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중사 사망사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자살 사건은 2021년 5월 21일 충청남도 서산시에 있는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었던 상관인 장모 중사의 성추행 및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피해자 이예람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 중사는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지난 3월 초, ‘반드시 참석하라’는 장 중사 압박에 못 이겨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저녁 자리에 갔다가 귀가하는 차량 안에서 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3월 2일, 회식 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던 차 안에서 이모 중사는 자신이 속해있던 20전비 정보통신대대의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피해자 이 중사의 어머니에 따르면 그냥 만지는 것이 아니라 중요 부위,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혀를 밀어넣으며 입맞춤을 했다고 한다. 운전은 후임 부사관이 하고 있었다. 2021년 3월 3일, 이모 중사가 성추행 범죄를 정식 신고하면서, 전출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노 상사와 노 준위 등 상관들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회유와 압박을 했다. 2021년 3월 22일, 이모 중사는 자신이 속해있던 20전비 정보통신대대장에게 2차 가해 신고를 했다. 2021년 5월 21일, 같은 부대(20전비)에서 근무했던 약혼자와 혼인신고를 마친 뒤 20전비로 이동, 이튿날인 5월 22일 남편의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5특비로 옮긴 지 불과 4일 만의 일이었다. 이 중사는 남자 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뒤 지난 5월 21일 끝내 심적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휴대폰 영상 녹화 버튼을 눌러 놓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2. 성폭력 2차 가해 및 2차피해
법령 가운데 2차 피해의 개념을 포괄적⋅일반적 수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방지법”이라 한다.)」제8조가 “누구든지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는 성폭력과 관련하여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2차 피해의 일부에 대한 금지규정이지 2차 피해 전체를 포괄해서 금지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경우는 아니다. 2차 피해는 사용자에 의해서만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직장 동료, 언론기관, 수사기관, 재판기관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부류의 사람에 의해서 여러 단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저질러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성폭력방지법 등 2차 피해와 관련이 있는 법령에서 ‘2차 피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판례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다만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하듯 ‘이른바’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일상생활에서는 사용되지만 아직 법률용어로 정착된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내비치고 있기는 하다. 성폭력방지법 제8조의 내용과 판례의 설명을 비교해 보면 판례가 좀 더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2차 피해의 개념을 정리하고 있는 편이다. 전자는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가 성폭력과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만을 금지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후자는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사회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문제 삼는 과정에서 받게 되는 부정적 반응, 불이익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라고 함으로써 매우 포괄적인 2차 피해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사건으로 인해 범죄피해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게 고조되어 이를 계기로 2005년 범죄피해자 권리에 대한 기본법인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되었고, 2007년 6월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형사절차에서 범죄피해자의 지위가 강화되었다. 이어 2008년 12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제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져 2010년 5월 ‘범죄피해자구조법’과 ‘범죄피해자보호법’이 통합되어 ‘범죄피해자보호법’으로 전면 개정되었다. 이를 통해 범죄피해자 구조제도가 개선되고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이 제정되어 범죄피해자를 보호하는 관련 예산을 안정으로 확보할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범죄피해자 관련 연구와 정책이 짧은 기간에 신속하게 발전을 하였다
오늘날에는 범죄피해자에 대한 정책추진을 한 재정 뒷받침뿐만 아니라 국가기관이 주도적 입장에서 범죄피해자 보호시스템을 정비하고, 민간지원단체가 적극으로 참여하는 범죄피해자를 보호하는 행정적인 인프라가 구축되는 등 범죄피해자 보호를 한 시스템 정착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 문제에 한 사회적 관심과 실천이 나날이 증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인 분위기에 부응하는 변화이며, 이제는 범죄피해자의 인권 보호 및 지원을 해 국가으로 범죄피해자 보호시스템을 정비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정책으로 제도화되어 정착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 환경 변화와 국가인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 제도가 정착되는 시대적 여건에 비해 우리 군은 제한된 환경 특성상 위 제도에 한 연구 및 지원체계가 다소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한국군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징집제 로서 군복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특성에서 국민들은 과거의 폐쇄적인 군에 대한 이미지와 개방화된 사회 환경, 즉 사고발생시 즉각적인 언론보도와 실시간 노출로 인해 군의 사건사고 처리에 한 불신풍조가 끊이질 않고 이는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 군에서도 적절하게 사고원인을 조사하여 대책을 수립한 뒤 발표를 하고 있으나, 군이란 특수한 체계 내에서는 각종 사고가 발생하면 항상 사고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고자(가해자)를 중심으로 수사를 하고, 더불어 부대지휘에 따른 책임유무를 따져서 지휘관, 참모, 관계자 처벌 등으로 진상규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군내 범죄에 한 직·간접적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 치유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최근 사회에서 범죄피해자 지원에 대한 관심이 무르익고 있는 시점에 발맞추어 군 내 범죄피해자를 한 제도 및 지원 실태를 분석하고 개선해나가는 작업이 매우 시급하고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3. 재발방지를 위한 지휘관의 역량과 시스템 구축
우선적으로 성폭력 범죄가 시도조차 안 되도록 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현재 군 성폭력 관련 징계 규정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성 군기 위반 사안에 대한 명확한 처리 규정과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함에도 군에는 훈령을 위반할 때 처벌 규정이 없다. 국방부 내 일개 과가 아닌, 독립된 성폭력 예방 및 대응 기구를 설치하고, 체계적인 피해자 보호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예방과 보호에 힘써야 한다. 또한 독립적인 군내 성폭력 대응 및 피해자 보호 기구를 만들고 강력한 징계 규정 신설을 통해 성 군기 문제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는 시스템과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2차 피해는 ① 형사절차 개시 전 단계에서 사법기관에 알리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와 ② 형사절차가 개시된 이후에 형사사법기관이 사법처리과정에서 고통을 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 등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들 두 가지 각 단계별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형사절차 개시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
2차 피해로서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신고조차 하지 못하도록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이다. 수사가 개시되지도 못하도록 신고 자체를 방해하는 행위는 피해자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고민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신고를 방해하는 행위가 모두 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의 문제는 형사절차법에 의한 해결에 한계가 있다.
2. 사법처리 단계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법처리가 시작된 이후 단계에서 피해자는 경찰수사⋅검찰수사⋅공판 등의 각 단계에서 같은 진술을 반복하면서 1차 피해에 따른 고통스러운 기억을 매번 다시 떠올리면서 경험하여야 하고, 사건 자체와 관계없는 불필요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강요받아 모멸감을 느낄 수 있고, 신상이 공개됨으로 인하여 그에 따른 고통을 받을 수 있으며, 수사기관이나 재판기관의 불친절하고 비인격적인 대우로 인한 수모를 겪을 수 있다. 이러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생각해 보겠다.
(1)영상녹화제도
범죄행위 피해를 당하고 나서 그 사실에 대해서 언어를 통하여 진술하는 내용은 첫 번째 조사의 경우가 가장 정확하다. 가장 정확한 진술이 사건 이후 가장 최초에 이루어진 진술이라면 그 진술의 내용을 제3자가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영상녹화를 해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조사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성폭력 범죄 전담 수사관
성폭력 범죄 수사의 경우에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목적에서 사용하는 수사기법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서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비난 때문에 힘든데 수사기관까지 이러한 괴롭힘에 가담해서는 곤란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성폭력 범죄 수사는 전문성을 갖춘 전담 수사관에 의해서 수행되어야만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3) 피해자 개인정보 누설 방지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 또는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피해자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학교, 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과 사진 등 또는 그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50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처벌된다.
(4)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배려
첫째로, 충분한 피해자 보호를 해주어야 한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성적 괴롭힘이 밝혀진 후 부대에서 추분한 보호를 받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그렇지 못했다는 응답이 92.7%에 달했다.
둘째, 성폭력 상담기구의 형식적인 ‘설치’에 치중하기 보다는 그 ‘구성 및 운영’에 있어서 얼마나 실질적으로 성폭력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상담기구의 인적 구성에 외부위원을 다수 참여시켜 내부적인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 성폭력의 은폐 또는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징계권을 부여하는 방안, 여성위원 또는 학생위원 등을 일정비율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 상담자의 신원 및 상담내용에 대한 철저한 비밀유지 방안 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겠다. 넷째, 현행법은 ‘누구든지 피해자를 고용하고 있는 자는 성폭력과 관련하여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해고 이외에도 다양한 불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없으므로「공익신고자 보호법」제2조 제6호의 불이익 금지에 준하여 그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현행법은 ‘제8조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을 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과 같이 2차 피해를 보다 구체적으로 유형화하는 경우에는 형벌 이외에 과태료의 차등화 등과 같은 개별 가해행위의 불법성의 정도에 따라 제재조치를 상대화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