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아닌 ‘품위 있는 죽음’을 지향한다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나 완화의료를 제공하는 데 가장 큰 심리적?문화적 장애는
이에 접근하는 것이 생명을 포기하고 죽음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인식이 자리한다는 점이다. ( 『나는 한국에서 죽기 싫다』 41쪽)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의사가 무의미한 연명 치료의 중단과 호스피스 기관으로의 입원을 권유하면 절망감이나 분노를 느낀다. 마치 사망선고를 받는 것과 같이 여기기 때문이다.
윤영호 저자가 처음 호스피스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던 때에는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더 짙게 깔려있었다.
그 스스로도 ‘환자들이 나를 저승사자처럼 생각하지는 않을까’ 우려했을 정도였다.
“환자들을 만나면서 왜 이렇게 같은 고통이 되풀이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면서 연구한 끝에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죠.
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환자 본인에게 알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첫 번째였고,
말기 암 환자의 3차 의료 기관 입원에 대한 문제점에 대한 것이 두 번째였어요.
그 과정에서 관련 법과 보험 정책이 만들어지고 재정적인 지원으로 시설이 세워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국립암센터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처음 제가 ‘삶의질향상과’를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재차 물었어요.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거죠(웃음). 제가 그곳에서 가장 처음 한 일은 통증 관리에 대한 지침을 만든 거였어요.
말기 환자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통증입니다. 너무 아프니까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죠.
그래서 통증 관리에 필요한 약물의 생산을 촉진하고, 통증 관리 캠페인도 진행했습니다.”
그는 호스피스 기관을 마련하고 그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관련자들과 함께 일본과 대만 등을 방문하며
시범 사례를 목격했다. 그 결과 말기 암 환자 전문 기관 지정과 보험수가 마련을 내용으로 하는 정책 발표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동안 언론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EBS 프로그램 <명의>의 제작진이 출연 요청을 해온 것.
“처음 제작진이 찾아왔을 때 프로그램의 컨셉과 제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물었어요.
명의라고 하면 사람을 살리는 의사를 이야기하는 건데, 저는 사람들이 잘 죽도록 도와주는 의사잖아요(웃음).
제작진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 번은 다뤄야 할 이야기인 것 같아서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참 좋은 생각이라는 들었어요. 저도 한 번은 이야기하고 싶었고요.
호스피스가 어떤 것이고,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숙제는 무엇인지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죠.”
저자는 호스피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스피스에 대해 제대로 알리기 위해,
학술적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언론을 통해 그 이야기들을 전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존엄사와 안락사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고,
그들과 호스피스를 연관 지어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존엄사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품위 있는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부적절한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예요.
말기 환자가 되면 우리는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계속 치료를 할 것인지,
아니면 남은 기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의료를 선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죠.
그때 호스피스를 선택하면 연명 치료를 중단하게 되고요.
존엄한 죽음이라는 건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받는 거니까요.
하지만 의미 없는 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환자에 대한 돌봄은 계속되어야 하잖아요.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받지 않지만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가족들과의 삶을 완성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줘야죠.
그런 것 없이 연명 의료만 중단하는 존엄사는 반대한다는 겁니다.”
호스피스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저자는 존엄사 대신 ‘품위 있는 죽음’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라는 용어를 쓸 것을 제안했다.
흔히 존엄사라고 하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안락사와 그 의미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의 여부가 아니라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기술적인 부분’과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 채널 예스. 글 임나라 사진 김장현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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