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든 그 흉측한 노파의 모습이 나의 모든 것을 뒤 흔든다.
그리고 분하게 눈을 떠야만했다.
기다림이 이렇게 지루한 걸까?
어릴 때부터 지고는 못사는 용렬한 내가 분하게 눈물을 머금고 후퇴를 한 사건이다.
7살에 학교를 들어 간 나는 덩치 큰 애들과 싸워 지며는 형네 교실로 득달같이 달려가
그여히 성을 데려와 이기고야 말았다.
5학년 교실로 쫒아가 성 손을 잡고 씩씩거리며 "빨리 와! 어떤 늠이 나 때렸어---" 하고
성을 끌고 와 성 때미 주늑 들어 뒷걸음질 치는 그 늠을 그냥 사그리 이겼다.
"섘캬! 니가 아까 나 때렸지?! 섘키야!!!"
허리를 부여잡고 사그리 흔들다 자빠지면 내가 위로 올라탔다 밑에 깔렸다----
때릴 줄도 모르던 그때는 그렇게 뒹굴며 주딩이로만 이겼다----- "이 섀키야 - 까불래?? 주글래???"
성은 그저 바라만 보다 내가 "성! 인저 됐어 - 그만 가!"하면 암말도 없이 웃으며 교실로 돌아갔다.
그 성이 나의 특수전 교관 - 태보기 성이다.
너는 이제 끝났다. 오늘이 제삿날이다.
대야산에 전화를 걸었다.
"성! 빨리 와 ----씨뻘건 눈깔에 할망구가 ---독햐---무지 무셔워-----"
그 오학년 때처럼 형은 언제나 내게 든든한 빽이다.
형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양어장에서 나와 봉명동 큰누님 댁으로 향했다.
형이 청주에 나오면 우선 들리는 곳이 누님 댁이니 거기서 기다렸다가 빨리 만나고 싶었다.
소파에 앉아 있다 흉측한 노파가 어찌하고 있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다.
벌떡 일어나 여인을 내 앞으로 확 잡아끌었다. 양 손이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손가락이 비수되고, 창이 되고, 갈고리 되어 노파의 가슴을 후벼 판다.
싸움이 격렬해지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힘겹고 버거운 싸움이 끝이 없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싸움이 살짝 겁이 나며 고연히 시작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생각는 그 짧은 순간........그것이 노파에게 빌미가 되고 헛점이 되어.......
가득 차 있던 기가, 갑자기 풍선바람 빠지듯 온몸 전체의 모공으로 확 빠져 산산이 흩어진다.
그리고는...심장이 덜렁 덜렁대더니.......
노파의 깡마른 갈코리 같은 손이 내 심장을 꽈-악 움켜쥔다.
벌렁 벌렁 벌렁 심장이 터질듯 박동한다. 심장이 뚝 떨어질 것 같다.
이빨을 악물고 죽기를 다해 싸웠다..........
처절한 싸움이 한참을 지나고서야 - 손이 서서히 멎었다.
죽음의 늪에서 빠져 나온 것 같은 안도와 피로가 땀과 범벅이다.
그 무섭고 흉측한 노파가 나를 놔두고 그 여인만을 끌고 사라진 것이다.
가쁜 숨을 고르고 상처로 얼룩진 내 영혼의 치료를 위해 연공을 시작했다.
밤 11시쯤이 되고 그제야 형이 필열이를 데리고 반갑게 나타났다.
형은 날 만나러 양어장으로 가서 날 기다리고 난 누님 집에서 형을 기다리고..............
형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귀신들을 마음대로 없앨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내가 눈이 빠져라고 기다린 이유며 믿는 구석이다.
밤 11시 반....... 필열이가 떠나고 형한테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 노파! 대단히 무서운 독종 같애! 그냥 빨리 없애지 말구 형이 아주 반쯤 죽여서 없애......"
그러자 형이 빙긋이 웃으며 나보고 그냥 싸우란다. 어릴 때처럼-------
내가 약해졌나? 그땐 성만 뒤에 있으면 "섘캬" 하면서 그냥 달려들었는데---
“좋아! 그럼 형이 도와줘! 내가 싸울께 ....
아까 당한 거 백 천 배루 갚아 줘야지! 넌 이제 증말루 죽었써.......
아주 박살을 내주지..... ”
반바지와 런닝셧츠로 가볍게 무장을 했다.
든든한 형이 내 뒤에 있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그리곤 소파에 비스 듯이 기대앉은 형 앞에 두발을 힘차게 딛고,
내 심장을 쭈그러진 제 젖 주무르듯 주물덕대며 나를 우롱하던 그 망할 노파를 끌어냈다.
순간 양손이 미친 듯이 노파를 향해 날아가고, 손에 뻗치는 힘이 이제까지의 힘과는
비교 할 수 없는 힘으로 어마어마하게 밀려온다.
천근만근의 무게가 실린 팔이 흡사 태산을 얹은 듯하다.
한 번의 손놀림조차도 힘겹다. 싸움의 기술도 무기도 새로움이 더해진다.
오로지 흉측한 노파를 물리쳐 그 여인을 지켜야겠단 일념이 -
태산같이 실려 오는 그 무게의 힘을 감내케 한다.
혼신을 다해 - 젖 먹던 힘까지 - 이를 악물고 - 다 쏟았다.
검게 물들었던 여인의 형체가 밝은 모습으로 살아난다.
힘겨운 싸움이 끝나고 두 손이 모아져 가슴에 합장을 이룬다.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여인의 밝은 모습이 선명히 나타난다.
돌아보니 형은 여전히 눈을 감고 소파위에 잠든 학처럼 앉아있다.
시간을 보니 30분이 지났다.
“형! 다 끝났어! 어떻게 했어? 어떻게 도와 준거야? 이런 엄청난 힘은 평생 처음였어!”
“음!.....처음엔 아무생각도 안했지... 귀신은 사람의 생각을 다 꿰뚫으니까 ........”
형은 이어서 말했다.
"싸움이 시작되자 먼저 귀신이 도망을 치지 못하게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너와 함께 그것을 빛으로 감싸놓았지.
그리고 무기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은빛 나는 일곱 개의 십자가가 하늘에서 내려와 순식간에 네 몸에 붙었는데,
커다란 십자가 하나가 등에 붙고 또 하나는 가슴에 붙었어.
그리고 작은 십자가 두개가 양손바닥에 하나씩 붙었는데 십자가의 윗 쪽이 밖을 향하고...
또 작은 십자가 두개가 양 무릎 아래 정강이에 붙고 마지막 하나는 이마에 붙었어.
손바닥에 붙어 있는 십자가 말고는 모두 십자가의 머리 쪽이 위로 향했지...
그리고 네 모습은 세상에서의 모습보다 훨씬 더 커져있고 네 모습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동시에 앞모습과 옆모습과 그리고 하늘위에서 땅에서 어디에서도 동시에 들어왔어.
네 몸은 은빛으로 빛나고 형용할 수 없는 힘으로 가득 찼어..
그리고 나는, 내가 십자가를 원 한게 아니고 다만...
너를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동시에 나온 거였어...."
"..............."
하나님의 평화의 도구인 십자가의 은총으로 이 미약한 영혼이 더럽고 흉측한 귀신을 쫒아낸 것이다.
하늘에 속해 하늘의 큰 능력을 가진 형을 통하여 십자가의 실체와 그 힘을
내가 영광되게 받은 것이다.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날이 밝고 점심 무렵 대야산으로 향했다.
형과 그 여인과 나 셋의 동행이다. 예전처럼 밝아진 표정의 그녀에게 물었다.
“그날 양어장에서 보았던 - 화장을 귀신같이 했다던 여인들 - 쪽진 머리였지? 비녀 꼽고...
그리고 할아버지를 업고 온다던 그 할머니- 맨발에- 때에 절은 후줄근한 광목 치마저고리에-
허리가 꼿꼿 하구 - 회백색의 중발머리에 - 까무잡잡한 얼굴에- 광대뼈 툭 튀어나오고...
그렇치?”
“아니, 어떻게 그걸 아세요? 그날 아무 말도 안했는데......”
"욕두 으수 하던디 어뗘 한번 더 해 볼텨-----?"
여인이 ~ 미안함과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젯밤에 몸은 어땠는지 잠은 잘 잤는지 별일은 없었는지 물었다.
"밤 12시가 채 못됐나? 갑자기 가슴이 뽀개지는 것같이 아프고 몸이 막 뒤틀려 병원에
가려고 전화기를 들었었어요.....
119를 부르려구요. 근데 언뜻 얼굴이 떠 오르더라구요.
그래서 치료를 해주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꾹 참었어요.
그리곤 30분 정도가 지났나?
가슴 아프든게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송신증도 사라져 며칠 만에 모처럼 잠을 푹 잤어요.
송신증이 얼마나 나든지 그것 때문에 더 죽을 뻔 했어요."
............바로 그 시간 이였다...........
~2~
***~~~~~ 끝 ~~~~~***
첫댓글 노파와의 대결은 결국 한 여인을 살려내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었네요~~많은 사람들이 귀신을 섬기고 달래며 살아가는데 경파 선생님은 귀신과 대결하여 싸우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고 드디어 싸워 이기는 힘을 받으셨어요. 삶을 대하는 태도, 귀신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린시절 힘자랑 하는 악동들과의 대결에 빗대어 표현된 노파와의 대결이 참 실감나게 와 닿네요. 그리고 이 길이 치열한 순간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길이라는 것도ㅡㅡ 그래서 엄숙하고도 찬란하고도 고마운 길이라는 것도ㅡㅡ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힘과 무게는 글이나 말로는 설명 할 수가 없어요----두 팔에 태산을 끼워 놓은 것 같았지요.
그리고 그 얼마 전 양어장 철다리에서 미끄러져 물에 빠지며 갈비뼈가 세개나 금이 갔었고 잘 아물어 가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격렬하게 싸우는 동안에도 아무 이상이 없던 갈비뼈가 - 이런 동작이 나오더라고 흉내를 한번 내는 순간
뜨끔하더니 잘 붙어있던 것이 다시 떨어져 한동안 고생을 했었답니다.
그리고 그 노파를 만나고 난뒤 귀신들과의 아름다운 만남에 대한 환상은 산산히 깨졌고 -
그 뒤 다시 귀신들을 찾아 나서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들과 싸우러 ----
왠고하니 그 노파와 싸우고 나니 온몸에 알이 배고 ---
스스로 죽어라 연공한 하루보다 열배 즉 열흘은 밤새워 수련 한 것과 같았으니까요.
그 후는 귀신만 만나면 반가워 너 잘 만났다 하고 뒤재비를 했답니다.
~ㅎㅎㅎㅎㅎ~~~ 그게 하룻강아지 라는 거지요. 범이 뭔지도 모르는~~~~~
나중에 알았답니다.
불가에서 "마구니를 벗 삼아가라!" 한 그 뜻을요....
그렇게 그렇게 뒤재비를 하며 싸우던 初짜 때 잡아서 가두고 가두고 한 鬼神들이
삼년 반?정도의 시간에 8000 이나 되었고 ----소원이 나무그늘 아래서 한나절 만 푹 자보는 것이었답니다.
그 뒤로는 귀신이 아무리 많튼 - 아무리 크던 겁 날게 없었고요.........
8000 이나 되는 鬼神들과의 뒤재비 사연들이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누구에게나 달려드는 귀신이지만 대응은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귀신도 사람 봐가며 나타나려나요?
열흘을 밤새워 연공한 것보다 귀신과의 대결이 더 힘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실전이 가져다 주는 대단한 힘이었을테고 그렇게 단계를 올라가신 거겠네요.
나무 그늘 아래서 한나절 푹 자보는 것이 소원일만큼 귀신과 뒤재비하며 싸우시던 그 시절이 있어 오늘의 경파 선생님이 계시고 저를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병고침을 받은거라는 생각에 숙연해집니다~~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우노 시메산골 영넘어 가려고 그래서 울지.....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에 길..."
素月의 산새마냥 시메산골 嶺넘어 嶺넘어 가려 가려 - 삼수갑산 고갯길에서 참 많이도 울었지요.
이세상 쓸모없는 인간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죽여달라 하면서요........
하늘은 참으로 공평하답니다. 뿌린대로 거두지요. 나는 세상 누구보다는 특별 하다는 그런 사람은 일명도 없답니다.
세상 사람 중 누군가가 누굴 위해 대신 아프고 대신 죽어 줄 사람 있을까요??
나는 오로지 나 혼자 일 뿐이지요.
그 산생활 산새 되어 헤메며 떠돌았는데 - 우리 카페에 또 다른 산새가 나타 났으니 ~~~
ㅎㅎㅎㅎㅎ~~~참으로 인연은 인연인가 보네~~~산구신 인연~~~~~
우는 아이 젖 한모금 더 준다는 얘기가 있지요.....
먹고 싶음 자꾸 우세요~~~
"귀신도 사람 봐가며 나타 나려나요?" 라 했지요?
맞아요. 꼭 걸 맞는 멘토가 나타나지요.
귀신 - 마구니 - 사탄 - 經(경)에서는 조금씩 다르게 표현 하지만 결국에는 하나지요.
그분이 만든 시험의 도구며 - 벗이지요.
그러나 그 벗이 뒷덜미를 잡고 몽둥이로 여기저기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벗이 될른진 -
세상 사람은 -----아!!! 안타깝게도 누구도 모르지요.
멘티가 멘토가 되려 부단히 죽기로 노력 하지 않으면 數-------------劫을 또 돌아야 하겠지요.
공평한 하늘ㅡ나는 오로지 나 혼자일 뿐ㅡ
단순한 진리임에도 불구하고 잊고 살 때가 많아요. 그래서 죽기 살기가 되겠군요. 결국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이겠지요.
갑자기 귀신은 객이 아니라는 생각이드네요.
'멘티가 멘토가 되려 부단히 죽기로 노력한다' 새기고 또 새기며 지내겠습니다.
그래서 올라서면 또 다른 벗(魔)?이 웃으며 기다린답니다.
~이히히히~가긴 어딜 가------나 하고 놀자 하면서요~~~
평소 별 관심없이 살아 온 세계, 그러나 제가 관심이 없었다 하여 없는 세계가 아니었던 그 세계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조금씩 되어 가고 있어요. 아직 우는 아이가 주는 젖 받아 먹듯, 그렇게 조금씩 받아먹지만요.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뒤늦은 발걸음이지만, 경파샘과 남샘의 대화까지 정말 진지하고 재미(?)나게 들으며 발자욱 남깁니다. 개미맘.
빛 속에 머물러 내안의 온갖 잡귀를 물리칠 수 있으려면 어찌해야 하는지요....
그 확고한 신념과 결연한 의지를 닮고 싶습니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해내고 싶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