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의견과 그 근거를 서술하라.]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 그간 검찰은 선택적 수사와 기소 편의주의로 권력을 주무르며, 사실상 견제 불가한 절대권력에 도달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사들이 이명박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꿰찬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문민정부 뜻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가도, 집권 말기엔 힘을 다한 대통령 아들을 구속하며 차기 권력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렇듯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에 복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무자비하게 권한을 휘두르며 서서히 부패해왔다.
검찰의 권력 오남용을 막으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이란 의제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과, ‘검수완박’이라는 강력한 개혁 타이틀을 내걸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러나 견제 없는 칼자루를 쥔 검찰은 번번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다. 때로는 집단행동으로, 때로는 정권을 조준한 ‘정치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저항했다. 참여정부 핵심 인사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 역시 검찰의 집중 타격에 무너졌고, 정부의 검찰개혁 동력도 함께 소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기소 독점을 견제한다며 공수처를 출범시켰지만, 수사 부진은 물론 검경 교통정리에도 실패하면서 오히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검찰개혁이 지난 수년간 사경을 헤매는 동안, 검찰 세력은 더욱 부패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이재명표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은 그 팽창을 빠르게 진압하는 데 효과적이다. 수사하는 권한과 재판에 넘기는 권한을 분리해 한 기관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고 서로 견제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이들은 이렇게 되면 수사 공백이 생겨 사법 후진국이 될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선택적 기우’일 수 있다. 40여 년 전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정착시켜 온 영국의 검찰 기소율은 60%대로, 50%대인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유엔과 세계은행 등에서 후원하는 국제 조사기관, 월드 저스티스 프로젝트가 발표한 법치주의 지수 순위를 봐도 그렇다. 지난해 영국은 15위로, 19위에 그친 한국보다 높았다. 그밖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캐나다, 아일랜드, 핀란드도 모두 우리나라보다 우위에 있었다. 반면 우리처럼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프랑스와 미국은 한국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검찰에게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사법 수준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
"방향이 옳더라도 총론뿐 아니라 각론까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한 말이다. 현재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은 옳은 편에 가깝다. 수사권-기소권 분리라는 큰 틀을 짰으니, 이제는 수사 기관과 공소 기관 간 견제와 협력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영국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권력을 제한하는 대신,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법률 자문을 받도록 한다.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사건을 넘겨받지 않는 식으로 경찰을 견제하고 있다. 오랜 세월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며 ‘정치 수사’와 ‘제 식구 감싸기’를 반복한 검찰의 폐해가 또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이제 정부는 제대로 된 견제와 협력 시스템의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