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문학으로, 통일이여 어서 오라
-분단 70년의 역사 비무장지대(DMZ)를 돌아보고
신 재 미
통일열차를 탄다는 설렘으로 인하여 지난 밤 잠을 설쳤다. 어린 날 소풍 가던 때가 생각난다. 새로 산 신발을 몇 번이나 신어보고 분홍빛 블라우스를 엄마 몰래 입어보기도 했었는데 마치 그날처럼 말이다.
집을 나서니 아파트 화단에 핀 하얀 옥잠화 꽃잎에 맺은 이슬방울이 빛을 뿌린다. 잎은 잎대로 촉촉한 몸을 살랑이니 상쾌함이 온 몸으로 스며든다. 칠석날 오색주머니에 떡갈잎에 달린 이슬을 털어 눈을 닦으면 눈이 밝아진다는 시어머님(故 이금순)의 말씀이 떠오른다.
어제가 칠석날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며 지하철역을 향해 걷는데 모퉁이를 돌아서니 전봇대아래 둥지를 튼 나팔꽃 환한 웃음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부지런해야만 볼 수 있는 꽃이라고 하지 않던 가 아침의 영광이라는 웅장함이 통일이라는 단어를 높이 지켜 든다.
오늘 통일부 초대를 받아 통일열차를 타고 역사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을 견학한다.
이 프로그램은 행정자치부와 통일 교육원에서 마음으로 준비하고 통일을 맞이하자는 뜻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번 견학은 통일부 산하 단체인 통일문협 전덕기 이사장님을 비롯한 회원 20명과 서울대생, 그리고 개인이 신청한 가족이 함께 했다. 이금순 원장님이 동승을 하고 비무장지대(DMZ)를 돌아보고 통일에 대한 강의도 하고 궁금한 것은 질문도 받고 답변을 하고 나눠 준 카드에 글도 써서 경품도 받고 간식으로 옥수수 배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통일을 염원하도록 했다
백마고지 참배를 통해 조국을 위해 피 흘리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수많은 영령들의 넋 그들의 피와 땀방울이 오늘의 자유를 안겨 주었다는 것을 생각하자 젊음을 바친 사랑하는 대한의 아들들이 치열한 전투에서 뒹구는 모습이 스쳐갔다 어미의 심정으로 바라보니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이어서 철원평야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노동당사 방문을 했다
왜 우리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야만 했는지 누구를 위한 싸움이었는지를 생각하니 울분이 터진다. 모두가 내 사랑하는 형제자매요 민족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뜨거운 맹세가 팔월의 태양보다 강렬한 빛으로 가슴에 새겨졌다
통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많은 탈북자들의 증언과 그들이 하는 말을 믿는다면 어려운 고개가 많겠지만 분명한 것은 통일은 대박이다. 이미 많은 인재를 양성해 놓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할 일 많아 좋고, 갈 곳 없는 실업자들 일자리 생겨서 좋고, 아직은 북쪽의 지하에 저장되어 있는 자원이 많이 있으니 이래저래 좋은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특히 건설은 우리나라 수준이 상당히 높은 곳에 도달해 있으니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기술을 증명하는 것은 중동에 수로를 만들고 사막에 빌딩을 지을 만큼 우수하기 때문이다
지난 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통일 박람회 참가를 하며 느낀 것은 아직은 통일에 대한 바람도 의식도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통일이 민족의 일이 아니라 이념단체의 행사로 치부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통일 박람회라면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통일을 노래해야 하는 것 아닌 가 싶은데 폐회식을 할 때 보니 아직은 먼 나라 이야기인 듯 보였다
오랜 분단의 역사를 시부모님으로 인해 진한 아픔으로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사가 분단과 갈등은 수천 년 동안 이어오기는 했다 일찍이 고구려 백제 신라 등으로 나뉘어 살던 시대도 있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 가
지금은 문명의 발달로 전국을 하루에 오고가는 일일권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알 수 있다 이 작은 나라가 세계 속에 우뚝 서게 할 방법이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지만 우리는 스포츠 강국이 아니던 가
지금 브라질에서 리오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양궁이나 태권도 등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의 정기를 지닌 종목들이 우수한 성적을 낸다. 화랑도의 맥을 잇던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던 국궁(國弓)의 짝을 이룬 양궁 . 요즈음은 아이들에게 인기 종목인 태권도는 말 할 것도 없고 우리의 택견은 고대부족국가에서부터 사랑받던 운동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충청도 은진현 작지(鵲旨)마을에서는 매년 백중날 부근에 충청·전라 양도의 사람들이 모여 수박희(택견)로 승부를 겨루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410년(태종 10) 1월에 “의흥부(義興府)에서 군사를 뽑는데 수박희를 시켜 세 사람을 이긴 사람을 방패군(防牌軍)을 시켰다”라고 기록이 되어 있다
그 시절에도 무예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종목이었던 것이다
지금 태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이다 양궁이나 태권도는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의 대표 종목으로 세계 속에 한국을 빛내고 있다
아침에 리오 올림픽 성적을 보니 메달을 획득한 43개국 가운데 순위가 4위다
남과 북이 힘을 합한다면 이 또한 순위는 1, 2, 3위 안에 들 것이다
어서 통일이 되면 좋겠다. 올해로 분단 70년이다. 이제 1세대는 거의 세상을 떠나고 남은 자들은 다음 세대이다. 꿈에도 그리던 고향은 말 그대로 꿈속의 고향으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얼마나 그리웠겠는가? 우물가에 미루나무가 세 그루이고 징검다리 12개를 건너면 집으로 가는 길이 나오고 해거름이면 가족을 위해 나뭇짐 지고 오시던 아버지, 소 풀을 먹이러 가던 뒷동산 언덕, 가마솥 앞에 웅크리고 앉아 밥 짓던 어머니의 모습, 빨래터에 앉아 빨래하던 누이의 모습이 눈에 선할 텐데 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월은 흐른다. 어쩌면 떠나는 자들 뒤로 남은 우리는 아픔과 안타까움보다는 현실에 만족하여 팔월의 하늘에 펄럭이는 태극기마저도 하나의 풍경으로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어서 조국의 허리에 매어 놓은 철조망 풀어져서 자유롭게 금강산을 가고 백두산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통일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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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여지승람』 『조선왕조실록』 백과사전 참조
2016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