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성격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Erikson은 Freud가 간과했던 청년 후기의 발달단계를 관찰했다. 그래서 그는 사춘기, 전. 후 각각 4가지 단계들을 확인하여 전 생애동안에 지속되는 8가지의 발달단계들을 제시하였다.
개인의 성격은 자신의 환경과 더불어 상호작용 과정에서 자아정체성과 심리적 건강을 성취하기 위하여 극복해야만 하는 일련(8가지)의 심리사회적 위기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발달된다고 한다.
이 위기는 두 가지의 상반되는 혹은 갈등하는 성격특성들 간의 투쟁으로 묘사되고 있다. 예컨대, 기본적 신뢰감 대 불신감의 발달단계에서는 신뢰의 특성이 영아 성격에 있어서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 경쟁한다. 그 결과에 따라서 신뢰감을 발달시키게 되든가. 아니면 불신감을 발달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각 단계의 특정시기에서 해결되어야 할 발달과제의 단계적 특수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고, 또한 개인 생애의 전환점들(turning point)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8가지의 발달단계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 신뢰감 대 불신(0~1년) : 희망
영아들은 그들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것을 학습한다. 그들의 기본적 욕구는 응답적이고 민감한 양육자들에 의해 충족된다. 만일 양육자가 그들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거절하거나 너무 자주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이면, 영아들은 자신과 타인과 세계를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또는 위험한 곳으로 볼 수 있다.
신뢰감 형성에는 신체적 안위감과 최소한의 좌절경험, 미래에 대한 기대를필요로 한다.
Erikson에 의하면 신뢰 대 불신의 위기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게 되면 심리사회적 능력으로서 희망(hope)이 발달한다. 엄마와 일차적 양육자가 이 성격특성 형성에 있어서 주된 사회적 매개가 된다. 영아기에 형성된 기본적 신뢰감 혹은 불신감은 이 단계 이후 계속되는 성격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율성 대 수치감 및 회의(1~3년) : 의지력
이 특성들은 영아 후기와 걸음마 시기에 나타난다. 기본적인 신뢰감이 형성되면 영아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하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주장한다. 즉 그들은 이 시기에 먹는 것, 입는 것, 위생생활에서 자율적이 되기를 학습해야 한다. 이러한 독립성을 발달시키지 못하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게 되고, 수치감을 형성하게 된다. 지나친 제약이나 심한 벌이 독립성 발달을 방해하고, 의심, 즉 회의감과 수치심을 발달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맞게 되는 위기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하게 되면 의지력(will)이라고 하는 심리사회적 능력이 발달한다. 이러한 성격적 특성의 발달에 있어서 부모들이 주요한 사회적 매개가 된다.
주도성 대 죄의식(3~6년) : 목표지향성
취학 전 유아들은 확대된 사회적 환경들을 접하게 되고, 영아기 때보다 많은 도전을 받게 된다. 유아들은 이러한 도전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 능동적이고 목적적인 수많은 행동들을 끊임없이 자발적으로 시도하게 됨과 동시에 그 행동의 결과들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책임감을 발달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자발적인 주도적 행동들이 증가됨과 동시에 주도성이 발달한다.
그러나 유아들은 부모나 가족구성원들의 기대나 가치에 맞지 않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행동들도 하게 되고, 그 결과로 꾸중이나 벌을 반복해서 받게 될 때 죄의식을 발달시킬 수도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성공적인 위기갈등의 해결은 벌의 공포를 극복하고 가치 있는 목표를 추구하는 목표지향성을 발달시킨다. 이 시기 성격발달의 주된 사회적 매개가 되는 것은 가족이다.
근면성 대 열등감(6~12년) : 능력감
유아기에 발달된 주도성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 즈음해서부터 훨씬 더 다양하고 확대된 환경 속에서 새롭고 풍부한 학습과 경험들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아동들은 기초적인 인지기술과 사회적 기술들을 습득하게 되고 가족의 범위를 넘어선 보다 넓은 사회에서 활용되고 있는 유용한 기술들을 열심히 배우고 숙달하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성공적인 경험들을 보다 많이 하게 되는 아동들은 자신감과 근면성을 발달시킨다. 반면에 실수나 실패를 거듭하는 아동들은 부적절감과 열등감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 단계에서 맞는 위기갈등을 만족스럽게 해결하게 되면 능력감이 발달하게 된다. 이 시기의 발달에 있어서 주된 사회적 매개는 교사와 또래들이다.
자아정체감 대 역할 혼란(12~20년) : 성실성
아동기를 마감하고 청년기로 넘어가는 발달단계이다. 사춘기와 청소년기에 해당한다. 10대 초기 아동들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신체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호기심과 흥미에 변화들을 맞게 된다. 아동기의 자기관은 이제 더 이상 그들의 변화된 외모나 이성관과 맞지 않아 부적절한 것이 된다. 주변의 성인들과 또래들은 자신들에게 새로운 기대를 갖고 있음을 경험한다. 이러한 변화와 사회적 요구들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하고(정체감 위기), 나아가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며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 보도록 자극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남들이 자신에 대해서 갖고 있는 이미지에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다. 그 이미지와 자신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어떻게 부합되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고심한다. 이것이 자아정체감의 확립이라고 하는 이 발달단계의 중심이 되는 과업이다. 즉 자아정체감(ego-identity)이란 전 단계에서부터 축적되어 온 자신감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서 현재 자신의 위치, 능력, 역할 및 책임에 대한 분명한 인식으로서 자기 정의(self-definition)라고 할 수 있다.
정체감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역할혼란이라고 하는 성격 특성이 형성된다. 이것은 다음 단계에서도 방황하게 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위기갈등이 잘 해결되면 사회 심리적 덕목으로서 성실성을 발달시키게 된다. 발달의 주된 매개는 또래사회이다.
친밀감 대 고립감(20~40년) : 사랑
이 단계는 성인 초기에 해당된다. 구혼, 결혼 그리고 부부생활 등 성인생활의 시작을 포함하는 시기이다. 이 기간에 젊은 성인은 정력적으로 일하고 정착을 지향한다. Erikson은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련하여 성적 친밀감은 물론 사회적 친밀감을 갖게 되는 것이 이 시기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Erikson에 의하면 앞 단계인 청소년기에 긍정적인 정체감을 확립한 사람만이 진정한 친밀감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한다. 즉 진정한 의미의 친밀감은 합리적으로 통합된 자아정체감의 형성을 기초로 해서 발달된다는 것이다.
Erikson에 있어서 친밀감이란 자신의 무엇을 상실한다는 두려움 없이 자신의 정체감을 그 외의 누군가와 연합시키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친밀감은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필수적 요건이다. 정체감을 확립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감을 가질 수 없으므로 다른 사람과 친밀감을 맺을 수 없어서 고립감을 발달시키게 되어 자신에게만 몰두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의 성공적인 위기갈등의 해결은 사회 심리적 덕목으로서 사랑을 발달시킨다. 이 시기의 주된 사회적 매개는 연인, 배우자, 가까운 친구들이다.
생산성 대 침체성(40~65세) : 배려
장년기에 속한다. 이 단계에서 성인들은 직장에서 생산 활동에 관련된 자신의 업무들을 수행하고 가정에서 자녀들을 낳고, 양육하며 가족들을 부양하는 등의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을 발휘한다.
따라서 생산성이란 개인의 활동이 미래 세대들에게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적 만족과 사회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느낌을 말한다. 사회적 봉사를 통해서도 생산성을 나타낸다. 요약하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다. 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침체성을 발달시키게 된다.
침체성은 삶의 생활이 더 이상 목적이 없는 것 같이 느낄 때 초래된다. 침체성을 발달시키게 되면 그 개인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는 자신의 욕구에 보다 치중하게 되고, 타인에 대한 관대성이 결여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갖게 되는 위기갈등의 성공적 해결은 배려(care)라는 사회 심리적 덕목을 발달시킨다. 배우자, 자녀들과 문화적 규준 등이 이 시기의 중요한 사회적 매개들이다.
자아통합성 대 절망감(65년 이후) : 지혜
전 생애의 발달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에 해당하는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삶의 자취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Erikson에 의하면 이 마지막 발달단계의 특징은 새로운 위기의 출현보다는 지금까지 거쳐 온 자아발달의 전체 단계의 종합, 통합 그리고 평가로 이루어지는 시기다. 그래서 Erikson은 앞서 제시된 7가지 단계를 거쳐 이뤄진 결실을 자아통합(ego integrity)이라 불렀다.
다시 정의해 보면 자아통합이란 당당함과 낙관적인 지혜의 감각을 가지고 자신의 삶의 장단점을 되돌아보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아통합의 소유자는 모든 육체적, 경제적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생활방식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자아통합의 실패나 결여는 되돌릴 수 없는 인생의 실패와 희망했던 것들에 대한 계속적인 미련,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한 절망감으로 나타난다. 위기갈등의 성공적 해결은 죽음을 앞두고도 초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지혜(wisdom)라는 덕목을 발달시킨다.
Erikson에 의하면, 사회 심리적 갈등들이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생애의 경험들에 따라서 각 개인은 신뢰감 대 불신감, 자율성 대 회의감 및 수치감, 주도성 대 죄의식, 근면성 대 열등감 혹은 자아정체감 대 역할혼란 등의 비율이 보다 바람직한 쪽으로 혹은 보다 부정적인 쪽으로 성취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기단계의 갈등들이 후기발달에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Erikson의 발달단계마다 각각 강하게 되거나 약하게 될 잠재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 단계에서의 실패가 후기 발달단계에 필연적으로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