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 요리로 점심을 먹은 우리는 버스를 타고 왕궁이 있는 구시가지 감라스탄으로 간다. 감라스탄(Gamla stan)은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의 구 시가지로 스웨덴어로 "옛 도시"를 뜻하는데 13세기부터 형성되었으며 중세시대 건설된 도로와 거리,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감라스탄으로 들어가는 광장에는 칼 14세 요한의 청동기마상이 있는데 그가 현대 스웨덴 왕가의 시조라고 한다. 이 지역은 중세 스톡홀름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건물들은 대부분 16~17세기에 건립되었으며, 법적으로 개조가 금지되어 있다. 이곳에는 스톡홀름 대성당, 노벨박물관 외에 스웨덴 왕실의 묘소로 사용되고 있는 리다르홀름교회, 18세기에 건설된 바로크 건축 양식의 왕궁이자 스웨덴 왕실의 거주지인 스톡홀름 궁전(Stockholms slott)이 있는데 시간관계상 스톡홀름 궁전과 스토르토리에트 광장만 구경할 수 밖에 없다.
버스에서 내려 우측에 있는 왕궁은 외관만 구경하고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으로 걸어가는데 파란색 군복을 입은 근위병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보인다. 근위병 교대식은 매일 열리고 월~토요일은 12시15분에 일요일과 공휴일엔 13시 15분에 열린다고 하는데 지금이 5월26일 일요일 13시 30분이 좀 넘었으니 아마 근위병 교대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모양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음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음악소리가 나는 곳으로 몰려가 나도 그들을 따라 가보니 넓은 왕궁 앞 광장에서 근위병 군악대가 말을 타고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근위병 교대식은 끝났지만 관광객을 위해 광장에서 연주하는 것이라고 한다.
감라스탄 중심부에 있는 스토르토리에트 광장(Stortorget)에는 스톡홀름 증권거래소를 비롯한 옛 건축물들이 있는데 스토르토리에트 광장에서 스톡홀름 대학살이 있었기에 피의 광장이라고도 불리운다. 덴마크 주도하에 결성된 스칸디나비아 3국의 칼마르 동맹을 탈퇴하려고 하는 스웨덴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1520년 당시 덴마크의 왕 크리스티안 2세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대포를 쐈는데 불발이 되자 크리스티안 2세가 스웨덴 귀족을 이곳에 초대하여 연회를 베푸는 척하면서 네 귀퉁이를 막아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1520년 11월 8일과 9일 양일간에 80여 명이 넘는 스웨덴 귀족들을 목을 잘라 죽이고 그 머리를 이 곳 우물에 묻었는데 이 광장이 피로 흥건하여 피의 광장이라고 불렸고 우물을 해골의 샘이라고 부른다. 광장 가운데 그 우물이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폭동과 내전이 일어나 칼마르 동맹이 해체되었고 구스타프 1세 바사가 스웨덴의 국왕으로 즉위하게 되었다고 한다.
광장 한편에는 노벨박물관이 보이는데 건너뛰고 자유 시간에 감라스탄 거리를 걸어보는데 대부분의 거리가 골목처럼 매우 좁다. 아마 외부 침략자를 방어하기에 용이하도록 좁게 만들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스톡홀름 대성당 앞에는 유럽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성 조지(게오르그)의 괴물 퇴치상이 있는데 괴물인 용은 외세(덴마크)를 상징하고 오른쪽에서 쳐다보는 공주는 스웨덴을 상징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