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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향토(전통)음식문화
2014년 10월 18일
양 용 진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장)
1. 향토음식의 개념 정립
흔히들 향토음식을 “지역별로 전해오는 전통적인 음식”으로 정의하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단순한 정의만으로 향토음식을 단정 지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복잡하고 다양한 동서양의 생활양식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이미 전통이란 개념이 생활 자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며 생활양식만큼이나 다양해진 입맛의 변화에 따라 먹을거리 역시 다양해지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팽배하여 전통적인 것들에 대한 무관심이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지역사회의 생활문화를 흔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미 제주의 향토음식에서 전통성이란 찾아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제주 향토음식은 관광 상품으로 상업화 되면서 더욱 그 전통성을 상실하게 되었는데 이는 제주향토음식의 투박함을 그자체로 상품화 하지 못하고 외지인들의 눈과 입에 맞추어 영, 호남의 자극적인 양념문화와 혼합된 새로운 형태의 향토음식으로 탈바꿈 했으며 제주 토착민들조차 이러한 변형된 향토음식을 전통적인 음식문화로 착각을 일으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생활수준의 향상과 생산규모의 대량화, 유통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과거 우리네 식탁에 전통적으로 오르내리던 식 재료들이 많은 변화를 일으킨 것도 향토음식의 변화에 한몫 거든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집안 식구 중 누군가의 수고를 필요로 했던 부분이 사서 먹는 편리함으로 둔갑하면서 획일화되고 인위적으로 처리된 식 재료들이 더 이상 옛 맛을 지켜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성이 결여된 향토음식을 향토음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면 대답은 양분화 된다. 대부분의 소비자로 분류되는 관광객이나 도민들은 향토음식이 아니라고 답하는데 반하여 외식산업, 특히 향토음식점을 운영하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향토음식이라 말한다. 이러한 상반된 답이 도출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몇 해 전 음식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 향토음식의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을 제주산 식 재료 사용의 여부라고 잠정 합의 하였다고 전해진다. 즉, 제주산 재료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모든 음식이 향토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합의에 따라 현재 제주도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향토음식은 소비자들의 기준과 달리 향토음식이라 불려 진다.
문제는 이러한 전통성이 결여된 향토음식을 소비자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전통음식이라 여기고 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음식문화를 구전으로 퍼뜨리고 특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여 지극히 짧은 시간에 전 세계에 제주 음식문화에 대한 검증받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게 되는 것이다.
혹자들은 이에 대하여 향토음식을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살리기 위하여 시대적인 상황을 따르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아무리 향토음식이라 할지라도 현대인들이 먹는 음식이므로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그러한 주장이 아주 틀린 것이라 할 수도 없으며 일리 있는 주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음식도 분명 문화의 한 장르임을 고려할 때 제주의 음식문화가 잘못 알려지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 또한 주지할만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음식이란 의생활, 주생활과 함께 생활문화를 이루는 근간이며 시대적인 상황과 자연 조건, 생활 환경 등을 망라한 모든 영향을 한데 모아놓은 삶의 역사이며 동시에 수단이고 때론 목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들이 생략된 채 단지 맛으로만 평가받는 획일화된 상품으로 마치 통조림처럼 취급받아서는 안 되며 당당히 하나의 문화 컨텐츠로서 격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제주 향토음식문화가 있기까지 어떠한 변천과정을 거쳐 왔는지에 대한 고증과 자료수집, 정리를 통하여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홍보함으로서 제주 향토음식문화의 뿌리를 굳건히 함과 동시에 현재 상품화 된 향토음식들도 새로운 전통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즉,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보존함으로서 새로이 개발된 향토음식들의 개발 근거를 확보하게 되며 이는 곧 신, 구 음식문화의 문화적 가치를 동반 상승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2. 제주 전통 음식 조리법의 특징
제주의 음식문화가 문서로 기록되어진 것은 불과 수 십년에 불과하다. 결국 우리들은 제주의 음식이 문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1세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제주에 음식문화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아니다. 주거와 의복과 함께 생활문화의 근간을 이루어 왔으나 이를 평가할 만큼의 생활의 여유도 경제적인 풍요로움도 가져보질 못했기 때문에 기록의 필요성 또한 느끼지 못했던 것이리라 쉽게 짐작이 간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루어져온 음식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는 시대적 분류가 가능한 유물의 쓰임새를 추정하면서 관련지어 추리해 볼 수밖에 없으며 전파 경로와 시기가 비교적 정확한 일부 식재료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구체적인 추리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테면 고려 말 원나라로부터 전파된 메밀 등은 기록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 이후부터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음을 짐작케 하며 소주의 제조법과 함께 고리가 전파되어 고소리가 제조되었음을 당연시 하는 것 등이 그렇다 할 것이다. 또한, 과거로부터 기록을 의무화했던 왕실과 관가의 기록과 주로 제주 유배를 경험한 일부 양반가의 기록 가운데 극히 일부분일지라도 제주 특산에 관한 진상 기록 등이 남아있어 비록 서민들의 음식문화가 아닐지라도 이를 토대로 자연에서 얻어낸 음식재료들을 가늠케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도 필수적으로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자료들은 제주도 전체의 음식 문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제주도 전체의 음식문화가 가지는 특징을 짚어보고 제주도의 음식문화의 중요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단순한 조리방법.
제주음식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조리방법의 간단함일 것이다. 그러나, 조리 방법이 단순하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철칙이 있는데 그것은 재료의 신선도를 최우선 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념류가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한 조리법의 필요성은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그 목적인 것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제주 여성들의 가사 노동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해녀들의 물질과 밭농사에 노동력을 집중하기 위한 방편으로 음식을 대부분 간단하게 조리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하겠다.
사면이 바다인 덕에 제주사람들의 식탁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매일 공급해준 식재료가 어패류인 것을 감안해 본다면 왜 단순조리법을 고집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어패류를 단순한 조리법으로 가공하면 비린내가 심하고 다른 음식과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듯이 제주사람들이 늘 대하는 식재료에 알맞은 조리법이 바로 단순조리방법이었을 뿐이다.
2) “된장” 위주의 단순한 양념.
조리방법의 단순함을 말할 때 반드시 거론 되는 것이 바로 단순한 양념에 대한 논란인데 특히 된장에 대한 의존도는 가히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나라가 된장의 종주국임을 익히 알고 있으나 품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된장을 만들어내는 지역이 제주도라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콩 농사가 활발히 이루어진데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된장은 보편화된 양념이기 때문이었으며 제주의 경우 험난한 수로로 인한 고립지역이다 보니 제주의 된장이 타 지역으로 유출 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 우수성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그 품질의 우수성은 활용도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타 지역의 된장문화는 열을 가하여 조리하는 음식의 양념으로서의 위치에 있지만 제주의 된장은 날된장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조리된 음식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제주의 된장은 숙성과정에서부터 타 지역의 된장과 비교하여 흔히들 “군내”라고 얘기하는 잡냄새가 생기지 않으며 비교적 숙성기간도 짧은 반면에 숙성정도는 고르고 안정적이기 때문인데 이러한 우수한 된장이 만들어 지는 것은 바로 그 용기인 “옹기 항아리”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타 지역의 옹기와 제주의 옹기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으나 가장 큰 차이는 “유약”의 차이라 한다. 제주의 옹기는 유약을 거의 바르지 않는 듯이 구워내어 제주 흙 자체의 조화로 구워지는데 다른 어느 지역의 옹기보다도 통기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그 속에 담겨지는 내용물의 변질이나 이상 발효가 일어나지 않아 제주의 된장이 우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제주의 된장이 우수한 이유를 물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한라산의 정기를 받은 제주의 물은 자연 상태의 지하에서 암반을 통해 정화되어 용천수로 솟기 때문에 인위적인 정수기를 거친 물보다 천연 미네랄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아 우수한 된장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어쨌든 타 지방의 된장은 날된장을 섭취하기 힘들며 숙성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청국장을 만들어 먹는 반면, 제주의 된장은 날된장을 쌈장으로 이용하거나, 식초를 섞어 다른 음식(회, 돔베고기 등)을 찍어 먹거나, 냉수에 된장을 풀어 즉석에서 냉국을 만들어 먹는 등, 활용도 면에서 그 다양성은 놀라울 정도이다. 그로인하여 다른 지방처럼 다양한 양념이 필요치 않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늘 접하는 바다의 식재료들이 천연 염분을 공급했기 때문에 장 담글 때와 멜젓, 자리젓 등 젓갈을 담글 때 이외에는 다른 지방처럼 많은 량의 소금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된장과 함께 간장이 만들어지므로 그 또한 또 다른 저장음식을 만드는데 유용하게 이용했으며 쉰다리를 발효시켜 만든 식초와 한라산 자락에서 채집할 수 있었던 재피잎도 향신양념으로 이용했고 마늘, 깨 등의 작물 등을 재배하여 나름대로는 풍성한 양념이라 여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타지방의 장류처럼 된장만 해도 수십 종류에 이를 만큼 다양하지 않은 점과 특히 고추장처럼 찹쌀을 이용하거나 고추 가루를 이용한 양념은 엄두를 낼 수도 없었던 점이 단순한 양념이라 오해 받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못한 “저장음식”.
조선시대 양반집의 규수가 참하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36가지 김치와 36가지 젓갈을 담글 줄 알아야 했다는 얘기가 전해 온다. 여기서 말하는 36가지 김치는 각종 “지(장아찌 등 절임류)”를 포함하는데 그만큼 저장음식의 가짓수가 많음을 뜻한다.
그러나 제주의 저장음식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편인데 이는 김치의 가짓수가 다양하지 않았으며 일반적인 젓갈류 또한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저장음식이 많지 않은 것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데 김치의 경우 우리고장의 평균기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까닭에 빨리 시어지기 때문에 타지방처럼 한꺼번에 많은 량을 만들어 저장시키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았으며 사철 푸른 채소를 주로 생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채소의 저장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았으리라 판단된다.
젓갈의 경우에도 사철 바다에서 신선한 어패류를 공급 받을 수 있어서 이 또한 저장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다만 자리젓과 멜젓의 경우처럼 어획량이 넘쳐날 만큼 한꺼번에 많이 잡힌 어류를 저장하는 방편으로 젓갈을 담아먹곤 했다. 특히 자리돔을 잡았던 테우의 구조를 보면 모든 어종을 잡는 것이 아니고 “거린다(떠올린다)”는 표현을 쓸 만큼 쉽게 많이 잡히는 어종만을 일부 포획하는 방식이어서 모든 어종을 대량 어획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만큼 젓갈을 담아야할 가짓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자리젓과 멜젓이 워낙 보편화 되어 있어서 굳이 다른 젓갈을 욕심내지 않았던 것이라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저장음식이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인 반면 나름대로 10여가지 이상의 김치(꿩마농 짐치, 동지 짐치, 삐 짐치, 초마기 짐치, 세우리 짐치, 패마농 짐치, 갯물 짐치 등)와 10여가지 이상의 젓갈(갈치속젓, 깅이젓, 고도리젓, 군벗젓, 게웃젓, 오징어젓, 구살젓, 구젱기젓 등)과 10여가지 이상의 절임류(마농지, 반치지, 양에간지, 제피잎지, 고추잎지, 꿩마농지, 지, 고치지, 유잎지, 물외지, 콩잎지 등)를 계절별 별미로 이용해왔고 이러한 소수의 저장음식들은 현대에 와서 다시 각광받기 시작하고 있다.
4) “국”의 발달
제주 음식의 특징가운데 타 지역 사람들이 특이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로 생선으로 끓인 국과 다른 지방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특이한 국이 많다는 것이고 특히 모든 식사에 국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사회학자들은 앞서 말한 여성의 노동력을 모으기 위해 식사시간이 오래 걸리는 잡곡밥을 빨리 먹게 하는 방편으로 국을 빼놓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 사람들도 있다. 즉, 식사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논리인 것인데 이 또한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다만, 거친 잡곡밥을 먹기 수월하게 하기위한 상차림의 방법이라는 점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의 발달, 특히 생선국의 발달은 앞서 거론한 단순한 조리법의 의미를 재차 되새겨 보는 것이 좋겠다. 신선한 생선을 냉수에 넣고 끓이는 것만으로도 맛이 우러난다면 이보다 자연스런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제주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음식이 바로 제주의 “국”이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된장을 이용한 국이 이처럼 다양한 지역도 제주도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생선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을 된장을 풀어 만들고 냉수에 된장을 풀어 만드는 독특한 냉국 문화도 발달 해 있는데 특별한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 독특하고 다양한 “국 만들기”는 제주의 음식문화를 알리는데도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5) 단순하지만 영양의 균형이 잡힌 일상식.
제주사람들의 일상식 가운데 현대인들에게 가장 각광받고 있는 점을 나열해 보면 첫째는 잡곡위주의 일상식, 둘째는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섭취했다는 점과 셋째는 늘 빠지지 않는 젓갈과 된장 등의 발효음식이 곁들여 지고 넷째는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어패류의 꾸준한 섭취 등을 꼽을 수 있다.
성인병 예방과 건강을 위하여 관련단체와 학계에서 부르짖는 모범식단이 바로 제주의 전통적인 일상식 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 가운데 다른 지방의 서민 식단과 특별히 다른 것은 신선한 채소의 상시복용인데 특히 젓갈 등의 발효음식과 함께 늘 즐겨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지리적인 고립지역인 제주에서는 식량 자급자족의 중요성이 일찍부터 대두되어 개개인의 노력을 필요로 했고 그 결과 집집마다 “우영밭”을 경작케 했는데 이 우영밭이야 말로 제주의 전통 식생활에 있어서의 백미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통시” 가는 길목에 혹은 “정지”옆에 마련한 우영밭 옆에는 어느 집이나 “오줌 항아리”가 있었고 이 항아리에서 발효된 오줌거름으로 유기농 채소를 한집도 빠짐없이 자급자족했다는 사실은 식생활사에서 대단한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제주도의 울타리 있는 집이라면 모두다 우영밭이 있었다는 사실은 다른 지방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그만큼 식량에 대한 제주사람들의 애착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발효음식의 일상 섭취와 신선한 어패류를 수시로 섭취해 온 점은 제주가 장수촌으로 불리는 이유 가운데 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자칫 소홀해 질수 있는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육고기가 아닌 바닷고기로 대신하여 영양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는 사실은 비록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영양학적으로 탁월한 식단 구성이라 아니할 수 없다.
6) 제주 전통음식의 품목별 특징
- 밥 : 주곡인 보리를 주 재료로 하여 조, 콩, 팥을 주로 혼용했으며 고구마, 감자등의 서류와 톳과 파래등의 해조류를 섞기도 했으며 쑥을 섞기도 하였다. 무쇠 가마솥에 보리 꼬시락불로 밥을 지어 어느 집을 막론하고 낭푼에 퍼서 상에 내주어 하루 내내 상보를 덮어놓으면 식구 중 누구나 끼니때 수저하나만 들고 와 퍼먹었다.
곤밥, 잡곡밥, 보리밥, 지름밥, 조밥, 지실밥, 초불밥, 콩밥, 팥밥, 감저밥, 반지기밥, 톳밥, 속밥, 두칭밥, 속밥, 파래밥, 모밥 등
- 국 : 제주전통음식의 특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양한 “국”문화이다. 식사 때마다 물은 안마셔도 국은 반드시 있어야 할 만큼 국 없는 식사를 꺼렸다. 또한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생선국을 끓여 먹었으며 이 생선국으로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 받았다. 때로는 몸보신용으로 먹었던 국(아강발국, 쇠승국)이 있는가하면 대소사를 치르는 행사용 국(국, 고사리국, 구살국 등)도 있어 모든 음식과 관련하여 국이 빠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난시국, 물국, 삐국, 양애순국, 양애국, 호박국, 호박잎국, 꿩마농국, 콩국, 속국, 바르국, 고사리(육개장)국, 래국, 옥돔국, 건옥돔국, 미역새국, 우럭국, 갈치국, 고등어국, 각제기국,
멜국, 붉바리국, 벤자리국, 구살국, 솜국, 국, 쇠고기국, 돗괴기국, 접짝빼국, 항정국, 칼국,
꿩국, 복쟁이국, 조기국, 보말국.....
- 냉국 : 다양한 “국”문화 중 백미는 전국 어느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냉국” 문화이다. 날된장을 냉수에 풀어 “초”를 곁들이면 기본 준비가 끝나고 주재료는 해조류를 많이 이용했는데 여름철 무더위에 입맛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이었다. 특히, 제주사람들이 날된장을 상시 이용하는 데는 제주만의 독특한 옹기문화의 혜택을 누린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제주 음식과 가장 어울리는 그릇으로 옹기를 함께 상품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식초를 곁들이는 것은 여름철 탈나기 쉬운 음식에 살균 효과를 볼 수 있는 비법이며 신맛으로 입을 자극하여 식욕을 돋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는 조리법이라 하겠다. 때로 냉국과 물회를 동일하게 다루는 사람들이 간혹 있으나 조리방법상의 차이가 많아 엄격히 분리되어야 한다.
톨냉국, 정각냉국, 냉국, 메역냉국, 우미냉국, 물웨냉국, 반치냉국, 오징어냉국, 해삼냉 국.....
- 죽 : 춘궁기등 식량이 부족할 때 적은 량으로 허기를 채우기 위한 주식의 대용이었다. 그러나 타 지역 사람들이 주로 산나물 같은 채소를 이용하여 양을 불려 먹은데 반해 제주사람들은 주로 해산물이나 동물성 재료, 곡류를 이용하여 오히려 영양학적으로는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받은 원천이 되었던 고마운 음식이다. 또한 조리법이 다양하고 맛의 변화가 다양하여 근래에 별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첨가하는 재료들의 영양학적인 성분분석을 통해 기능성 건강 보조식품으로 상업화하기에 좋은 전통음식이다.
곤죽, 꿩죽, 콩죽, 팥죽, 녹디죽, 깅이죽, 고등어죽, 초기죽, 돗새끼보죽, 죽, 보리죽, 쇠고 기죽, 옥돔죽, 대합조개죽, 조죽, 전복죽, 지실죽, 쌀죽, 유죽, 콩주름죽, 깨죽, 뭉게죽, 보말죽, 오분제기죽 ......
- 떡 : 제주사람들에게 떡이 주는 의미는 “祈願”이다. 곡식이 넉넉지 못했음에도 떡을 만들어야했던 이유는 굿, 제사, 영장 등 무속신앙과 집안 대소사의 儀禮를 치르기 위해서였다. 제주풍토록(沖菴, 金淨)에 따르면 굿판이 많이 벌어짐을 묘사하고 있어 과거로부터 제주의 무속신앙의 갖가지 기원을 담은 행사가 활발했음을 알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행사에 떡은 빠지지 않는 음식이었는데 동촌과 서촌, 혹은 집안에 따라 그 모양과 의미를 달리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그만큼 다양한 이름과 모양과 의미를 담고 있다. 크게 나누어 일반떡과 제례떡, 무속떡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메밀가루를 이용한 떡과 쌀을 이용한 떡, 조, 밀가루나 보리 가루를 이용한 떡 등 타 지역과 확실히 구분되는 문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주 떡 가운데 가장 특징이 있는 떡은 빙떡과 상웨떡이라 할 수 있다. 빙떡은 떡이라 하기에는 약간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빼놓지 않는 음식이었다. 멍석떡 이라고도 불렀던 빙떡의 속은 겨울에는 제철 채소인 무를 나물로 만들어 소로 이용했고 무가 없는 여름철에는 팥이나 콩나물을 이용했다.
상웨떡은 현재 제주 특산물로 자리잡은 보리빵과 흡사한데 보리가루에 기주를 넣어 발효시켜 찌는 떡으로서 현대적의미의 “빵”에 더 가까운 떡이라 할 수 있다.
일반떡 : 침떡, 조침떡, 감저침떡, 대죽침떡, 고달떡, 감자돌레떡, 송편, 상웨떡, 빙떡,
기증편, 새미, 물떡, 만디, 기주떡, 조개솔벤, 양애떡, 등절비, 송애기떡......
제례떡 : 골미떡, 우찍, 제편, 과질, 강정, 요애, 솔변, 절변, 은절미, 중과, 약과,
고달시루떡, 벙것떡......
무속떡 : 돌래떡, 조매떡, 오물떡, 벙개떡, 방울떡, 고리동반, 손외성, 발외성, 월변,
보시시리, 개떡, 낙가시리, 정정괴.......
- 지짐 : 향토음식 중에서 전통성을 가장 많이 훼손당한 음식이 바로 조림인데 제주도에서는 조림을 “지짐”이라 하였고 주로 제주근해에서 어획되는 어류는 모두 지져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식 지짐은 주로 간장이나 된장을 이용한 조림이었으며 현재와 같이 향신야채를 많이 쓰지 않았으며 특히 고춧가루 등의 자극성 강한 양념은 그다지 많이 쓰지 않았고 매운맛을 낼 때는 직접 고추를 썰어 넣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짐에는 국물을 여유 있게 지지는 경우와 국물 없이 바짝 졸이는 경우가 있었는데 자리지짐이나, 보들레기지짐 등은 식초를 살짝 떨구어 바싹 지져내어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도록 졸였고 우럭이나 볼락은 콩을 넣고 지져내어 육수가 배어든 콩 맛이 또한 일품이다.
갈치지짐, 고등어지짐, 멜지짐, 마른 멜지짐, 모살치지짐, 복쟁이지짐, 자리지짐, 솔치지짐,
상어지짐, 서대지짐, 벤자리지짐, 볼락지짐, 우럭콩조림, 따치지짐, 보들레기지짐, 돗괴기지
짐, 멜젓지짐, 자리젓지짐.......
- 채소 : 채소는 익혀서 먹는 나물과 생으로 먹는 쌈 채소로 나눌 수 있다. 타지방 보다 비교적 사철 따뜻한 기온 탓에 이른바 “우영밭”에서 사철 싱싱한 채소를 자급하여 섭취했는데 대부분의 쌈 채소는 데쳐서 된장에 무쳐 나물로도 이용하였고 특히 해조류를 쌈 채소처럼 활용하거나 나물처럼 무쳐먹는 기지를 발휘한 점이 돋보인다. 우영밭에서 수확하지 않은 채소중에는 한라산 먹고사리와 초기버섯, 봄철 난시와 속 정도라 하겠다.
물, 고사리, 녹디물, 양에무침, 양에순 무침, 시금치, 지름물, 호박탕쉬, 콥대산이무침, 패마농무침, 동지물, 닢, 난시, 미나리, 세우리, 고춧잎, , 톨, 청각, 미역채, 삐
물, 진메물, 콩잎, 눈맞은 배추, 유잎, 호박잎......
- 젓갈 : 사면이 바다인 탓에 언제나 쉽게 싱싱한 물고기를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타지방에 비해 젓갈종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자리와 멜은 어획량이 풍부하여 섭취하고 남은 잔여분으로 염장하여 젓갈을 담곤 하였는데 한겨울 김치 못지않은 저장음식으로 내륙지방의 쌈장처럼 지져서 먹기도 한다.
멜젓, 고도리젓, 자리젓, 군벗젓, 개웃젓, 구젱기젓, 구살젓, 솜젓, 오징어젓, 갈치속젓, 깅이 젓.......
- 기타 : 이밖에도 서류와 곡류를 섞어 만드는 범벅이나 조베기 등은 간식 겸 주식이 되기도 하였으며 보양식의 개념으로 집집마다 고아서 한수저 씩 떠먹었던 꿩엿, 닭엿, 도세기엿 등이 독특한 제주의 음식문화의 한 단면이며 가짓수가 많지는 않지만 반치지나 마농지로 대표할 수 있는 장아찌와 싱싱한 물고기를 간단히 손질하여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조리법인 생선구이도 빼놓을 수 없는 제주음식이며 생선을 바닷가 갯바위에서 즉석에서 회쳐먹는 생선회와 물회, 강회 등도 제주음식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이다.
그리고 근래에 새로이 제주의 상징음식으로 자리잡은 고기국수도 100여년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
3. 맺음말
한때 편리함과 위생, 세련됨을 내세우는 서구식 생활문화의 확산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제주의 전통 음식문화는 현대의 식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운데 하나인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오히려 사회적으로 제주전통음식에 대한 회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잊혀 질 뻔 했던 옛 음식들이 조금씩이나마 복원되는 반가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잊혀진 전통 음식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원형을 복원하기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본다면 결코 호락호락한 작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제주 전통음식의 100% 복원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제주의 바다가 옛 바다가 아니며 제주의 경작지가 예전 그 토질을 잃었고 한라산이 예전의 영험한(청정한) 그 한라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 제주바다에서 잡히던 그 많은 어종들이 수온 상승, 마구잡이로 인한 황폐화 등으로 대부분 사라지고 더구나 우영 밭에서 오줌 거름을 주고 키웠던 “물”들의 맛을 화학비료로 키운 믿을 수 없는 포장 쌈 야채로는 제 맛을 낼 수가 없으며 한라산 바람이 숙성시키던 된장이나 젓갈들이 도시의 콘크리트 열기 때문에 이상발효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또한 과거에는 지천이던 식 재료 중 자취를 감춘 것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제주의 전통 음식들의 원형을 복원하기에 앞서 위에 제기한 문제들을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인데 그 조건들은 첫째, 사라진 재래종 식 재료의 복원과 재배, 둘째, 전통적인 재배환경 조성, 셋째, 생물재료의 개체 수 확보, 넷째, 재래 양념(된장, 간장, 식초 등) 우선 제조와 확보, 다섯째, 제철 재료의 최단거리 조달로 확보 등을 들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제주전통음식의 완벽복원은 제주산 식 재료의 성장환경을 되살려 놓아야만 가능하다 할 것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옛것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다방면으로 벌어지고 있어 원형과 유사한 전통음식의 복원이 가능한 개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더 가중되어 Food Mile Zero의 친환경 먹을거리로 우리의 전통 음식을 이 땅에 뿌리내리게 되기를 기원한다.
인문학강좌 /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콩 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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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료 |
만 드 는 법 |
쌀 2컵 콩가루 2컵 물 14컵 부추(쪽파) 소금 무 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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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콩가루를 물에 갠다.
2) 물이 끓으면 콩물을 넣고 한소끔 끓으면 쌀을 넣어서 살살 저으면서 중불에서 오래 끓인다.
3) 쌀이 거의 익으면 무를 넣고 무가 익으면 부추를 넣고 소금 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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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 이(겡이) 콩 볶 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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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료 |
만 드 는 법 |
깅 이 1컵 콩 1/2컵 간 장 6큰술 실파 2줄기 깨소금 홍고추 설탕 약간 식용유 |
1) 깅이는 엷은 소금물로 씻어 식용유+참기름을 두른 팬에 넣 어 볶은 후 그릇에 덜어둔다.
2) 콩을 씻어서 볶다가 깅이를 합하여 뜨거울 때 간장과 설탕을 넣고 간장이 스며들면 실파, 홍고추와 깨소금(통깨)를 넣어 잘 혼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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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름 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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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료 |
만 드 는 법 |
찹쌀 5컵 물 1/2컵 식용유 설탕 |
1) 찹쌀가루는 익반죽 해서 밀대로 0.8cm 두께로 밀어서 틀로 찍어낸다.
2)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약한불로 앞뒤로 지진다.
3) 기름이 빠지고 약간 식으면 설탕을 묻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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