조심스레 어떠냐고 물어보니 한국에서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살게 되는데 일본에서는 모든 게 자유로워서 그 부분은 좋다고 했다. 하지만 호텔 일을 하면서 밤늦게 까지 근무를 하고 도보로 가능한 집을 구하다보니 집세가 월급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고 많은 것들을 아끼고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의 삶이 더 좋으니까 살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덕분에 우리는 넓고 좋은 숙소에서 편안하게 3박을 묵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친구와도 스무 살에 만나서 30년이 지난 반백살이 되는 이 나이에도 우리는 아직도 서로가 그때 스무 살 대학생 때의 그 모습으로 서로를 보고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서툴고 잘 몰라서 많이 헤맸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리고 새롭게 경험하게 되어서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건강하게 다녀올 수 있음에 ,모든 것들이 감사하게 여겨지는 여행이었다. 한국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통영으로 내려가는 길에 한국은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봄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의 봄날들도 새롭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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