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조종하는 드론, 완전 초보 기자가 띄워봤더니
한 손 조작 특허 받은 국내 스타트업 제품
드론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는 조종에 애를 먹는다. 양손을 이용해 방향, 고도, 전·후진 등을 각각 따로 조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손으로만 조작이 가능한 드론을 국내 스타트업에서 출시했다. 이 드론의 한 손 조종기는 국제 특허를 받았다. 다목적 드론 스타트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의 ‘시프트 레드’(Shift RED)를 빌려 써봤다.
본지 기자가 드론 ‘시프트 레드’를 한 손으로 조종하고 있다. /조유미 기자
성인 손바닥만 한 드론을 손에 올렸을 때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로·세로 각 11.5cm에 높이 5.7cm인 이 드론은 배터리 포함 무게가 93g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재질이고, 착지할 때 닿는 지지대는 투명한 실리콘으로 만들어 충격을 줄인다. TIE 드론의 특징인 기둥 모양 조종기는 높이 9.6cm에 무게 67g으로 한 손에 가볍게 쥘 수 있었다. 드론과 조종기의 전원을 차례로 켜니, 기계음과 함께 두 기기가 자동으로 연결됐다. 별도로 들어있는 반지 같은 링을 엄지손가락에 끼우고 조종기 위 센서에 밀착시키니, 2초 뒤 드론이 떠올랐다. 큰 소음이 없어 실내에서도 충분히 띄울 수 있었다.
TIE의 드론은 이륙한 뒤 1m 상공에서 멈춰 ‘호버링’(비행체가 허공에 가만히 떠 있는 것)을 했다. TIE는 수입에만 의지하던 호버링 기술을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자체 개발했다. 조종기 후면에 있는 다이얼 버튼을 누르니, 공중에 떠 있던 드론 제어가 풀리며 손가락 위치에 따라 드론이 움직였다. 손가락을 센서와 가까운 위치로 내리면 드론이 하강하고, 올리면 올라갔다. 좌우 손가락 위치에 따라 드론이 움직여 조종이 어렵지 않았다. 최고 시속 30km인 드론 속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실력에 맞게 설정하면 된다.
다이얼 버튼은 드론 초보자를 조종의 고수로 만들어주는 핵심이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호버링과 제어 모드가 바뀐다. 이 때문에 드론이 위태롭게 비행하며 물체에 부딪힐 것 같으면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중심을 잡고 떠 있게 할 수 있다. 다이얼을 좌우로 돌리면 드론이 회전했다. 10여 분간 실내에서 비행하며 한 번도 벽에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조작이 간편했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의 비디오 녹화 품질은 웹캠 수준인 FHD 1080으로, 촬영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사진을 찍는 용도보다는 비행 시야 확보용이라고 보는 게 낫다. 기본 배터리 한 개가 들어 있는 제품은 19만9000원, 추가 배터리·프로펠러, 마이크로SD 카드 등 부속품 5종류가 포함된 패키지 가격은 29만9000원으로 경쟁 제품과 비교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TIE의 전문가용 드론이 없어 다른 드론과 조종법이 호환되지 않는 점도 아쉽다.
입는 로봇은 원래 군용으로 개발됐다.
지난달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이 끝날 무렵 7만여 관중 시선이 그라운드에 선 청년에게 쏠렸다. 로봇 장치를 몸에 주렁주렁 단 줄리아노 핀토가 발을 앞으로 밀어 공인구 브라주카를 건드렸다. 공은 2m가량 굴러갔고 핀토는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하반신이 마비돼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던 그가 시축(始蹴)에 성공한 것은 '입는(wearable) 로봇' 덕분이다. 몸을 지탱하는 골격이 곤충처럼 밖에 있어서 '외골격(外骨格·exoskeleton) 로봇'이라고도 한다.
▶입는 로봇은 원래 군용으로 개발됐다. 병사들이 무거운 장비를 옮기거나 몇십 ㎏ 배낭을 메고 행군하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물론 전투력도 엄청나게 올라간다. F-35 스텔스 전투기를 만드는 록히드마틴이 2009년부터 개발 중인 '헐크(HULC)'는 90㎏ 배낭을 지고 시속 16㎞로 달릴 수 있게 한다.
▶'입는 잠수정' 로봇도 있다. 2012년 캐나다에서 개발한 '엑소수트(Exosuit)'는 잠수사가 수심 300m에서 50시간까지 머물게 해준다. 배에 연결한 케이블로 동력과 산소를 공급받으며 바다 위와 비슷하게 늘 1기압을 유지한다. 엑소수트를 150만달러에 사들인 미국 기업은 에게해(海) 보물선 탐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두 달 넘게 모진 수압(水壓)·조류와 사투를 벌이는 우리 잠수사들에게 엑소수트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우리도 뒤늦게 입는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하지(下肢) 근력 증강 로봇'을 만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몇 ㎏을 들어 올리는 수준이라고 한다. 입는 로봇은 의료용과 산업용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일본 로봇 회사 사이버다인이 빌려주는 '할(HAL)'은 강한 근력이 필요한 구조대원이나 환자를 자주 옮겨야 하는 간병인에게 인기다. 이스라엘도 장애인용을 개발했다.
▶영화 '아바타'와 얼마 전 개봉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입는 로봇은 기관포를 쏘며 전투를 벌인다. '아이언맨'을 떠올리면 입는 로봇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 영화 속 로봇을 디자인한 할리우드 특수효과 회사와 미 국방부가 손잡고 특수부대가 쓸 '전략 공격용 전투 수트'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다. '아이언맨 수트'는 전신 방탄 기능을 갖고 있고 141㎏ 장비를 지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수트를 움직이는 강력한 배터리 개발을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몇 년 안에 현실이 될 것 같다. 실전에서 영화 '로보캅' 같은 전투 장면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