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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빈페이스트 - 점심시간
김종인이 무섭기는커녕, 울보에 생각보다 허당이라는 걸 알게 된 후에 나는 김종인과 꽤 자주 함께하게 됐다.
의도적으로 그러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까 그냥 그랬다.
같이 듣는 수업이 끝나면 점심시간이라서 자연스럽게 점심도 같이 먹었고. 자취하는 곳도 가깝다보니까, 김종인이 가끔 몽구를 산책시키는 걸 따라간 적도 몇 번 있었다.
정수정은 내가 김종인이랑 같이 다니는 걸 이상하게 여겼다.
그렇게 무섭다고 난리를 치던 애랑 언제 이렇게 친해진 거냐며 내게 뭐라고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수정도 곧 김종인의 실체를 알게 됐고, 생각보다 맹맹한 김종인의 진짜 성격을 알게 된 정수정은 그랬다.
‘뭐야. 존나 빙다리 핫바지네.’
“준면이오빠, 안녕하세요!”
“어~ 여주 안녕ㅎㅎ”
“야.. 너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어. 그래...”
김종인이 존나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니, 준면이오빠도 어색하게 받아주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마치 내가 쿡쿡 찌르자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한 것처럼 보였을 거라서 준면이오빠도 김종인의 인사가 그닥 좋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어휴.. 답답이. 김종인의 진짜 성격을 알게 되니 녀석이 원활한 과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김종인도 알고 보면 착한데..
내가 처음 김종인을 봤을 때 쟈가운 애라고 생각했던 건 우리 과 사람들 모두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딱딱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먼저 인사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니 어느 누가 김종인을 착하다고 생각하겠어.
사실 김종인은 남들이 자기에게 인사를 건네는 게 어색하고, 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서 어물쩡대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 입학했을 때 김종인의 잘생김 때문에 녀석에게 몰렸던 관심들도 녀석은 매우 낯설고 무서웠단다.
김종인의 이런 낯가림이 원활한 교우관계를 방해하는 것 같다.
“웃어. 종인아.”
“어?”
“이렇게. 웃어봐. 너는 몽구생각할때만 웃잖아.”
“........”
“응? 인사 하면서 웃어봐. 그럼 사람들이 다 너 좋아할 걸.”
내 말에 김종인은 말없이 날 빤히 쳐다만 봤다.
아니, 응. 이라고 말을 하든지, 고개를 끄덕이든지.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줘야 할 거 아냐.
답답해져서 손을 뻗어 녀석의 입 꼬리를 억지로 쭉 당겼다.
내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는 김종인.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무서우니까 웃기다.
녀석의 웃긴 표정에 빵 터져 막 웃었더니 김종인이 ‘뭐하는 거야.’하며 내 손을 잡아 내린다.
“아, 왜. 너 나랑 오세훈 앞에서는 잘 웃잖아.”
“..그거야 너네 앞이니까.”
“아아. 빨리. 이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내 말에 입을 앙 다물고 좀 머뭇거리던 김종인이 날 쳐다본다.
“..ㅎ...”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으래놓고 웃으니까 왜 웃어.”
아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억지로 웃으라고 시키니까 진짜 어색하게도 웃는다.
내게 왜 웃냐고 투덜대는 김종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냥 손을 가로저었다.
귀여워서 웃었다고 하면 김종인 자존심에 스크래치 날 걸.
그때 마침 김종인의 뒤로 방민아 언니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저기 민아언니 지나간다. 이제 내가 먼저 언니한테 인사할 테니까, 너도 같이 웃으면서 인사해. 알았지?”
“....어색하잖아.”
“어색해도 웃는 거지! 그게 사회생활이야.”
“.........”
“아, 정 웃기 힘들면. 몽구 생각해. 몽구. 알았지?”
“..몽구...”
“민아언니!”
“어?”
“안녕하세요~ㅎㅎ”
“어. 안녕~”
언니가 내게 살살 손을 흔들었고, 나는 김종인을 한번 쿡 찔렀다.
녀석이 날 한번 쳐다보더니 ‘몽구..’하고 중얼거리고는 고갤 들어 민아언니를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누나.”
“.........”
...와... 몽구 생각하라니까 자연스럽게 잘 웃는다.
아마 김종인이 이렇게 부드럽게 웃으면서 인사를 한 선배는 민아언니가 처음일 거다.
언니는 갑작스런 김종인의 태도에 당황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게 계시다가 ‘어..안녕...’하고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그리고 겨우 정신을 차리더니 서둘러 가던 길을 가신다.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냐. 네가 웃는 걸 처음 봐서 당황해서 그런 걸 거야.ㅋㅋ”
“........”
“잘했어. 완전 자연스러웠어.”
역시 너한테는 몽구가 극약처방인가보다. 특이하긴.
킥킥 웃으면서 발꿈치를 들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
-
처음 웃으면서 인사를 한 민아언니에게서 그렇다할 반응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김종인이 웃는 걸 포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김종인은 그 이후로 사람들에게 잘 웃고 다녔다.
근데 좀 특이한 게 있다면, 김종인이 누군가에게 웃어준 후에 하는 행동이다.
“준면이오빠 안녕하세요!”
“어. 여주~ 안녕ㅎㅎ”
“형. 안녕하세요.”
“ㅋㅋ그래. 종인이 너 웃으니까 훨씬 잘생겼다.”
처음엔 김종인의 웃는 얼굴에 당황해하고 낯설어하던 과 사람들도 점점 익숙해지는지 김종인에게 살갑게 대해왔다.
준면이오빠의 살가운 칭찬에 김종인은 그냥 씩 웃고 말았다.
그리고 준면이오빠가 멀어질 즈음 김종인이 ‘김여주.’하고 날 부른다.
“응?”
“.........”
김종인의 특이한 행동이 이거다. 내게 말없이 머리를 숙이는 이 행동.
어이없게도 이건,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뜻이다.
처음에 김종인이 이 행동을 했을 때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몰라 허둥거릴 때, 김종인은 내 팔을 잡아 내 손을 자신의 머리 위로 올리면서 그랬다.
‘여기. 이렇게.’
그리고 부비부비.
...내가 몽구를 생각하랬지, 몽구가 되라고 한 적은 없는데.
어쨌든 김종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고 돈을 지불한다거나, 안좋은 일이 생긴다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난 매번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하고 형식적으로 말하며. 진짜 특이해.
그리고 그 후로, 김종인은 내가 옆에 없을 때도 곧 잘 웃게 됐는지 사람들이 김종인을 대하는 태도는 날이 갈수록 살가워지고 좋아졌다.
녀석의 대인관계가 전보다 좀 더 나아졌음에 흐뭇했고, 거기에 내가 일조했다는 사실에 뿌듯했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수정이와 교필을 듣기 위해 강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게임을 하던 정수정이 ‘아씨.. 죽었네.’하고 중얼거리더니 아. 맞다. 하며 날 툭 친다.
“야. 김종인 인기 졸라 많더라.”
“어?”
“걔ㅋㅋ존나 얼음왕자라고, 렛잇고왕국에서 왔냐고 놀림 받았었잖아.”
“아..그래?”
“응. 근데 요즘 무슨 지랄인지 잘 웃고 다니대? 여자애들이 웃는 것도 잘생겼다고 존나 좋아해ㅋㅋ”
“아...”
“솔직히~ 그렇게 잘생긴 애가 웃으면서 인사해주고 그러는데 안 좋아할 여자가 어디 있겠냐.”
“........”
“난 뭐. 그 새끼가 빙다리 핫바지인 걸 아니까 별 감흥 없지만.”
아... 김종인이 인기가 많아졌구나... 뭐.. 그러라고 김종인에게 웃고 다니라고 한 거니까. 다행이었다.
..근데 왜 찝찝할까... 이 뒤숭숭한 기분이 낯설었다. 왜 싫지? 뭐야. 나 왜이래.
정수정이 내게 말하기가 무섭게, 뒷자리에 앉아있던 한학년 선배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그 1학년에 김종인? 걔 인사 받아봤어?”
“어어어! 걔.. 애가 잘생겨서 그런지, 인사한 것만으로도 설레더라..”
“웃는 거 존나 심장폭행..”
선배들의 입에서 잘생긴 애. 설레는 애. 그렇게 회자되는 김종인이 낯설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질투심 비슷한 이 감정도 낯설었다.
내가 뭐라고 질투를 하지? 김종인이 인기 많아진 게 왜. 그러라고 웃고 다니라고 한 거잖아.
...그래도, 기분이 이상하다.
나만 알고 있던 김종인의 모습이 까발려진 기분. 마치 김종인을 빼앗긴 기분이 든다.
웃기다.
-
수업이 끝나고 정수정과 헤어져서 자취방으로 가는 길. 단대 앞을 가로질러 가다가 김종인을 발견했다.
그리고 난 실감했다.
김종인이 인기가 많아졌다는 걸.
“ㅋㅋ남자애들이 종인이 렛잇고왕국에서 왔다고 놀렸잖아.”
“아~ 맞아ㅋㅋ난 진짜 종인이 너 엄청 차가운 줄 알았어.”
“아..ㅎㅎ”
김종인은 여자선배들에게 둘러싸여있었다.
...나참. 뿌듯해야하는데 왜 어이가 없고 짜증이 날까.
저런 김종인에게 인사를 하기가 싫어졌다. 정말 어린아이같은 괜한 치기심이 들었다.
저 무리의 눈에 띄었다가 괜히 섞이기 싫어서 최대한 조용히 멀리 떨어져서 걸었다.
“종인아. 오늘 저녁에 뭐 약속 있어?”
“어..그게요...”
“없으면 우리랑 밥먹자!”
“아... 어? 김여주.”
“........”
시발... 존나 도움이 안돼요. 김종인.
고개를 푹 숙이고 가는데도 어떻게 알아본 건지 김종인이 날 불렀다.
눈을 꽉 감았다가 샐샐 웃으면서 고갤 들었다. 날 쳐다보고 있는 언니들을 보며 더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언니들이 대충 내 인사를 받아주고는 김종인에게 다시 집중하며 밥을 먹으러 가자는 둥 한다.
그 틈에서 웃으며 날 쳐다보고 있는 김종인.
좋냐? 어? 여자들이 잘해주니까 좋아?
괜히 심술이 나서 녀석과 마주쳤던 눈을 내가 먼저 피하고 다시 가던 길을 걸었다.
자취방 가서 치킨이나 시켜먹어야지.
“야. 김여주!”
“........”
“김여주!!”
얼마 걷지 않았을 때, 뒤에서 김종인이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선배들이 사주는 밥 먹으러 가지, 난 왜 따라온대?
가방을 다시 고쳐 매며 걸음을 더 빨리 해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내가 생각해도 난 지금 너무 유치하고 이상하다. 대체 내가 뭐라고 질투를 해?
빠르게 걸어봤자 다리가 긴 김종인이 날 이만큼 따라잡았고, 금세 녀석의 손이 날 붙잡아 돌려세웠다.
“야.”
“..왜.”
“내 말 안들렸어?”
“...몰라.”
“왜 그냥 가. 나 봤잖아.”
얼씨구. 이제는 별 이유없이도 잘 웃는다.
“너 봤으면 내가 뭐 해야 돼?”
“뭐?”
“...놔. 나 빨리 가야돼.”
“너 수업 끝났잖아. 자취방 가는 거 아니야?”
“몰라.”
김종인이 혹시나 내 눈에서 ‘질투’라는 감정을 읽어낼까 무서웠다.
녀석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대답을 대충했다. 아, 왜 안 놔줘!
“나한테 화난 거 있어?”
“없어.”
“근데 왜 이래.”
“내가 뭘.”
“..나 봐.”
뭘 보래. 꼴 보기 싫어. 김종인의 말에 고개를 더 돌리며 녀석에게 잡힌 팔을 놓으려고 노력했다.
김종인이 내가 고개를 돌리는 쪽으로 자기도 몸을 틀더니, 숙인 고개 아래로 내 얼굴을 확인하려고 몸을 숙여 날 올려다본다.
“무슨 일 있어?”
있으면 뭐 어쩔 건데, 네가!
김종인의 말에 발끈해서, 애써 돌리던 고개를 바로 해 녀석을 쳐다봤다.
“웃지 마!”
“...어?”
아. 나도 모르겠다.
다짜고짜 웃지 말라고 소리치니 김종인은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다.
“..나 안 웃었는데..”
“이제 웃지 마! 다시 인상 쓰고 다녀!”
“........”
“너 하나도 안 잘생겼어!”
“..........”
“완전 짜증나게 생겼어, 너.”
김종인이 멍하게 날 쳐다보고 있는 틈을 타서 녀석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고 다시 빨리 걸었다.
김종인은 당황스러운 건지 다시 날 잡으러 따라오지는 않았다.
아아. 나 미쳤나봐.
밀려오는 쪽팔림에 이를 앙 물고 손을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꽉 쥐었다. 방금 한 말을 곱씹을수록 얼굴이 더 붉어졌다.
나 방금 너무 유치했어... 다짜고짜 웃지 말라니, 미친...
김종인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아... 어떡해...”
부끄러울수록, 쪽팔릴수록, 그리고 후회할수록.
내가 지금 김종인에게 왜 질투를 느꼈는지가 확실해졌다.
...나 김종인 좋아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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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김종인을 좋아한다고 확신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나만 아는 김종인의 모습을 사람들이 다 알게 돼서. 그냥 그런 단순한 이유로 질투를 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단지 내가 그날 이후로 김종인을 피해 다녔던 건, 내가 그날 김종인에게 했던 말들이 정말 유치원생 수준이여서 창피해 미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풍문을 들었다. 김종인이 다시 쟈가운 얼음왕자로 돌아갔다는 풍문을.
그게 잘못된 얘기는 아닌지, 정수정이 내게 말했다.
“김종인 뭐 조증 생겼대? 걔 요새는 또 안 웃고 다닌대.”
“.........”
“뭐, 걔가 웃든 안 웃든 빙다리 핫바지인 건 달라지지 않지만.”
정수정의 말에 난 말없이 전공책만 뒤적거렸다.
...아.. 바보냐, 김종인. 웃지 말란다고 진짜로 안 웃게?
그리고 수업시간 내내 김종인만 생각했다.
당장 내일이 김종인이랑 같이 듣는 수업이 있는 날인데, 오늘에라도 내가 그런 유치한 말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할까. 한숨만 푹 내쉬며 손 위로 펜만 굴려댔다.
수업이 끝나고 정수정은 조별모임이 있다면서 먼저 가버렸다.
만날 사람도 딱히 없고, 자취방에 가서 과제나 해야겠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멍하게 걸었다. 그리고 자취방에 거의 다다랐을 때, 건물 앞에 익숙한 사람이 서있는 걸 발견했다.
..김종인이잖아? 쟤가.. 왜 여기에...?
당황스러움에 녀석과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기 전에 걸음을 멈췄다.
그치만 이미 내 기척을 느낀건지, 김종인이 핸드폰을 보고있던 고갤 들어 날 쳐다봤다.
녀석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당혹스러웠던 표정을 애써 감추고 다시 걸었다.
내가 가까워질수록 김종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렇게 맞닥뜨린 이상 창피하다고 더 숨을 수도 없다. 나는 녀석의 앞에 멈춰서서 당당하게 김종인을 쳐다봤다.
“왜 여기에 있어?”
“.........”
내 질문에도 김종인은 말없이 날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가 머뭇머뭇 입을 연다.
“..나 이제 안 웃어.”
“..뭐?”
“...이제 안 웃는데, 나. ..인사할 때도 안 웃고.. 그냥 안 웃어. 옛날처럼.”
“........”
“...나 안 웃으니까 화 풀면 안 돼?”
뭐라는 거야, 이 바보가.
무표정으로 김종인을 쳐다봤다. 녀석도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날 가만히 쳐다본다.
“내가 화났다고 생각해?”
“..응.”
“..왜 화났다고 생각해?”
“...내가 웃어서.”
...참나ㅋㅋㅋ어떻게 하면 저런 논리가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네가 웃는다고 내가 화 낼 이유를 대체 어디에서 찾은 거야, 넌.
물론 네가 웃는 것 때문에 화가 아니라 질투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내가 화났으니까, 다시 안 웃고 다니는 거야?”
“응.”
“내가 웃으라니까 웃었고, 웃지 말라니까 안 웃는 거고?”
“...그렇네.”
“왜? ..왜 내 말을 그렇게 잘 들어?”
내 말에 김종인은 생각을 하는 듯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가 다시 날 쳐다봤다.
“..좋아해서?”
“...뭐?”
“...아.. 좋아한다는 게..그게 아니고..그..”
“.........”
“그러니까, 그냥.. 어... 네 말이...”
자기가 말해놓고도 당황스러운지 김종인이 말을 더듬거린다.
“네 충고가 좋아서. 나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갑자기 웃자 김종인이 얼떨떨하게 날 쳐다본다.
이유가 어찌됐든 김종인이 내 말을 따라준다는 게 좋아서 웃음이 나왔다.
“뭐.. 꼭 웃지 말라는 건 아니야.”
“.........”
“그냥.. 너무 해실대지는 말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무슨 오해?”
“있어. 그런 게.”
여자들이 너의 웃음을 관심과 호의로 착각하는, 그런 오해들.
내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김종인이 인상을 찌푸린다.
나는 까치발을 들고 손을 뻗어 웃으면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말 들어줘서 고마워~”
“........”
“아예 웃지 말라는 건 아니고, 그냥.. 사람 좀 가려가면서 웃어.”
“........”
“알았지?ㅎㅎ”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바로했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다시 내려오는 내 손을 따라 김종인의 눈이 움직였다.
내 손을 빤히 쳐다보던 김종인이 날 쳐다보더니 웃는다.
“왜 웃어?”
“...ㅎ..”
“몽구 생각해?ㅋㅋ”
“아니.”
아니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면서도 김종인은 옅게 웃었다.
솔직히 김종인이 웃는 걸 보고 안넘어가는 게 이상하다던 정수정의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웃고 있는 김종인을 앞에 두고 생각해보니까, 그 말에 백번 공감한다.
..잘생기긴 했어.
“몽구 산책 시키러 갈래?”
“그래!”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2.27 12:4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9.19 00:11
첫댓글 ㅋㅋㅋㅋ둘다 귀여워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2.01 16:50
뭐야 서로 젛아하는거 같은데에!!!ㅋㅋㅋㅋㅋㅋㅋ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1.24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