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퍼킨스의 전집이 있더군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 책을 번역한 역자(박태현)가 쓴 서문을 읽으면 윌리엄 퍼킨스와 책에 대해서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역자 서문 │
한국 개신교는 역사적으로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 이후, 특히 16–17세기 영국 청교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영국 청교도는 유럽 대륙의 개혁신학을 이어 받아 개인의 구원만 아니라, 가정과 교회, 사회와 국가라는 공적 영역에서 거룩한 삶의 실천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 (soli deo gloria) 돌려지기를 소원했다. 그들에 따르면, 개혁신학은 학교와 아카데미의 단순 지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정과 교회, 직장과 사회의 구체적 현장에서 손과 발로 믿음을 고백하는 열매를 맺어야 했다. 그래서 청교도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거룩한 성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사의 한 장을 훌륭하게 장식하였다. 청교도의 경건은 한마디로 개혁신학의 핵심(核心)과 진수(眞髓)가 거룩한 삶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오직 믿음으로’ (sola fide) 의롭게 된다는 종교개혁의 기치는 ‘오직 성경’ (sola scriptura)이라는 삶의 준거틀 안에서 거룩하고 경건한 삶으로 그 믿음을 증거했다. 과연 청교도들은 ‘이 세상의 성자들’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영적 거인들이었다.
이제 이 영적 거인들을 길러낸 수많은 신학자와 목회자들 가운데 윌리엄 퍼킨스 (William Perkins)는 청교도 신학과 신앙의 기초를 놓은 ‘청교도주의의 아버지’였다. 단지 시기적으로만 앞섰기에 아버지라 불린 것이 아니라, 그의 삶과 가르침이 적어도 약 200년 이상 후세대에 영속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그는 영적 스승이요 아버지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뉴잉글랜드의 조나단 에드워즈 (Jonathan Edwards, 1703-1758) 역시 퍼킨스의 책들을 소장하고 깊이 연구했으며, 유럽 대륙의 많은 나라들 역시 그의 많은 저작들을 자국어로 번역하여 영적 유익을 한껏 누렸다. 한 청교도 전문가가 말하듯이, 16세기 유럽 대륙의 개신교가 수많은 신학적 논쟁을 통해 얻은 값진 유산을 잉글랜드 교회가 값없이 거저 받았는데, 이제 이 섬나라의 퍼킨스가 그 많은 신학적 빚을 단 번에 되갚았다고 말할 정도로, 퍼킨스는 탁월한 신학자요 목회자였다.
퍼킨스는 기독교적 경건과 학문의 보기 드문 대가 (大家)였다. 그는 오늘날 여러 학과로 분화된 시대의 신학자처럼 단순히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신학과 신앙의 전반적 분야를 아우르는 교회의 교사 (Doctor)요 신학자였다. 그는 교부들의 신학에 정통했을 뿐만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와 기독교 철학자인 페트루스 라무스 (Petrus Ramus, 1515-1572)의 방법론을 사용하여 경험적 개혁신학을 정립하였다. 그가 다룬 주요한 신학 분야는 예정론, 구원의 확신, 설교학, 성경신학, 언약신학, 목회신학, 로마교에 대항한 논쟁 등으로, 그 깊이와 넓이는 가히 헤아리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퍼킨스는 성경의 신학자였다. 그는 성경의 구석구석을 다 파악할 정도로 소위 ‘걸어다니는 성경’이었다. 게다가 퍼킨스는 마음의 신학자였다. 그는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렘 17:9) 인간 마음의 탐욕과 변명과 갖가지 술수들을 진리의 메스로 수술하여 도려내는 ‘영혼의 의사’였다. 퍼킨스의 탁월한 재능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우리들로 하여금 거룩하게 살아가도록 뜨거운 열망을 가슴 깊이 불어넣는 능력이었다. 그는 과연 진정한 실천적, 경험적 설교자요 목회자요 신학자였다.
퍼킨스가 비록 엘리자베스 1세의 45년 치세 (1558-1603)보다 짧은 44세 (1558-1602)의 생애를 살았을지라도, 그의 경건한 삶의 모범과 건전한 가르침은 여전히 후세대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했다.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 (히 11:4하). 그의 설교는 흔히 회자 (膾炙)되듯이, ‘경건한 학자들이 들어도 감탄할 정도로 그렇게 평이하지 않았으며, 평범한 사람들이 들어도 이해할 정도로 그렇게 학문적인 것도 아니었다.’ 토머스 굿윈 (Thomas Goodwin, 1600-1680)이 13세에 케임브리지 크라이스트 칼리지에 입학했을 때, 그는 당시에 그 도시엔 퍼킨스의 능력 있는 사역에 대한 담론으로 가득 차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었다고 증거한다.
깊은 영성과 심오한 학식을 갖춘 퍼킨스가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교회에 소개된다는 것은 대단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쁨은 적어도 두 가지 이유에 기초한다. 첫째, 단지 역자가 청교도 설교 (윌리엄 퍼킨스, 리처드 십스, 존 플라벨,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회의)를 전공한 학자여서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신비를 뚫고 16세기의 퍼킨스가 21세기 한국교회에 소개되기 때문이다. 그 신비란 다름 아닌 이것이다. 1841년 설립된 영국의 파커 출판 협회 (Parker Society Publications)는 영국 종교개혁의 초기 개혁자들을 비롯한 26명의 영국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주요 저작들을 수집하여 56권의 방대한 영적 보고 (寶庫)를 편집, 출판하였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꼽아 보자면, 영국의 순교자들로 잘 알려진 휴 래티머, 니콜라스 리들리, 토머스 크랜머, 그리고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에드문드 그린달, 매튜 파커, 존 휘트기프트 등 영국교회 고위 성직자들의 저술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퍼킨스가 여기 이 출판물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순교자도 아니요 대주교와 같은 고위 성직자도 아니었기 때문일까?) 누락된 것이다. 퍼킨스 전문가인 이안 브르워드 (Ian Breward)가 지적했듯이, 퍼킨스의 저술은 17세기 초 이미 영국에서 존 칼빈과 하인리히 불링거, 테오도르 베자의 저술들을 능가하여 더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2절판 3권으로 된 그의 방대한 전집은 먼저 런던에서 1612-13년에 출판되었고, 그 후 수정되어 다시금 1626-31년에 발간되었다. 그 후 약 400년 가까운 오랜 세월 동안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세계에서도 퍼킨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개혁주의 청교도 출판사인 레포메이션 헤리티지 북스 (Reformation Heritage Books)가 퍼킨스 전집을 전 10권 (2014-2020)의 현대적 스타일로 편집·발간함으로써, 퍼킨스는 그 침묵의 장막을 열고 다시금 세상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힘 있게 증거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영문판 추천사를 쓴 수많은 저명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기쁨을 생각해 보라!
둘째, 한국 개신교는 종교개혁과 청교도 전통의 유산을 갖는다고 자랑스럽게 고백한다. 특히 한국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장로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비롯한 표준문서를 고백서로 인정하며, 청교도가 장로교회의 역사적 뿌리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긍지로 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교도주의의 아버지’인 퍼킨스의 저술을 직접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제 퍼킨스의 제1권이 한글로 번역되어, 그 안타까움이 해소되는 길이 열렸기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퍼킨스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걸어야 할 천국의 순례길을 배우고, 믿음, 소망, 사랑으로 그 길을 감사함으로 걸어갈 수 있다. 이 어찌 복된 일이 아니겠는가!
역자가 이렇게 훌륭한 ‘청교도주의의 아버지’인 퍼킨스를 번역하여 소개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자 특권이요 행복이다. 하지만 이 일이 가능하도록 번역 프로젝트를 먼저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재정을 과감히 투자한 새언약출판사의 헌신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삼송제일교회의 정대운 목사님의 청교도 신학과 신앙에 대한 확신과 열심에 감사드리며, 출판을 위해 시작부터 함께 고민하고 수고한 김균필 목사님과 김성욱 집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출판을 위해 흔쾌히 한국어판 서문을 써 주신 조엘 비키 (Joel R. Beeke) 박사님과 추천사를 써 주신 존경하는 목사님들과 동역하는 교수님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역자 개인적으로 2023년 안식년을 맞아 연구하며 번역할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해 준 총신대학교에도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한글로 번역된 제1권은, 2023년 9월에 결혼한 사랑하는 첫째 딸 한나 (Hanna)와 사위 레슬리 (Lesley)가 믿음 안에서 그리스도를 모신 참된 행복한 가정이 되길 바라며, 아빠의 마음과 기도를 담아 축복하며 선물로 전한다. 바라기는 앞으로 제1권을 시작으로 전 10권의 번역이 지속되기를 기도드린다. 한국교회가 퍼킨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새로워지고, 경건의 능력을 증거하는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 ( soli deo gloria)!
주후 2023년 8월 1일 암스테르담에서 역자 박태현
출처: 윌리엄 퍼킨스, 박태현 역, 『윌리엄 퍼킨스 전집 Volume 1』, pp.36-41.
첫댓글 저자 소개
윌리엄 퍼킨스(1558-1602)는 1581년에 학사 학위를, 1584년에 석사 학위를 케임브리지에 있는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받았다. 학생 시절에 그는 자신의 개인 교사이자 평생의 친구가 된 로렌스 차더톤과 함께 지냈다. 퍼킨스와 차더톤은 케임브리지에서 리처드 그린햄, 리처드 로저스 등과 더불어 청교도 신념을 지지하는 영적 형제애를 나눴다. 퍼킨스는 1584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케임브리지의 성 앤드류 대교회에서 강사 또는 설교자로 봉사했는데, 이 교회는 크라이스트 칼리지 건너편에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강단이었다. 또한 그는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목요일 오후에는 코르푸스 크리스티 칼리지에서 교리문답을 가르쳤고, 주일 오후에는 영적 상담가로 활동했다. 이러한 역할을 통해 퍼킨스는 리처드 십스, 존 코튼, 존 프레스턴, 윌리엄 에임스 등 한 세대의 젊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토마스 굿윈은 자신이 케임브리지에 입학했을 때 퍼킨스의 제자였던 6명의 강사들이 여전히 그의 가르침을 전수하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굿윈은 퍼킨스가 사망한지 10년이 지난 후에도 캠브리지는 여전히 “마스터 윌리엄 퍼킨스의 능력 있는 사역에
대한 담론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신학자로서의 퍼킨스의 영향력은 그의 사후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는 상당 부분 그의 저술들이 널리 퍼진 덕분이었다. 그의 저술들은 유럽의 여러 언어들로 번역되어 영국과 미국의 개혁주의 신학, 네덜란드의 제 2차 종교개혁, 유럽의 경건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출처: 교보문고
좋아요. 아주 좋은 책입니다!
번역자 소개
ㆍ고려신학대학원(M-div)
ㆍ노팅험대학교(Th-M)
ㆍ아펠도른 신학교(Ph-D)
ㆍ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개원교수 역임
ㆍ현, 총신대학교 교수(실천신학)
교수님 실력이라 책이 잘 번역된 것 같습니다.
@천이다 공감합니다!
│ 한국어판 서문 │
『윌리엄 퍼킨스 전집』의 새로운 한국어판 서문을 쓰게 되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국 개혁교회와 장로교회의 형제자매들은 수십 년 동안 저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저는 한국 교회를 섬기기 위해 열 번이나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제가 한국 교회를 섬긴 것보다 한국 교회가 저를 섬긴 것이 더 많다고 종종 느꼈습니다. 저는 특히 한국 교회 성도들의 기도하는 모습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기도하는 한국 교회는 “모든 기도와 간구를 하되 항상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쓰며 여러 성도를 위하여 구하라” (엡 6:18)는 바울의 권고에 순종하는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퍼킨스의 저서를 한국어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퍼킨스는 초기 청교도 운동의 아버지이자 신학, 설교, 실천적 기독교 경건의 거장이었습니다. 비록 마흔네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국제적인 개혁주의 운동이 소중히 간직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레포메이션 헤리티지 북스 (Reformation Heritage Books)에서 출판한
전 10권의 퍼킨스 전집 영문판 편집자 중 한 명으로 일하게 된 것은 저의 특권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천상의 도시로 가는 길에 이 땅의 광야를 지날 때 이 풍미 있는 책들을 읽는 것이 영혼에 큰 유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각 권이 출간될 때마다 많은 한국 신자들이 『윌리엄 퍼킨스 전집』을 읽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저처럼 한국어로 출간되는 이 책들을 통해 많은 유익을 얻으실 것이라 믿습니다. 퍼킨스의 신학은 훌륭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지적인 자극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영혼의 체험적인 유익을 위해서도 이 책들을 읽어서, 하나님께서 그분의 은혜로 여러분을 점점 더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아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롬 8:29)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윌리엄 퍼킨스는 (다른 많은 청교도들에 비해) 읽기 쉽고, 사상이 충실하며, 깊이 있는 경험과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우리가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리스도인의 경주를 달리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종류의 풍요로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Tolle lege! 책을 집어 들고 읽으십시오! 이 오래된 신학자는 언제나 젊음을 잃지 않는 글을 통해
여러분을 하나님의 말씀의 푸른 초장과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시편 23편). 이 대규모 번역 프로젝트가 한국 교회를 잘 섬기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이름을 영화롭게 하며, 성도들을 성숙하게 하고, 잃어버린 자들을 구원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엘 비키 (Joel R. Beeke)
조엘 비키가 편집진 중 한명이군요. 좋은 책입니다.
@천이다 공감합니다.
윌리엄 퍼킨스 게시판에 좋은 글들이 요즘 올라와서 좋습니다. 기회가 되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꼭 읽고 싶습니다.
저도 공감합니다^^
영국에서 청교도 신학자와 교회 위인들의 전집을 출판하면서 윌리엄 퍼킨스를 빼놓은 것이 의아하긴 하네요.
늦게나마 퍼킨스의 전집이 한국에서도 출간되고 있어 좋은 소식입니다. 저도 관심 있게 읽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