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람들의 정다운 음악회, ‘우가연’ 가는 길
입춘(立春)이 지났다지만, 어제밤부터 다시 곤두박질친 기온에 겨울 추위의 기세가 여전히 매서웠다. 하지만, 2월의 첫 토요일인 오늘, 나는 토요일 진료를 마치고 가벼운 설렘과 함께 ‘우리가곡사랑회’의 정기 연주회로 향했다. 일상을 뒤로하고 연주회장으로 향하는 이 시간은 특별하다. 단순히 장소를 이동하는 시간이 아니라,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통로를 걷는 기분이 든다.
현실의 세계에서 음악의 세계로.
걱정과 근심을 잠시 내려두고,
소리와 숨결만 남는 공간으로.
한 달에 한 번,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나는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는다. 문득 ‘취미’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취미란 무엇일까. 잘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는 나를 느끼게 해주는 시간. 국영수처럼 꼭 필요한 공부가 있다면, 우리 삶에는 예체능이 주는 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진심을 다해 준비한 무대를 마주할 때면, 음악의 감사함과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 성악이라는 취미가 주는 의미 또한 이런 ‘회복’과 ‘힐링’에 있다.
무대 위의 음악만큼이나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 것은 사람 사이의 '정(情)'이었다. 매서운 추위에 건강이 안좋으신 몇몇 임원들께 "일찍 나와 고생하지 말고 따뜻한 집에 계시라"고 진심 어린 문자를 보내신 대표님, 그리고 그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우가연은 제가 힐링하는 곳이니 옷 따숩게 입고 가겠다"고 화답하는 회원님의 대화를 전해 들으며, 이곳이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곳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서로를 아끼는 그 마음이 추운 겨울 날씨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성악연주회에서 가끔 팝음악을 만나게 된다. 그 곡이 내가 알고 있는 곡이면 오랜만에 만나는 정겨운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오늘 연주곡 중에도 팝음악이 있었는데, 내 마음에 와닿은 곡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 Leo Sayer 의 곡 "When I need you"였다.
When I need you
I just close my eyes and I'm with you
And all that I so want to give you
It's only a heartbeat away
내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난 그저 눈을 감아요. 그러면 어느새 당신 곁에 있답니다.
오직 당신에게 주고 싶은 것은
단지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서 나누는 사랑입니다.
예전에는 멜로디만 따라 불렀던 노래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가사가 또렷하게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에게는 음악이 ‘그대’이고, 함께 노래하는 사람들이 ‘그대’였다. 힘들 때 떠올리면 위로가 되는 존재. 손만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심장 박동이 들릴 만큼 가까운 온기.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 오는구나.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서.
음악이라는 공통된 분모 안에서 끈끈한 정을 나누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한 오늘 하루는 나에게 다시 일상을 살아갈 커다란 힘이 된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눈 이 따뜻한 온기가 연주회에 참석한 분들의 마음에도 포근하게 전달되기를 소망해본다.
2026.02.08. 우리가곡사랑회 운영위원 한봉재
첫댓글 저에게 음악은 영혼의 양식이란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시간이 되어 너무나 감사합나다.
이렇게 또 행복을 만들어 갑니다~
네~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동감입니다. 음악은 영혼의 양식입니다. ^^
일상의 세계에서 '가슴 두근거리고 설레는 세계로 가는 길을 걷는다'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가끔 진심으로 이끌리는 생활에 스스로 걸어들어간다. 거기에서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몸에 좋은 보약'을 먹는 것과 같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좋은 글 주셔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 여흥에 이렇게나마 함께하는 즐거움이 생겼습니다.
네~ 음악을 혼자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다음엔 같이 하시죠.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