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필로스 님, 저는 고해성사 애용자입니다.
제가 경험한 고해소는 단순히 죄를 사해주는 곳이 아니라 내 문제를 해결하는 장소입니다.
예를 들어 누구와 관계가 소원해서 만나면 불편할 때, 다퉈서 화해가 잘 안 될 때, 누군가가 자꾸 미울 때 등 이런 문제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나면 이후에는 어느샌가 해결이 되거나 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은 하느님께서 나의 일에 개입을 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이런 문제는 전문이신 하느님께 말씀드리십시오. 그 보증 기관이 고해소입니다.
혼자서 기도 올리는 것도 좋지만 고해소에서 내가 통제가 안 되는 이런 사소하지만 가볍지 않은 일들을 죄로 인식하고 성사를 통해서 해결하는 게 안전합니다. 사람인 이상 고해성사를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든 순간 미워하는 마음의 원인도 생각해 보고 나 자신의 부족한 것들도 돌아보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셔서 그 정도의 노력 만으로도 측은하게 여기시고 돌보아 주시려고 작정하십니다.
고해성사는 자주 해야 됩니다. 사람도 자주 보면 정이 들지요.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고해소에서 하느님께 나의 습관적인 죄의 경향을 자세히 고해바치면서 내 안의 죄상이 투명하게 싹 드러내 보입니다. 자주 하면 내가 투명유리처럼 하느님 앞에 숨김이 없는 느낌입니다. 쌓여 있는 게 없으니까요.
저는 일주일에 한 번 내지 열흘에 한 번은 고해소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천만다행인 것은 평소 고해소에는 줄이 거의 없습니다. 식당 가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웨이팅'이라고 하나요? ㅋㅋ 언제든 맛집 고해소를 들어갈 수 있으니 너무 좋습니다.
우리가 성당에 가는 이유는 반드시 다가오는 죽음 너머의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거기에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가고 싶기는 한가요? 저는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합격' 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2000년이나 가르치는 천주교회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입니다. 당연한 것 아닌가요. 길도 모르고 가는 방법도 모르고 희망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고해성사가 우리에게는 너무 소중합니다.
하느님 계신 곳은 천국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마지막 한 닢까지도 다 갚아야 갈 수 있는 게다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게 더 쉽다고 할 정도로 커트라인이 높은 곳입니다. 거기에 갈 준비를 지금부터 하는데 알아본 바로는 의외로 방법은 단순하고 쉽다면 수월합니다. 내 죄가 없으면 됩니다. 하느님 만나기 전에 고해성사를 통해 최대한 용서받아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을 마음속으로 정립한 이후 그동안의 죄상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라고 글이 진행되는 게 수순이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간절해지고 사랑하고 싶다는 열의가 높으면 높아질수록 삶의 순간순간, 기도의 순간순간에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났는지 성인이 돼서는 물론 어릴 때 잘 못한 일들도 떠올랐습니다. 저는 성사를 보라는 신호라고 믿고 잊어버릴까 봐 휴대폰에 잘 매모해 놓고 고해소에 들어가서 보면서 말씀드렸습니다. 지금도 잘못했다 싶으면 휴대폰에 기록해 놓았다가 고해를 합니다. 적어도 이런 이성이 있는 동안의 죄 만이라도 고해해서 털어내고 싶은 마음으로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고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정말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과학자들 말로 우주가 11차원까지 있다고 하는데, 그럼 하느님은 더더더 고차원 아니시겠습니까. 저는 3차원도 버겁습니다. 우주의 대주제이신 하느님께서는 세례 이후 우리의 상태를 미리 아시고 치료방법으로 고해성사를 마련해 놓으셨으니 우리는 가서 고해하기만 하면 됩니다. 고해하면 용서해 주신다는데, 이것도 못하면 어떻게 해야 되나... 고해소가 한산한 것은 저 빼고 다들 죄를 안 짓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요? 제가 보기에는 좋은지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테오필로스 님, 지금까지 제가 드린 말씀은 천주교신자들이 고해성사 때문에 힘들다고 하시는데 오히려 고해성사가 있어 천만다행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 사람 찾아가서 술 마시고 괴로움을 잊어 봤자 남욕이나 더 하고 오겠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부디 고해소에서 내 문제를 투명하게 보여드리십시오. 믿으시는 만큼 하느님께서 개입하십니다. 일 처리는 하느님께서 더 깔끔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하느님은 전지전능하시고 전선하신분이십니다. 불완전한 인간에게 기대기보다 전능하신 분께 우리 인생을 맡겨 드립시다. 아멘.
https://youtu.be/xpjV_0Rbyx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