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굴뚝청소부』는 초판이 출간된 지 벌써 10년이 넘은 책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동안 이 책은 약칭 ‘철굴’로 불리며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 이유는 아마 이 책이 근대철학을 단순히 요약·정리해 놓은 개론서가 아니라는 데 있을 것이다.『철학과 굴뚝청소부』는 근대철학과
중세철학 사이에 만드는 경계를 통해, 그리고 탈근대적 문제설정이 근대철학을 넘어서려 하면서 만들어낸 경계를 통해 철학의 역사를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철학과 굴뚝청소부』 초판과 2001년에 나온 증보판은 근대철학의 비조 데카르트에서 출발하여 탈근대철학 편의 푸코에서 끝을
맺고 있다. 그런데 이 끝맺음은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자 이진경은 오랜 시간 공들여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을
연구해온 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고, 이들 철학과의 만남을 정리하여 『노마디즘』이라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두툼한 결과물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탈근대철학을 얘기할 때 들뢰즈와 가타리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철학자들이라 이들에 대한 설명이 이 책에서
빠져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2005년의 개정증보판에는 ‘들뢰즈와 가타리’에 대한 장 '들뢰즈와 가타리 : 차이의 철학에서
노마디즘으로'가 추가되어 근대철학에서 탈근대철학에 이르는 철학사의 흐름에 관심을 갖는 독자는 물론이고 ‘들뢰즈와 가타리’ 철학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들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특유의 논리적이고도 쉬운 설명으로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적 개념어들과 문제의식을 풀어내고
있어, 이 장은 처음 이들의 철학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안내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들뢰즈와 가타리' 편에 새로
추가된 26장의 도판들은 모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와 그 속편인 '이노센스'에서 뽑은 것으로 인간과 기계의 구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다.
덧붙여 이번 개정 증보판에는 『근대적 지식의 배치와 노마디즘』이라는 제목의 ‘보론’이 추가되었다. 저자는 이 보론에서
근대적 지식 전반을 틀짓고 있는 인식론적 배치와 그것의 경계를 넘으려는 시도들, 그리고 그와 결부된 지적?물질적 생산의 조건들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이 보론을 통해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의 실제 의미와 우리가 앞으로 생산해야 할 그리고 소비해야 할 지식의 형태를 어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http://www.yes24.com/24/goods/1466363?scode=032&OzSra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