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토요일 그냥 쉬려고 했다가 청계산을 다녀 왔습니다. 몸 컨디션이 많이 회복된 것 같습니다. 청계산 매봉을 한번도 쉬지 않고 올랐다가 내려 왔습니다. 한달 전만해도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요일의 대간 산행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을 하였습니다. 아직도 긴장 탓인지 저녁에 좀 마셨음에도 일찍 깨어져 이것저것 준비를 하였습니다. 오늘은 잊어 버리는 것 없이 가져가야할 텐데 하면서 나름 꼼꼼히 챙깁니다. 그러나 나중에 고남산에서 역시 아뿔싸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6시 좀 넘어 집을 나서 9단지 19분. 칠갑산님이 직원 상이 있어 부득이 불참이랍니다. 30분 버스를 타고 신갈. 오늘은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47분 신갈 IC를 지납니다. 황금 들녘을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달립니다. 탄천 휴게소 그리고 남원 거쳐 10시 5분 고기리를 출발합니다.
산행 중에야 뒤로 쳐질테니 고기리에서 주촌리까지 평지만이라도 선두에 서서 걷습니다. 노치마을 노치샘을 지나 이내 산길로 접어 들면서 길은 바로 가파른 산길입니다. 중간에 몇 가족이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다면서 대간 능선으로 잘못 든 사람들을 봅니다.
11시 14분 수정봉, 1시간 남짓입니다. 빨리 온 셈입니다. 노치마을 3.0, 여원재 3.1Km 이정표가 서있는 고갯길. 아마 입망치일 것 같습니다. 다시 된비알 계단 길을 힘들여 오릅니다만 전보다 컨디션 좋아서 그런대로 오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시 57분, 능선 정상에 올라 잠시 쉽니다. 그리고 12시 1분 다시 출발. 주변 조망 좋고 지리산 서부 능선 만복대에서 고리봉,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바래봉 능선이 선명하게 조망됩니다. 그림같은 마을들, 황금들, 곱게 물든 단풍들을 보며 산행을 합니다. 이번 산행 중에 뱀을 세마리 보았습니다. 처음 한 놈은 파란 빛깔, 빠르게 숲으로 사라집니다. 두번째 놈 역시 파란 색. 제법 큰 놈입니다. 정말 빠르게 숲으로 갑니다. 세번째 놈은 갈색으로 작은 새끼인데 영 잘 가질 못합니다. 난 뱀이 정말 무섭고 징그럽습니다. 에구 무셔라.
여유있게 걸으며 사진도 찍으며 그렇게 걷고 싶습니다만 마음이 공연히 바빠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합니다. 맨 선두에는 서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다음으로는 갑니다. 나 스스로도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조금 더 하면 거의 일년 전 수준을 회복할 것 같습니다.
12시 38분. 여원재 바로 인근에 막걸리 파는 집이 생겼습니다. 선두가 그곳에서 막걸리와 함께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다들 막걸리와 두부, 그리고 그곳에서 준 김치로 점심을 먹습니다. 그집 할머니는 장사를 단단히 항 요량인지 막걸리를 시키지도 않는데 몇병이고 자꾸 내어옵니다. 그리고 두부도 몇 접시, 파전까지 막 내놓습니다. 이거 돈을 누가 내는지 걱정됩니다. 회장단에서 내는 것 같습니다. 나는 갈 길이 걱정이라서 막걸리는 마시지 않습니다.
아침에 남은 김밥과 라면으로 점심. 일행 귀신님 점심 마치지도 않았는데 난 주섬주섬 짐을 싸갖고 벌써 출발하는 선두에 따라 붙습니다. 12시 55분 출발.
도로를 건넙니다. 도로 옆에 여원재 휴게소도 생겼습니다. 마을을 지납니다. 선두 세명이 마을 안길로 들어섭니다. 내가 전에 이곳에서 우왕좌왕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 마을 안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고 저위쪽 동산 솔밭길로 가야 할 텐데. 뒤 따르는 사람들을 기다려 물으니 그곳으로 가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습니다. 마을 뒤 솔밭으로 가는 겁니다. 그바람에 잠시 내가 선두에 섰습니다. ㅋ ㅋ ㅋ. 이어서 산길을 한참 가다 된비알. 13시 46분 능선 정상에서 잠시 물을 마시고 내리막길. 다시 오르막. 14시 10분 무덤가에서 다시 휴식. 심한 오르막과 철계단 거쳐 14시 40분 고남산 정상. 정상에 중계탑이 있고 조금 내려선 곳에 고남산 정상석이 있습니다. 정상에서 일행이 사진을 찍어 주고 파인애플을 주는데 나는 싸가지고 온 배를 일행과 함께 먹을 요량으로 정상석 평지에 내려 섭니다. 사진을 찍고 배낭을 뒤집니다. 집에서 싸 갖고 온 배를 찾는데 영 보이질 않습니다. 배낭을 다 뒤집어 보아도 습니다. 아뿔싸 빼놓고 온 게 분명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빠뜨리고 왔습니다. 에휴. 갈대꽃이 참 아름답습니다. 주변 경관도 그만이고요.
`5시 42분. 통안재 갈림길에 도착했는데 영산회 표지가 좀 애매합니다. 내려가라는 것 같은데 내려 가는 곳이 영 낯섭니다. 지난번에 내려 갔던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웬 저수지도 내려다 보이고요. 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소 키우는 축사가 있었고 마을 회관으로 갔는데. 뒤에 오는 사람들을 한참 기다려도 오지를 않습니다. 그냥 내려 가기로 합니다. 내려가니 마을 길옆에 버스가 있습니다. 16시 07분 버스에 도착. 산행을 마칩니다. 뒤에 들으니 선두에서 통안재로 내려와야 하는데 봉우리 하나를 더 넘었답니다. 다음 산행을 위해서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6시간의 산행이었습니다. 점심 후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전반전에는 그래도 아주 잘 걸어서 걱정은 기우로 끝났습니다. 몸을 잘 관리해서 종주를 이어 나가야겠습니다.
저녁은 남원 광한루 건너편 산채정식인데 꽤 괜찮았습니다. 10시 좀 넘어 집에 도착합니다. 3구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