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적게' 받을래요"..'황당 민원' 속출, 원인은 건보료 때문?류영상 입력 2022. 07. 17. 09:03 수정 2022. 07. 17. 09:33 댓글 83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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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산소득 2000만원·재산 과세표준 3억6000만원↑
피부양자 자격 잃고 건보료 부과
국민연금 서울남부지역본부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매경 DB]
"제가 추납과 연기를 잘못한 것 같은데, 국민연금 좀 덜 주면 안되나요."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늦춰서 겨우 몇만 원 늘었는데,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 월 25만원의 건보료를 내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최근 국민연금공단에 이 같은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연금을 1만원이라도 더 받으려고 추가납입(추납)과 연기제도 등을 활용하려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오는 9월부터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요건이 강화되는데 따른 현상이다.
지금까지는 공적연금을 포함해 연간합산 소득이 연 34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건보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도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피부양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올 9월부터는 전년도 연간합산 소득이 2000만원(월166만6666원)을 초과할 경우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된다. 지금까지 월 소득액이 283만3333원을 넘어야 건보료를 납입했던 것에 비하면 월소득 기준이 116만7000원정도 강화된 것이다.
합산소득에는 금융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이 포함된다.
금융소득은 예금 이자, 주식 배당 등(비과세, 분리과세 제외)이 해당되는데, 예금 이자와 주식 배당으로 2001만원을 받았다면 2000만원을 제외한 1만원이 아니라 2001만원 전액에 보험료를 매긴다.
또 까다로워지는 피부양자 자격 요건에는 재산기준 자격 요건도 존재한다. 과세표준 3억6000만원 이하(3억6000만~9억원인 경우 연간 합산소득 1000만원 이하)로 바뀐다. 현재 5억4000만원인 과세표준 기준이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즉 ▲소유한 재산(토지, 건축물, 주택, 선박 및 항공기)의 과세표준액이 9억원을 넘거나 ▲ 연간 합산소득이 1000만원을 넘으면서 과세표준액이 3억6000만원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된다.
이 경우 아파트의 경우 공시가격의 60%를 과세표준으로 잡는다.
가령, 현재 시가 15억원짜리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9억원이고, 과세표준은 5억4000만원(공시가격의 60%)이다. 따라서 시가 15억원짜리 아파트 소유자가 국민연금으로 월 84만원(연간 1000만원 초과)을 받고 있다면 지금은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으나 하반기부터는 지역가입자로 전환, 월 2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특히, 타격이 큰 집단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수령자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 연금은 대상에서 제외다. 이 같은 공적 연금소득으로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연금생활자들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으로 월 166만6666원 이상을 타는 은퇴자의 경우 공적 연금소득만으로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케 되면서 월평균 15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건보 피부양자는 연 소득 2000만~3400만원인 이들로 27만3000명(약 1.5%)에 달한다.
이와 함께 '사업소득'이 없어야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이 있고 기본공제와 필요 경비를 뺀 사업소득이 단 1원이라도 있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 있다. 프리랜서 등 미등록 사업자인 경우에는 사업소득의 합계액이 연간 500만원 이하여야 피부양자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
A씨는 "아파트 한 채 외엔 가진 것 없는 노인에게 월 15만원의 추가 비용은 큰 돈인데, 그 돈을 어디서 충당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제도 변화를 앞두고 그동안 연금액을 늘리려 추납(실직 등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의 보험료를 추후에 납부하는 제도)을 하거나 연기연금(연금 받는 시기를 미뤄 최대 7.2% 더 받는 제도), 임의계속가입(만 60세 이후에도 최대 5년간 계속 가입해 연금액을 늘리는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이들의 불안이 크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 연금을 많이 받는 수급자들이 '연금을 적게 받게 해달라'는 식의 황당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어 당황스럽다"면서 "향후 연금액 상향 관련 상담 시 건보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검토한 뒤 안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까지의 1년차엔 새로 부과되는 건보료 부담의 80%를 감면키로 했다. 이에 피부양자 자격 상실자의 1년차 건보료 부담은 월 3만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2년차엔 감면율이 60%로 떨어지고, 3년차는 40%, 4년차는 20%로 줄어든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