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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장의 추억
"전원 하마!, 방패를 전방으로 반원진을 형성하라!,,,두 분 존자는 어서 진 안쪽으로 오십시오!”
인솔자는 벽력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들의 장점은 기마공격이었다. 적의 병력도 무장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소용없었다.
무정은 이십보 정도에서 공격할 생각이었다. 헌데 저 라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왠지 한수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사정거리가 어느 정도 됨직한 오십 보쯤에서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적이 원진을 만드는 것을 보고 두 번째 활을 먹여 남은 궁수를 향해 보냈을 때 맨손으로 강궁을 쳐내는 것을 보았다.
무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궁을 던졌다. 그의 손에 초우가 들려졌다. 무개호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를 위시한 나머지 대원들도 용수철처럼 달려 나갔다.
인솔자는 화살공격이 멈춘 것을 알았다. 그는 살며시 방패를 내렸다. 그리고는 경악했다.
긴 흑발을 날리며 섬전처럼 뛰어오른 인물, 왼팔전체에 갑주를 달고 양손에 수투를 끼고 그 손에 7척의 참마도를 든 자…
게다가 결정적으로 저 소름끼치는 오른뺨의 검상…
“혈…혈….혈귀!..”
인솔자의 낮빛과 함께 기보병들의 낮빛도 하얗게 변해갔다. 마기난타는 그런 호위대를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그리곤 안력을 높혀 그자를 주시했다. 피풍의 안으로 언뜻 보이는 잘 발달된 근육들은 그자가 외공을 연마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눈에는 그는 일반적인 군졸일 뿐, 별로 두럽지도 않았다. 이미 육십년에 가까운 내공을 지닌 그였기에…
그읜 눈에 그자가 도약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손을 올렸다. 제아무리 외공의 고수라도 자신의 내가 중수법이면 소용없었다. 그는 한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입에서 일갈이 터졌다
“마화수(魔火手)!"
무정은 라마가 손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무기가 있을 테지만 들고 있지 않았다. 이녀석은 방심하고 있었다. 분명 벽공장류의 무공을 쓸 것이다. 그런류의 무공이라면 여기 낭인대의 비무를 통해 지겹도록 상대해본 그였다.
그가 공중으로 날았을 때 라마가 뭔가 외쳤다. 그와 함께 무언가 음유한 느낌이 가슴쪽으로 오는 것이 느껴졌다. 공중에서 무정은 왼팔을 가슴으로 붙였다. 그리고는 장력이 도달하기 직전에 왼쪽으로 힘차게 휘둘렀다.
“쩌~엉!..”
중후한 금속음의 소리가 들리면서 무정의 신형이 약간 오른쪽으로 틀어졌다. 무정의 입꼬리가 살짝 올려졌다. 그곳에는 살아남은 두 명의 궁기병이 살을 먹이고 있었다.
“스파~앗!~”
칠척의 초우가 휘둘려졌다. 얼마 전에 말과 사람을 함께 토막 낸 초우였다. 더군다나 저 육중한 몸에서 나온 힘이 더해진다면, 결과는 보이는 대로였다. 뿌연 붉은 안개가 초원의 아지랑이와 섞였다. 뜨거운 초원의 바람이 한차례 지나갔다. 청년의 긴 머리가 휘날렸다. 그의 발밑에는 두 명의 궁수가 허리부터 양단되 널부러져 있었다.
무정은 뒤돌아 전황을 살폈다. 예상대로였다. 고죽노인, 상귀와 하귀, 비연, 반뇌는 그간의 경험을 보여주듯이 보기병을 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광검과 패도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적이 안심이 된 그는 이번엔 라마들을 보았다. 그들은 어느새 동발(銅 ?)을 들고 있었다.
마가난타는 자신의 장력을 사내가 흘려버리자 잠시 말문이 막혔다. 마화수는 음유한 장력이다. 끈적끈적하게 늘어붙는 장력으로 흘릴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은 연출한 사내는 방향을 틀어 두 궁수를 한꺼번에 베는 것을 보았다. 눈뜨고 당한 셈이었다. 애당초 목표는 자신이 아니었다. 두 궁수가 목표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마가난타는 죽은 궁수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두궁수를 한꺼번에 베어내는 사내의 동작,.
.완벽했다. 다리의 힘과 이동, 허리의 유연한 흔들림. 상체의 전달이나 팔의 원심력을 그대로 칠척의 참마도에 전달하는 데도 전혀 흔들리는 않는 그의 도..
마가난타는 품속의 동발을 재빨리 꺼냈다. 그는 눈앞의 사내를 노려보았다. 전황이 불리하기는 했지만 그리 걱정은 안 되었다. 문득 그는 사부의 서신중에 한 부분이 생각났다.
“…우량하족으로 올 때 명군을 조심하거라. 특히 칠척의 참마도를 쓰면서 얼굴에 검상있는 자를 각별히 조심해라 이곳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혈귀라고 하더라,, 너 정도면 별일이야 있겠냐마는 혹시 모르니 조심 또 조심하도록 해라…….”
마기난타는 대제자다, 이제 몇 년 후면 소뇌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될 신분이었다. 그런데 저런 낭인에게 이 꼴이라니,,,,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아군 측 궁병의 허리가 양단 된 순간 그는 수중의 동발을 들고 뇌격보(雷擊步)를 시전하며 달렸다.
무정은 마치 번개처럼 좌우로 신형을 흔들고 달려오는 라마를 보았다. 흔들며 오는데도 상당히 빨랐다. 그도 상체를 숙이며 맞받아 나갔다. 라마의 두 손이 들렸다. 동발에 옅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강기….’
대원들과 비무할 때 가끔 보는 형상이었다. 그들이 그런 것을 검기나 도기혹은 강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났다. 위력은 상당했다. 역시 쉽게 볼 수 없는 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두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무정은 초우를 돌렸다. 도배가 땅을 향하게 …둘 사이가 일장이 조금 넘었을 때 무정의 손이 주욱 뻗었다.
“파가강”
참마도는 장병기다. 아무래도 동발과는 사정거리가 비교가 안 되었다. 마가난타는 두 손을 교차시켜서 참마도를 막았다. 동발은 일반적으로 기괴하게 날리는 것으로 사용을 하는 것이라고 알고들 있지만 그것은 소뢰음사에서도 장로급이나 되야 가능했다.
마가난타는 겨우 강기를 담을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다. 물론 그 정도도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그는 동발사이에 초우를 끼었다. 그리곤 힘을 주었다. 그의 강기에 이 칼은 무 썰듯이 잘려질 것이었다.
“!…”
마가난타는 눈을 크게 떴다. 힘을 주어도 참마도는 잘리지 않았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무정은 동발사이에 초우가 끼인 것을 보았다. 그는 거꾸로 돌려진 초우를 힘껏 비틀었다.
엄청난 힘으로 초우가 회전했다. 동발의 틈이 순식간에 벌려졌다.
벌려전 동발을 보며 마가난타는 경악했다. 그는 급하게 동발을 하늘로 올렸다. 그와 함께 그자의 참마도 역시 같이 올라갔다. 그는 시선을 전방으로 돌렸다. 그 자의 눈이 보였다.
섬뜩한 눈이,…일 장 밖의 거리가 아니었다.
“ 이…이런..”
창은 멈췄지만 이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미 반장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마가난타는 배의 중완혈부근에 극렬한 통증을 느꼈다. 기혈이 위로 치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타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무정은 왼손으로 그자의 배에 일권을 꽂고는 눈을 빛냈다.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의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최단거리로 무정의 권격과 각법이 터져나갔다.
“스팡….파파팡”
환상적인 몸의 움직임이었다. 어릴 때 수련해온 양생법의 결과였다. 마치 온몸의 뼈가 다 없어진 듯. 불가능한 각도에서도 공격은 가능했다. 더구나 무정의 손에는 수투를 발에는 철각을 끼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이 다시 들려졌다 초우가 수평으로 누웠다. 그는 그대로 돌리려다 멈추었다.
마기난타는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온몸에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다. 이상했다. 아무리 맞아도 자신의 호신강기 위였다. 고통은 있을 수 없었다. 헌데 그자의 권격은 이상했다. 자신의 호신강기를 뒤흔든 것이었다. 더구나 그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몸 안에서 마치 그자의 타격과 공명하듯 엄청난 나선형의 충격이 울렸다.
“ 커억…”
결국 마기난타는 피를 쏟았다. 무정은 그 모습을 보고 멈춘 것이었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서서히 무너졌다.
“ 사…사형…”
타마륵은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기습이라지만 이토록 허무하게..사형은 후기지수중 최고였다 중원의 구대문파 장문인급은 안 되도 능히 후기지수들은 꺾을 수 있다던 평판을 사부로부터 들었던 것이었다. 헌데 가진 무공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당하다니, 저 혈귀란 자의 속도는 기이할 정도로 빨랐다. 그가 응원할 새도 없었다. 그는 사형에게 달려갔다.
어느새 장내는 정리되어 있었다. 낭인대는 이미 손 털고 정리 중이었다. 궁기병은 열 둘, 기보병은 열다섯이었다. 상귀와 하귀는 익숙한 듯 시체 속에서 돈이 될 듯한 것들을 챙기고 있었다. 고죽노인은 그런 그들을 못마땅한 듯 흘겨보고 있었다.
무정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차고 있는 한 쌍의 각철과 수투. 그리고 왼팔을 감싸는 갑주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섬서성 전체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영중의 대장장이 목노야가 만든 것이었다.
순철(純鐵)중의 순철을 제련한 후 다시 그 위에 몇 겹의 다른 철을 올려놓고 불속에 넣고 녹인 후 이를 얇게 두들겨 펴서 종이를 말 듯 돌돌말아 다시 망치질로 펴고 또 다시 말기를 수십 번 이상 한 후에 형을 만들고 뜨거운채로 흑유(黑油)에 담가 일체의 광택을 죽인후 다시 몇 달에 걸쳐 오로지 면포로만 닦어서 은은한 묵광을 낸 것이었다.
무게는 일반 갑주보다도 가볍고 강도는 비할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몇 년 전부터는 발경도 전장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미친 소도 한주먹에 머리가 으스러졌었다. 그러나 녀석의 몸엔 손댈 수 없었다. 그놈의 몸에서 반촌정도에서 주먹이 멈추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자는 살았다. 그는 눈을 들어 두 라마가 쓰러진 곳을 바라보았다.
“ 천축의 무승들이 이곳까지는 웬일이지?”
묵직한 저음의 톤이 타마륵의 귀에 들렸다. 타마륵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사내를 보았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 육척이 훨씬 넘는 체구의 사내였다.
그는 자신의 품안에서 항마저(抗魔箸)를 꺼냈다.
“ 어이구 상귀성님, 이 뻘건 쉐이 거의 상황판단이 안 되나 봅니다.”
“니기미, 이 씁새가 되질라구 환장했나,…이 새끼 자세 안풀어,,엉!”
“허허, 넋이 나갔나…참…용기가 가상하구먼..”
상귀 하귀, 고죽노인은 나름대로 혀를 찼다. 보아하니 저 바닥에 엎어져있는 놈보다 약해보이는데 빳빳이 서 있는 게 꽤나 앞뒤 구분 못하는 놈인 것 같았다. 문득 뒤어서 확 살기가 일었다.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패도 구서력이 성큼 나오고 있었다.
“ 살기 싫은 모양이군,,,그럼 죽여주지!”
“ ….됐다..그만들 해라”
칠척이 넘는 거도를 꼬나쥐고 성큼 다가오면서 으르렁 거리는 패도를 향해 무정은 손을 흔들었다. 우선은 심문이 우선이었다.
“ 차근차근히 시작하지 ..우선 …누군지부터 밝혀라.”
무정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타마륵은 눈을 굴리며 눈치를 살폈다. 이미 싸울 의욕은 잃었다. 일단은 원하는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우…우리는 자랑스런 소뢰음사의 무승이다. 나는 타마륵 여기 쓰러…있는 분은 대사형 마기난타 사형이시다.!..”
“쓰벌, 대사형은 무슨 대장에게 한방에 나가 떨어진 게..”
문득 일행이 상귀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럼 넌 이기냐’라는 듯한 도끼눈이 전부였다.
“카악,,,툇,,,알았수다. 아가리 닥칠 테니 일들 보쇼!”
말을 마친 상귀는 하귀와 함께 저쪽 구석으로 갔다. 그리곤 오늘의 수확물을 펴고 히히닥거리기 시작했다.
무정은 눈을 돌려 타마륵에게 시선을 주며 다시 물었다.
“이길로 계속가면 우량하족의 근거지가 나온다.”
“ ……”
“ 되지도 않는 중생계도니. 축원이니 하는 말이 나오면 저 뒤의 거도든 친구가 가만 안 있을 거다.”
“…….”
“ …목적은?”
“……..”
타마륵은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은 아는 것이 없었다. 편지를 받은 것도 왜 오라고 했는지도 아는 것은 쓰러진 대사형이다. 자신만 아는 것을 말한다 해도 무방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목숨이었다. 이점만은 생각해야 했다.
“말하면,,,,살려줄 거요?..”
잔뜩 움추린 자세로 타마륵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금강저를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아니 주고 싶었다. 허지만 그럴수록 그의 몸은 자꾸만 떨려왔다. 그러다 이어 나온 무정의 말에 그는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 말하든 안하든 살려준다.”
“…….”
“어차피 어느 정도는 짐작한다. 네 입에서 나온 소리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
타마륵 뿐만이 아니라 일행도 모두 의아한 눈으로 무정을 쳐다보았다. 단 한 사람 반뇌만이 고개를 끄떡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타마륵은 천천히 무기를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은 단지 사부의 부름을 받고 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고 상귀와 하귀가 똑바로 안 불면 아가리를 찢는다는 둥,,허리를 접어버린다는 둥 별 시덥지 않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잠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노획한 말 중 두 마리를 타마륵에게 무정이 직접 내어주자 해결되었다.
대사형을 말안장 위에 얹고 타마륵은 뒤돌아보았다. 거기에는 혈귀라는 자가 서있었다.
“당신의 이름을 알고 싶소…”
타마륵은 의연하게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무정이 피식 웃었다.
“무정이라고 한다.”
“무정(無情)..무정,,,, 정이없다,….당신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군.
타마륵은 고개를 끄떡이면서 떨리는 신형을 말위에 올리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못했다.
어떤 인간의 걸쭉한 입담이 들렸기 때문이다.
“카악…튀…엣 묻었네..시벌..야! 이 씁세야 쥐뿔도 모르는 게 아는 척하기는,, 그 정(情)이 아니고 바를정(正) 즉 설라무니…바른 것은 없다. 다 삐뚤어졌다 이 말이다 이 씁새야, 알것냐?”
상귀의 말에 다를 고개가 홱 돌아갔다. 저걸 저렇게 확대해석하다니..확실히 한대 맞아야 정신차릴 인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런 가래침이 뭍은 옷을 손으로 벅벅 문질러대던 상귀의 뒷통수에서 별이 번쩍였다.
“이런.....썅….니미…언넘의 쉐이야!”
뒷통수의 충격에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던 상귀는 가뜩이나 작은 눈을 더욱 가늘게 만들어 뒤로 홱 돌아보고는 바로 눈을 풀었다.
칠척의 거대한 도를 들고 있는 패도가 떡하니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하하하…그게 아니라 바른 것은 없으니 모든 것은 자신이 결정하고 따르라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 중…”
“아!! 시벌 잘못했어,,반뇌 하지마 그 성현, 공자, 뭐시기 하는 쉐이들…말도 꺼내지마!
반뇌!…하지마! 그만해!”
한쪽손으로 귀를 막고 한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상귀는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런 그들을 타마륵은 유심히 살폈다. 어찌되었던 이곳은 완충지대이다. 적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도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그건 아마도 저 혈귀 무정이란자의 능력일 것이다. 생각할수록 두려워지는 자였다. 그는 말위에 올랐다.
“아…알겠소 혈귀 무정....오늘의 수모는 ...이 ..잊지 않겠소”
타마륵은 말을 마치고 힘차게 두발로 말을 찼다. 한손으로 사형을 말고삐를 잡으며 그렇게 사라졌다.
“차라리 말이나 안했으면 좀 무서웠겠다.”
절대로 안무서운 표정으로 광검이 말했다. 벌벌 떨면서도, 곧 죽을 상황인데도 객기라니..
무림인이란 어쩔 수 없었다.
무정은 그가 점이되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아니 보고 있으나 신경은 딴데 가 있는 듯 했다. 이윽고 그가 몸을 돌렸다.
“전원 회군한다.”
일행은 그말에 몽을 돌렸다. 노회한 말에 올랐다. 무정의 얼굴에 초원의 바람이 불었다.
‘강호라…..’
확실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에 기이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사는 강호,,
그리고 대원들이 겪었던 강호,,,문득 신비하게 느껴지는 무정이었다.
드넓은 초원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붉은 노을이 깔리고 있었다. 붉고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이제는 생명을 잃어버린 바닥의 시체들도 경쟁이라도 하듯 붉은 피를 한껏 흘려내고 있었다. 이제는 일상적인 광경이 되어버린 어느 살풍경한 대평원의 저녁이 시작되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