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대간 종주 마지막은 진부령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중간에 빠진 두타, 청옥 구간을 얼른 마쳐야 8월 4주 무지개의 진부령에 합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곳을 시도해 봤습니다. 우선 자체 팀을 꾸려 보기로 하고 곽교장에게 팀 구성을 의뢰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주말에 비가 온다며 곤란해 하는 것입니다. 아마도 휴가 피크에 가기가 꺼려지는 모양이라 선뜻 다음에 하자고 섭섭하지만 취소를 하였습니다. 마침 경기우리가 댓재에서 두타, 청옥 거쳐 연칠성령으로 하산하는 산행을 공지하고 있었습니다. 여기를 따라갔다가 나중에 이기령에서 고적대 거쳐 연칠성령 가는 코스를 별도로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경기우리에 전화를 하였더니 그 주일에 설악산 흘림골과 두타산 두 곳을 공지하였는데 흘림골이 신청자가 많아 두타산은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에라이 x. 다시 곽교장에게 다시 전화하여 한번 추진해보자고 하였더니 이미 취소 문자를 날렸답니다. 이런 이런.
할 수 앖습니다. 단독으로 강행할 수 밖에. 겁은 나지만 단독으로 가자, 누구는 산 속에서 혼자 비박하며 몇구간을 했다는데. 동해시 개인 택시 조합에 전화해 보았더니 이기동에서 댓재로 택시 이동하는데 45,000원 내지 5만원 된답니다. 전화번호도 받아 놓았습니다. 31일 일요일 새벽 2시에 출발하기로 합니다. 5시부터 산행을 할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5시반. 그도 아니면 6시에는 산행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30일 저녁 괜한 다툼으로 핑계를 대고 금기인 이슬을 맞고 말았습니다. 에구 못말리는 불쌍한 학수. 11시 잠이 깨어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하고 1시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준비를 합니다. 라면과 물과 밥을 챙깁니다. 약간의 사정이 생겨 2시 20분 출발합니다. 영동고속도로에 그 한밤중에 제법 차가 많습니다. 횡성 휴게소. 그 시간에 휴게소 주차장이 꽉 차 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젊은들이거나 아이들입니다. 네비게이션은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 제천, 영월, 태백으로 안내합니다만 그냥 강릉으로 동해로 가기로 합니다. 거리는 더 멀고 통행료도 비싸지만 그쪽길을 잘 모르고 국도라서 시간도 더 걸릴 것 같고 다음 지도 길찾기도 동해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동해 IC. 통행료 10,800원. 바다가 보이는 동해 휴게소. 5시 20분. 아침을 먹습니다. 라면으로 산속에서 때우나 하였는데 다행입니다. 해물 순두부. 해물은 거의 없고 기름 섞인 고춧가루가 대부분이나 먹어야 산행하지 하며 다 먹습니다. 40리터 주유. 이어서 네비에 의지하여 댓재를 올라갑니다. 엄청나게 구불거리고 가파르고 높은 고갯길입니다. 한계령, 구룡령 저리가라입니다. 하긴 동해바다 해발 거의 제로에서 아마도 1,000여미터를 오르니 그럴만도 합니다. 이윽고 댓재 정상. 댓재휴게소 앞에 차를 세우고 준비를 합니다.
사진이 흐릿하네. 휴대폰으로 찍어 그런가 봅니다. 6시 45분 댓재 출발. 비는 오지 않아 다행입니다. 구름이 끼고 주변에 안개로 조망은 없습니다. 울창한 숲길, 곳곳 등산로에 옆으로 물길을 파놓았습니다. 이곳은 지난번 구간과 달리 이정표가 잘 되어 있습니다. 거리와 장소가 잘 표시되나 고적대 이후는 역시 이정표가 거의 없습니다. 8시 35분 통골재. 댓재 3.9Km, 두타산 2.2Km 표시.
9시 40분 두타산 1,353m 도착합니다. 댓재 6.1Km. 이정표에 3시간인데 5분 당겨 도착하였으나 보통 30분쯤 앞당겼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산악회를 따라간 것이 아니니 훨씬 마음이 가볍고 여유롭습니다. 9시 55분 출발, 청옥산 3.7Km입니다. 전에 90년대 후반 서현고 교감 시절이던가. 셋이던가 넷이던가 나 이외에 두명은 기억이 납니다. 이도, 추교. 그리고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무릉계곡 한 식당에서 자고 두타산, 청옥산을 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두타산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두타산 지나 청옥산 가는 너덜길에 들어 서니 그때 기억이 납니다. 그때도 저녁에 밤이슬에 흠뻑 젖었다 오르느라 무척 힘이 들었지요. 2리터 물을 다 마시며 올랐었습니다. 청옥산 지나 하산할 때는 좌골 신경통처럼 오른쪽 대퇴부가 시큰거리며 아파서 거의 옆걸음 처럼 엉금엉금 내려 왔었습니다. 올라갈 때는 덜한데 내려올 때가 더 아팠습니다. 그 무렵 두어시간 산행은 괜찮은데 한 4시간 넘는 산행에서는 그 증세가 나타나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병원에도 안가고 계속 산에 다녔더니 한 2년 지나니 모르는 사이에 그 증세가 나았습니다. 2월 하순 봄방학 때였는데 무릉계곡으로 하산하여 돌아올 때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대관령에는 눈이 폭설로 쏟아져 온천지가 눈세상이 되는 장관을 보여 주었습니다.두타산에서 인증샷. 무릉계에서 올라온 세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입니다. 고적대 지나서 바로 사원터로 하산한답니다.
이어서 박달령.청옥산 1.4Km 30분. 두타산 2.3Km.1시간 표시되어 있으나 올라보니 청옥산 50분이 걸립니다. 박달령에서 청옥산은 너덜길을 지나 아주 가파른 길입니다. 11시 35분. 청옥산 도착. 전화 중계탑에서 3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정상 조금 못미친 곳에 공터가 있습니다만 겨우 그것도 되돌아가기 싫어 사진만 찍고 다시 길을 갑니다.
12시 10분 연칠성령. 고적대 1Km. 잠시 휴식. 고적대 가서 점심 먹을 요량으로 잠시 후 출발합니다. 경기 우리는 이곳에서 무릉계로 하산하는데 6시간을 잡았는데 내가 댓재에서 여기까지 5시간 25분인데 여기서 무릉계까지 6.7km 표시된 걸 보니 아무래도 3시간은 걸릴 것이고 보면 6시간이 아니라 8시간 반은 걸려야 할 것 같습니다.
1Km니까 30분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 고적대가 정말 골때리는 산이었습니다. 500미터 표시까지 평탄하게 잘 갔습니다. 700미터까지도 잘 갔습니다. 그런데 0.3Km 이게 문제였습니다. 고적대는 두타산이나 청옥산처럼 펑퍼짐한 산이 아니라 아주 뾰죽한 바위봉입니다. 급경사 바윗길, 아주 가파른 바위와 왕모래 등산로를 밧줄에 매달리고 바위를 타넘으며 악전고투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대간길이 그냥 평탄한 흙길로 끝내 줄 리가 없지요. 어마어마한 바위 절벽 옆으로 한 봉우리를 힘겹게 올라 여기가 정상인가 하였더니 또다른 바위 절벽 위로 뾰죽한 봉우리가 또 나타납니다. 간신히 1,353.9m 고적대 정상, 고적대 정상엔 밥 먹을만한 곳이 못되어 인증샷 후 바로 하산합니다. 사원터로 하산하는 갈림길 쯤에 점심 먹을 공간이 있을 것 같은데 영 나타나지 않아 13시 되는 곳 약간의 공터가 있기에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사발면에 물을 부어 먹습니다. 밥도 가지고 왔지만 입맛이 당기지 않아 세 숟가락밖에 먹질 못합니다. 그런데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양쪽 넓적다리와 그 안 쪽이 옷에 쓸려 발갛게 되고 피가 배 나오려 합니다. 무척이나 쓰리고 아픕니다. 안쪽에는 메디폼 같은 이지몸인가 하는 걸 한 장 붙이고 넓적다리에는 반창고를 붙이는데 이게 너무 작고 잘 안 붙습니다. 앞으로 아무래도 2시간, 지도를 보니 2시간 30분인데 걱정입니다. 나중엔 그곳에 붕대를 감고 수건으로 동이고 별짓 다하며 고생스럽게 갔습니다. 이거 전에 지리산 종주할 때 한번 고생하고 그 후에는 없었는데 이번 들어 두 번이나 이 증세가 나타나니 걱정입니다. 무슨 방법을 강구해야할 것 같습니다.
고적대 내려와 점심 먹고 출발하여 이내 등산객 무리를 만나고 사원터로 하산하는 갈림길에서 등산객들은 하산하고 백봉령에서 넘어오는 3명의 대간꾼들을 만나고는 이후엔 사람 만나지 못합니다. 안개는 자욱이 끼고 이제 이정표도 별로 없고 리본도 아주 드물어 참으로 휘휘한 느낌입니다. 남들은 혼자서 어떻게 이런 길들을 가고 비박하고 하는지 참 경외스럽습니다. 지도에는 50분, 백두대간 수첩에는 1시간 표시되어 있는 갈미봉 1,260 미터.
안개 잔뜩 끼어 조망도 하지 못하고 어두운 길, 멧돼지로 추정되는 배설물을 두어 차례 보고 멧돼지가 파헤친 자국 보며 어디서 불쑥 이놈들 나타나지 않나 두려워하며 그래도 진흙 위에 오늘 간 것 같은 발자국을 보며 마냥 걷습니다. 옷에 쓸려 아픈 것을 참으며 그래도 무릎은 괜찮고 다리도 견딜 만하여 그건 다행으로 여깁니다. 아무래도 올해 지리산 두 번, 한라산 한번, 그리고 구룡령 - 조침령을 가는 등 비교적 긴 시간 산행이 훈련이 된 듯합니다. 갈미봉 지나서 괘병산, 이기령 갈림길.
다시 지도에 40분 표시된 너덜지대 길, 그리고 백양나무 조림한 곳 지나 소나무 군락지, 하염없이 걸은뒤 드디어 이기령.4시 도착. 원래 지도에는 8시간 20분으로 표시되어 3시에는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4시 그래서 목표한 8시간이 아닌 9시간 15분 걸렸습니다. 전에 새영산회 사람들 말로는 이기동으로 하산하는 길이 시멘트 길이라 들었는데 숲속 등산로만 보입니다. 전에 갔던 원방재 가는 길과 그 반대편은 차가 다닐 만한 임도라서 사뭇 헷갈립니다. 지도를 펴놓고 살펴보니 지도에 임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임도로 가면 엉뚱한 곳입니다. 자칫 큰일 날 뻔하였습니다. 숲 속길 동해시 이기동 표시 있는 곳으로 하산합니다.
몹시 지루한 길입니다. 지도에는 40분 표시되어 있습니다만 꼬박 한 시간을 잠시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걸어 내려 옵니다. 한참을 내려 오다가는 진흙탕 길, 등산화에 흙이 달라붙어 걷기도 불편하고 이 흉한 몰골로 어떻게 택시를 타나 싶습니다. 얼마 후 폐가, 이어서 밭, 다시 숲길, 드디어 시멘트도로와 인가. 사람들이 있기에 인사하고 여기서 택시 부르면 오는가 했더니 온다고 합니다만 한 아저씨가 조금만 더 내려가랍니다. 2Km를. 허걱! 2Km라니. 그러나 급경사 꼬부랑길이라서 택시가 올라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긴합니다. 이를 악물고 걸어 드디어 잎새랑인가의 민박 집. 찾던 지도의 이기령 가든은 없고 이기령 민박집이 나타납니다.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걸 보니 택시가 올 것 같습니다. 민박집 주인에게 당신차로 태워 주면 택시비를 드리겠다하니 주인은 바로 민박 손님이 올거라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답니다. 동해의 개인 택시에 전화를 거니 20분 내에 오겠답니다. 맥주 한잔이 너무도 간절하였으나 이 근처에는 가게가 없습니다. 민박집 수도 호스로 대강 신발 흙을 털고 얼굴을 씻고 옷의 흙도 대강 털어 택시를 기다립니다. 택시 기사는 전화 받은 사람이 동해시 백두대간 보존회 지부장인데 급한 일이 생겨 대신 왔답니다. 이기동에서 댓재, 안개가 너무 짙고 비가 내리는 데 내려 올 일이 걱정입니다. 기사에게 댓재 넘어 태백, 정선, 영월로 가는 게 좋은가 다시 동해로 내려와 강릉 거쳐 영동 고속 도로를 타는게 좋은가 물었더니 동해로 영도고속도로로 가랍니다. 그렇게 많이 막히지 않는다고 하며 저쪽도 지금 휴가철이라 계곡을 찾는 차들이 많아 막힐 거라고 합니다. 아는 길 영동 고속도로로 가기로 합니다. 45,000원내지 5만원 약속을 하였는데 그냥 5만원을 주니 아주 고맙다고 합니다. 택시비, 통행료 기름값하면 산악회 따라가는 것의 거의 5배는 돈이 더 드는 셈입니다.
드디어 두타-청옥 이 구간을 마쳤습니다. 만세!. 이제 두 구간 남았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그만 내 병을 참지 못하여 돌아 오는 길 고생을 생각하면 휴우~~~. 반성 또 반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