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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닥터 지바고 / Doctor Zhivago" O.S.T.
"내 사랑 어딘가에 / Somewhere My Love"
- 코니 프란시스 / Connie Francis
Somewhere my love 내 사랑 어딘가에
There will be songs to sing 우리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어요
Although the snow covers 비록 하이얀 눈들이 뒤덮는다 해도
the hope of spring 봄의 희망을
Somewhere a hill 저 언덕 어딘가에
Blossoms in green and gold 초록과 황금빛으로 피어나는 꽃들을 볼 수 있으며
And there are dreams 가슴에 담아둔 꿈들을
All than your heart can hold 그대는 이룰 수 있을 거예요
Someday 언젠가
We'll meet again my love 내 사랑이여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Someday whenever 언젠가 늘 그랬듯이
The spring breaks through 봄이 다시 피어나면
You'll turn to me 그대가 내 곁에 돌아올 거예요
Out of the long ago 오랜 시간의 세월을 넘어
Warm as the wind 산들바람처럼 온화하고
Soft as the kiss of snow 하이얀 눈의 입맞춤처럼 부드럽게
Till then my sweet 그 날이 올 때까지 내사랑이여
Think of me now and then 늘 나를 생각해주어요
God speed my love 하나님께서 그대를 늘 지켜주시길
Till you are mine 그대가 내 곁에 돌아오는 날까지
Till you are mine again 그대가 내 곁에 다시 돌아오는 날까지
영화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1965)'는 구소련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L. Pasternak, 1890-1960)'의 소설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1957)'를 바탕으로 '데이비드 린(David Lean, 1908-1991)'이 감독을 맡고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 1924-2009)'가 음악을 맡아 영화화한 아카데미 어워드 6개 부문을 휩쓴 명화 중 명화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890년에 모스크바에서 출생하였으며 모스크바대학 법학부와 문학부를 마치고 독일로 건너가 마르부르크대학(University Of Marburg)에서 철학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는 한때 음악에 관심을 두고 러시아의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알렉산더 스크라빈(Alekxander Scriabin, 1871-1915)'에게서 작곡을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상징주의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썼으며 그의 첫 시집으로 '구름속의 쌍둥이'를 출간하였습니다. 그러나 볼셰비키(The Bolshevik) 혁명 후 정부 당국자들로부터 그의 시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기 시작하자 그는 시 작업을 중단하였으며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시를 번역하는 작업에 전념하기도 하였습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노벨상 선정을 받았으나 구소련(USSR) 정부 당국자들의 거센 반발에 따라 수상이 거절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구소련 정보기관 KGB와 구소련 작가 동맹(Union Of Soviet Writers)으로부터도 추방을 당하는 처지로 몰렸던 것입니다. 그는 혁명과 이념이라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들에게 진 빚을 갚고 싶었다고 닥터 지바고의 집필 동기를 밝혔습니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1960년에 폐암의 악화에 의해 7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코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 1938-)'는 1938년 뉴저지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3살 때 아코디언을 다루었을 정도로 어려서부터 음악성이 뛰어났었고 5살 때는 여러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11살 때는 TV 방송국 어린이 노래자랑 대회에 참가하였고 12살 때에 방송국 탤런트 쇼에 참가하여 우승하면서 연예계 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코니 프란시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자 로고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회사인 'MGM(Metro Goldwyn Mayer)'사와 손을 잡았고 싱글 '프레디(Freddy)'를 발표하면서 데뷔하였습니다. 그녀는 장학금으로 뉴욕대학(New York University)에 진학하였고 학업과 가수 활동을 병행하였습니다.
그녀는 1958년에 싱글 '누가 지금 미안해요(Who's Sorry Now)'를 발표하여 히트하였고 빌보드 싱글 차트 4위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가수활동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어서 싱글 '바보 같은 큐피드(Stupid Cupid)'를 차트 15위에, 싱글 '내 행복(My Happiness)'을 차트 2위에, 1959년에 발표한 싱글 '옷깃의 립스틱 자국(Lipstick on Your Collar)'을 차트 5위에, 싱글 '내 기념품 중(Among My Souvenirs)'을 차트 7위에, 1960년에 앨범 'Italian Favorites'에 수록하여 발표한 싱글 '어머니(Mama)'를 빌보드 차트 8위에 그리고 싱글 '모든 사람이 그 누군가의 바보에요(Everybody's Somebody's Fool)'와 '내 마음은 스스로 정할 수 있어요(My Heart Has A Mind Of It's Own)'를 각각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려놓는 진기록을 세우면서 팝, 발라드, 칸초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냈으며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미국의 톱 여가수로 우뚝섰던 것입니다.
코니 프란시스는 팝 역사상 최초로 남성 가수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한 여성 가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녀는 남가수들을 능가하는 음반 판매고를 올리는 여가수로 손 꼽히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1961년에 발표한 싱글인 '헨리 레빈(Henry Levin, 1909-1980)'이 감독을 맡았고 '조지 E. 스톨(George E. Stoll / Georgie Stoll, 1905-1985)'이 음악을 맡은 영화 '보이 헌트 / 사내애들이 있는 곳(Where The Boys Are, 1960)'의 O.S.T. 곡인 '보이 헌트 / 사내애들이 있는 곳(Where The Boys Are)'을 차트 4위에, 싱글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있어요(Breakin' In A Brand New Broken Heart)'를 차트 7위에, 싱글 '투게더(Together)'를 차트 6위에, 싱글 '그대의 품에 있는 사내가 그대 마음속의 그 사내라면(When The Boy In Your Arms Is The Boy In Your Heart)'의 곡을 차트 10위에 각각 올려놓는 등 연달아 히트하엿습니다. 1960년에 독일어로 부른 싱글 '사랑은 이상한 게임이에요(Die Liebe Ist Ein Seltsames Spiel)'를 독일 차트 1위에 2주 동안 올리면서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싱글곡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1962년에 발표한 싱글 '그대 사랑하는 마음을 너무 애절하게 하지 마세요(Don't Break The Heart That Loves You)', '세컨드 핸드 러브(Second Hand Love)' 등의 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하면서 다시 한 번 그녀의 명성을 전 세계에 알렸던 것입니다.
그녀는 1962년에 발표한 '방학(Vacation)'을 차트 9위에 올려놓는 등 '홍하의 골짜기(Red River Valley)', '전화 속의 연인(Telephone Lover)', '시보네이(Siboney)',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Beautiful Brown Eyes)', '모든 젊은이들의 마음(For Every Young Heart)', '비 앤니싱(Be Anything)' 등의 곡을 많은 사랑과 함께 크게 히트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출신 '줄스 다신(Jules Dassin, 1911-2008)'이 감독과 주연을 겸하였고 그리스의 국민 작곡가인 '마노스 하지다키스(Manos Hadjidakis, 1925-1994)'가 음악을 맡아 작곡한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 1960)'의 O.S.T. 곡인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 '데이비드 린(David Lean, 1908-1991)'이 감독을 맡았고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 1924-2009)'가 음악을 맡은 영화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1965)'의 O.S.T. 곡인 지금 흐르고 있는 '내 사랑 어딘가에(Somewhere My Love)' 등을 크게 히트하였습니다.
코니 프란시스는 뛰어난 가창력과 아름다운 천상의 목소리로 지구촌 곳곳의 만인들의 가슴을 꾸준하게 울려주었으며 미국의 정상급 유명 여가수이자 세계적인 여가수로 우뚝 서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 그녀의 삶은 결혼을 네 번이나 하는 등 그다지 행복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였습니다. 운명의 신은 그녀에게 너무도 가혹한 시련을 안겨주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1974년 11월 뉴욕 주 롱 아일랜드(Long Island) 공연을 마치고 근교에 투숙하게 된 모텔에서 창문으로 침입한 괴한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죽음까지도 생각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그리고 암 투병중인 그녀 아버지의 죽음과 총격을 당하여 목숨을 잃게 된 그녀의 남동생 사망사건 등으로 더 큰 불행을 겪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1977년에 수술한 축농증의 악화에 의해 성대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네 번에 걸친 대수술 끝에 그녀의 아름다운 천상의 목소리를 잃어버리게 된 최악의 불행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코니 프란시스는 음악의 장르에 구분 없이 방대하고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1958년부터 1962년까지 매년 평균 8곡의 차트 히트곡을 발표하는 등 놀라운 기록을 세운 가장 유명한 세계적인 보컬리스트입니다.
- 러시아 제국의 '황제 니콜라이 2세(Tsar NicholasⅡ)'가 몰락되어가는 격동의 시기였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붉은 물결이 요동치는 피의 일요일, 폭력에 의한 러시아 혁명의 배신과 인간부정에 대한 지식인들의 무력한 항의로 이어지는 비극의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볼셰비키 혁명, 좌, 우파로 대립되는 러시아 내전 등의 혼란을 거쳐 공산체제 소비에트연방이 태동되는 격랑의 시기였다.
거대한 수력발전 땜의 작업장 노동자들의 파장 행렬은 길게 이어졌다. '예프그라프 안드레예비치 지바고 / Yevgraf Andreievich Zhivago(알렉 기네스 분 / Alec Guinness,1914-2000)' 장군은 여성 노동자들의 명단을 체크 중인 기술 부관(Engineer)에게 '이 여자들은 어떤가?' 질문한다. - 좋습니다. 조금은 거칠지만 돈도 잘 쓰고 일도 잘합니다. 다시 장군의 '글은 읽을 줄 아나?' 라는 질문에 기술 부관은 - 일부만이요. 대부분 감화원 출소자들이지요. 이건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지구를 움직인다는데 사람을 쓰다니요. 능율도 떨어집니다. 굴착기 2대만 추가하면 일도 아닌데...라며 불평한다.
예프그라프 장군은 어떤 소녀의 사진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 왜 그 아이한테 관심을 가지시지요? 란 기술 부관의 말에 예프그라프는 '동생의 딸이야...'유리 안드레예비치 지바고 /Yuri Andreievich Zhivago(오마 샤리프 분 / Omar Sharif, 1932-)' 정확히 이복 동생이지...그 '라라 / 라리샤 안티포바 / Lara / Larissa Antipova(줄리 크리스티 분/ Julie Christie, 1941-)'가 낳은 애 일 수도 있어...라라를 노래한 새 시집이야!' 라고 말하면서 책을 들어 보인다. - 압니다...동생분을 존경하고 있습니다...기술 부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예프그라프 장군의 '다들 그런 것 같더군... 요즘은...' 기술 부관은 - 전엔 책을 읽을 수 없도록 금지했었으니까요! 라고 이유를 단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영문을 모르는 한 소녀가 들어왔다. 기술 부관은 소녀를 향해 '내가 사람을 보냈소 걱정 말아요'라고 안심을 시킨다.
'난, 예프그라프 안드레예비치 지바고 장군인데... 사람을 찾고 있다... 내가 찾고 있는 아이는 조카야!' 라고 예프그라프 장군은 그 소녀를 의자에 편히 앉으라고 권한다.
'너의 이름은?' - '토냐 코마로프스카야 / Tonya Komarovskaya(리타 터싱햄 분 / Rita Tushingham, 1942-)'입니다. '몽고에서 발견됐다지?' - 그렇습니다. '거기서 뭘하고 있었나?' - 길을 잃었습니다. '어쩌다 길을 잃었나?' - 기억이 안납니다. '코마로프스키 / 빅토르 코마로프스키 / Viktor Komarovsky(로드 스타이거 분 / Rod Steiger, 1925-2002)'가 부친인가?' -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아?' - 흔한 이름이죠. '부친을 기억하나?' - 아뇨! '그럼 어머니는?' -네, 어머니는 기억합니다. '모친의 이름은?' - 그냥 엄마요. '어떤 분이었나? 어떻게 생기셨지?' - 컸어요! '커?' - 그 때는 어렸으니까 크게 보였어요! 이에 막막해진 예프그라프 장군은 그녀에게 책을 꺼내보이며 '읽을 줄 아나?' - 네... 라라. Y.A. 지바고의 연시(戀詩)... 이어서 그녀에게 책장 속의 사진을 펼쳐보인 장군은 '내가 아니라 이복 동생이야...내가 찾는 사람은 이 사람의 딸이야...이건 그 아이의 엄마이고...이름이 라라야...누가 너의 어머니를 라라...라고 부르는 소릴 못 들었니?' -모르겠어요...난 아닌 것 같아요...참 예쁘네요...전 장군님 조카가 아니에요! 예프그라프 장군은 볼멘 목소리로 '삼촌이야 모른다고 치자 그렇지만 부친이 누군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아빠가 시를 쓴다는 얘기는 못 들었나?' - 아빠는 시인이 아니셨어요! '그럼 뭘 하셨지?' - 시인은 아니에요. '아빠를 좋아했나?' - 잊었어요! '엄마는 좋아했겠지?' - 네, 물론이지요! '스트렐리코프 / 파샤 안티포프 / Strelnikov / Pasha Antipov(톰 커트니 분 / Tom Courtenay, 1937-)' 생각 나는 것 있나? 바리키노(Varykino)는? 사람 이름이 아니고 지명이야...' 그 소녀는 머리를 흔든다. '그러면 그로메코(Gromeko)는?' -그로메코? '그래...이 사람... 내 동생도 너와 같은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였지...네 어머니가 너를 잃었을 때의 네 나이와 같은 8살에 말이야...장소 역시 같단 말이야...'
1899년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이었다. 저 멀리 잔설이 하얗게 덮힌 우랄산맥(Ural Mountains)을 등에 이고 묘지를 향해 운구 행렬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운구 행렬의 뒤를 어린 '유리 안드레예비치 지바고 / Yuri Andreievich Zhivago(타렉 샤리프 분 / Tarek Sharif, 1957-)'는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어린 상주 유리의 나이는 8세였고 그의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중이었다. '...삶의 공허한 승리는 사라지고 영혼은 그 처소를 떠났으니... 진흙은 검게 변하고 그릇은 깨어졌노라...' 신부의 마지막 기도와 함께 차가운 흙이 뿌려진다. 유리의 어머니는 발랄라이카(Balalaika) 를 연주하는 예술가였다. 그의 어머니는 발랄라이카를 유리에게 유품으로 남겨주었다. 마지막 가는 그의 어머니를 바라보는 유리의 눈은 슬픔이 가득했고 유리알처럼 맑은 눈동자는 시인의 눈을 암시라도 하는 듯 영롱한 빛을 발산했다.
그로메코(Gromeko)가문에 입양된 유리 안드레예비치 지바고는 모스크바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그는 눈보라가 몰아 치던 어느 날 하얗게 얼어붙은 유리창을 바라보면서 앞날에 대한 꿈을 설계한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의사가 되기를 결심한다. 그는 의학 공부와 시작(詩作)을 병행하였으며 그로메코가 양부모의 외동 딸인 '토냐 그로메코 / Tonya Gromeko(제랄딘 채플린 분 / Geraldine Chaplin, 1944-)'와 약혼한 사이가 된다. 토냐 그로메코는 파리에 체류중이었다.
한편 라라도 학교 강의를 끝마치고 전차에 올라 귀가를 서둘렀다. 장학금을 놓치면 안되기 때문에 시험공부 시간을 아껴야 했다. 전차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도중에 볼셰비키파 시위운동 전단지를 뿌리다 기관원에 붙잡힌 파샤 안티포프를 만난다. 라라는 그를 자신의 오빠라고 대변하였다. 파샤는 그녀의 도움으로 경찰서에 연행되지 않고 풀려날 수 있었다. '이런 일을 왜 해요'라는 라라의 말에 파샤는 '인민과 혁명을 위해서 해야만 돼!'라고 말한다. 라라는 '인민은 혁명을 원치 안해요!' 라고 말한다. 다시 파샤는 '원해! 그게 뭔지를 모를 뿐이야!'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유리 지바고는 학교 병리학 연구실에서 실습을 마치고 귀가하였다. 양어머니 '안나 그로메코/ Anna Gromeko(시오반 맥켄나 분 / Siobhan Mckenna, 1923-1986)'로부터 파리에서 온 토냐 그로메코의 편지와 한달 후에 그녀가 모스크바로 돌아온다는 소식도 전달 받았다.
1912년 어느 겨울날,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시가행진이 밴드 소리에 맞춰 크렘린 궁성 쪽을 향해 들어가고 있었다. 유리 지바고는 2층 발코니로 나왔다. 양어머니 안나도 뒤따라 나왔다. 양어머니는 시위대가 치켜들고 있는 붉은 현수막을 보고 있었다. 유리에게 그녀는 '동포애와 자유... 멋진말이 아닌가?...정의와 평등과 빵... 너무 근사한 말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이때 양아버지 '알렉산더 그로메코 / Aleksander Gromeko(랄프 리차드슨 분 / Ralph Richardson, 1902-1983)'도 나타나더니 '동포애 좋아하다가 감기 걸리겠어요. 여보!' 하면서 그녀를 데리고 거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때였다. 기마병들이 일시에 칼을 빼들고 몰려들더니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하면서 쳐들어갔다. 수많은 노동자와 학생들이 처참하게 살해되었다. 유리 지바고는 시위 현장인 도로로 뛰어 내려 갔다. 칼에 찔려 쓰러진 사람들을 응급치료해주고 있었다. 기마병이 다가왔다. 유리에게 시신 처리는 우리가 할 것이니 상관 말고 집에 들어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만약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 체포하겠다고 호통을 친다. 이에 놀란 양아버지가 달려나와 '문제 일으키지 말아라! 토냐가 내일 온다잖니...'유리를 진정시키고 그의 손을 이끌면서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유리 지바고는 기마병들의 비인간적인 만행에 큰 충격을 받는다.
시위대에 참가하여 기마병의 습격으로 얼굴에 부상을 입은 파샤 안티포프는 가까스로 도망쳤고 라라의 집으로 피신했다. 그는 라라에게 권총을 건네주며 숨겨두라고 부탁한다. 라라는 버려버리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 평화적인 시위는 없어...부녀자와 아이들을 학살했어...굶주린 여자가 빵을 달라는데 탐스카야에선 돼지들이 먹고 마시고 춤을 추지...잘 숨겨둬...라라가 서랍 속에 숨겨 놓자 그는 고마워 동무...하면서 흥분된 말투였다. 라라는 '난 동무가 아냐!' 라고 대꾸했다. 라라는 이제까지 순수하고 모범 청년이었던 그가 냉혹한 볼셰비키 혁명가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양부모와 함께 모스크바 역에서 토냐 그로메코를 마중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유리 지바고는 토냐 그로메코의 환한 미소를 보고 무척 기뻐했다. - 오빠! 이걸 사왔어! 젊은 러시아 시인들이야! '그래 고맙구나...내 얘기도 있어? 프랑스는 지적인 나라로구나!' - 당연히 오빠가 처음에 나왔지! 라고 토냐 그로메코는 자랑스러워 했다. 이들 둘은 서로 장래를 약속하게 된다.
유리 지바고와 토냐 그로메코가 서로 정담을 나누며 앉아 있는 자리로 '보리스 커트 / Boris Kurt(조플레이 킨 분 / Geoffrey Keen, 1916-2005)' 병리학 교수가 다가왔다. '우리 의사님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결혼은 언제인가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의사가 아직 청혼을 안해요! 토냐가 웃으며 말한다. 보리스 커트 교수도 웃으면서 '방랑자들은 피가 아주 뜨거운줄 알았는데 동작이 아주 느리군...그래...그럼 병리학 교수는 어때요?' -그분이 시를 쓰시나요? 보리스 커트 교수가 머리를 가로로 저으면서 '아쉽지만 아닌데...' 라고 말하자 다시 토냐는 -그럼 안되겠네요! 라고 환하게 웃는다. 이때 보리스 커트 교수에게 위급한 환자가 있다는 쪽지가 전달되었고 보리스 커트 교수는 유리를 향해 '시인 의사께서 동행해줘야 할 것 같네!'라고 말한다.
왕진 쪽지를 보낸 사람은 빅토르 코마로프스키였고 환자는 라라 안티포바의 어머니였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시름 놨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코마로프스키는 보리스 커트 교수와 유리를 라라의 집 2층 그녀의 침실로 안내했다. 음독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응급처치를 한 후였다. 그녀는 의식이 돌아왔는지 낮은 목소리로 라...라! 라라!를 잠꼬대처럼 부르고 있었다. 코마로프스키로부터 1층에 있는 딸의 이름이라는 설명을 들은 보리스 커트 교수는 유리를 향해 그녀의 어머니가 살아날 거라는 것을 라라에게 직접 말해주라고 부탁한다. 1층 거실로 내려온 유리 안드레예비치 지바고는 라라 안티포바라는 여인과 운명적인 만남을 이룬다. 라라는 강하면서 부드러웠고 열정적이면서 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였다.
치료를 마치고 마차에 오른 유리는 보리스 커트 교수에게 빅토르 코마로프스키가 아버님의 유언을 집행했는데 얼마 남지 않은 유산이 그 사람의 차지가 되었다고 말해준다. 보리스 커트 교수는 말했다. '수완 좋은 사업가인줄은 알았지만 사기꾼은 아닌 것 같은데...하여간 유쾌한 친구지...인생을 알아...오늘밤에 겁 좀 먹었을 거야!'
어느 한적한 레스토랑에서 라라와 코마로프스키는 파샤 안티포프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라는 방금 도착한 파샤를 향해 '코마로프스키 씨야!'라고 말하면서 소개한다. 코마로프스키는 파샤를 향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게!' - 전혀 아닙니다!.라고 파샤는 대답한다. '라라의 어머니께서 여러가지로 나에게 자문을 받는 입장이라 가족이나 다름없어서...' 라고 말하는 코마로프스키의 말을 가로막고 파샤는 - 저의 말을 먼저 들어 보시겠어요. 저는 혁명을 완수해야만 하는 입장입니다. 그 어떤 것도...아니 라라,라 할 지라도 그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라라의 손을 잡는다. 코마로프스키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네...그려...난 자네의 정치적인 견해엔 전혀 관심이 없네! 동정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적합하겠네! 나도 연줄이 닿는 데가 있네!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 나갈 텐가?'라고 반문한다. - 교사 직을 제안 받았습니다. '그곳이 어딘가?' - 우랄 지방의 그라도프입니다. '알고 있네! 황량한 마을이지' 라라가 나선다. 코마로프스키를 향해 - 아름다운 곳이에요!라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코마로프스키의 '조용한 인생이 되겠군' 이라는 대꾸에 라라는 다시 - 우린 그 걸 원해요!라 말한다. 코마로프스키는 파샤를 향해 '봉급은 충분한가?'라고 질문하였고 파샤는 - 부족하진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코마로프스키는 '파샤 안티포프씨! 실례지만 상당히 어려 보이는군...'하고 말한다. 파샤는 - 대단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나이가 들면 나아집니까?라고 반문하자 코마로프스키는 '인내심은 늘어나지! 그리고 경험도 좀 생기지!'라고 말한다. 이에 파샤는 - 인내심이 조금 늘어 난다고 늙어서 결혼해야 합니까? 난 홀로 살아 왔지요! 혼자 힘으로 대학도 졸업했고 상상도 못할 끔찍한 일도 겪었어요! 난 26살 입니다. 어머님은 8살 때 돌아가셨고 아버님은 옥사하셨습니다. 그리고 경험이라고요? 연애경험을 말씀하신 것 같으신데 난 그런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라라도 이제 열 일곱입니다. 우습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시겠지만 우린 내년에 결혼할 겁니다. 내가 심했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하면서 의자에서 일어섰다. 라라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그는 문 쪽을 향해 걸어 나갔다. 코마로프스키는 말한다. '젊은 십자군이군! 훌륭한 젊은이야... 그 건 틀림없어!' 라라가 -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라라에게 '끔직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시오! 그자는 불행을 낳는 남자지! 특히 여자에게 말이오! 알겠어요? 사춘기의 감성을 이해는 하고 있지만... 이 결혼은 재난 일 뿐이요! 여자는 두 종류가 있지! 그 두 종류의 여자 가운데 당신은 첫 번째가 아니지! 당신은 매춘부니까!'라고 말하자 이에 격분한 라라는 그의 빰을 내리쳤다.
어머니의 정부인 코마로프스키는 법조계에 종사하면서 어느 정도의 부와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코마로프스키는 이를 이용하여 어린 라라를 탐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매춘부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고 라라는 몹시 괴로워 했다. 라라는 파샤가 맡겨둔 권총을 지닌 채 코마로프스키를 만나기 위해 스벤티츠키 부부가 주선한 성탄절 무도회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도중에 파샤를 만났다. 파샤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라라에게 오늘 약속이 있는데 잊었느냐면서 어디를 가느냐고 다그친다. 라라는 편지를 보냈는데 못 봤느냐고 그를 뿌리친다.
라라는 성탄절 무도회장에 들어섰다. 유리와 함께 온 토냐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카드개임 중인 코마로프스키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라라를 목격했다. '스벤티츠키 / Mrs. Sventytski(루안나 앨카이즈 분 / Luana Alcaiz)' 부인이 '조용...모두 조용히...하세요. 1913년도 이제 마지막으로 저물어 가고 있네요. 아주 깜짝 놀랄 중요한 소식이 있어요. 여기 닥터 유리 지바고와 모스크바 굴지의 명문가죠...토냐 그로메코 양이 결혼을...'하고 말하는 찰나에 탕! 하고 총성이 울렸다. 모두가 놀라며 조용한 분위기였다. 라라는 코마로프스키에게 총을 솼고 그의 손목에 부상을 입혔다. 코마로프스키는 경찰을 부르지 말 것과 라라를 그냥 내보내 주라고 당부한다. 이때 파샤 안티포프가 나타났고 그는 라라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이를 목격한 유리 지바고는 라라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유리는 코마로프스키 손목의 총상을 치료해 주고 있었다. 유리는 아버님과 친한 사이였다는 그의 말에 '동업자 관계라고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코마로프스키는 - 그 이상이었지, 임종을 지켰으니까. 형과도 연락이 닿았다네! 난 한다리 건너서긴 했지만 사실 볼셰비키는 좋아하지 않네! 유리가 '예프그라프, 말씀이세요?' 하면서 치료를 끝내주자 그는 - 고맙네! 솜씨가 매우 훌륭하네! 그러나 한편으론 볼세비키를 존중한다네! 이유를 말해 줄까? 그들이 이길테니까! 두사람은 서로 웃었다.'형을 만나고 싶군요. 편지를 보냈더라구요... 제 시가 마음에 든다고...' 유리의 말에 코마로프스키는 - 아버지도 좋아하셨을 텐데...훌륭한 분이셨네! 유리! 그렇게 불러도 되겠지! 이 말은 믿지 않겠지만 자네 아버지는 자네 어머니에 대해 아주 헌신적이셨지!...아, 그리고 자네의 신중함을 믿어도 되겠나? 유리가 '그 여자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라는 뜻이겠군요? 제 다른 능력도 믿어 보시지요. 그런 여자를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요?'라고 말하자 그는 - 자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매우 까타로운 편이군...관심 있나? 자네한테 주지! 유리는 그에게 다가가 그가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손으로 빼내면서 '담배를 끊으세요! 심장에 해롭습니다!' 라고 말한 후 재털이통에 그 담배를 던진다. 그는 다시 - 자네한테 넘겨주겠네! 결혼 선물이야!라고 말하면서 나갔다.
유리와 토냐는 썰매 마차를 타고 귀가중이었다. 토냐는 무도회장에서 총 쏜 여자를 전에도 본 적 있는 여자냐고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라고 유리가 반문한다. 토냐도 - 본 적 없어? 라고 다시 반문한다. 유리가 전에 한 번 봤지만 얘기하기가 좀 곤란하고 좋은 일도 아니라는 말에 - 하기 싫으면 하지마...라고 토냐가 말했다. 그리고 둘은 가벼운 포옹을 했다.
1914년 1차대전이 한창이었고 유리 지바고는 우크라이나 전선에 야전 군의관으로 배속되어 복무중에 있었다. 오늘도 크렘린궁 앞에는 자원병들의 행렬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유리 지바고는 야전병원 군의관으로 참전중에 있으며 매일 속출하고 있는 부상병들을 치료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리의 이복형인 예프그라프 지바고 장군은 말했다. 이 전쟁은 부르주아(Bourgeois) 용어로는 동맹군과 독일의 전쟁이고 볼셰비키(Bolsheviki) 용어로는 동맹군과 독일 상류계급과의 전쟁이며 누가 이기던 상관없었다. 난 당에서 자원을 명 받았고 페트르프란 이름을 썼다. 같은 신 앞에 승리를 갈구하는 외침이 유럽을 뒤 흔들었지...당이 지시한 임무는 패배를 조장하는 거였다. 패배는 혁명을 낳고 혁명은 우리의 승리이니까... 포섭의 대상은 징집된 농민이었다. 이들의 새 군화가 닳아야 내 말에 귀를 기울이리라...때가 되면 3개 대대를 이끌고 전방에서 빠져나올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없다. 나 같은 지원자가 너무 많다. 일종의 광란이 아닌가 싶다. 레닌(Vladimir Lenin) 동무까지 900마일 전선의 저주 받은 고통을 과소평가했다. 전쟁이 난지 두 번째 겨울이 되었다. 부츠도 닳았고 방어선도 이상이 없었다. 코트는 누더기로 변했고 보급은 일정하지 않았다. 반은 무기도 없이 전투에 참여했었다. 이들은 집에 돌아가거나 당에 합류하기도 하였다. 러시아혁명의 시작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속된 군의관 유리 지바고는 부상병들의 치료에 분주했다. 그는 철저하리만치 낭만적인 휴머니스트이었다. 마침 종군 간호사가 된 라라가 그의 부대로 배속되었다. 그는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지금 막 부상병이 앰브런스로 호송됐다. 유리는 라라에게 '수술 경험이 있어요?' - 네, 그러나 전 숙련된 간호사는 아니에요. 지원자에요. '왜 지원했어요?' - 남편을 찾으려고 지원했어요. '그래서 남편을 찾았어요?' - 아니요!.
이때 옆에서 수술을 지켜본 호위병이 '박사님, 독일군이 이웃마을에 있답니다!'라고 말하면서 빨리 이동해야 한다고 독촉했다. 유리는 부상병의 환부 봉합을 마무리하였다. '그럼, 그만 갑시다!'라고 말한 후 라라와 함께 마차에 올라 나란히 앉았다. 라라는 수통을 꺼내 물을 마시면서 저를 아는 것처럼 바라보시고 있네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유리는 '본 적이 있소! 4년전 크리스마스 이브 때요!' 이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보인 라라는 - 거기 계셨어요? 그럼 당연히 보셨겠네요...빅토르 코마로프스키씨를 아시나요? '그렇소...그때 라라는 거기 젊은 친구와 함께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요' - 남편이에요. 유리는 큰소리로 '대단한 용기였어요...거기 있었던 우리들이 정말 초라해질 지경이었지요. 아주 잘 쐈어요!'라고 말했다.
유리를 비롯한 이들 야전 부대원들은 이동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에 전단지 살포 차량과 만났다. 이들은 그 차량으로부터 새로운 소식을 입수하였다. 유리가 전단지 내용을 설명했다. '황제가 감옥에 들어갔고 레닌은 모스크바에 입성했으며 내전이 시작되었다는 내용이군요!' 라라가 - 내전이라구요? 하며 다가왔다. 누군가가 환호한다. '잘 됐어요!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요! 이제 황제도 없고 주인도 없고 노동자 세상이 온 것입니다'
이때다 - 의사요? 라고 말하며 유리에게 다가온 당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유리가 그렇다고 말하자 그 붉은 완장을 두른 당원은 라라도 같이 따라오라고 말했다. 그는 유리를 임시 야전병원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많은 부상자들이 누워 있었다. 이렇게 많은 부상자를 어떻게? 라고 유리가 말하자 그는 서류를 보여주며 지방정부의 지시요! 최선을 다 하시요! 라고 말한 후 나갔다.
혁명은 좌파, 우파로 대립되는 내전의 양상으로 확산되어 갔으며 종잡를 수 없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토냐 그로메코는 아버지와 함께 유리의 전선으로부터 날라온 편지를 읽고 있었다.
'사랑하는 여보, 이곳 일들이 너무 바빠서 편지마저 자주 띠울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가 - 언제 쓴 거냐?고 묻는다. - 7월 20일이에요! 라고 말해주자 아버지는 - 8주 전이로군! 하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가니 시간이 좀 날 것 같아요! 머리가 아주 굳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면 틈틈이 시를 쓰고 싶네요! 그리고 여기 라라 안티포바라는 간호사는 정말 존경스러운 여자인 것 같네요! 우리 의사들도 믿기지 않는 치료의 힘을 그녀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실수를 하긴 하지만 결과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아버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영국제 씨거는 구하기 힘들 텐데...' 이때 아버지가 - 두말하면 잔소리지 라고 말하며 웃으신다. '사샤 / Sasha(제프리 록랜드 분 / Jeffrey Rockland)'는 글을 배웠오? 또 어머님은 어떠하신지?' 토냐가 - 제 편지를 못 받았어요! 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 죽은 걸 모르니 서운하구나! 하시면서 울먹이신다. '하지만 토냐! 무엇보다 당신이 걱정이구려!' 아버지는 한탄하신다 - 빨리 결판을 내거라! 어떤 불량배 집단이 이 나라의 정부를 구성할는지...
야전병원에 수용되었던 부상자들도 이제는 거의 대부분 치료를 마첬고 귀가한 사람이 많았다. 유리는 치료가 다 끝났지만 아직 귀가하지 않고 있는 부상자에게 다가가 '힘 좀 내세요! 집에 가기 싫으세요?' 라고 말했다. 그는 - 거기도 전쟁이 한창이라오! 좌파니 우파니...이젠 지겨울 뿐이요! 의사 양반은 참으로 좋은 분이요! 간호사도 참으로 친절하시고...라고 말했다.
병원 안으로 들어선 유리는 세탁실에서 다림질에 열중인 라라와 마주하고 있었다. 유리는 라라에게 말을 꺼냈다. '곧 딸을 보게 될 거요' - 기차만 탄다면...'카차 / 카차 안티포바(Katya Antipova)'만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그렇겠지요' - 하지만 떠난다고 생각하니 슬퍼요! '슬퍼요?' - 정말 슬퍼요! '오래 있었으니까...그래 뭘 할 생각이세요? 세탁소는 어떻겠어요?' - 그러시는 박사님은요? '난 병원으로 돌아가야지요!' - 거기 계셨다니 참 신기하네요! 네가 학교 가는 길에 항상 지나치곤 했었는데 말이에요! 유리는 일어나면서 '라라를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 질투 때문에 난 못 견딜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요?' 하면서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라라는 - 이러지 마세요! 이러시면 안돼요! 하며 한걸음 물러섰다. 세탁물이 다리미에 의해 타오르면서 연기가 났다. 그녀는 재빨리 세탁물 위의 다리미를 들어 받침대 위에 옮겨 놓았다. - 박사님 때문이에요. 우린 6개월을 함께 있었어요...부인을 속일 일은 없었어요...저에 대해 거짖말 하는 건 정말 싫어요! 이해하시겠어요? 다 아시겠지요? 유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성 십자가 임시 야전병원은 이제 문을 닫게 되었다. 대부분 전역을 명 받았으며 귀가를 서두르고 있었다. 동무들, 서두릅시다! 마차에 오르시요! 당원이 독촉을 했다. 일부는 페트르그라드의 붉은 군대에 합류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붉은 군대와 합류하겠다는 한 호위병은 유리의 '잘 가게!' 란 말에 - 충고 하나 할까? 유리가 '같은 처지끼리?'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 맞았어...그렇지만 시류에 적응하게! 라고 한마디 던지면서 떠나갔다. 유리는 손을 흔들어 주면서 '시몽! 잘가세요!' - 안드레이! 잘 가세요! 난 박사님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그는 큰소리로 말했다. 잘 가게 형제들! 훌륭한 의사야!...라라도 먼저 떠나면서 유리에게 인사를 했다. 유리는 '라라! 잘 가요! 고마웠소!'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뒤로 돌리고 눈인사를 하고 있는 라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녀가 탄 마차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면서 그는 서 있었다.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였다. 2층 발코니로 나온 토냐는 멀리서 걸어오고 있는 유리를 목격했다. 토냐는 두손을 흔들면서 유리! 를 불렀다. 유리는 달려오고 있었다. 토냐도 달려갔다. 토냐! 유리! 둘은 꿈만 같은 행복에 취해 서로 꼭 껴안았다. 집에 들어선 유리는 붉은 완장을 두른 사람들이 집안에서 웅성거리는 것을 보고 의아해 했다. 토냐가 입을 열었다. '엘킨 동무에요! 파견위원이고 여기 우리집에서 살고 있어요!' 유리가 말한다 '안녕하세요!' 다시 토냐가 소개한다. '카프루지나 동무는 거주민위원회 대표시고...' 유리가 다시 '환영합니다!' 라고 말하자 - 환영할 입장이 아닐 텐데요!라고 툭명스럽게 대꾸한다. 엘킨이라는 사람이 유리에게 - 전역증명서 좀 봅시다!라고 말한다. 유리가 '제가 직접 서명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주머니에서 전역증명서를 꺼내 그에게 건네준다. - 성 십자가가 뭐요? '성 십자가 병원요!' 토냐가 덧붙인다. '제2 개혁병원...' 유리가 '아, 개혁이 필요했지요!'라고 말한다. 그들은 유리에게 - 의료진은 근무지에 즉시 신고하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유리가 '티푸스가 발병했다고?'라고 말하자 이들은 - 헛 소문을 들은 모양이요! 이 도시엔 티푸스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거 다행이군요 내일 신고하지요!' - 일을 시작하면 배급표를 줄 거요! '일은 늘 했습니다'라고 말한 유리는 토냐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가면서 토냐에게 왜들 이러지? 하고 묻는다. 토냐는 당신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이 집안에는 13가구의 생활이 가능한 공간이 된다고 하네요!라고 말한다.
유리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엘킨 파견위원이 찾아와 기아환자를 부탁하였다. 유리는 말했다 '무슨 권리로 직장에서 날 부른 겁니까?' -정부 대표로서... '권력과 권리는 다릅니다' - 기억하겠네, 자네의 태도를...'해당 구역 의사는 안돼나요?' -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네! '이제까지 모스크바에 없었던 기아였군요!' - 그 태도 보고하겠네! 명심하는게 좋아!
이 일 때문에 일찍 집으로 돌아오게 된 유리는 난로가 꺼졌다고 토냐에게 불평을 한다. 토냐! 불이 꺼졌어! 이러니까 사샤가 체중이 줄고 있지! 토냐가 눈물을 글썽이며 식탁으로 걸어가 앉는다. 이때 알렉산더가 유리에게 -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자네가 있을 때만 난로에 불을 지폈다네!라고 말해준다. 유리는 토냐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땔감이 없어요'라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단지 그녀의 얼굴을 서글픈 마음으로 어루만져 줄 뿐이었다.
닥터 지바고는 집 근처 인적 없는 모퉁이의 울타리에서 땔감으로 쓸만한 나무판을 뜯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뜯어낸 나무판 조각들을 외투 속에 감추고 집 문 앞에 도착하여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본 다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유리의 형이며 당의 비밀경찰 간부였던 예프그라프 장군은 설명했다. 동생은 그 땔감들을 외투 속에 감추고 주위를 살피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땔감 좀도둑을 체포하는 것은 체면에 먹칠을 하게 되는 일이지만 당이 지시하는 내용에는 체면이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야 별로 상관 없지만 500만이 나서면 도시가 파괴된다. 내 동생을 본 건 이것이 처음이지만 난 동생을 알았고 난 당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핏줄로 얽힌 때문만이 아니었다. 형제가 형제를 잡는 세상이다. 우리는 반쪽짜리 형제이기에 말이다. 경찰로서 형제를 밀고하면 풀어준다는 말도 할 수 있다.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존경심도 아니니라...존경은 하지만 나보다 나은 사람은 아니다. 그런 사람을 권총으로 쏴 죽인 적도 있으니까...
집으로 들어간 유리는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과 마주쳤다. 장인 알렉산더가 훔처 달아나는 사람을 향해 '그거 이리 가져와!' 라고 소리쳤다. 엘킨 파견위원은 카프루지나 주민대표에게 - 여긴 무법지대가 아니야! 할려면 똑바로 해야지! 하며 호통을 쳤다. 유리는 엘킨에게 '이게 무슨 짓입니까?'라고 항의했다. - 주거지 재 활당이네! 5인 이하 가족은 50평방미터... 알렉산더가 나선다 '이게 대체 누구 집이요!' 토냐가 '아빠, 됐어요!' 하며 만류한다. 유리가 다시 '50평방미터도 좋지만 내 물건은 뭐요?'라고 말했다. 이때 어느 한 사람이 벽에 걸려 있는 유리의 어머니가 물려준 발랄라이카를 훔쳐간다. 토냐가 유리! 하고 소리지른다. 유리가 달려가 그로부터 발랄라이카를 빼앗았다. 이러는 동안 유리의 외투 속에 있던 나무판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엘킨이 - 이거 어디서 났어요! 하고 다그친다. 유리가 말했다 '울타리에서 뜯었어요!' 이때였다. 예프그라프 당 간부가 유리의 거실 문을 열고 서 있었다. 당 경찰 간부를 목격하더니 이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엘킨 당원을 비롯한 모두는 겁에 질려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모두 나가고 유리 가족만 남게 되자 예프그라프는 문을 닫아걸고 유리 가족 쪽으로 걸어왔다.
예프그라프 장군은 말했다. 동생 가족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하자 알렉산더는 적대적이었고 토냐는 신중해졌다. 동생 유리는 무척 기뻐했다. 토냐가 마실 것을 가져왔다, 토냐만이 상황을 파악하는 듯했다. 유리가 '역시 형은 생각대로 내 정치적 양심이야' 라고 말을 해서 나는 동생더러 스스로의 양심은 없는지 물었다. 그리고 혁명에 대해서 얘기하였다. 동생은 '생명을 눞혀 놓고 불의라는 종양을 떼어 놓는다. 놀라워!'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동생에게 그럴 생각이라면 당에 들어 오라고 했다. 동생은 계속해서 '종양을 떼 내는 건 큰 수술이지? 누군가는 삶을 유지시켜야 돼! 아닌가요?'라 말했다. 당시의 내 생각으로는 그른 말 같았다. 당에 대한 동생의 생각은 두려운 것이었다. 우리를 인정했으나 본인의 시처럼 미묘한 어떤 이유로 밤사이 사라질 듯한 생각이었고 난 그렇게 얘기했다. 동생은 '미래의 일까지 인정할 수는 없지'라고 말했다. 목에 걸린 올가미를 모르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난 시에 대한 평판을 얘기해줬다. 동생은 나에게 '내 시를 싫어 해? 누가 그렇게 싫어 해? 이유는 뭐지? 형도 프티 부르주아(Petit Bourgeois)의 방종이라고 생각해?' 하고 말했다. 나는 동생에게 이 도시에선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해줬다. 토냐는 그 의미를 알아챈 것 같았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시골로 내려가 숨어 사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했다. 토냐는 유리에게 다가가면서 '유리아틴(Yuriatin) 근처의 바리키노(Varykino)에 우리 땅이 있었잖아요. 주민들도 잘 알아요' 라고 말했다. 동생은 반대하지 않았다. 나는 동생 가족에게 통행허가증과 증명서 등 챙겨야 할 물품 등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난 염치없게 동생으로부터 시집 한 권을 얻었다. 우린 이렇게 헤어졌다. 동생과 헤어지면서 나는 좋은 시절에 우리 다시 또 만나자고 말은 했지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스크바 역 광장에는 커다란 레닌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MOCKVA' 란 굵은 글자가 돗보였다. 수많은 인파와 함께 유리의 가족 네 식구도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몹시 추웠다. 밤이 깊어지자 기차가 왔다. 유리는 사샤를 안고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토냐와 알렉산더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을 붙잡고 한 명씩 끌어 올렸다. 당원으로 보이는 붉은 완장을 두른 사람이 50명이요! 50명만 타시요! 50명! 하면서 소리쳤다. 유리 가족은 무사히 탑승하였고 자리도 잡았다.
당원이 나타났다. 주목하시요. 동무들! 기차는 아침에 출발한다. 여행 중 위생규칙이요! 분뇨는 아침마다 비울 것...짚은 열흘마다 교체하고 교체한 헌짚은 바로 태울 것이고 새 짚이 없을 경우에는 헌 짚을 뒤집어 다시 사용하시요! 그리고 이것은 살균제요! 자주 소독하시요! 여긴 자원노동자들 칸이오! 누군가 거짓말! 하고 낮게 말한다. 당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계속했다. 군사위원회 활동에 협조하기 바란다! 이 열차엔 영웅적인 연방 해군이 타고 있다! 안심해도 좋다! 몇몇사람이 박수를 쳤다. 열흘간 우랄 지방을 통과한다! 외국의 지원을 받는 우파와 반동 범죄자들의 지역이지만 여러분은 군사위원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 붉은 군대의 지도자는 인민사령관 스트렐니코프요! 훌륭한 분이요! 갈채를 보냅시다! 이상의 사항들을 명심하도록 하시요! 하고 오른손을 치켜들들더니 혁명이여 영원하라! 하고 외치면서 내려갔다.
모두는 잠이 들었다. 잠이 깬 유리는 조그만 개폐식 창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끝없이 펼처지는 설원을 기차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면서 질주하고 있었으며 하늘 한가운데의 새벽 달빛은 시리도록 하얀 눈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아침이 되자 이들은 헌 짚을 쓸어내고 소독액을 뿌렸다. 갑자기 기차가 주츰거리며 천천히 가고 있었다. 몇 사람이 문을 밀치며 열었다. 거의 페허가 다 되어버린 밍크(Mink)라는 마을을 기차가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이때 어느 여자가 어린 애기를 품에 안고 도와달라고 외치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유리는 양손으로 아이부터 건네받아 토냐에게 넘겨줬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그 여자의 손과 어깨를 붙들면서 끌어 올렸다. 토냐가 '여보 아이가 죽었어요!' 라고 울먹인다. 그 여자는 - 내 아이가 아니에요! 그 아이의 영혼은 천국에 갔을 거예요!라고 가쁜 숨을 돌리며 말한다. 누군가, 말한다, - 누구 짓이오? 우파? 토냐가 건네준 삻은 감자를 먹고 있던 그녀는 - 아뇨, 스트렐니코프요!라고 언성을 높인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파한테 말을 팔았다는 거예요! 우리가 아니고 쿠니코의 돼지들 짓인데 얘기해도 믿지를 않아요! 스트렐니코프의 맹신자가 '거짓말 같은데요...스트렐니코프는 위대한 분이요! 그분은 빵과 물만 먹고 사시는 분이에요!'라고 말한다. 이에 그녀는 - 신께 맹세해요. 그분도 마찬가지에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사샤가 유리를 바라보며 '아빠, 정말이에요?' 유리는 '아빠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갑자기 기차가 흔들리며 주춤거리더니 정차하고 만다. 알렉산더가 이번엔 뭐지? 하며 놀란다. 토냐가 '아빠, 신경쓰지 말고 편히 쉬세요'라고 말한다. 기차가 완전히 정차하자 이들 모두는 밖으로 나와 가벼운 팔운동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기차가 더는 나가지 못하도록 진입 금지 적치물이 앞에 놓여 있었다.
저 멀리에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있는 커다란 산맥이 보였다.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유리는 토냐의 품에 안겨있는 사샤를 향해 '보아라, 우랄산맥이야!'라고 말했다. 토냐도 '한 번 봐라! 사샤! 저기로 가는 거야! 산을 지나서 숲으로...그곳은 훨씬 따뜻할 거야!'라고 행복한 표정을 짖는다. 사샤가 말한다. 숲에는 늑대가 있나요?...이때 바로 옆 철로로 붉은 깃발을 날리며 붉은색 기차가 쏜살 같이 지나가고 있었다. 스트렐니코프의 전용 열차였다. 옆칸 쪽에서 스트렐니코프 만세!란 소리가 들려왔다. 스트렐니코프 전용 열차가 지나간 다음 모두 탑승을 완료하였다. 기차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기차는 다시 설원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모두는 잠이 들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긴 터널을 지나고 숲속 근처에 도착하자 기차는 속도를 늦추고 정지하였다. 유리 곁에서 자고 있던 사샤가 입을 열었다. - 아빠! 무슨 소리죠...'폭포 소리란다' - 그거 말구요 ! 한참을 귀 기울인 유리는 '총소리로구나...' 하고 말끝을 흐린다. 다시 사샤가 - 싸우고 있나요? '그런가보다 아주 멀어... 그만 자거라!'고 말한 유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기차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기 위해 숲 모퉁이를 돌아가 봤다. 스트렐니코프 전용 열차가 그곳에 정차해 있었다. 그때였다. 잡아라!라는 소리와 함께 군인 2명이 유리를 덮쳤다. 그들은 유리의 품속에 있었던 소지품 일체를 빼았아 갔다. 유리의 소지품 속에서 수술용 칼을 발견한 이들은 유리를 붉은 기차 사령관실로 데려갔다. 스트렐니코프가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스트렐니코프는 유리에게 누가 당신을 보냈느냐고 심문한다. 유리는 분명히 말했다.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처와 아이를 데리고 유리아틴에 가고 있는 중입니다' - 그건 확인 했소! 칼과 함께 스푼과 포크를 넣은 것은 그럴 듯 했소! 유리아틴은 좌파 점령지역인데 그래서 거기 가는 것이요? '아니요 우리는 바리키노로 갑니다' 스트렐니코프가 - 포격이 심해서 유리아틴은 곤란한데...라고 말하자 유리가 말했다 '전 좌파의 첩자가 아닙니다' 스트렐니코프는 앞에 놓인 의자를 가리키며 - 내 생각도 그렇소! 거기 앉으세요! 라고 말하고 비슷한 일이 있어서 확인을 한 것입니다. 시인입니까? 훌륭한 시더군요. '감사합니다' - 하지만 잘못 본 거요. 지나치게 사적인 감상이에요 맞지요? 느낌, 통찰력, 애정 사소한 문제지요, 내 말이 맞을 거요! 러시아에서 개인의 삶은 죽었소! 역사가 죽였지! 유리의 표정을 살핀 그는 날 증오하는군요! 유리가 '당신의 생각은 싫지만 죽일 정도는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스트렐니코프는 - 형이 있지요? 하고 물었다. '예프그라프?' - 그렇소! 경찰이지! '그건 몰랐는데...' 스트렐니코프가 - 물론 비밀 경찰이니까, 그 사람이 보냈소? 하고 다시 묻는다. '예프그라프?... 형님은 볼셰비키 당원이요, 난 이런 것은 잘 모릅니다' - 처음부터 날 알아 본 듯 했어요, 누군가가 내 사진을 보여 줬나요? '아니요!' - 분명히 날 알고 있는 것 같소! 유리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 언제죠? '6년 전이요! 크리스마스 이브 때에 내가 직접 본 거요! 부인께 총상을 입은 그 남자를 내가 치료해 줬어요' - 내 부인 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뭐죠? '그 후 부인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다시 만났었지요, 함께 있다면 확인해 줄 것이요!' - 전쟁 이후 본 적이 없소! 유리아틴에 있을 거요! 유리는 주위를 돌아보며 '유리아틴?' 하고 소리를 높인다. 그가 말했다. - 개인의 삶은 죽었소! 진정 사내다운 사내라면...유리가 말을 끊는다. '밍크라는 곳에서 당신의 사내다움을 목격했오...' 그는 단호하게 - 좌파 한테 말을 팔았단 말이요!라고 말한다. 유리는 '아니오, 동내를 잘못 짚었던 것이요'라고 말했다. 그는 - 언제나 그렇게 말하지요! 한 마을이 배신했으면 한 마을이 불타는 것이요! 이에 격분한 유리는 '당신의 마을이잖아요!'라고 소리쳤다. 스트렐니코프는 일어서며 부하 호위병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에게 - 보내주게! 죄가 없어! 하고 유리를 호위해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유리를 향해 - 처자식과 바리키노에서 뭘 할 생각이요?라고 묻는다. 유리는 '그냥 살 거요!'라고 말한 다음 그와 헤어졌다. 호위병들의 운이 좋았소!란 말을 뒤로 한 채 그곳을 빠져나온 유리는 열차 문지방에 서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토냐를 목격하고 급히 뛰어갔다.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유리는 재빨리 올라탔다. 그리고 그는 알렉산더에게 기차가 방향을 바꿨는데 어디로 가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알렉산더로부터 이 기차는 당초의 계획이 변경되었고 바리키노로 직접 가게 됬다는 말을 들었으며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드디어 바리키노 역에 도착하였다. 유리의 가족 네식구는 열차에서 무사히 내렸다. 알렉산더는 외손자 사샤와 함께 옛 하인이었던 '페차 / Petya(잭 맥고란 분 / Jack MacGowran, 1918-1973)'를 만났다. - 알렉산더 그로메코 주인님 아니세요? 하며 페차가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래, 나라네! 페차! 다 지난 일이야! 이럴 거 없어! 어떻게 집에 가지?' 페차가 말했다. - 주인님, 늘 가시던 대로 가야지요. 이들은 페차가 준비한 마차에 모두 올라탔다. 저 멀리에서 새까만 연기가 솟아 올랐다. 알렉산더가 입을 열었다. '저게 뭐지? 산불이 아닌가?' 페차가 - 산불이라고요? 주인님, 거기가 유리아틴이에요! 참, 불쌍한 사람들, 처음에는 좌파, 다음에는 우파, 그리고 다시 좌파, 스트렐니코프! 정말 잔인한 사람 같으니! 하며 말에 채찍을 휘두른다. 그리고 가자! 하면서 말에게 울분을 토해 낸다. 토냐가 사샤에게 '곧 도착할 거야!' 하자 페차가 - 네, 5마일 남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알렉산더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하면서 '이렇게 멀었었나? 집 상태는 어떤가?' 하고 궁금해 했다. - 주인님, 살만합니다. 아무도 못 들어가게 다 잠가놨으니까요.
토냐가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는지 바리키노야! 하며 소리쳤다. 러시아 특유의 뾰죽뾰죽한 건축양식으로 만들어진 궁전 같은 저택이었다. 알렉산더와 페차가 앞서 걸어갔다. 페차 말대로 현관 문이 잘 잠겨 있었다. 그러나 현관 대문에 붉은 글씨로 쓰여진 전단지가 부착되어 있었다. 알렉산더는 안경을 바로잡고 자세히 들여다 봤다. 그는 말했다. '이거 아주 멋지구먼! 유리아틴 혁명위원회가 인민의 이름으로 내 집을 징발했다는 것이야? 그래 좋다! 나도 인민의 한 사람인데 말이야?'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으며 주위를 살피더니 이내 삽을 집어들고 현관 문 전단지를 향해 내리칠 기세였다. 페차가 급히 달려들어 - 주인님 이러시면 안됍니다. '저리 비키게!' - 이러시면 반동분자로 몰리시게 됩니다! 고정하세요! 유리가 나섰다. '페차가 우릴 데려왔으니 그것도 반동행위입니다. 반동분자는 총살이에요!' 알렉산더는 삽을 멀리 던져버린다. 페차가 유리를 향해 말한다 - 숲에 있는 좌파들 짓이에요, 빨치산(Partisan)! 유리가 '여기에?'라고 말하자 페차가 말한다 - 어디든지 가는 인간들이니까요...토냐가 '지붕만 있으면 되요...'라 말했고 유리가 이어서 '조그만 정원하고... 어디 없을까요?'라고 말하자 페차가 말했다 - 별채는 그냥 뒀군요! 페차의 안내로 이들은 별채에 들어섰다. 유리가 먼저 이 정도면 됐다고 말했다. 페차가 난로도 쓸만할 거라고 말하면서 가구도 구해 보겠노라고 말했다. 유리는 페차에게 감자 씨앗을 부탁하였고 페차는 정원 꼴이 엉망 일 거라고 말했다.
계절이 바뀌고 감자가 풍작을 이루엇다. 예상했던 량보다 훨씬 많은 수확을 올리게 되었다. 알렉산더는 '잘 했어! 러시아 사람들은 타고난 농부라고 했잖아!' 하며 환하게 웃었다. 토냐가 '무슨 말씀이세요. 농부처럼 일하지만 농부는 아니에요! 아빠!'라고 말하자 유리는 '난 괜찮소! 정말 좋아요!'라고 말했다. 알렉산더는 '당연하지! 두사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일 거야! 또 자식을 보게 되었으니 좋겠군! 토냐도 이곳에서 태어났다네!'라고 말하여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유리도 '그렇군요. 정말 기쁩니다'라고 행복해 했다. 모처럼 가족 모두가 행복한 하루였다.
페차가 왔다. 무슨 표정이 그래? 무슨 나쁜 소식 이라도 있나? 알렉산더가 말했다. - 기름도 없고, 설탕도 없고 다음주엔 될 겁니다. 밀가루, 소금, 커피...여기 못이 있습니다. 페차가 머뭇 거리자 알렉산더는 '나쁜 소식인가? 또 숙청은 아니겠지?' 하고 재촉한다. 페차는 - 스트렐니코프가 떠났답니다...만주로 갔다고 하는군요!라고 말하면서 신문을 꺼내준다. 그리고 그는 돌아갔다. 알렉산더는 신문을 펼쳐들고 읽었다. 황제가 총살 당했어! 가족까지 모두 다... 이건 야만적인 행위야! 왜들 이러는 건지? 한숨을 쉰다. 유리가 '물러서지 않겠다는 거겠지요'라고 말했다.
거듭되는 폭설이었다. 바리키노의 저택은 물론 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별채는 눈으로 만든 눈집처럼 처마 끝마다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어느 곳이 도로인지 구분이 되지 읺았다. 혹독한 눈보라 속에 꼼짝없이 집안에서 동면할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토냐는 옷가지들의 다림질에 한창이었고 유리는 원고지에 시를 쓰고 있었다. 토냐가 유리한테 유리아틴에 가보는게 좋을 거라고 말한다. 유리가 묻는다. '유리아틴에 뭐가 있는데?' 알렉산더가 말했다. - 도서관이 있어! 폐쇄되지 않았다면...토냐가 유리! 가봐요! 하고 종용한다.
화사한 봄날씨였다. 이제 바리키노에도 짧지만 봄이 찾아왔고 노랗고 빨간 꽃들이 들판을 가득 채웠다. 유리는 유리아틴에 있는 도서관에 갔다.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라라를 도서관에서 만나게 되었다. 지바고?...라라?...그래요...잘 지냈어요? 여기서 뭘하고 계세요? 둘은 함께 도서관에서 나왔다. 유리가 말을 꺼냈다. '우린 바리키노에 있어요!' - 왜 하필 바리키노에... '어디든 가야만 했으니까요...' - 난 이곳으로 남편을 찾으러 왔어요...전사했다고 해서요... '스트레니코프를 만났어요' - 만났어요? 언제 만났어요? 유리는 라라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하였다. 유리는 물었다 '여기에서 얼마나 살고 있었어요?' - 1년 정도요... '혼자서요?' 카차하고요... '어디 갔어요?' - 학교 갔어요.
유리와 라라는 서로가 사랑하였고 서로가 원하는 사이가 되었다. 격정의 시간이 흘러갔다. 라라가 입을 열었다. - 토냐도 같이 있어요? 모두 함께! 사샤도? '물론이요' 하고 유리가 말하자 라라가 - 우린 어떻게 하죠? 반문 하였고 유리는 '나도 모르겠어요' 라고 대답했다.
창문으로 스며든 새벽 빛살에 토냐는 살며시 눈을 떴다. 잠에서 깬 토냐는 이미 일어나서 창가에 서성이고 있는 유리를 보고 유리! 뭐해요? 새벽이잖아요...6시 반이에요...'그냥 잠이 안 와서...' - 걱정되는 일이 있어요? '아니...' 토냐가 유리에게 다가가 유리의 품에 안기면서 - 차 한잔 줄까요? '그럽시다' 토냐는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람은 불었지만 꽃들은 아직 싱싱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었다. 유리는 유리아틴을 향해 말을 달렸다, 라라의 집에 도착한 그는 벽돌 사이에 숨겨둔 열쇠를 꺼내 집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문쪽에서 - 아저씨 바보! 부르는 소리도 못 듣고...여러 번 불렀는데...카차가 라라와 같이 유리 쪽으로 다가 오면서 볼멘소리로 말했다. 유리가 '못 들었는데...안녕 라라! 안녕 카차!' 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카차가 - 아침 내내 공교하고 산수만 배웠어요!라고 말한다. 유리가 '공교?'라고 반문하자 라라가 '공민교육말이에요'라고 설명해준다. 카차가 스케치 북을 꺼내면서 - 보세요! 한다. 유리가 '잘 그렸는데!'라고 말하자 카차가 - 황제에요. 황제는 인민의 적이에요! 라고 말한다. '이리 오너라 점심 먹자!' 라라가 카차를 부른다.
토냐는 임신한 몸을 이끌고 집 앞 정원에 핀 꽃들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한 송이 꽃을 유리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이 녀석 축구선수예요! 유리가 어디? 하면서 손으로 그녀의 배를 만져 본다. 그리고 그는 유리아틴에 다녀 오겠다고 말한다. - 지금요? '모르핀하고 소독약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 모르핀은 됐어요. 여보. '만약을 모르니까' - 오늘은 괜찮을 것 같으데요! '하지만 해산날이 가깝잖아요' - 어두워지기 전에 오실 거지요? '물론이지'라고 말한다. 유리는 서둘러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유리는 필요한 물품들을 다 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라한테 들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 네, 무슨 말인지 알아요. 이해해요...라고 라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유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렸다. '절대 오지 않아요! 이해하시겠어요? 내 말을 믿어요?' 하며 유리는 착잡한 심정으로 라라의 집을 나왔다.
유리는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천천히 말을 몰면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숲길에 접어들었다. 마음이 몹시 아팠다. 이때 갑자기 나타난 빨치산들에게 그는 납치를 당하고 말았다. 유리는 총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꼼짝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빨치산 대장 앞으로 끌려간 유리에게 이들 빨치산 대장은 - 우린 의사가 필요하오!라고 말한다. 유리는 '바리키노에 처와 자식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부대장이라는 자가 - 유리아틴엔 정부가 있고... 라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자신을 사전 계획에 의해 납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장은 - 알다시피 우린 빨치산이오. 탈영병은 총살이지! 하고 유리를 협박했다.
이렇게 빨치산들에게 끌려다닌지도 1년 반 이상을 넘기고 말았다. 유리는 빨치산 대장을 찾아갔다. 부대장도 같이 있었다. '날 어디로 데려가는 것이요?' - 물론 전선이지? '전선 어디를 말이에요?' - 좋은 질문을 했어요! 적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전선이요! 좌파나 외국의 지원을 받는 군이 있으면 거기가 바로 전선이지! 못난 부르주아! 미심쩍은 의사! 자기 밖에 모르는 시인! 그 역시 전선이지! 당신은 우리가 필요할 때까지 붙잡아 둘 거요!
이들 빨치산들은 이들이 말하는 적들과 대치 중이었다. 대장이 돌격명령을 내리자 이들은 일제히 사격을 개시하였다. 저 쪽은 무기가 없었는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모두 사살된 것 같았다. 대장은 - 이건 너무 싱거운 전선인데! 가서 추수나 합시다!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집단 같았다. 현장에 당도했다. 이들이 총격을 감행한 대상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시신들 모두가 성 마이클군사학교 학생들이었다. 유리는 아직 살아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 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부대장이라는 자가 유리에게 - 상관없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갑시다!라고 말한다. 유리는 그를 노려보며 여자를 사랑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 한때 아내와 아이 넷이 있었지!라고 말했다. 냉혹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이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이들 빨치산들은 10여 명의 사람들과 만났다. 이들은 동무들 어딜 가시오! 달아나는 거요!라며 서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유리는 기회가 왔다고 판단했다. 이들에게서 탈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유리는 이들과 다른 방향으로 있는 힘을 다해 말을 몰았다. 눈섭과 턱수염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렷다. 얼마를 달렸을까. 말이 쓰러져 동사했다. 이제는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순간 저 멀리에서 토냐와 사샤가 알렉산더와 함께 눈길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토냐! 사샤! 를 외치며 마구 뛰어갔다. 사력을 다해 뛰어갔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었다. 탈진하여 헛보였던 것이다. 그는 철로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기차가 지나갔고 걸어가는 사람이 보였다. 유리는 물었다. '여기가 유리아틴이요?' - 네, 맞습니다. '바리키노는 어떻게 됐지요? 모스크바 사람들은?' - 멀리 떠났습니다. 이젠 거기에 아무도 없습니다.
유리는 가까스로 라라의 집에 당도하였다. 벽돌을 꺼내 들었다. 열쇠와 쪽지가 놓여 있었다. 그는 쪽지를 펼쳤다.
'세상에, 마을에서 당신을 본 사람이 있었대요. 바리키노로 가실 것 같아서 카차와 함께 거기로 갑니다. 만약을 몰라서 감자를 쪄놨어요. 쥐가 있기 때문에 뚜껑을 덮어놨어요. 정말 기뻐서 미칠 것만 같네요. 이따 뵈어요'
집에 들어선 유리는 곧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토냐!... 토냐!... 토냐 내 사랑!...유리는 꿈결에 놀라면서 눈을 떴다. 라라가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라라가 미소를 지으면서 - 걱정 말아요! 다들 안전해요! 다들 모스크바에 있어요! '모스크바에?' - 그래요 '토냐는? - 모두 아무 일 없어요! '아무 일 없다니...' 이때 현관 쪽에서 무슨 인기척과 불빛이 보였다. 유리가 놀라며 '총살부대!' 라면서 몸을 움츠린다. 라라가 얼른 창문의 커튼을 펼치고 다시 돌아왔다.
유리의 기력은 어느정도 회복되어 갔다. 유리는 걷는 운동을 하면서 굳어진 다리의 근육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제 건강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리는 라라에게 표정이 어두운 것 같다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라라는 재봉틀 밑에 보관된 편지를 꺼내왔다. 유리에게 건네주면서 - 석달이나 보관한 편지가 있어요! 모스크바에서 오는 데도 석 달이 걸렸어요. 토냐의 편지인데 저한테 보관을 부탁했어요. 당신이 행방불명되었을 때 유리아틴에 오셨어요. 집으로 찾아왔었지요! 하고 말한다. '만났소?'라고 유리가 묻자 라라는 - 좋은 분이더군요. 라고 말하면서 창가로 걸어가고 있었다. 유리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께... 라라 안티포바 앞으로 보냅니다. 만약 당신이 살아 있다면 그곳으로 갈 것 같아서요. 딸이 태어났어요. 기억하시지요? 이름은 안나(Anna)라고 지었어요. 아빠가 안부 전하래요. 사샤는 많이 자랐어요. 어른이 다 되었어요. 사샤는 당신 얘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보인답니다. 그리고 이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는 러시아에서 추방되었어요. 당신이 오시게될 지 모르겠군요. 파리에 있는 한 조직이 우리 소재를 알겠지만 확실하지도 않고 시간도 없어서 급히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오고 있네요. 신의 축복을 빌어요...안티포바는 좋은 여자더군요.'
유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면서 비통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라라가 유리 곁에 다가가면서 벽 책상 쪽을 가리킨다. 토냐가 모스크바로 떠날 때 저걸 남기고 갔어요. 라라는 책상 위에 놓인 유리 어머니의 유품인 발랄라이카를 가리켰다.
눈은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고 바람은 새차게 불었다. 유리는 난로를 지피고 있었다. 예고도 없이 코마로프스키가 찾아왔다. 유리와 라라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코마로프스키는 들어가도 되나? 유리 안드레예비치 많이 변했구먼! 그래 많이 변했어! 라라는 놀랍게도 여전하군! 모스크바에서 왔네! 블라디보스톡에 가는 길이지! 도움을 주러 왔네! 하면서 쇼파에 벌렁 눞는다. 유리가 '필요 없소!' 라고 말했다. 그는 - 라라는 어떤가? 말했다. 라라도 '필요없어요!'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코마로프스키는 - 자넨 빨치산 5사단에서 2년간 복무했는데 전역증이 없기 때문에 탈영병이라네! 가족은 파리의 망명자 조직과 연류되어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자네의 생활방식, 자네의 사고와 발언 그리고 출판된 책이 모두 자네를 파멸로 이끌어 가는 끈이 되고 말았다네! 자네는 이제부터 시한부 인생이란 말이네! 내 도움이 없다면...그래도 내 도움이 싫단 말인가? 유리가 '그렇소!'라고 단호하게 짤라 말한다. 이때 라라가 그를 향해 '잠깐만요!' 하더니 다시 유리를 보면서 '유리! 이건 심각한 일이에요!'라고 나선다. 이때 코마로프스키가 벌떡 일어나 앉더니 보드카 술병을 주머니에서 꺼내 놓았다. 그리고 - 라라! 술잔 세 개! 하고 외친다. 코마로프스키는 유리를 향해 - 자네 날 너무 무시하지 말게나!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네!라고 말한다. 유리는 여전히 그대로 서 있었다. 라라는 그가 앉아 있는 탁자 위에 술잔을 놓으면서 '그건 어떻게 알았지요? 그리고 어떻게 돕겠다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코마로프스키는 - 다 방법이 있지! 대답이 됐나? 라라는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오!'라고 잘라 말하면서 다시 유리가 서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술을 혼자서 마시던 코마로프스키는 - 동부해안은 미개발지역인데 외교부에서 자치주로 건설할 계획인가봐! 잠정적이겠지만 외부세계와 대화 통로를 연 셈이라고 생각하네... 난 극동에 연줄이 닿고 있네! 따라서 법무성 책임자로 임명되었네! 유리가 '볼셰비키가 당신을 믿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 물론 믿지는 않겠지...그러나 쓸모가 있었겠지! 내 생각은 이렇다네... 태평양 연안으로 일단 가서 어디로든 떠버리게! 파리가 됐든 아니면 어디가 됐든 말이야. 그의 말이 끝나자 유리가 '그만 돌아가시오!라고 말했다. 코마로프스키는 - 자네의 그 이기심에는 치가 떨리는군! 그래...실은 라라도 위험해! 그가 조용히 말한다. 유리가 '나 때문에?' 냐고 말하자 그는 - 아니 잘난 자네가 아니라 스트렐니코프 때문이라네!라고 말한다. 라라가 '만난 적도 없어요'라고 대꾸한다. 그가 다시 - 결혼한 사이가 아니었나? 반문한다. 라라는 '파샤 안티포프와 결혼했어요'라고 말했다. 코마로프스키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 물론 나야 이해하지만 저쪽은 아니라니까...감시 당하고 있어! 이유를 알아? 남편이란 진드기와 같으니까... 라라가 '나가세요!'라고 언성을 높인다. 이에 코마로프스키가 말한다 - 고매하신 인품이로군! 자식을 생각해야지! 자, 설탕을 가져왔어! 라라가 '필요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코마로프스키가 말한다. - 필요 없다고? 내 설탕이 정말 싫다고? 라라가 '나가세요!'라고 소리쳤다. 유리도 '그만 나가요! 나가세요!' 하며 그를 밖으로 내보냈다. 코마로프스키는 현관 밖으로 떠밀려 나가면서 - 순결한 척하지마, 넌 순결하지 않아! 난 너를 알지! 내 말 들려? 우린 모두 진훍으로 만들어 졌어, 진흙이야, 진흙!
이들은 심란해졌다. 유리가 말을 꺼냈다 '라라...그 사람은 쓰레기야...' - 네, 맞아요. 잊고 싶어요! 유리가 다시 '신경 쓰이나?' - 아닌가요? 라라가 반문하자 유리는 '난 아니오!'라고 힘주어 말한다. 라라는 유리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라라는 - 어떻게 하지요? 기차를 탈까요? 라고 걱정을 한다. 유리가 말한다 '그 자리에서 붙잡힐 거요...' 라라는 다시 - 여기에서 기다리긴 싫어요! 라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한다. 서로 침묵이 흘러갔다. 유리가 '라라...그곳으로 갑시다...' 라라가 - 바리키노? 했다. 유리가 '결국에는 들키겠지만...' 라라가 - 여기보다는 낫겠지요! 남아 있는 날이 얼마 없다면 말이에요! 라고 말한다. 유리는 말했다. '맞아요! 그 순간을 즐겨요...헤어지기 전에...' 라라는 - 네!라고 동의했다.
이들 유리와 라라 그리고 카차는 썰매 마차에 올라탔다. 광활한 눈밭을 가르며 바리키노의 얼음 궁전을 향해 힘차게 달렸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이들에게는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고 즐거운 순간들이었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는 유리의 유년의 삶이 서린 저택, 얼음 궁전은 참으로 아름다운 그 자태를 뽑내며 이들을 반겨주었다. 이들은 노래를 흥겹게 부르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빠가 벼룩을 잡고, 호 호 호...난, 눈이 좋아, 하나 둘 셋... 유리는 창가 책상 위에 수북하게 쌓인 먼지를 닦아내며 이 책상에서 양어머니로부터 글쓰는 걸 배웠다고 라라에게 자랑했다.
유리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가까이에서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유리는 현관 밖으로 나가 둘러봤다. 늑대들이 모여 있었다. 그는 양팔을 벌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늑대들은 숲속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라라는 책상 위에 놓인 원고지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유리가 다가왔다. 라라는 - 이건 내가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유리가 '당신이 맞소!' 라고 말하자 라라는 - 아니...당신이에요. 라고 말한다. 그러자 유리가 손가락으로 원고지에 쓰여진 글자를 짚어보인다. 라라...
유리는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라라가 - 유리! 늑대가 울어요! 하고 다가왔다. 유리가 말했다. '나도 봤는데 겁이 많아서 우리를 해치지는 못할 거요' 라라가 - 살아 있는게 끔직한 시간 같아요!라고 말한다. 유리는 아니라고 말해 주었으나 그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끝낸 후였다. 카차는 현관 입구에서 장남감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고 유리와 라라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라라가 양손으로 턱을 받치면서 - 예전에 만났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하고 말을 꺼냈다. 유리도 '물론 옛날이라면 좋았겠지...' 그녀는 말을 이었다. 라라는 유리를 바라보며 - 결혼해서 집과 아이가 있다면...아이를 낳는다면...딸이 좋아요, 아들이 좋아요? 라고 질문한다. 이에 유리는 '그런 생각을 계속하면 우리는 미쳐버릴 것이요!'라고 말하자 라라는 - 난 늘 생각할래요! 오늘도 쓸 거예요? 라고 묻는다. 유리는 말한다. '오늘은 아니오!' 유리도 마음이 착잡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라라... 당신이 슬픔이나 회한 같은 것을 하나도 지니지 않은 여자였다면 나는 당신을 이토록 사랑하지는 않았을 거요...
마침 현관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카차가 놀이를 멈추고 일어서고 있었다. 라라가 현관으로 달려가면서 카차! 이리 오너라! 하고나서 카차를 데리고 유리 곁으로 돌아왔다, 총을 든 군인 2명과 코마로프스키가 들어오고 있었다. 라라가 말했다. 코마로프스키씨... 우리, 혹시나... 코마로프스키는 군인들에게 - 잠깐 비켜주게! 하고 그들이 현관 밖으로 나가자 그는 - 유리아틴에 기차가 있네, 물론 내 객차가 딸려 있다네,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이 될 것이네!라고 말한다. 유리는 '난 따라가지 않겠소!'라고 짤라 말했고 라라도 유리를 바라보며 '당신 없인 안가요!' 하면서 코마로프스키를 향해 '그럼 다 된 거지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강경한 이들의 태도에 코마로프스키는 유리 쪽으로 다가가 단둘이 얘기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유리와 단둘이 자리하게 된 코마로프스키는 - 스트렐니코프가 죽었네! 유리가 의아해 하자 그는 - 애도의 말은 듣고 싶지 않네! 그자는 미치광이 살인마일 뿐이네! 이제 라라가 어떻게 되겠나? 물론 모를테지 멍청하니까...스트렐니코프의 부인을 왜 체포하지 않았겠나? 유리아틴에서 그놈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거야! 이에 유리가 '스트렐니코프가 부인을 찾았을지 모르는 일이잖아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계속해서 - 저들은 알고 있었다네! 그자가 5마일 밖에서 붙잡혔단 말이네...그의 신분증에는 파벨 안티포프라는 옛날 이름을 끝까지 고집하였고 스트렐니코프라는 이름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야! 그리고 그자가 사형대로 향할 때 보초의 총을 뽑아 자기의 머리에 대고 쐈다고 하네! 유리는 '맙소사...하면서 라라한테는 비밀로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코마로프스키는 - 라라는 나도 잘 아네, 저들한테 더는 이용가치가 없어졌네, 오늘은 저들이 호위병이지만 내일은 총살부대로 돌변하는 자들이라네! 라라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난 잘 안다네! 자네가 없으면 라라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네! 그러니 나와 함께 가주기 바라네! 이 비천한 인간이 배푸는 보호를 받아주어야 할 것이네! 그 말도 않되는 고집으로 여자와 아이를 죽이지 않기를 바라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유리는 현재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무엇보다 라라가 위험했다. 라라가 코마로프스키의 도움을 받는 편이 가장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코마로프스키에게 라라를 잘 보살펴 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유리와 라라는 바리키노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히고 얼음궁전에서의 짐들을 챙겼다. 코마로프스키는 라라에게 빨리 타라고 말했고 유리에게 바로 뒤따라 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호위병들에게 기차에 중요한 분들이 기다리고 계시니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유리는 라라에게 어서 타라고 부추겨 주었고 어머니의 유품 발랄라이카를 건네주었다. 유리는 뒤돌아 보는 라라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유리는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시야가 가려지자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창문이 꽁꽁 얼어붙어 열리지 않았다. 그는 창문의 유리를 깨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에 탑승한 카차는 잠이 들었고 라라는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코마로프스키가 들어오며 말한다. - 이걸로 끝이군! 그래...안올 모양이야...어리석은 친구 같으니... 라라가 말했다. '바보 같은 사람, 그분이 당신과 같은 줄 알았어요?' 그녀는 눈시울이 젖어 있었다. 코마로프스키가 - 만주에서 중국으로 건너가...하고 말하려는 것을 라라는 '러시아를 떠나지 않아요!'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코마로프스키는 - 당신이 왔는데 아무렴 어떤가? 이건 어머니로서의 의무인가? 라고 말했다. 라라는 말했다. '그래요! 난 유리의 아이를 가졌어요!' 붉은 깃발을 앞세운 기차는 기적소리를 길게 울리며 설원의 눈보라를 가르면서 달렸다.
예프그라프 장군은 목이 말랐다. 물을 마셨다. 토냐 코마로프스카야가 말을 한다. - 그곳에서 태어났어요. 극동지방 어디에서요. 몽고로 알고 있지만 기억이 잘 안나요. '자네는 몽고에서 그 해에 태어났지!' - 그런 아이들은 많아요. '코마로프스카야란 성에 토냐란 이름은 그렇게 흔한 게 아니지' - 아주 평범한 이름이에요. 장군은 추궁했다. '금발에 푸른색 눈에 그것도 극동에서 내전이 발발했던 8세 때, 실종이라... 아직 못 들은 것이 있어! 어쩌다 길을 잃었었지?' 소녀는 - 기억이 안나요! 하면서 울먹인다. '분명 알고 있는 게 있어!' - 아니에요! 하면서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모스크바 거리에서 동생을 우연히 만났지, 영양실조에 걸려 있으면서도 전혀 신경을 쓰지않고 있었지, 나보다 행복해 보였어...하도 안쓰러워서 옷을 한 벌 사주고 병원에 일자리도 주선해 주었지! 그리고 첫 출근하는 모습도 지켜봤었지...내 동생이 라라와 헤어진 지 8년 뒤의 일이었지' 그녀가 물었다 - 다시는 못 만났나요?
예프그라프 장군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전차 정류장 앞에서 동생 유리와 헤어졌다. 유리는 '형 정말 고마워!' 하면서 전차에 올라탔다. 손을 들어 흔들어 주었다. 동생은 심장이 아주 약해진 상태였지, 하지만 모든 걸 가슴에 묻어두는 성격을 가진 녀석이라 걱정이 되었다.
유리는 형이 알선해준 병원에 첫 출근하는 중이었다. 전차에 탑승했다. 창가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때였다. 유리는 뭔가를 목격했고 그의 가슴이 뛰기 시작하였다. 틀림없는 라라였다. 어디론가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라라였다. 라라는 바리키노에서 유리와 헤어질 때 임신 사실을 그에게 알리지 않았었다. 유리와의 아이는 그 해에 태어났다. 딸아이였다. 이름을 토냐라고 지어 주었다. 라라는 유리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아이 토냐를 러시아 극동지방까지 확산된 내전 통에 잃어버렸다. 그래서 라라는 잃어버린 딸 토냐를 찾기 위해 모스크바 전역을 동분서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리는 전차 안에서 실례합니다를 연발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굴렀고 차창을 두둘겨도 봤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전차가 섰다. 전차에서 내린 유리는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라라를 불렀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라...라...몇 발짝 걸어 갔지만 발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마져 나오지 않았다. 겨우 손만 치켜들었을 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아, 서럽다! 닥터 지바고는 8년 여 동안 그토록 꿈속에서 그려왔던 라라를 바로 몇 미터 앞에 두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파란만장한 삶의 질곡을 뒤로 한 채 영원히 눈을 감고 말았다.
예프그라프 안드레예비치 지바고 장군은 동생 유리 안드레예비치 지바고의 묘 앞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많은 꽃들이 동생의 애절한 사랑을 위로하면서 봄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입을 열었다. 난 동생의 명성에 놀랐지, 당의 반대로 출판이 금지됐던 시절인데도 러시아인들보다 시와 시인을 사랑하는 민족은 없을 거야...
이때였다. 라라가 동생의 묘 앞에 서 있는 예프그라프 장군에게 다가와 - 실례합니다. 예프그라프 장군님이신가요? 전 라라에요. 동생 분을 잘 알아요. 장군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이를 찾으려고 모스크바에 왔습니다. 라고 말하며 날 찾아왔지. 난 라라와 함께 모스크바에 있는 여러 고아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도와주었었지. 그렇지만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았지...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라라가 사라져버리고 말았어...그 후 난 라라가 어느 수용소에서 죽거나 아니면 실종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지. 당시에는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야. 토냐가 시집에 있는 라라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예프그라프 장군은 말했다. '토냐! 어떻게 길을 잃었지? - 함께 길을 달렸어요! '함께?' - 아빠하고... '코마로프스키였겠지?' 토냐는 울면서 - 모르겠어요. 거리는 불바다였어요. 폭격으로 집이 무너져버리고...내 손을 놓았어요. 내 손을 놓아버렸어요. 그렇게 길을 잃었어요. '아빠라면 그랬을까?' - 그럼요. 사람들은 무슨짓이든 했으니까요. '코마로프스키였어' 예프그라프 장군은 시집 속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분이 너의 아빠야. 왜 믿지 않니? 믿고 싶지 않아서 그래?' - 사실이 아닌 것 같아요. '그 것도 유전이군' - 장군님, 어렸을 땐 부모님을 무척 원했어요. 그 심정 이해하실 거예요. 죽고만 싶었어요. 지금은 모르겠어요. 제가 무슨 쓸모가 있어요? 장군이 목에 힘주며 '내가 자네한테 쓸모가 있을 거야. 생각해 보겠나?' 하고 말했다. 토냐가 - 네! 하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토냐가 문을 열어 주면서 - 괜찮아 데이빗(David)! 하며 장군에게 남자친구 데이빗을 인사 시킨다. '여기서 일하는가?' - 그렇습니다. 기사입니다. '뭘 조작하고 있는가?'라고 장군이 묻자 토냐가 창밖 땜의 수문을 가리키며 - 저거요! 수문 조절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장군은 대견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토냐에게 약속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이들과 헤어졌다.
예프그라프 장군은 집무실 발코니로 나와 이들이 땜 위 도로로 걸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토냐가 어깨에 발랄라이카를 걸치고 있었다. 장군은 큰소리로 '토냐!' 하면서 조카를 불렀다. 이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발랄라이카를 칠줄 알아?' 데이빗이 대신 말했다. - 치다 뿐입니까. 토냐는 예술가랍니다. '예술가라...누구한테 배웠지?' - 그냥 혼자서요! 장군은 '타고난 게로군!'하고 말하면서 잘들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들도 머리숙여 답례를 하고 다시 걸어갔다. 거대한 땜의 수문에서는 포말을 일으키며 힘차게 땜물이 쏟아져 내려 흘러갔다. 무지개가 선명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
내 컴만 그런가요 음악이 안나와요 ,
안녕하세요. 정상 음원입니다. 재부팅하시기 바랍니다. 건안 건필하시면서 최고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