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택이 완공되어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도로 이사를 잘 마쳤습니다. 사실 이사를 하려 했던 날짜는 12월 1일 월요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청주에 있는 모 이사업체에 문의를 했더니 그날이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일명 '손없는 날'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손없는 날이란 악신이나 악귀가 없는 날입니다. 즉 길일인 셈입니다. 이런 민간신앙을 살펴보면 보통 날짜에 따라 악귀가 동서남북으로 돌아다니는데 음력 9일과 10일에는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 없는 날이라 하여 손없는 날이 됩니다. 즉 음력 9일, 10일, 19일, 20일, 29일, 30일에는 해를 입히는 귀신이 동서남북 어디에도 없으니 하는 일이 잘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손없는 날에 이사, 개업, 집수리 등을 할 때 택일로 잡는 것입니다.
제가 이사를 하려했던 12월 1일도 손없는 날이 되어 이사업체에서는 이사비용을 비싸게 불렀습니다. 저는 이사 날짜를 더이상 뒤로 미룰 수 없었고 또 구지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이사를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이틀을 앞당긴 11월 29일 토요일에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사비용도 저렴하고 이사업체도 한가한 날이 되어 계약이 쉽게 성사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손?이 있든 없든 아무 상관이 없었거든요.
그랬는데 이사 당일날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이사비용도 저렴하게, 또 시간도 여유있게 모든 일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이사짐을 싸서 교회에 도착했을 때 많은 성도님들이 미리 오셔서 음식도 준비해 놓으시고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교인분들도 담임목사가 이사오는 날이라 그런지 많이 기뻐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그렇게 저희 가정의 이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저희 가족 모두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손이 있는 날인데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그 다음날부터, 일명 손없는 날 부터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기온도 영하로 떨어져 매우 추웠습니다. 어쩌면 그토록 정확하게도 이사를 마치고 난 다음날부터 날씨가 돌변하는지, 저는 순간 이사를 예정대로 12월 1일에 했다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씨 때문에 무척 고생을 했겠지요.^^
저는 순간 하나님께서 이러한 상황을 미리 아시고 제가 계획했던 날은 이사를 포기하게 하시고 가장 적합한 날 이사를 하도록 인도해 주셨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사를 하고 나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리의 삶을 인도해 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렸습니다.
결국 손없는 날은 저에게는 길일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최악의 날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많은 사람들은 이 민간신앙을 따라 삶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그들이 믿는 신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의 내용과 양식은 결국 자신이 가진 신앙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개인의 삶과 너무나 밀접하게 얽혀 있습니다. 비록 최첨단 과학문명의 시대를 살아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여전히 영적 세계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건전한 신앙을 갖지 못할 때 아무 의미없는 헛된 것에 묶여 미련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시는 풍성한 삶을 경험할 수 없게 됩니다.
예수님이 하늘로 승천하시면서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고 약속하셨습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한, 주님이 우리의 삶을 인도하고 계시는 한,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살면서 주님을 믿고 의지하는 한,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 하루는 언제나 손없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