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인 부산 북구 만덕5지구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불법적으로 철거되고 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와 LH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철거작업 중지와 즉각적인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대 여론에도 재개발 추진
이제는 석면논란까지 주민들 ‘삼중고’
낮은 보상가 논란과 재개발 해제 문제로 수년째 LH와 주민 간 마찰이 벌어지고 있는 만덕5지구에서는 지난해부터 1500여 주택 가운데 일부에 대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지구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강제철거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LH 측은 보상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적법한 절차라고 맞서고 있다.
이 상황에서 석면 자재가 마구잡이로 철거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주민들은 “최소 10가구 이상에서 석면 주택이 무석면 주택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LH 등이 조사한 자료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실제 철거 현장에서도 석면자재 조각이 굴러다니는 상황이 쉽게 목격됐다. 철거 중인 지역의 땅을 파보면 석면 슬레이트 지붕의 잔해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방치되고 있었다. 지역언론인 KNN도 이 같은 사실을 영상으로 보도했다.
결국, 수차례 민원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석면업체와 H 철거업체, 주민들은 3자 합동조사를 15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불과 조사를 하루 앞두고 일정은 취소됐다.
이에 대해 만덕주민공동체, 만덕5지구 주거생존권 사수를 위한 부산지역공동대책위는 LH가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21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엉터리 석면조사가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관계기관이 재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며 “3자 합동조사까지 잡았는데 하루 전날 석면업체 측이 불참을 통보한 것은 LH의 압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 단체는 “지난 몇 달간 석면관련법 위반 사항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LH와 부산시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아울러 “‘석면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라도 즉각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수영 만덕주민공동체 대표는 “무엇보다 재개발을 인가한 부산시의 잘못이 크다. 언제까지 이 사태에 손을 놓고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며 “즉각 조사를 실시해 주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부산고용노동청도 항의방문해 고발장을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